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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돈미새-7화 (7/225)

의문의 산속 폐가. 2

분명히 사람이 있을 거야. 사람이 있어야 해.

폐가 앞에 다가가자 그 흉물스러운 진가가 점점 더 드러나기 시작했다.

낡아 비틀어져 덜렁거리는 문, 그리고 구석구석마다 빠짐없이 쳐진 거미줄.

게다가 온갖 풍파를 혼자 다 맞은 듯한 흙탕물 잔해까지.

그 모습을 보자 내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이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건 확실하다...

그럼 도대체 아까 그 불은 뭐냐고.

ㅡ 헐. 사람이 안 산지가 오래됐나 보네요. 와. 무슨 조선시대 집 같아.

ㅡ 그나저나 저기 검은 자국. 불에 탄 자국 아니에요?

내가 비춰주는 집 한편의 겉면을 보고 사람들이 떠들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채팅을 볼 여유가 없었다.

긴장된 그 순간에 모든 신경을 앞에 보이는 폐가 곳곳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그때.

내 콧속으로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웁. 탄 냄새.”

ㅡ 하... BJ 양반. 아직 여유 있나 보네. 채팅 보고 바로 콩트 들어가는 겨?

ㅡ 저번에 내가 말했잖슴. 반응속도 기가 막힘.

ㅡ 연말 대상 후보에 이 BJ 무조건 올라갑니다.

나는 그 냄새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보이는 제일 큰 문.

이 집은 문이 이거 하나뿐인 것으로 보인다.

한옥 문.

정말 오래전에 만들어졌는지 나무로 촘촘하게 만들어진 그 문에는 얇은 쇠고리만 덩그러니 달려있었다.

거기에 발라져있는 창호지는 오래돼서인지 군데군데 죄다 찢겨 있다.

“그럼 문 한 번 열어볼게요.”

나는 미친 듯이 떨리는 그 손으로 문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그러자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희미한 먼지를 토해내며 열렸다.

끼이이익-

어찌나 오래됐는지 조금만 힘을 더 주면 부서져 내릴 것 같았다.

그리고...

“헐...”

문이 활짝 열리자 끔찍한 광경이 손전등으로 통해 보이기 시작했다.

ㅡ 와... 여기 불났었나 보네. 그것도 엄청 심하게.

ㅡ ㅇㅇ. 그런가 봄. 근데 어떻게 밖은 하나도 안 탔지?

ㅡ 밖에까지 번지기 전에 껐나 보죠. 뭐.

온통 새카만 그을림으로 도배가 된 방 안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혹시나 사람이 안에 있었다면...

으. 상상도 하기 싫은 사고였을 것이다.

그때.

띵동.

[ 선녀보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할머니가 사셨던 것 같네요.

할머니...?

아니. 근데 저 사람은 그저 내가 비춰주는 영상을 보고 있을 뿐인데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근거로 할머니라고 확신하는 거예요?”

선녀보살은 내게 거침없이 말을 붙여왔다.

ㅡ 뒤에 구석진 곳을 비춰보세요.

선녀보살의 말대로 구석진 곳을 비추자 그을린 자국 안에 작은 손바닥이 여럿 찍혀있었다.

그 손바닥 자국은 아이인지 어른인지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지문과 손바닥 주름이 적나라하게 찍혀있었다.

“웁...”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내가 자세히 못 들여다본 걸까.

그제서야 보이는 손바닥 자국은 마치 불이 났을 당시 치열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여기저기 사정없이 찍혀있는 것은 둘째치고 긁혀있는 모양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 정도의 손바닥 자국은 이상하다.

집 안에 불이 났다 해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만한 구조이긴 한데...

혹시 누가 장난질을 한 걸 수도 있으려나?

그때.

탁!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워어! 뭐야?”

하지만, 소리가 난 곳은 문 반대편인 구석 모퉁이. 즉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순간. 옆에 조용히 따라왔던 쥐포가 갑자기 그 방향의 벽을 박박 긁기 시작했다.

샤샤샤샥! 샤샤샤샥!

“쥐포 왜 그래! 하지마. 무섭게...”

ㅡ 고양이가 방송 다 하네 ㄷㄷㄷ

ㅡ 고양이 이름이 쥐포임?

“쥐포야 하지 마! 하지 마!”

쥐포는 나의 기분 따윈 상관하지 않는지 이번엔 허공에 대해 하악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악!

아. 시바... 괜히 데려왔다. 저놈.

든든할 줄 알았더니 공포감을 배로 심어주고 있다.

그나저나 기분이 왜 이러지.

머리에 살짝 두통이 생기는 것은 물론,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하는 것 같다.

시팔... 이거 빙의 증상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나는 빛살같이 쥐포를 옆구리에 끼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러면서 소리치듯 말했다.

“시발! 형님들 여긴 아닌 것 같아요. 다음에 제가...”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10분간 버틸 때마다 만 원.

내 걸음이 반사적으로 멈춰졌다.

뭐라고...!? 만 원!?

“형님들. 절대 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말과 함께 내 몸은 이미 집 쪽을 향해 틀어져있었다.

띵동.

[ 귀신집에히터틀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여윽시 금융 치료.

나는 검지를 들어 좌우로 흔들어줬다.

그리고 방 안으로 몸을 다시 집어넣었다.

- 손가락 떠는 거 봐라 ㅋㅋㅋㅋ

- 저것도 연기면 레전드다 진짜 ㅋㅋ

“몸이 안 좋지만, 형님들이 간절히 원하셔서 더 해볼게요.”

그을린 방구석 모퉁이에 쥐포가 얌전히 앉아있다.

실컷 긁었는지 그 방향만을 보며 귀를 세워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언가가 움푹 파인듯한 모양이 마치 미닫이문을 형상케했다.

“이거 뭐지?”

하며 살짝 벽에 힘을 주자.

탁!

끼이이익-

벽이 옆으로 스르륵 열렸다?

놀란 마음에 손전등으로 천천히 안을 비추는데...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와아아악!!! 쥐! 쥐!”

그 뒤로 벽이 서서히 열리며, 드러난 3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에 나는 순간 몸이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괴기스러움 그 자체.

정체 모를 수많은 사진들과 양초들이 방 전체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

그곳엔 아직 상하지 않은 과일들도 군데군데 위치해 있었다.

ㅡ 뭐야. 누가 제사 지냈었던 건가?

ㅡ 근데 엄청 오래됐을 텐데, 어떻게 과일은 하나도 안 썩음? 쥐도 있었잖아요 방금.

ㅡ ㅅㅂ 진짜 신박한 주작이네 ㅋㅋㅋ

- 주

- 작

- 주

-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그때.

나는 누군가 등을 쓸어 만지는 소름을 느끼며 손을 세차게 저었다.

“형님들! 진짜 주작 아니에요! 아닙니다 진짜!”

사람의 영정사진까지 걸쳐있었다.

나는 손전등을 영정사진을 비추며 얘기했다.

“할아버지...?”

그때. 한구석에 이상한 상자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손이 벌벌 떨려올 만큼 무서웠지만, 궁금함에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니. 문득 든 생각에 나는 손을 거두어들이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뒤돌아보지마라탕 형님, 10분 지나지 않았나요? 10분씩 지나면 만원 주신다고...”

- 3분도 안 지남

- 이 새끼 돈무새네

- 아직 한참 남음.

- 4분 지났다고!!!!

“아... 죄송합니다 형님들. 1초가 10분 같이 느껴져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이었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 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조심스럽게 그 상자에 손이 닿는 순간.

끼이이이. 탁! 탁!

내가 처음 들어왔던 한옥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ㅡ 어? 뭐야? 지금 문 혼자 닫힌 것 같은데?

ㅡ 와. ㅅㅂ 오늘도 레전드 하나 찍나.

- 호들갑 떨지 마라. 바람 때문에 닫힌 거임

- 바람 ㅇㅈ

문지방을 탁탁거리던 문은 기꺼이 나를 안에 가두고 닫혀버렸다.

쾅!

“어어어어...? 뭐야... 형... 형님들. 저 좀 살려...”

그 순간. 내 귀에 대고 크게 누군가가 소리쳤다.

[ 나$!%가! ]

“와아아악!”

놀란 마음에 쥐포를 끌어안고 순식간에 그 집을 뛰쳐나왔다.

집에서 뛰쳐나온 나는 집을 향해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정말 숨도 쉬지 않고 뛰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달리고 있는 내 입에서 ‘죄송합니다’와 ‘시발시발’ 소리가 저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ㅡ 갑자기 뭐 보고 뛰는 거임?

ㅡ 와... 비제이 갑작스러운 행동에 내가 놀래서 핸드폰 떨어트렸음. 왜 그런 거예요?

ㅡ 그나저나 bj 양반. 달리기가 무슨 볼트 수준이네.

ㅡ 화면 ㅈㄴ 어지럽네

ㅡ 아니. 무슨 흉가 BJ 라는 놈이 이렇게 쫄보얔ㅋㅋㅋㅋㅋ

“헉... 헉...”

족히 1km가 넘는 그 거리를 순식간에 달려 집 앞 두 갈림길에 도착했다.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분명 여자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할머니 목소리 같았는데...

후들거리는 다리와 팔을 제 자리에서 진정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들으셨죠? 들으셨죠? 대답 좀요.”

라며 얘기하고 채팅창을 둘러보지만, 그 소리는 나에게만 들렸던 모양이다.

굉장히 성난 할머니의 목소리.

소름 끼치게 갈라지는 그 소리를 말이다.

차라리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덜 무서웠을 것이다.

어쨌든 살아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순간 뛰쳐나오며 뒤를 돌아본 그곳에는 사람 따위는 없었다.

나는 아직도 온몸에 가라앉지 않은 소름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저긴 다신 가지 말아야겠다고.

시청자들에게 부탁했다.

“형님들. 오늘은 아무래도 더 이상 안 되겠어요...”

- 개쫄보.

- 이래서 돈 벌겠냐?

- WWWW

- 나락. 나락. 나락.

- 근데 방송내용 은근 ㅈㄴ굵고 재밌었음 ㅋㅋㅋ

- ㅇㅈㅇㅈ

-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ㅇㅋ. 오늘은 이만 하면 됐음.ㅋㅋ 내일 또 갑시다.

나는 꾸벅꾸벅 인사를 건넸다.

“마라탕 형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목소리 못 들으셨어요?”

진짜 나만 들은거야?

시부랄. 저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갈 거다.

저 방향으로는 침도 안 뱉을 거고, 오줌도 안 쌀 거라고.

“혹시 저기 말고 다른...”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내일 저 흉가. 미리 선입금 합니다.

시발 새끼...

하지만 이내 추가적으로 핸드폰에 울리는 알람을 확인하고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생신날 D-4. ]

나는 세상이 떠나갈 듯 한숨을 크게 한번 쉬었다.

“하...”

그래. 조금만 더 참으면 우리 엄마에게 예쁜 생신 선물을 해드릴 수 있다.

무릎을 짚고 있던 몸을 반듯하게 세운 나는, 화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형님들. 내일은 더 열심히 해볼게요. 기대하십쇼.”

돈 앞에 장사 없다.

자본주의가 만든 괴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손을 흔들며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오늘 후원 금액을 보며 웃음을 짓다가, 소리의 정체의 생각에 소름이 돋다가, 억지로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나를 급히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아무렇지 않게 눈을 비비고 엄마가 든 무언가를 보는데...

“...”

나는 온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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