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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64화 (264/277)

264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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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타나는 타이밍 굿~]

“교수님…….”

좋아하는 남자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된 이자벨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꾹 쥐고서 서둘러 예를 갖췄다.

“단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보아하니 저 때문에 말다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맞습니까?”

“…….”

이자벨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대신 나섰다.

“제가 교수님 강의 준비를 도와드리며 혼자 특혜를 받는 게 아닌지 염려하는 학생들이 있어서요.”

학생들이 생각하는 특혜라는 게 오즈월드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점을 빼놓고 본다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즈월드가 이자벨을 향해 물었다.

“사실입니까?”

“……네.”

이자벨은 머뭇거리다가 내 변명에 동조했다.

이제 적당히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때라고 생각했다.

하나 오즈월드는 여전히 친절한 말투로 가차 없이 말했다.

“그런 식으로 넘어가고 싶은 거라면 저도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는 한순간에 이자벨을 더 비참하고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불쾌하게 미간을 찡그렸다.

정말로 그냥 넘어가 줄 생각이었다면 저따위로 말하지 말았어야지.

오즈월드는 이제 볼일 끝났다는 듯이 걸음을 반대편으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그럼 테레제 양은 저와 함께 연구실로 가도록 하죠. 참, 이자벨 양?”

이자벨은 두 눈이 빨개진 상태로 푹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얼굴에 실낱같은 희망이 피어올랐을 때, 오즈월드가 무참히 짓밟았다.

“브론테 후작가에서 들어온 혼담은 이미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테레제 양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 다시는 보고 싶지 않네요.”

기어이 이자벨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왜 저 선배님만 편애하세요?”

“편애라.”

“테레제 선배님이 뛰어나셔서 특별히 예쁘게 보시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사제 관계를 떠나 결혼 적령기인 영애와 연구실에 단둘이 있는 건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잖아요!”

덤덤하게 한결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오즈월드가 한쪽 입꼬리를 작게 비틀었다.

미묘한 변화였지만, 저건 분명 상대를 몹시 성가셔하고 짜증스럽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테레제 양에게 관심 있습니다.”

“…네?”

이자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게 되묻자 오즈월드가 친절히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제가 테레제 양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답이 됐습니까?”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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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훅 들어온다고?]

“교수님.”

그만하라는 뜻으로 저지하듯 부르는데도 오즈월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쥐었다.

“당신도 이미 제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알고 있잖습니까?”

충격받은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던 이자벨이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강한 척해도 저 애는 갓 성년이 된 19살짜리였다.

굳이 이렇게 상처를 줄 필요가 없었다.

오즈월드는 내 손을 쥔 채로 연구실로 장소를 이동했다.

나는 보는 눈이 사라지자마자 그의 손을 사납게 뿌리치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렸다.

“왜 그런 말을 한 거예요?”

“질문을 받아서 대답한 겁니다.”

“대답이라고? 그냥 날 엿 먹이려고 한 거겠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되지 않는군요.”

“이해가 안 가? 지금 학교에서 날 조기 졸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난 타협점을 찾아야 했고!”

오늘 일로 오즈월드가 내게 불순한 마음을 품고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파다하게 퍼질 것이다.

이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정말로 그와 약혼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이해받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그 태도가 역겨워. 거기에 날 끌어들여서 굳이 한 사람의 마음을 짓밟는 게 구역질 나.”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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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도 테레제처럼 느끼긴 했어… 이성적인 관심이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오즈월드는 너무 제멋대로인데다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아]

띠링!

[성좌 ‘마이너 장인’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난 오즈월드가 후회남인 줄 알고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뭔가 갈수록 쎄함ㅠ 이러다가 둘이 파멸할 것 같음]

내가 독이 바짝 오른 목소리로 쏘아붙이자, 가만히 듣고 있던 오즈월드가 한숨을 내쉬듯 실소했다.

“이럴 때 보면 당신은 정말 멍청합니다, 테레제 양.”

“뭐?”

“그래서 지금 당신에게 퀘스트라도 떴습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조기 졸업이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퀘스트가 떴을 텐데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 뜨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조기 졸업으로 인한 배드엔딩은 존재해.”

“그러면 제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되잖습니까? 반응을 보니 제 호감도를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은 것 같기는 하지만요.”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목소리로 그가 호감도를 언급했다.

곤란한 일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면 선뜻 들어줄 만큼, 우리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지껄이는 목소리에서 교만함이 느껴졌다.

나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그의 호감도를 확인해보았다.

[호감도: ♥♥♥♡♡]

하…. 무려 붉은 하트가 3개였다.

호감도를 본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의 기만이 자꾸만 날 할퀴고 찔러대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다.

“말했잖습니까. 당신한테 이성적으로 관심 있다고.”

두 손을 기도하듯이 꽉 쥐었다.

부디 내가 인내할 수 있기를.

분노를 견딜 수 있기를.

나는 지금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현상 유지할 것.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그래야 외부에서 치열하게 오즈월드 세력과 맞서는 이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할 일은 간단히 말해서 ‘민폐 캐릭터’로 행동하지 않는 거였다.

도발에 넘어가서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건,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최악이었으니까.

악역의 경거망동은 새로운 활로를 뚫지만, 주인공의 실수는 위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악역이었으나 여자주인공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내 남자주인공이 눈앞의 악역을 물리치기 위해 판테온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니 참아야 해.

이 남자와 완전히 척져선 안 돼.

내게 흥미를 보이고 있으니 그 점을 이용해야만 해.

……하지만 그랬다가는 정말로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나를 뒤덮은 증오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스스로도 짐작할 수 없었다.

분노로 이성이 완전히 마비되어버리면 반드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만 같았다.

확실한 조치가 필요했다.

“오늘부로 강의 준비를 돕던 일을 그만두겠습니다.”

10월이 오기까지 되도록 이 남자와 얽히지 말자.

그게 내 결론이었다.

10월이 되면 낙원의 문이 활성화된다.

낙원을 발견할 확률은 1/5이었으니 이번에야말로 낙원이 뜰 테지만, 이제 그 엔딩을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날을 기다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혹시 클라이드가 나타날까 봐.

그 가정만으로도 충분히 견디고 버틸 이유가 되었다.

“그런 눈 가리고 아웅이 성난 학생들을 달래주지 않을 텐데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유지스에게 부탁할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이었다.

“정말로 황후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 얽히는 게 좋을 텐데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지만, 그 역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만 연구실을 나가려는데 오즈월드가 팔짱 낀 자세로 문에 등을 기댔다.

“쓸데없는 고집 그만 부리고 제게 부탁하세요, 테레제 양.”

“더는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쪽이 교수님의 평판에 도움 될 거예요. 그러니 부탁이니까 제발 비켜주시겠어요?”

어차피 마법으로 자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이 남자가 따라올 것 같아서였다.

여기서 제대로 각자 갈 길 가자고 정리하는 쪽이 나으리라.

“그런 부탁 말고.”

“이외에는 부탁드릴 게 없어요.”

“있을 텐데요. 황제를 찾아가 아양 떨지 말고 그냥 제게 한마디만 하세요. 도와달라고. 그러면 도와주겠습니다.”

불쾌하고 모욕적인 말에 입을 꾹 다문 채로 오즈월드를 노려보았다.

그는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태연했다.

아니, 지긋지긋해하는 것에 가까웠다.

“당신이 황제에게 조기 졸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내줄 것 같습니까?”

나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침묵했다.

“그 남자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침대로 데려가서 실컷 데리고 놀아도 괜찮은가 보죠? 그게 부탁 한마디 하는 것보다 더 쉬운가 봅니다.”

띠링!

[성좌 ‘마음으로 낳은 테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오즈월드 죽어버려 그냥 ㅋㅋ 이거 완전 미친놈 아냐?]

띠링!

[성좌 ‘조용한 관종’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오즈월드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요? 막 나가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성좌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오즈월드를 지지하는 성좌들조차 지금만큼은 침묵하고 있었다.

하나 나는 싸구려 취급하는 말을 들어도 화가 나지 않았다.

…아. 정정하겠다.

굳이 새롭게 화날 게 없을 정도로 이미 이 남자가 끔찍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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