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3화 (3/225)

공포의 첫 폐건물. 3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찾아왔지만 낮에 보는 폐건물도 여전히 음산해 보였다.

아니. 오늘은 유독 더 습해 끔찍한 느낌까지 들었다.

어제는 공포에 너무 심하게 질린 데다 녀석들이 함께 있어 느끼지 못했지만.

바람에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떨어대는 소리.

그리고 새들이 울어 대는 소리는, 낮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때.

쾅!

“웁.”

정체 모를 소리에 놀라 급하게 몸을 숨겼다.

다행히도 순간적으로 입을 틀어막은 덕분에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뭐지?

건물 입구 쪽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뭐야 사람인가?

나는 재빨리 몸을 숨겨서 건물 입구 쪽을 바라봤다.

어제 이후로 시력이 좋아진 탓에 먼 거리에서 선명하게 확인이 가능했다.

이후 조심스럽게 입구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다.

뭐야. 들어가기 전부터...

근데 웬일인지 활짝 열려있는 문이 눈에 띄었다.

누가 왔다 간 건가?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12 : 55분.

혹시나 하는 마음에 20분간을 그대로 멈춰 지켜봤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건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어제의 그 지하실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한창 더운 대낮인데도 한기가 느껴지는 지하실.

아까부터 사시나무 떨 듯 떨려오는 내 다리는 멈출 생각이 없다.

미친 듯이 콩닥거리는 내 심장도 마찬가지로.

체력도 그렇고 시력도 말도 안 되게 좋아졌는데, 왜 담력은 그대로인 거야?

이거 또 기절 먼저 해버리는 거 아닌지 걱정이긴 하다.

그렇게 지하실 입구에 다가서는데.

내 코를 자극하는 무언가의 냄새가 슬슬 흘러 들어왔다.

“윽... 뭐야? 이 냄새.”

맡아본 기억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썩어가는 냄새라는 걸 인지했다.

나는 천천히 그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설마 그 사이에 또 사람이 죽은 건 아니겠지?

아니면 내가 몰랐던 시체가 또 있었던 건가?

나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곳에 손전등을 비췄다.

“...”

고양이?

이게 도대체 무슨...

나는 충격적인 그 모습에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한 마리였으면 이해했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려있기에 지금껏 봐왔던 사체의 수도 무수히 많았으니까.

하지만 5마리씩이나... 그것도 한곳에서 뭉쳐 죽어있었다.

어미 고양이로 보이는 한 마리와 새끼로 보이는 4마리.

“윽... 고양이 가족이 다 죽은 건가?”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쓸데없는 괜한 상상으로 공포만 늘어난다.

나는 급하게 그 고양이 사체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창고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잔뜩 찌푸려지는 인상을 애써 풀며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그때.

쾅!

“와아아악!”

건물 전체가 울리는 큰 소리에 입을 틀어막을 새도 없이 자빠져 버렸다.

그건 분명 건물 들어서기 전, 밖에서 들었던 소리와 같았다.

게다가 무언가에 걸려 내는듯한 둔탁한 소리까지 냈다.

맞아.

아까 로비에 잡다한 물건들이 많았다.

이건 분명 로비 정문 그 둔탁한 물건들에 부딪혀 내는 소리다.

그럼 아까도 똑같이 그 문이 닫혀서 소리가 났던 건가?

하지만 아까 문은 활짝 열려 있었잖아.

...어? 진짜 사람이 있는 건가?

“누구 있어요!?”

큰 소리로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다.

나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방송을 켰다.

아직 수사 중인 이곳에서 위험한 행동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쫄려서 켜는 거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나는 장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배터리도 92%. 보조배터리까지 챙겨와서 충분하다.

나는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거리며 영상 촬영 문제가 없는지 확인 중이었다.

띵동.

“어우. 뭐야?”

[ 하나도안무섭네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ㅡ 어제 주작질땜에 바지에 오줌 지림. 대체 그 목소리는 어케 낸거임?

어제 내 방송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사람이다.

그나저나 들어오자마자 주작 의심이라니.

나는 염라대왕이랑 면담까지 할 뻔했는데 시부랄놈이.

“주작 아니에요. 그런 거 할 줄도 모르고...”

그때였다.

밀물 들어오듯이 시청자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6명.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의 닉네임이 낯설지 않다.

뒤돌아보지마라탕, 귀신빤스, 흉가체험삶의현장 등등.

들어오자마자 채팅창에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ㅡ 흉가 BJ들은 주작 말고 다른 컨셉은 없음?

ㅡ 근데 얘는 무슨 대낮에 흉가 방송을 틈?

ㅡ 주작주작주작주작 주작질좀 그만해라.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채팅창을 뒤로하고 살며시 카메라를 위로 올렸다.

그때.

“와아아아아악! 씹... 뭐야!”

너무 놀란 나머지 평소에 뱉지 않던 욕까지 뱉었다.

카메라를 들자마자 저 멀리 검은 형체가 슥 하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벌벌 떨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렸을 적 친구 따라 간 교회에서 배웠던 주기도문을 어설프게 외워댔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우리에게 먹을 것을 사다 주시고... 기절 안 하게 해주세요. 아멘.”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올렸다.

잘못 본 건지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다.

“휴...”

그나저나 감사제를 지내기 전에 심장마비로 내가 귀신이 될 것 같다.

호흡을 가다듬고 채팅창을 둘러보는데 여긴 이미 난리가 났다.

ㅡ 우리에게 먹을 것을 사다주시고랰ㅋㅋㅋ존나웃곀ㅋㅋㅋ

ㅡ 아니. 근데 뭘 보고 저러는 거임?? 나만 못 봤나??

ㅡ 나도 못 봄. 걍 쇼임.

이 자식들이...

나는 어제 있었던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이 방송을 켜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좀 전달하려고요.”

이 말을 건넨 후 나는 초와 라이터, 그리고 돈이 없어 겨우 준비한 포와 사과 하나를 꺼냈다.

소주 한 병과 종이 잔까지.

그리고 정성스럽게 종이접시에 담아 가지런하게 놓은 후.

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탁! 탁!

하지만, 어째서인지 라이터가 켜지지 않는다.

라이터의 가스도 가득, 혹시나 해서 오기 전에 작동 확인도 해봤었다.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왜 하필 지금 여기와서...

그때.

띵동.

[ 선녀보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ㅡ 지금 계신 곳에서 동서남북으로 목 인사를 건넨 후 켜보세요.

선녀보살?

무당인지 컨셉인지도 모를 사람이 뜬금없이 조언을 건네왔다.

사리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라, 그 사람의 말에 따라 네 방향으로 목인사를 건넸고 조심스럽게 라이터에 손을 가져다댔다.

탁!

어?

정말 불이 켜졌다. 뭐야 이거?

그러고 보니 저 선녀보살.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지하로 가달라고 했던 장본인이다.

그 때문에 기절까지 했던 것이고.

뭔가 찜찜한 느낌이 잔뜩 들었지만, 그 리얼리티 한 광경에 채팅창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ㅡ 대박. 이거 뭐냐 ㅋㅋ 이것도 주작이 가능한가?

ㅡ 일부러 부싯돌 살짝 튕겨서 그럴 수도.

ㅡ 근데 저분 진짜 무당 아님?

동서남북으로 인사를 건네고 켜지는 현상에, 이젠 라이터까지 무서워진다.

난 절을 하기 위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지금 내 몸의 변화를 가져다준 이 사실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귀신이시라면 저에게 달라붙지 마시고, 아니어도 달라붙지 말아 주세요. 제가 정말 귀신을 무서워하거든요. 저번에 뵀을 때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이 멀쩡한 두 다리와 시력으로 저보다 약한 사람에게 행복을 드리며 살겠습니다.’

“아멘.”

짧은 감사와 기도가 끝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의 후원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띵동.

[ 흉가체험삶의현장 님이 100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자. 이제 본격적인 주작질 하시나요?

“주작 안 한다니까요. 그런 거 저 할 줄 몰라요.

라는 해명에도 사람들은 어지간히 나를 괴롭혀댔다.

그나저나. 얼떨결에 시작해 이번이 두 번째 방송인데.

후원이 꽤나 쌓이고 있다.

시청자도 벌써 25명에서 30명을 꾸준히 찍고 있으며, 후원금액도 벌써 4만 원씩이나...

신기했다.

그저 어머니가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해서 번 월급으로 용돈을 받아 타 쓰기 바빴다.

다리가 아프고 시력이 안 좋아 어떠한 일도 소화를 못한다는 핑곗거리가 있긴 했지만, 이제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나로서는 정말 비참하고 한심스러운 고민거리였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나는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 나이 19살.

정말 기회가 된다면 진심으로 어머니에게 따뜻한 선물을 하나 해드리고 싶었다.

다 떨어진 구두 하나로 5년을 넘게 걸어 다니신 어머니를 위해 구두 한 켤레라도...

띵동.

“와악!”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500 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불 다 끄고 1분 동안 휘파람 불면 만 원.

“...”

지금 서있기도 힘든데 불 끄고 휘파람이라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근데... 혹시 지금 만 원이라고 했어?

평소 가지고 있던 귀신에 대한 공포는 돈 만 원에 잠시 잊혔다.

나는 채팅창 화면에 다급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형님들.”

어정쩡하게 시간 끌면 더 무서울 테니 얼른 끄고 초 세자는 마음으로 손전등을 껐다.

탁!

이제 막 휘파람을 불려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자고로 어두운 곳에서는 휘파람은 영적인 존재를 부른다는 괴담이 있던데...

게다가 여기는 한두 명도 아니고 스물두 명이나 죽었던 곳이라고...

괜한 상상에 오싹한 기분이 들자 고개를 두세 번 훅훅 휘저었다.

그리고 볼에 힘을 잔뜩 주고 미션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히히히...”

고요한 지하실에 휘파람이 울려대니 기이한 소리가 되어 흘러 퍼졌다.

그때.

쿵!

“와아아아악! 씹. 누구세요!?”

누군가가 내 옆에 있던 벽을 크게 두드렸다.

이곳은 사방이 막힌 그저 방 한 칸짜리 지하실인데...

순간 놀라 손전등을 켜고 사방을 살폈다.

간은 콩알 딱지만 해졌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형님들. 형님들. 못 들으셨나요? 벽에서 소리가...”

ㅡ 겨우 5초 지났어요. 그리고 뭔 소리가 들렸다는 건지...

ㅡ 하여튼 간 표정 연기는 세계 최고임. 칭찬함ㅋㅋ

ㅡ 빨리 나머지 55초 하세요.

너네는 망할 놈들아 집에서 빤스 입고 누워서 영상으로 보고 있잖아.

난 이곳에 직접 와있다고. 시부랄...

하지만, 그 하소연이 시청자에게 닿을 리는 없다.

하... 정말 잘못 들은 건가?

나는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다시 손전등을 껐다.

탁!

“휘이이이히히히...”

그렇게 40초... 50초... 이제 막 1분이 다 되어 가려는데.

어디선가 나와 겹치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휘이이이히히히...”

“휘이이이히히히...”

그 소리는 시청자들 귀에도 닿아버렸다.

ㅡ 뭐야? 이 소리? 휘파람 소리 두 개 들리지 않음?

ㅡ 헐. 소름. 나도 들음. 옆에 누구 있네! ㅅㅂ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재빨리 손전등을 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소리가 난 곳을 비추며 물었다.

“누구야!? 있으면 제발 장난하지 마세요...”

그 순간.

쿵. 쿵.

정체 모를 소리가 내게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그때.

기이한 소리를 내며 지하실 문은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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