소설리스트

BJ 돈미새-9화 (9/225)

의문의 산속 폐가. 4

어떡하지?

점점 더 나를 옥죄여오는 이 긴장감.

어째서인지 집 바깥이 더 위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아까부터 들려오는 이 소리... 자꾸만 신경 쓰인다.

사부작사부작... 아주 가볍게 나뭇잎을 밟아대는 그런 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야생의 짐승 울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것 같다.

마치 나를 몰래 바라보고 있는듯한 그 무언가가 내 눈치를 살피며 한 발자국씩 다가오는 그런 느낌 같은...

밤이라 그런지 소리의 위치도 정확하게 판별 불가능하다.

들려오는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소리가 멈춰버리는 것도 같고...

짐승이겠지?

근데 짐승이었다면 나보다 귀가 밝고 시력이 뛰어난 쥐포가 벌써 알아차렸을 텐데.

지금 쥐포는 내 품에 얌전히 안겨 있다. 그것도 아주 차분하게.

ㅡ BJ 양반. 슬슬 들어가야지? 이제 그 리액션도 지루해지려고 함.

ㅡ ㅅㅂ. 누가 대상 후보 아니랄까 봐 허공에 대고 연기만 할 거임?

답답한 마음에 손전등을 이리저리 휙휙 돌려가며 비추던 그때.

저 멀리 반짝이는 그 두 눈동자 같은 게 내 시야에 희미하게 잡혔다.

“저... 저게 뭐지?”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빤히 그 정체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급하게 그곳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며 소리쳤다.

“형... 형님들! 저 봐요 ! 저기 눈! 눈! 날 쳐다보고 있잖아 시발!”

놀랍게도 나를 쳐다보던 그 눈동자는 이내 하나씩 늘어갔다.

둘... 셋... 열... 열다섯...

그리고 나를 향해 전진하며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기까지 했다.

“어... 어? 뭐야 저거. 오... 오지 마!”

나는 그 눈동자를 피해 본능적으로 폐가 안으로 후다닥 몸을 숨겼다.

그리고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얼굴을 들이대고 그 정체를 천천히 살폈다.

“헉... 헉... 시발... 뭐지 저거 도대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그때.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

ㅡ 반딧불이 같은데?

“왁! 깜짝이야... 네? 뭐라고요? 반지부리요?”

나는 허둥지둥 대며 채팅창을 확인했다.

ㅡ 반딧불이 이 ㅂㅅ아. 반딧불이를 모르는 놈도 있네.

ㅡ ㅋㅋ세상에 저런 쫄보가 다 있나. 벌레를 짐승으로 착각하는 건 오바자나.

ㅡ 너 그래서 일부러 검정 바지 입고 왔냐? 티 안나게 지릴려고.

“아... 죄송함다. 반딧불이...시바 태어나서 첨 봤음.”

처음 알았다.

집 밖에 나 돌아다닐 일이 없으니 저런 걸 본 적이 있어야지.

시바. 나는 또 짐승인지 귀신인지도 모를 그 누군가가 나를 째리는 줄 알았다고.

그나저나 휴... 살았네.

혹시나 저 만한 수가 짐승이었다면 나는 뼈도 안 남겨졌을 거 아냐.

ㅡ BJ 양반. 좋은데 사나 보네.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곤충인데.

ㅡ ㅇㅈ. 지금 반딧불 한창 날아다닐 철이구나. 존나 이쁘긴 하다.

ㅡ 저 아름다운 생명체를 보고 짐승이라니... 미친 BJ...

“...”

나는 고개를 푹 숙여 시청자들에게 빠른 사과를 건넸다.

“형님들 다시 한번 죄송함다. 제가 촌놈이라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런데 그때.

서서히 느껴지는 한기를 통해 내가 있는 공간이 어딘지를 그제서야 파악했다.

고작 반딧불이 하나 때문에 나도 모르게 폐가에 자연스럽게 다시 입장한 것이다.

다시는 못 들어오겠다던 그곳을.

자연스럽게 다시 빠져나가려는 그때.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

ㅡ 다시 들어간 김에 안쪽 방 구경시켜주고 애국가 4절까지 부르면 오만 원.

“네...?”

그 순간. 미친 듯이 떨려왔던 내 심장은 또 돈 앞에 뒤집혔다.

안 쪽방을 쳐다봤고, 다시 한번 미션 금액을 확인했다.

오... 오만 원!? 쥐포 이후로 최고 후원미션금이다.

근데 왜 저길 들어가서 노래를 하라는 거야?

벌써부터 비릿한 냄새가 바람에 걸려 내 코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나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고, 이내 다시 한번 엄마의 얼굴을 스쳐 떠올렸다.

그래. 눈 한 번 딱 감으면 오만 원이다.

돈 벌어야지! 잊지 말자. 언제까지나 이 극한의 공포를 감수하는 것은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하신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함인 것을!

나는 이를 꽉 깨물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보며 얘기했다.

“형님들, 지금 제가 들어갑니다.”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걷어찬다면 금방이라도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나는 잔뜩 긴장된 몸뚱어리를 이끌고 무작정 안쪽방 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그리고 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 손전등을 천천히 비추며 그 안쪽방 안을 비추기 시작했다.

“웁... 시발. 냄새.”

조그마한 공간에 가득 진동을 해대는 피비린내는 여전히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

거기에 어느새 붙어버린 파리와 날벌레 날갯짓 소리가 내 귓가에 스테레오로 박혀 들려왔다.

그제서야 자세하게 눈에 포착된 그 안쪽방의 끔찍한 광경.

ㅡ 헐. 인형인 줄 알았는데 저거 진짜 오골계 같은데?

ㅡ 어이. BJ 양반. 저거 자세히 좀 비춰봐 봐.

잠시 후.

나는 시청자의 바람대로 잠시 카메라를 자세히 가져다 댔다.

내 손은 미친 듯이 떨려대느라 카메라가 사정없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그 정체는 아주 실감 나게 카메라에 담겼다.

날카로운 날붙이로 깔끔하게 베어낸듯한 오골계의 축 늘어진 목덜미.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목에는 이제 더 이상 흐를 피가 없는지 풀린 동공만이 손전등에 비춰 적나라하게 반사되었다.

초점 없는 그 눈동자는 마치 나를 노려보고 있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으... 흐흐흑... 날 쳐다보는 것 같아요. 형님들. 빨리빨리. 됐죠?”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해놓은 거냐고...

하지만 상황을 파악할 여유 따윈 내게 없었다.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다급하게 카메라를 돌려 시청자들을 보며 얘기했다.

“형님들. 노래할게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공포에 쫓겨 빠르고 간결하게 1절을 끝내고 2절을 열창을 하려던 참이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문득 내 머릿속으로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조심스럽게 시청자들을 향해 얘기했다.

“근데요. 형님들...”

ㅡ ??? 뭔데 또. 뭐가 또 보여?

ㅡ 불렀으면 얘기를 하셈.

나는 한참을 넋이 나간 채 천천히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껌뻑껌뻑이며 얘기했다.

“형님들 2절 까먹었어요...”

ㅡ 존나 자신 있게 열창하드니, 4절도 아니고 2절부터 막히냐ㅋㅋ

ㅡ 그 와중에 음정 박자는 기가 막힘. ㅋㅋㅋ

ㅡ ㅋㅋㅋ 시바... 진짜 컨셉 지리넼ㅋㅋ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정말 알고 있었는데 뒤죽박죽 올바르게 생각이 나질 않는다.

머리를 한참 긁적이며 자괴감에 빠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애국가 2절을 못 불러서 미션을 못 깨고 있다.

이럴수록 이 공간에 갇혀 있는 시간은 길어져만 가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빠르게 내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으며 후원자에게 부탁했다.

“형님. 제발. 다른 노래는 안 될까요?”

띵동.

[ 전설의고향만두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제일 자신 있는 18번 곡으로 해보셈. 완창하면 인정.

제일 자신 있는 노래라...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재빨리 카메라를 보며 빠르게 노래를 불러나가기 시작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언제나 쓸쓸하게 혼자 지내왔던 나 자신을 위로하던 노래였다.

밝고 명랑하게 부르는 게 포인트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온 사방을 빠르게 눈으로 뒤지며 노래를 끝내기 위해 열창했다.

ㅡ ㅅㅂ. ㅋㅋㅋㅋ 들장미소년이냨ㅋ

ㅡ 표정이 너무 근엄해서 더 미쳐버리겠넼ㅋㅋㅋ

그때였다.

순간 내 목덜미를 아주 차가운 한기가 쓱 하고 훑었다.

웁! 뭐야?

빠르게 고개를 돌려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했다.

난 지금 극한의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착각인가 싶어 다시 노래를 이어가는데...

“그럴 땐 얘기를 나누자. 거울 속의 나하고.”

이제는 희미하게 내 목소리와 겹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치 내 노래를 따라 부르듯이.

뭐야?

“웃어라. 웃어라.”

“웃어... 웃...”

조심스럽게 남은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소리의 위치를 살필 때였다.

“웃어... 라... 울... 면은 바... 보...?”

내 정면에 고정돼있던 오골계가 갑자기 바람에 맞듯이 휘청거리며 움찔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 문이 혼자 닫혀버렸다.

쾅!

“와아아악!!!”

미친 듯이 떨리는 내 손이 핸드폰을 밀어냈다.

핸드폰은 팝콘이 튀듯이 내 손에서 통통 튀더니 결국 떨어져 버렸다.

그 강한 충격 때문에 방송. 아니. 전원 종료라는 참사를 일으켰다.

“어! 안돼!!!”

다행히도 액정은 깨지지 않았지만, 꺼진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애꿎은 핸드폰 전원 버튼을 사정없이 눌러댔다.

탁. 탁. 탁. 탁.

그나마 내 공포를 공유하여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던 방송이었다.

떠들어주는 시청자들이 없어져 버리니 도저히 어디에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어 참을 수가 없었다.

“제발... 제발... 켜져 주세요.”

갑자기 그때.

얌전히 내 옆을 지키고 있던 쥐포까지 튀어 나가버렸다.

쥐포는 닫힌 문 앞에 다가가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듯이 손을 이리저리 넣었다.

왜... 왜... 하지 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뭘 보고 그렇게 손을 집어 넣어대는 거냐고...

나는 잔뜩 울상이 된 목소리로 쥐포에게 소리쳤다.

“쥐... 쥐포... 왜 그래. 거기 누구 있어요...?”

하지만, 쥐포는 내 말을 들은 체 만체 하며, 계속 문 창호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뭔가를 잡으려 애썼다.

핸드폰은 먹통에다 자꾸 혼자 흔들리는 오골계까지.

극한의 공포까지 차오른 나는 그 정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나는 문 앞에 서서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문에 손을 댔다.

그러자 마치 누군가가 잡아당기듯 서서히 열어젖혀졌다.

끼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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