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첫 폐건물. 1
창밖으로 사계절 푸른빛이 도는 바다가 보이고, 학교 종소리만큼이나 뱃고동 소리가 자주 울려 퍼지는 남쪽에 위치한 어느 어촌마을이었다.
나의 삶은 선천적으로 평범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말이다.
4.7킬로. 비정상적인 많은 몸무게로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를 괴롭혔으며.
지독한 근시로 인한 시각장애.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두통으로 밤새 울며 엄마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만성두통.
전체 인구의 약 95%가 한 번 이상 앓으며 1년에 약 60%가 호소하는 증상.
하지만 대부분의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원발두통이다.
여러 번의 검사에도 이렇다 할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는 내 결과를 보고, 대한 성심병원 신경과 김 교수의 말은 이러했다.
[ 병원에 오는 원발두통 중 가장 흔한 원인인 편두통은 편두통이 없는 사람들보다 뇌가 민감한 편이에요. 그래서 이런 민감한 것은 CT나 MRI에서 나타나지 않아요. 그보다 심각한 건... ]
김 교수는 한 호흡을 멈추고 크게 쉬고선 나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려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소아마비 후유증입니다. 평생 다리를 절으며 살아야 합니다.”
의사의 이 말을 끝으로 어머니는 다 본인 탓이라고 미안하다며 나를 끌어안으셨다.
나는 혼자서는 해결을 못 하는 일들이 허다하게 생기곤 했다.
그 때문에 어머니는 일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고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내 앞에서 인상 한번 찌푸리는 모습이 없었다.
항상 웃고 계셨다.
흔히 말하는 천사의 표본.
내게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어머니와 같은 아버지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기억에 아버지는 없다.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나.
그 때문에 어머니는 홀로 나를 키우시느라 밤 낮으로 일을 하셔야 했다.
아침엔 공장, 저녁에는 식당 일까지.
그래서 난 항상 혼자였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에도 나는 사는 게 즐겁지 않았다.
넓은 운동장에서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기 바쁜 나이에는 뒷마당에서 언제나 친구들 심부름을 하며 얻어맞기 바빴다.
밥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찬으로 나온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친구들에게 빼앗겨야 했고, 남은 푸른 풀때기로만 밥을 삼켜야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밥을 삼키고 있는데 한 친구가 다짜고짜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박필준이라는 같은 반 아이였는데 소위 말하는 일진의 무리 중 대장 역할을 하는 아이였다.
“이 다리병신을 데리고 오늘은 뭘 해야 할까나?”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입에 넣었던 반찬이 도로 입 밖으로 튀어 흩어졌다.
나는 흩어진 음식들을 그대로 입에 주워 넣으며 대답했다.
“오늘은 좀 쉬면 안 될까.”
“뒤질래? 쉬긴 어딜 쉬어.”
나는 안경을 고쳐잡고 얘기했다.
“오늘 집 청소를 해야...”
“너 집도 있었냐? 아. 그 폐가?”
우리 집은 마을 한구석에 있었다.
지은지 오래된 건물이라 유난히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내는 건물이었다.
어려서부터 많은 질환을 앓고 있는 나를 치료하느라 굉장히 많은 비용이 나가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집이었다.
매매 가격이 채 2천만 원도 되지 않는 허름한 집.
하지만 이것도 월세.
500에 13만 원.
집의 크기는 사람 둘이 누우면 꽉 차는 방 한 칸의 공간의 원룸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불 잘 들어오고 한 겨울에 보일러 잘 들어오는 엄마와의 소중한 내 집이었다.
그런 집을 녀석들은 폐가라고 놀려댔다.
박필준은 뭔가 재미난 게 생각났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야. 너 새벽에 전화하면 나와라.”
***
공포.
공포란 위협이나 위험에 대한 감정 표현을 얘기한다.
말 그대로 생물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강력한 감정.
숨 쉬고 먹고 죽는 생물이라면 유전자 단위에 그 기원을 두는 무지막지한 개념이다.
공포에는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해 병적인 것을 공포증이라고 한다.
공포에는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유독 취약한 공포의 종류는 귀신이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개 쫄보... 귀신이 특히 너무나도 무서웠다.
새벽 1시 44분.
내가 박필준의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다리를 끌며 달려온 곳은 큰 철문 앞이었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는 박필준을 포함해 네 명의 일진 무리들이 담배를 피우며 떠들고 있었다.
박필준이 나를 발견하고 얘기했다.
“어. 저 새끼 왔다.”
아이들이 피우던 담배를 땅에 버리고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왔냐?”
그들은 두꺼운 철문 앞에 섰다.
그리고 나를 보며 얘기했다.
“밀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철문에 붙어 힘껏 밀기 시작했다.
어찌나 무겁고 두꺼운지 두 명이 더 붙으니 조금씩 움직였다.
끼이이익.
귀를 꽂히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문이 열리자 박필준은 내 등을 떠밀었다.
“들어가자.”
오늘은 또 어떤 몹쓸 장난을 치려는 걸까.
나는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박필준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딘데...”
박필준은 대답 없이 씩 웃기만 했다.
가로등에서 벗어나자 새카만 암흑이 내 시야를 모두 가려버렸다.
걸음이 서툴고 눈이 나쁜 나는 길에 자꾸 넘어졌고.
그제서야 박필준은 내 손에 자그마한 손전등을 쥐여줬다.
손전등을 건네받고 앞을 비췄을 때였다.
내 앞에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한 분위기에 폐건물이 드러났다.
온통 곰팡이로 뒤덮여 새카맣게 도배가 된 건물.
어찌나 습한지 8월 말의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그 기운은 곧 나를 덮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
입구를 비추니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름 끼치는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는 게 보인다.
양초부터 시작해 오색 옷들, 방울이 여러 개 달린 물건과 날카롭게 갈린듯한 칼날까지.
뭘 했길래 저런 게 있는 걸까?
그나저나 아까는 몰랐지만 이상하게 저 건물이 낯설지 않다.
왠지 기억 속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듯한 모양새들...
자세히 기억을 더듬으며 손전등으로 이곳저곳 비춰보자 천천히 퍼즐이 맞춰졌다.
이곳은 말로만 들었던 마을에서도 흉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건물’ 이라는걸.
무리들 중 하나가 건물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야... 씨발. 존나 으스스하네.”
이미 싸늘하게 죽은 건물이 된 지가 10년.
여러 가지 용도로 건물이 사용되었지만, 매번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고가 이어졌다고 했다.
화재, 병사, 살인,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사까지.
좋은 기를 가진 무당도 살려보겠다고 들어왔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의문사했다고...
이곳은 이미 전국적으로도 소문이 자자했다.
그 때문일까...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박필준이 물었다.
“여기서 몇 명 죽었다고 했지?”
무리 중 하나가 대답했다.
“이번 자살까지 21명인가...”
공포 그 자체였다.
발을 들이기만 해도 시체가 되어 실려 나갔다고 하는 곳이었다.
그때. 박필준이 내게 물건 하나를 더 건넸다.
바로 휴대폰 거치대.
아이들의 목적이 대충 예상된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박필준에게 얘기했다.
“제발... 나 이런 거 못해...”
나는 유독 겁이 많았다.
녀석들이 어두운 창고에 가둬놨을 때는 몇 번을 기절을 했는지 모른다.
극도로 긴장한 몸과 두려움에 내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녀석들은 나와 반대로 겁이 없었다.
그저 실실 웃으며 내게 장난칠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잔뜩 번져있었다.
녀석들은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잡아세우며 얘기했다.
“내가 오늘 널 최고 BJ로 만들어줄게. 킥킥.”
나를 일으켜 세운 박필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나를 다시 앞장세웠다.
그리고 건물의 입구로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흰 종이에 새빨간 색상의 스프레이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 절 대 출 입 금 지 ]
하지만, 박필준은 그 새빨간 딱지에 침까지 뱉으며 떼어버렸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내게 얘기했다.
“야. 방송 켜봐.”
내가 조금 망설이자 사방에서 발길질과 주먹이 날라왔다.
그렇게 한참을 맞고 나니 박필준이 손짓으로 애들을 멈췄다.
“우리가 방송 모니터링 계속할 거니까 끄면 뒤진다.”
“그리고, 시키는 건 다해.”
박필준은 내 얼굴을 툭툭 치며 얘기했다.
“대답.”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알... 알겠어.”
대답과 동시에 문 안쪽으로 힘껏 나를 밀어 넣었다.
“재미있게 잘해라?”
박필준은 문을 힘차게 닫았다.
그리고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암흑만이 가득한 폐건물에 혼자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다.
온몸이 떨려왔다.
수시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 같지만 가까스레 참아내고 있다.
고개를 내려 핸드폰 배터리를 확인해 보니 54%.
다행히도 아이들은 배터리까지는 확인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배터리만 다 쓴다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큰 용기를 내어 방송을 켰다.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방송을 켜자마자 녀석들은 번개같이 내 방송에 들어왔다.
ㅡ오. 존나 잘 나온다. 개쩔어.
ㅡ야. 나 박필준인데 방송 제목 바꿔봐. 음... 구촌동 유명한 흉가 체험으로.
ㅡ시발.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ㅡ빨리 올라가 봐. 2층으로.
“헉... 헉...”
숨도 쉬기 벅찬 내 목소리에도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명령했다.
녀석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노예 방송인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첫 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8명... 13명... 18명... 그렇게 결국 32명째.
사방을 휙휙 돌아보는 극도로 긴장한 내 모습을 보며 채팅창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고요하게 정적만이 흐르는 복도를 걸어갈 때였다.
[ 하나도안무섭네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ㅡ 오. 추억의 흉가체험! 꿀잼입니다. 일단 구독. 알람설정박아요.
“와아악!”
알람 소리에 내가 놀라자빠지자 사람들은 깔깔대며 웃어댔다.
난 다리가 후들거렸고, 너무 무서워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후원 알림 창과 함께 올라오는 박필준의 압박 채팅에 이를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 선녀보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ㅡ 지하실로 가보실래요?
[ 박필준 : 빨리 안해? 내일 진짜 뒤져볼래? ]
온몸에 경련이 올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두려운 건, 거절했을 시 내일 마주칠 녀석들의 얼굴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뗐고 곧장 지하실로 향했다.
잠시 후.
내려간 지하에는 차가운 한기가 점점 전해졌다.
마치 냉동창고에 들어온 것처럼.
내 목덜미와 팔 다리에 아주 싸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때마다 뒤돌아 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다.
왠지 모르게 온몸이 무거워지고 어깨가 짓눌리는 느낌이 강해지며 몸이 지쳐가고 있었다.
나는 남은 배터리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배터리 44%. 시청자 44명.
그런데 그때.
띵동.
다시 한번 시청자의 후원 알림이 울렸다.
후원 알림 창에 시선을 옮겨 내용을 읽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나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내리며 앞을 비추었고.
쿵.
알 수 없는 검은 물체와 눈이 마주치고, 난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
다음 날 주말 아침.
장난기 넘치는 얼굴들을 하고 똘똘 뭉친 박필준 무리들이 어제 정연우를 가둬놨던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폐건물.
희한하게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뭐여? 금세 핫 플레이스 된 거여?”
그런데 왠지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랐다.
모두가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고, 사람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조금 더 다가가자 폴리스라인이 길게 쳐져 있는게 보였다.
게다가 빨간 불과 파란 불이 번갈아 번쩍거리는 차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까지.
순간 아이들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시발. 설마...”
녀석들은 허겁지겁 폐건물로 달려갔다.
때마침 폐건물에서는 흰 천에 뒤덮여진 누군가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었다.
“......”
놀라운 광경에 녀석들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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