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악역영애-255화 (256/277)

255화

띠링!

[성좌 ‘top10 채널만 돌아다니는 구경꾼’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1위라고 광고 너무 오래 트는 거 아님?? 숨넘어가는 줄 알았네]

띠링!

[성좌 ‘오즈테레 먹기 좋은 계절’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광고를 그렇게 길게 틀고 뭘 했길래 테레제 머리가 다 풀려있는 거야? 내 착각이 아니라면 입술도 부르튼 것 같은데~?]

‘그래서 머리 정리하라고 했나?’

나는 굳이 성좌들의 후원 내용에 반응하지 않고 풀린 머리카락을 땋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어설픈 변명을 하는 것보다는 저들 좋을 대로 떠들게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띠링!

[성좌 ‘오즈월드 연애 금지’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궁예질 개역겹네 ㅋㅋ 요즘 서버 터뜨리고 다니는 미친 안티들 때문에 뭔가 조치한 거겠지 ㅋㅋ 오즈월드가 뭐가 아쉬워서 이딴 별것도 아닌 인간 BJ랑 뭘 하겠음?]

띠링!

[성좌 ‘차단각도기’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응 잘 가고~]

띠링!

[채널 관리자-오즈월드가 성좌 ‘오즈월드 연애 금지’ 님을 차단했습니다.]

그러자 성좌들이 통쾌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띠링!

[성좌 ‘테레제에 인생 베팅’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저번부터 거슬렸는데 속이 뻥 뚫리네]

띠링!

[성좌 ‘오즈테레 탑승합니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테레제 괴롭히는 성좌 칼같이 차단하는 거 봐 ㅋ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야?]

나는 차단 알림에 떠 있는 오즈월드라는 이름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

입가에 남들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오셨습니까, 대표님.”

오즈월드는 회사 대표실로 들어서는 순간 답답하게 목을 조이는 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직원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까부터 미간은 스스로 깨닫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일그러져 있는 상태였다.

“방금 채널 관리자는 등장인물로 방송에 등장할 수 없다는 법안이 발의되었다고 합니다.”

안건이 발의되었다고 해도 알파 위원장인 그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한데도 굳이 보고했다는 건 다른 문제가 함께 껴있다는 뜻이었다.

“또한 위원장들이 대표님의 직위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채널 위원장 자리에서 퇴임하거나 채널 관리자를 그만두라고 말입니다.”

직원은 난감하게 덧붙였다.

“대표님의 팬들이 직접 요구한 것들인데다, 안티들도 원하고 있어서 거절은 어려울 듯합니다.”

오즈월드는 선선히 대답했다.

“알파 직위를 내려놓도록 하죠.”

그리되면 자연스럽게 ‘채널 관리자는 등장인물로 방송에 등장할 수 없다’라는 법안이 통과될 것이다.

오즈월드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 법안이 저를 타켓팅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기사를 보도하고, 커뮤니티에 곧 방송에서 저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전부 퍼뜨리세요.”

직원은 순수하게 감탄한 얼굴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과연 긴 세월 판테온의 문제아로 살아왔던 그답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이 탁월했다.

오즈월드는 시스템 창을 열어 채널의 버즈량을 확인했다.

방송 자체는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그래서 얼마나 많은 코인을 끌어모으느냐였다.

“발의 내용을 마케팅 주제로 잡고 이참에 트래픽을 최대치로 일으켜보도록 하죠.”

“예, 대표님. 아, 그리고 알아보라고 말씀하신 용 쌍둥이 임무 진척도도 확인해봤는데,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즈월드는 잠깐 말없이 눈가를 문질렀다.

늘 기대 이상으로 일해주던 용 쌍둥이답지 않게 이번 임무는 지나치게 늘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자신이 존재하는 시그니오 행성으로 직접 가볼 수도 없었으니 답답해졌다.

오즈월드는 알았다는 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물어보았다.

“던전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마지막 테스트 중입니다.”

이 또한 그다지 즐겁지 않은 소식이었다.

분명 던전 완성 기한을 더 이르게 잡았었는데, 계속 서버를 건드리는 이상한 집단으로 인해 시일이 늦춰지고 있었다.

“검은 나비 가면…….”

그 남자의 짓이 분명한데. 대체 무슨 수를 쓰는 건지 꼬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오즈월드는 무의식중에 검은 나비 가면을 쓴 남자에게 공격당했었던 팔을 쓸어 만졌다.

자신과 같은 세계관에 존재하던 자가 아닌 이상 쓸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한 남자라.

‘12인의 기사 중 하나인 듯한데.’

“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보세요.”

오즈월드는 직원을 내보낸 뒤 개인 비행선이 있는 선착장으로 나갔다.

이제 슬슬 <신의 유희>로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당장 위원장직을 사퇴할 생각이었다.

비행선이 두둥실 떠올라 목적지를 향해 쾌속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오즈월드는 무료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도 판테온의 수많은 전광판이 시끄럽게 일하고 있었다.

[또다시 판테온의 새로운 역사가 된 오즈월드! 그 끝은 어디인가?]

[판테온의 문제아 오즈월드, 이대로 알파 위원장으로 놔둬도 괜찮은가?]

늘 그렇듯 그를 뒤따르는 상반된 평가가 오늘도 판테온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갑론을박이 펼쳐진 상태였다.

그 아래에서는 자신을 판테온에서 내쫓으라며 안티들이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었고.

고작 채널 관리자 하나가 만들어내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영향력이었다.

하나 이 모든 건 오즈월드이기에 가능했다.

[‘규칙 창시자’ 오즈월드. 이번에도 새로운 법안의 주인공이 되다?]

“규칙 창시자.”

오즈월드는 자신의 회사에서 낸 게 틀림없는 속보를 보고 짤막하게 조소했다.

판테온 내에는 방송에 관련된 수많은 규칙이 존재했고, 상당 부분이 오즈월드로 인해 생겨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원래 규칙이라는 게 그렇잖은가?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속 조치되는 법이었다.

오즈월드는 시시한 것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다가 한 지점에서 고개를 멈췄다.

마침 메인 전광판에 채널이 송출되고 있었다.

태양궁으로 돌아간 테레제가 유지스에게 임무 내용을 보고하는 장면이었는데, 자꾸만 입술에 시선을 빼앗겼다.

방금까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나눈 키스로 인해 도톰하게 부푼 입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오즈월드는 피식 웃으며 제 입술을 매만졌다.

방송에도 나가지 않을 쓸데없는 스킨십 때문에 대체 시간을 얼마나 낭비한 건지.

긴 광고에 이탈한 성좌의 수를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당한 실수였다.

그러나 만일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테레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

오즈월드는 썩 가정해보고 싶지 않은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만큼 자신의 자제력을 신뢰하기 힘든 날도 없었으니까.

곧 비행선이 채관위 선착장에 내려앉았다.

벌써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이곳에 잠복해있던 기자들은 오즈월드가 나타나자마자 열성적으로 밀어닥쳤다.

벌레 같은 것들.

오즈월드는 평소라면 그저 우스운 구경거리를 관람하듯 응시하고 지나쳤을 것들에 새삼스러운 무료함을 느꼈다.

답답하다. 판테온은 늘 새로운 자극이 끊이질 않는 곳이라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자극이라는 것 자체가 질려버렸다.

“알파 위원장 자리에서 사임하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더는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채널 관리자로 왕성하게 활동하실 생각이십니까?”

“테레제는 언제 또 판테온에 데려오실 예정입니까!”

오즈월드는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이제는 정착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그의 시선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전광판을 찾아 위로 들어 올려졌다.

는 현재 1위였기에 대부분의 전광판에서 방송을 송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테레제를 확인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때마침 그녀가 자신과 숨결을 나누었던 입술로 유지스와 키스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오즈월드는 저도 모르게 실소해버렸다.

기자들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건지, 잠시 플래시를 터뜨리던 것도 멈추고서 눈빛을 교환했다.

그때 오즈월드가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테레제 양이 마침내 네 명의 남자주인공을 전부 거쳤으니. 이제 제 차례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 때문에 좀 아쉽게 되었군요.”

기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죠.”

방금 그럴 마음이 생겼다.

이래서 삶이 어떻게 흐를지 모르는 거라고들 말하는 모양이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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