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You look great.”
“고마워.”
“?! Do you speak korean?”
“응. 할 줄 알아.”
“우와!”
인형처럼 예쁜 오즈월드는 꼭 게임 캐릭터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저 애보다 잘생긴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래서인가. 이상하게 불편해.’
왠지 모르게 인간 같지 않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리려는데, 하필이면 오즈월드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지잉!
“깜짝이야.”
나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열어보았다.
한데 화면에는 성좌들의 문자가 아닌 이상한 내용이 떠 있었다.
[오즈월드 홀튼]
호감도: ♥♥♥♥♡
※검은 하트가 5개 채워지면 사망합니다.
호감도? 사망?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오즈월드에게 가닿았다.
그 애는 여전히 날 보고 있었다.
먼저 말을 건 쪽은 오즈월드였다.
“안녕.”
“…안녕.”
오즈월드는 계속해서 말을 거는 우미를 무시하고 내게 다가왔다.
“네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 거야?”
이러면 우미가 싫어할 텐데.
나는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얼른 대답하고 치워버리자는 생각으로 빠르게 입을 열었다.
“채지우.”
하나 오즈월드는 이대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내게 악수를 청했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지우야.”
‘왜 나한테 친한 척이지?’
나는 머뭇거리며 그 손을 잡았다.
분명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외모인데, 왜 이렇게 꺼림칙할까?
* * *
몇 가지 사실을 알았다.
검은 하트는 나를 싫어하는 정도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는 건 오즈월드 홀튼은 날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싫어한다기보다는…… 무시한다?
친절하고 예쁜 미소로 그 사실을 감추고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나는 오즈월드가 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오즈월드에 대한 첫인상은 별로였다.
‘어차피 앞으로 엮일 일 없을 테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즈월드는 올해부터 우리 학교에 다니게 됐어. 학교 구조를 잘 모를 테니까 다들 잘 도와주렴.”
“네에.”
2학년이 되었을 때 난데없이 오즈월드가 우리 학교에 편입했다.
‘부자라면서 왜 사립 학교에 가지 않고 이런 평범한 학교에 온 거야?’
나는 약간 당황한 얼굴로 내 뒷자리로 가서 앉는 오즈월드를 쳐다보았다.
그 애도 날 발견하고는 싱긋 웃었다.
“또 보네.”
“…어.”
그가 날 아는 척하자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쏠렸다.
누군가가 내게 불쑥 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친해?”
“아니.”
거의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너무 단호했나?’
나는 쌀쌀맞게 군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웃집이라서 한 번 인사한 게 전부야.”
그러고는 더는 내게 말 걸지 말라는 뜻으로 책을 꺼냈다.
흐릿하기는 해도 대충 1회차 기억이 존재하는 내게 이 세상은 뻔했고, 당연하지만 초등학생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새로운 일이라고는 읽은 기억이 없는 책들을 독파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애들은 시시하게 구는 내게 관심을 껐다.
나처럼 아무런 특징도 없는 평범한 애한테 관심을 가지기엔, 내 뒷자리에 앉은 오즈월드의 존재감이 너무 눈부셨다.
‘왜 하필 내 뒷자리야?’
쉬는 시간마다 애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내 자리까지 침범하는 게 꽤나 성가셨다.
오즈월드는 고작 하루 만에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애가 되었다.
한국인만 득시글한 학교에 유일한 미국인인 만큼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게다가 잘생겼으니까.
선생님들도 전부 오즈월드를 보며 감탄하고 지나갈 정도였다.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와는 완벽히 다른 부류.
그러니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제 갈 길 가는 게 도의건만, 오즈월드는 대체 뭘 잘 못 먹은 건지 자꾸만 내게 말을 걸었다.
“뭐 읽어?”
그는 무시하기 어려웠다.
바로 뒷자리이기도 했고, 그가 말을 걸면 눈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말없이 책 표지를 보여주었다. 서양 건축 역사책이었다.
“재밌어?”
“그런대로.”
방금은 너무 딱딱하게 대꾸했나?
원래가 살갑지 못한 성격이라 누군가와 친밀하게 말을 섞는 게 어려웠다.
특히 오즈월드의 듣기만 해도 간지러워지는 어른스럽고 상냥한 말투는 날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원래도 부드럽지 못한 태도가 더 뚝딱뚝딱 어색해졌다.
“어차피 넌 이런 거 관심 없을 테니까 봐도 재미없어.”
오즈월드는 흥미로워하는 표정으로 내 책상에 턱을 괴고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보통은 재미없어하니까.”
“그게 내가 재미없어할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내가 재미없어할 것처럼 생겼어?”
아. 방금 내 태도가 인종 차별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나?
“미안. 건축물에 관심 있는 사람을 본 적 없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어.”
으음. 이걸로는 해명이 부족한 것 같은데.
나는 읽던 책을 덮고 그에게 내밀었다.
“읽어 볼래?”
오즈월드가 고개 저었다.
“아냐. 네가 먼저 읽고 있었잖아. 다 읽으면 빌려줄래?”
“학교 도서관 책이라서. 다 읽고 반납할 때 알려줄게.”
말실수했나 싶어서 조마조마했는데 그럭저럭 잘 넘어간 듯했다.
나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 함에 들어가 [오즈월드 홀튼]이라 쓰인 문자를 눌렀다.
[오즈월드 홀튼]
호감도: ♥♥♥♡♡
어? 검은 하트가 하나 줄었다.
검은 하트가 혹시 늘었을까 봐 확인해본 거였는데 의외의 성과에 얼떨떨해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네. 왜 오즈월드만 호감도가 표시되는 거지?’
오즈월드는 물론 존재 자체가 특별했다.
다만 내게는 남들과는 좀 다른 의미로 더 특별한 사람이었다.
내게만 보이는 이 특별한 문자에 등장하는 인물이었으니까.
‘게임 같아.’
오즈월드 홀튼은 내가 공략해야 할 게임 캐릭터 같았다.
잠깐 딴생각에 빠져있느라 오즈월드와 말없이 서로 눈을 빤히 마주치고 있을 때, 까불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사귀냐?”
고개를 돌리니 아는 얼굴이 보였다.
박정기. 무한 요금제를 자랑하며 핸드폰을 가진 애들한테 쓸데없이 문자를 마구 보내는 애였다.
“오오.”
애들은 재미있는 먹잇감이 생겼다는 듯이 놀려댔다.
나는 어린애들의 장난에 굳이 대꾸할 생각이 없었고, 오즈월드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솔직히 말해서, 오즈월드가 꺼림칙하다는 개인적인 감상은 별개로 그가 나와 동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사람이 그렇게나 들끓어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이렇게 말하니까 중2병 걸린 애 같네.
아무튼. 이상하게도 회귀한 탓에 또래 친구를 사귈 수 없게 되어버린 나 같았다.
그래서 이 애가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얘랑 말이 잘 통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애들은 반응하지 않는 우리에게 무안을 느꼈는지 금방 놀리던 것을 멈추고 사라졌다.
오직 박정기만 내 곁으로 다가와 까불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야. 너 또 똑똑한 척하지?”
“아니.”
“어제 내 문자 왜 씹었어?”
“문자?”
“뭐야. 안 봤어? 내가 열 개나 보냈잖아. 답장할 알 없어?”
“없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그냥 귀찮아서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 말하든가. 내가 줄까?”
“아니.”
“아, 왜.”
“폰 고장 났어.”
“방금 폰 하는 거 봤거든?”
얘는 대체 왜 이렇게 날 귀찮게 하는 거지?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지우야.”
오즈월드가 내게 말을 거는 바람에 박정기를 보려다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 집에 같이 가자. 어차피 우리 옆집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한데 오즈월드의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선선히 수락할 줄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는데, 처음으로 인형 같던 오즈월드가 인간적으로 보였다.
“응. 옆집이잖아.”
어차피 가는 길이 같은데 굳이 거절하기는 좀 그랬다.
그때 박정기가 심술이 잔뜩 오른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나도 갈래.”
“넌 우리 집이랑 반대 방향이잖아.”
“겸사겸사 너희 집에 놀러 가면 되지.”
그 말에 내 표정이 저절로 굳어버렸다.
“그건 안 돼. 따라오지 마.”
박정기는 내 단호한 대답에 감정이 상했는지 “오즈월드랑 사귀는 거 맞잖아. 그래서 둘이서만 집에 가려는 거지?”라며 빈정댔다.
오즈월드가 그런 거 아니라고 부드럽게 타이르자,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애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박정기, 그만해. 아니라잖아.”
“옆집이라서 같이 집에 가는 거라는데 왜 그래?”
“너 채지우 좋아해?”
그러자 박정기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버럭 소리쳤다.
“아니거든?! 개못생긴 채지우를 누가 좋아한다고! 죽을래?!”
박정기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애들의 관심은 금세 저쪽으로 넘어갔다.
비록 도마에 나도 함께 올라가 있었지만, 귀찮게 하지만 않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곧 수업 종이 쳤다.
오즈월드는 내 앞자리에 앉아있었기에 원래 주인에게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그는 본인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말했다.
“내가 볼 땐 예쁜데.”
……설마 나한테 한 말은 아니겠지?
*** ㅋㅋㅍ에 남주 던전 정리해주신 분 댓 가져옴 --------------------------------------------------
오즈테레파서죄송합니다 2023.07.20
지금까지 나온 남주들 던전 정리해봤어요
클라이드 71-84
데미안 107-122
일리야 137-165
유지스 225-241
이야기도 거의 막바지인거 같구 마지막 오즈 던전도 나왔으니, 정주행하시는건 어떤가용? 남주들 강화기간을 따로따로 가져서 기억안나는 부분도 있을테고, 정주행하면 한 호흡으로 봐서 더 몰입이 잘되는 장점이 있으니 추천드립니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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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