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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60화 (261/277)

260화

탁.

내 앞에 차가운 얼음이 가득 담긴 커피가 놓였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아이스 커피를 대접받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약간 당혹스러웠다.

정작 오즈월드는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이 여름에 덥지도 않나.

오즈월드는 더위를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강박적일 정도로 완벽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귀찮지도 않은지 늘 예쁜 모양으로 정리해 넘긴 포마드 헤어에 비교적 단정한 형태의 귀걸이라든가.

후작일 때는 위압감이 들 정도로 화려한 수트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좀 더 비즈니스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었다.

재킷은 입지 않고 흰 드레스 셔츠에 조끼만 걸쳐 평소보다는 느슨한 분위기가 풍겼다.

은은한 체크무늬가 들어간 짙은 베이지색 조끼와 바지, 비슷한 톤의 넥타이와 구두는 패션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감각적이었다.

대학 교수 컨셉의 화보를 찍는 연예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런 모습으로 친절하기까지 하니, 클예부와 데미사가 존재하는 외모지상주의에 절여진 마법 학교답게 벌써 난리가 난 거겠지.

나는 커피를 쭉 들이켠 후 테이블에 내려놓고서 입을 열었다.

“후작님께서 연금술에 조예가 깊으신 줄 몰랐네요.”

“모릅니다.”

“네?”

“연금술. 처음 해보는 겁니다.”

그는 황당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껄였다.

“물론 마법 식물도 모르고요. 그 개념은 이 세계관에만 있는 거라서.”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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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반전 매력인가…?]

반전 매력 같은 소리 하네.

“혹시 저를 조수로 부르신 이유가…?”

“테레제 양은 연금술이랑 마법 식물에 대해서 잘 알잖아요.”

“저 학생인데요?”

오즈월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문제가 됩니까?”

그럼 안 되겠냐?

“강의는 대체 어떻게 하려고요?”

“지금부터 공부해야죠.”

난 또 뭔가 대단한 계략이라도 꾸미고 있을 줄 알고 긴장했는데, 대책 없이 저지르고 본 거였다고?

맥이 풀리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오즈월드가 빙긋 웃었다.

“농담입니다. 연금술이 처음인 건 사실이지만 강의할 수준은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러세요? 천재라 좋으시겠어요.

나는 속으로 비아냥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그러면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오즈월드는 도감으로 보이는 책 하나를 소환해 “음…….”하고 속 터지는 소리를 내며 훑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러자 작업 테이블 위로 고가의 마법 식물이 담긴 상자들이 툭툭 올라가 뚜껑이 열렸다.

연구실 내부는 야외로 나온 것처럼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싱그러운 향으로 가득 찼다.

“일단 상처 난 잎과 가시는 전부 제거한 다음 같은 무게로 나눠서 총 100묶음으로 만들어주시겠어요?”

“…이걸 전부요?”

“네, 전부.”

오즈월드는 내가 앉을 의자를 빼주었다.

“시작할까요?”

*   *   *

싹둑싹둑. 드르르륵. 콩콩콩.

오즈월드의 연구실은 뭔가를 자르고 빻고 가는 소리로 가득했다.

나는 다듬어 놓은 마법 식물을 얇은 습자지로 감싸고 끈으로 동여매 고정했다.

가시를 제거한 얼음 가시 투구꽃 세 송이.

곱게 간 불꽃 이파리 라벤더 20g.

맹독 씀바귀 한 움큼.

……그런데 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띠링!

[성좌 ‘솜사탕 씻은 너구리’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생각한 조수 생활: 섹시한 교수님과 밀폐된 연구실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스킨십 대잔치

현실: 그냥 노예]

강의 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연구실에 와서 마법 식물을 다듬는 일에 열중한 지도 벌써 일주일째.

나도 모르게 작업에 몰두한 채로 너무 열심히 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황당함이 밀려들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오즈월드가 물었다.

“다 했습니까?”

“……아니요.”

오즈월드는 맞은편에서 달콤한 냄새를 가득 풍기는 끈적한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소매를 걷은 채 은은한 분홍빛이 감도는 액체를 틀에 붓는데 어찌나 안 어울리는지.

“뭘 만드시는 거예요?”

“사탕입니다.”

만들고 있던 것의 정체도 정말로 안 어울려서 경악스러웠다.

“사탕은 왜요…?”

오즈월드가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꼭 약을 액체 포션 형태로 섭취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어?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물약이라 하면 당연히 시약병에 담긴 액체 포션을 떠올렸기에 그걸 사탕으로 만들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사탕 포션이라니. 내게는 꽤 신선한 발상이었던지라 흥미가 동했다.

“이건 무슨 효능이 있어요?”

오즈월드는 아까 틀에 굳혀놓았던 사탕을 하나 집어 내 입술을 쿡 찔렀다.

“입술 벌려보세요.”

‘왜 효능을 말도 안 해주고 먹이려는 거야? 설마 독은 아니겠지.’

“독 같은 거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뭐야. 독심술을 쓰나?’

“표정에서 티가 납니다.”

“…아.”

오즈월드가 입안에 분홍색 사탕을 쏙 집어넣었다.

사탕은 향만큼이나 달콤해서 그냥 간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꿀을 넣은 사탕입니다. 다 먹을 때까지 효능이 유지되죠.”

공부할 때 먹을 간식으로 괜찮겠는데.

“맛은 어떻습니까?”

질문에 막 대답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바깥이 재잘재잘 시끄러운 걸 보니 한두 사람이 온 게 아닌 듯했다.

“교수님! 안에 계세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러면서 까르르 웃는데 학업과 관련 없는 이유로 찾아온 게 분명했다.

오즈월드는 전혀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 오세요.”

학생들은 수줍어하는 얼굴로 연구실에 들어왔다가 날 발견하고는 썩 달갑지 않은 눈치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요즘 교내 분위기는 꽤 흥미로웠다.

학생들은 나를 열광적으로 따르거나 업적은 인정하지만 내 존재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이유로 오즈월드와 지나치게 가깝다는 사실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나는 대충 인사를 받아준 후 입 안에 커다란 사탕을 굴리며 하던 작업이나 지속했다.

오즈월드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정말로 나를 작정하고 부려 먹고 있었기에 할당량을 끝내지 않으면 기숙사로 보내주지 않았다.

내가 심드렁한 기색을 보일 때마다 자꾸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서 흥미를 자극하는 바람에 얼렁뚱땅 끝까지 일하게 되어버렸다.

“아 참, 가문 전속 파티시에를 바꿨는데 간식을 만드는 솜씨가 좋아서 가져와 봤어요. 좀 드셔보세요!”

오즈월드는 사양하지 않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간식이 담긴 상자를 받았다.

“그런데 궁금한 게 뭐죠?”

“아아, 그게요……. 실은 저희도 여기서 교수님을 도울 수 있을지 여쭤보려고 왔어요.”

“강의 준비가 힘드시잖아요. 게다가 테레제 선배님은 학생회장이셔서 가뜩이나 바쁘실 텐데, 저희가 도울게요!”

제 발로 굴러들어온 노예들에 내가 막 기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괜찮습니다. 제 일을 도와주는 건 테레제 양으로 충분합니다.”

“아이, 그래도요! 교수님이 좋아서 돕고 싶어요. 정말 순수하게 돕기만 할게요. 네?”

오즈월드는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놀라울 정도로 학생들에게 친절했다.

그렇다고 해서 본래 성격이 어딜 가는 건 아닌지라, 약간 짓궂은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있어도 당황하는 법 없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반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호의는 고맙지만, 저는 테레제 양만 있으면 됩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잖아!

기대에 가득 차 있던 학생들은 실망과 부끄러움, 그리고 날 향한 질투가 섞인 얼굴로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마뜩잖게 대답했다.

“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곤란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해요, 교수님.”

“괜찮습니다. 조금 있다가 강의 시간에 보도록 하죠.”

상냥한 축객령에 학생들이 연구실을 나가자마자 나는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학생들이 우리 사이를 오해할 텐데요?”

오즈월드가 피식 웃었다.

“이미 다들 오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요. 우리가 무도회에서 함께 춤췄던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이 학교에 있을까요?”

없겠지. 하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내가 미움받을 건수를 늘릴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이건 오즈월드가 일부러 그러는 거였다.

“누가 보면 저를 대단히 아끼는 줄 알겠어요.”

“믿지 않겠지만, 제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아끼고 있습니다.”

“가진 것 중에서?”

내가 같잖다는 듯 실소하자 오즈월드가 다가와 사탕을 물고 있어 볼록한 뺨을 툭 건드렸다.

“우리는 결코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테레제 양.”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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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장 말을 참 예쁘게 하네? 죽고 싶냐?]

띠링!

[성좌 ‘top10 채널만 돌아다니는 구경꾼’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맞는 말이긴 함 ㅋㅋ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BJ는 결국 채널 관리자의 개인 재산임 ㅋㅋ 그게 꼬우면 본인도 채널 관리자 돼서 독립하는 수밖에 없지]

띠링!

[성좌 ‘테레제에 인생 베팅’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맞는 말은 무슨 ㅋㅋ 처맞고 싶냐?]

나는 오즈월드의 개인 재산이었구나.

누군가의 재산이 된 소감은 꽤나 엿 같았다.

오즈월드는 내 가라앉은 표정을 보고서도 아까 하던 질문을 마저 했다.

“그래서 사탕 맛은 어떻습니까? 뱉지 않은 걸 보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 말에 어느새 작아진 사탕을 입속에서 굴려보았다.

달다. 하지만 더러워진 기분을 회복시켜줄 만큼 충분하게 달진 않은 것 같았다.

“안 드셔보셨어요?”

“네. 사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요?”

나는 즉시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입술을 겹쳤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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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벌어진 입술 틈으로 사탕을 밀어 넣었다.

단맛 가득한 호흡이 잠깐 오간 뒤,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고서 대답했다.

“맛있어요. 이제 드셔보셔서 아시겠지만.”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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