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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65화 (265/277)

265화

싫어하다 못해 증오스러운 남자를 상대로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상대를 물끄러미 응시하기만 했다.

오즈월드는 내 차분한 낯짝을 느릿한 시선으로 훑으며 비웃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예 무시하기로 한 겁니까?”

“서로의 생각이 맞지 않으니 길게 대화해봤자 감정만 상할 것 같아서요.”

물론 당신은 일부러 날 화나게 하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지만.

오즈월드는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조수 일을 관두는 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연구실에 계속 나오세요.”

나는 무시로 일관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유지스를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유지스를 언급하기 전까지는.

“그건 교수님이 관여하실 바가 아닌 것 같네요.”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는 편이 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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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스 건드리면 나 진짜 못 참아]

“그를 건드리지 마세요.”

내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경고하자 오즈월드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당신이 그를 찾아가지 않는다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왜!”

나는 불쑥 치솟은 감정을 억눌러 삼킨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런 조건이 붙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요. 유지스는 제 남자 주인공이에요. 시나리오상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진짜 남자 주인공이요.”

가짜 남자 주인공에 불과한 당신과는 달라.

“그렇다면 유지스를 선택할 생각입니까?”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최종 선택할 생각도 없으면서 남자 주인공 운운하는 게 재미있네요. 사실 볼 장도 다 봐서 이제 쓸모도 없는 말인데, 없어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기어이 그는 내 인내의 끈을 끊어버렸다.

“입 다물어! 유지스에게 무슨 짓을 했다가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윽!”

오즈월드는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턱을 잡아채더니 강압적으로 들어 올렸다.

“자꾸만 본인 처지를 망각하고 행동해서 큰일입니다, 테레제 양.”

어두운 바다색 눈동자가 나를 짓눌렀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것 말고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하나 뜨겁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죽어도 흘리고 싶지 않았던 눈물이 가득 차올라 결국 뺨을 타고 떨어졌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스트레스로 기절해버리고 싶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에 눈을 감았다.

눈꺼풀에 밀려난 눈물이 또 뺨을 흠뻑 적시며 추락했다.

그때 오즈월드가 내 뺨을 부드럽게 쓸고 금세 짓물러버린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방금은 약간 짜증이 나는 바람에 말이 거칠었습니다. 당신이 우니까 기분이 좋지 않네요.”

그는 눈물을 닦아준 뒤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갑자기 남자 주인공처럼 행세하는 오즈월드가 소름 끼치도록 역겨웠다.

그러나 뿌리칠 힘도 없어 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조기 졸업 문제는 해결해놓을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즈월드는 내 표정이 보이지 않는 건지 다정한 손길로 이마를 짚어보았다.

“열이 나는군요.”

그의 태도만 보면 우리가 싸우고 화해하는 연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를 뿌리치려 했으나 품을 벗어날 수 없었다.

“놔.”

“오늘은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는 게 좋겠네요.”

“꺼지라고.”

“데려다줄게요.”

미친놈. 싸이코 새끼.

오즈월드는 본인 하고 싶은 말만 지껄여대고는 날 데리고 기숙사 앞까지 이동했다.

나는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올려 오즈월드 손을 뿌리쳤다.

“차라리 날 때려. 하던 대로 싸구려 취급하고 업신여기라고. 너 같은 개새끼한테는 그게 더 어울리니까!”

내가 화내며 발악하는데도 오즈월드는 태연자약하게 기숙사 문을 두드렸다.

고함에도 눈치껏 나와보지 않고 있었던 엘로이즈가 어색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설마 내게 험한 소리를 들은 상대가 오즈월드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오즈월드는 친절한 미소로 엘로이즈에게 말했다.

“테레제 양의 몸이 좋지 않습니다. 잘 돌봐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오즈월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눈치 살피며 다가오던 엘로이즈를 데리고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   *   *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기숙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엘로이즈는 오즈월드와 무슨 관계인지 궁금할 텐데도 굳이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며 넌지시 친구들을 불러 함께 다과를 먹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확실히 내 기분이 영 안 좋아 보이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강의 들으러 나갈까…….”

하필이면 오즈월드의 강의라 끔찍했지만, 제적당하지 않으려면 출석하긴 해야 했다.

띠링!

[성좌 ‘마음으로 낳은 테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지금이라도 이사장한테 가서 오즈월드 강의 빼겠다고 협상해보는 건 어때?ㅜㅜ]

부탁하면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대신에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지는 모를 일이었다.

‘기껏 이사장이 내게 호의를 가지게 돼서 가문끼리의 원한이 좀 누그러지려는데 초를 칠 순 없지.’

이대로 제적당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초치는 일이 되겠지만.

나는 강의 시간이 되기 직전까지 빈둥거리다가 하는 수 없이 교복으로 갈아입고 장소를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회장님!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해오는 후배에게 화답하며 적당히 구석 자리로 가서 앉자, 금방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강의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평온했다.

나에 대한 불온한 눈빛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외려 날 적대시하던 몇몇 학생들은 일부러 자리를 옮기거나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뭔가 찔리는 게 있어 몸을 사리는 사람 특유의 행동이었다.

오즈월드가 내 조기 졸업 문제를 해결해놓겠다더니, 뭔가 조치를 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런다고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건 결코 아니었지만.

강의 시간이 되자 오즈월드가 평소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날 확인하더니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칠판에 레시피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강의실에 온 모습을 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는데,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니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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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이렇게 오즈월드 꼴 보기가 싫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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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로맨스극혐’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삑- 정상입니다.]

오즈월드의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한 성좌 몇몇은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다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후원이 많이 줄어들진 않았다.

‘혹시 이번 사건 여파로 순위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했는데 여전히 1위였지.’

심하게 몰입하지 않고 콘텐츠로만 소비하는 성좌들은 조용히 관전 중인 듯했다.

괜히 말을 얹었다가 오즈월드의 행패에 거부감이 심한 성좌들에게 잘못 걸려서 피곤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

‘콘텐츠 시장이라는 게 그렇지.’

주피가 대본인 걸 의심하기도 했으니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 성좌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포션을 완벽하게 제조한 후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오즈월드의 일을 도와주기 싫었으나 후배들은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여전히 그의 조수일 거라고 생각할 터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선배가 되어서 도와달라는 후배를 무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어쨌든 강의 자체는 무사히 끝났다.

나는 서둘러 짐을 몽땅 아공간에 처박은 뒤 우르르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따라 강의실을 나가려고 했다.

“테레제 양.”

하나 오즈월드가 한발 빠르게 코앞까지 다가와 날 불렀다.

“네, 교수님.”

“몸은 좀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학생들은 아닌 척하면서도 우리가 붙어있자 걸음이 느릿해지고 시선이 자꾸 이 근방에 머물렀다.

오즈월드가 어떤 식으로 조기 졸업 문제를 수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내심 그와 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눈치였다.

그러니 흥미로운 가십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꾸 우리를 힐끗거리는 거겠지.

오즈월드는 특별히 염려하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묘한 기류가 느껴지는 태도로 날 응시했다.

무슨 개수작이지?

내가 미미하게 얼굴을 찌푸리자 오즈월드는 피식 웃으며 고갯짓했다.

“할 말이 있으니 연구실로 가죠.”

상대가 무안해져서 화가 날 정도로 무례하게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억지로 “네.”하고 대답했다.

다들 보는 앞에서 대거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오즈월드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교수이기도 하고.’

그 점이 가장 환장할 부분이었다.

나는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닫힌 문 앞에서 차갑게 조소했다.

“어울리지도 않게 걱정하는 척하지 마세요, 교수님. 진심으로 소름 끼치니까. 그리고 이렇게 따로 불러내는 짓도 하지 말아주실래요?”

띠링!

[성좌 ‘사이다패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난 테레제가 이렇게 막 나갈 때가 제일 좋더라~]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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