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산속 폐가. 1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중.
나는 놀라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그 기사는 불과 며칠 전.
내가 폐건물에서 겪었던 일의 내용이 떡하니 쓰여 있었다.
[ 전설의 킥복서 함대필. 폐건물 지하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
[ 그는 사고로 떠난 옛 연인의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결국 같은 장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 ]
사실 이 기사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 기사에 나오는 주인공이 나라는 걸 단 번에 알아차렸다.
얼굴만 가까스레 모자이크 된 채로 내 얘기가 노골적으로 쓰여 있었으니까 말이다.
[ 함께 발견된 고등학생. 알 수 없는 번호의 제보로 기적적으로 구해졌다.
이 학생은 폐건물에 방송을 하러 들어갔다 기절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소아마비 후유증과 지독한 근시를 앓아왔던 것으로 밝혀진 이 학생은 발견되었을 당시 모든 병이 말끔하게 다 나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그 당시 이 학생을 진료했던 김진필 의사의 말로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특이 케이스라고 설명하였다. 또 그는 자신이 근무했던 30년간 처음 겪은 일이라고 답변했다. ]
***
그 후.
뒷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녀석들의 태세가 아주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몇 번이나 시비를 붙여왔지만, 바닥을 기어 다니는 건 녀석들이었다.
그 후로 시비 거는 일이 없어지고 오히려 녀석들이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 모든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와 아이들을 괴롭혀왔던 박필준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폈다.
어쩌다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칠 때면 빛의 속도로 고개를 푹 숙여댔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분위기는 180도 달라져버렸다.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는 애들이 생겼고, 뜬금없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아이들도 생겼다.
아이들도 내 덕분에 일진 녀석들에게 지배당했던 그 공포에서 해방된 것이다.
그 덕분에 나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 같은 걸 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 공포에서 헤어 나와 반 아이들과 잘 융합했으면 좋았으련만.
나의 한결같은 소녀 마음은 여전했다.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이 벌벌 떨어대는 모습을 분노한 모습으로 착각해 그 자리를 얼른 피하기를 수 십 번.
박필준에게는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 온종일 눈치를 봐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랄까...
몸은 이렇게나 강해졌는데, 왜 대체 담력은 그대로인 것일까.
나의 최대 문제이자 숙제다.
나는 내 스스로의 공포증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 공포증은 공포의 감정이 강박적으로 특정 대상에 결부되어 행동을 저해하는 이상반응으로서, 공포의 대상에 따라 다양한 공포의 유형이 있을 수 있다. ]
높은 위치에 대한 두려움은 고소공포증 (acrophobia).
열린 곳이나 공공장소에 대한 두려움은 광장공포증 (agoraphobia).
밀폐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은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
낯선 곳이나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은 제노포비아(xenophobia).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어둠 공포증(nyctophobia).
나는 검색 결과를 쭉 둘러본 후 턱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턱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부랄. 아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해당이네.”
이 말은 즉, 흉가 BJ로써 제일 취약한 약점만 갖고 있다는 셈이다.
아니. 그런데 꼭 흉가 컨텐츠를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다른 컨텐츠 구상을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 머리를 굴릴 때마다 핸드폰에 울리는 알람과 댓글들이 내 발목을 잡아댔다.
ㅡ 이번에는 제대로 된 폐가 하나 추천드립니다. 5만 원 총알 대기 중.
ㅡ 저도요.ㅋㅋ 밥 값 아껴서 모아두고 있습니다. 개꿀 잼 예상.
ㅡ 흉가 방송 언제 하나요? 답 없으면 구독 취소하고 다른 동네 갑니다.
곧 있으면 어머니의 생신이 다가온다.
나 때문에 평생 그 고생을 자처하신 어머니.
이제부터 내가 해드릴 거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스케줄을 살피기 시작했다.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너무 제한적인 게 많았다.
언제 어디가 적당할까?
잠시 후. 나는 방송을 틀어 단골 시청자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의견수렴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나도안무섭네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그 뒤로도 순식간에 나의 애청자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그들에게 곧장 질문을 쏟아부었다.
“혹시, 흉가 방송으로 어떤 장소가 좋을지 궁금해서요. 잠시 물어보려 방송을 켰습니다.”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쏟아냈다.
ㅡ 폐공장이나 폐병원 같은데 어때요?
극히 사절이다.
며칠 전 그 좁은 폐건물 속에서도 기절을 했었던 몸이다.
“아마 그 넓디넓은 공간에 갇혀 있는다면 대한민국의 세세한 지역 지도를 바지에 그릴걸요?”
ㅡ 주위에 산 없나요? 산속 폐가가 음기가 강하다던데.
“산 속 폐가요?”
폐가라면 우리 집에서 멀지 않게 널려있다.
하지만, 산속에 있는 폐가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까지 물어가며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순간 밤늦게 엄마를 마중 나가기 위해 걸었던 길이 떠올랐다.
“어? 그래 맞아. 산속에 폐가가 있어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갈림길 그 반대편으로 500m 넘짓 넘어 보이는 그 길을 따라가면 낡아 부서지기 직전인 산속 폐가 하나가 명확하게 보였다.
주위에 아무 건물이나 집도 없이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한 집.
하지만, 그 집을 들어가기 위한 길은 이미 발길이 끊겨 풀이 무성히 자라있는 상태로 기억한다.
집주인이 이사 가면서 값어치가 없는 집을 그대로 두고 가버리는 경우였다.
그곳은 아주 적당했다.
시청자의 기대치를 채우기에도.
그리고 일진 애들에게 끌려갔던 곳과는 다르게, 사건사고도 일어난 적이 없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 폐가는 멀리서 대충 보아도 10평 남짓의 크기로 매우 작은 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간을 체크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저희 집 뒷 쪽 산기슭에 폐가 하나 덩그러니 있는데, 그럼 거길 한 번 가볼게요. 어떠세요?”
사람들의 반응은 다행히도 좋았다.
이제 보니 이들은 그저 내가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보고 싶어 하는 걸 수도.
ㅡ 콜. 언제 가나요? 방송 시간 미리 불어요. 좋은 말로 할 때.
ㅡ 당연히 혼자 가겠죠? 주작하다 걸리면 손모가지입니다.
ㅡ 오... 대박 기대된다. 기저귀 준비 완료.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엄지를 들어 치켜세웠다.
“네. 저녁 12시. 주작 같은 건 없습니다. 기대하십쇼.”
라며 당당하게 외치고 브이까지 만들어 보이며 방송을 껐다.
막상 시청자 앞에서는 온갖 센 척을 해댔지만, 내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거렸다.
“휴... 시부랄... 결국 또 가는구나.”
나는 남은 시간 동안 집에서 가부좌를 틀고 변하지 않는 심신을 단련했다.
***
현재 시각 11: 40분.
어머니가 잠드셨을 그 시간에 나는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후... 가볼까?’
집 앞 갈림길.
그곳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이 없는 반대편 갈림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걱정 반, 기대 반, 심박수가 급하게 늘어나며, 딱 한 걸음 내디뎠을 그때.
탁!
누군가가 내 발을 잡아끌었다.
“와악! 뭐야?”
손전등으로 비춘 그곳에는 누런색의 네 발 달린 동물이 내 다리 옆에 딱 붙어 몸을 비비고 있었다.
“쥐포. 너 언제 따라 나온 거야?”
역시나 고양잇과 답다.
집에서 나왔을 때도, 이 길을 향해 걸어오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비포장도로인데다 그 고요한 밤에 돌 하나, 풀 하나 잘못 밟아도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곳이었으니까.
“같이 와줘서 든든하기는 한데, 나 좀 안 놀래키면 안 되냐 너.”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쥐포가 입을 열었다.
냐오옹.
나는 씩 웃으며 방송을 켜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찾아갈 폐가를 멀리서나마 확인하려는데...
어? 불이 켜져 있다?
뭐야. 버려져서 사람이 없는 집 아니었어?
나는 허탈함과 함께 급하게 방송을 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30명이라는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들어오자마자 기대에 잔뜩 차 채팅에서 떠들어대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ㅡ 오. 방송 시작한다! 대박이다!
ㅡ BJ 양반. 오늘 단단히 지릴 준비하셨나?
ㅡ 지금 가고 있는 중인가 보네요. 으. 가슴이 웅장해진다.
하지만 나는 저 멀리 불이 켜져 있는 폐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형님들. 죄송한데 제가 말했던 폐가가 사람이 사나 보네요. 지금 가고 있는데 불이 켜져 있...”
어? 다시 보니 불이 꺼져있다.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켜져 있던 불이 다시 꺼져있다.
나는 두 눈을 비비고 몇 번 깜빡이고 나서 다시 폐가를 바라봤다.
여전히 꺼져있다.
혹시 집에 있던 사람이 지금 막 불을 끈 건가?
아님 내가 잘못 본 건가?
ㅡ 무슨 갑자기 불 타령? 어머머. 저 연기하는 거 보셈. 남우주연상 감일세.
ㅡ 일부러 가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 아님?
“아니에요.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켜져 있었는데...”
그 순간. 섬뜩한 예감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설마 아니겠지...?
띵동.
[ 선녀보살 님이 1,000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고양이는 잘 있나요?
어라. 선녀보살이다.
나는 바닥을 비추며 쥐포를 보여주었다.
“네. 덕분에요.”
ㅡ 끝까지 책임지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나저나 아까 있었던 현상을 선녀보살에게 물어볼까?
나는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을 잔뜩 신뢰하고 있다.
뭐. 당연히 전에 받은 십만 원 때문은 아닌데...
나는 폐가에 도착하기 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혹시. 선녀보살님. 영적인 존재들이 불을 켜거나 끌 수도 있을까요?”
제발. 그런 건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해주세요.
선녀보살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해왔다.
ㅡ 네. 가능합니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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