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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51화 (252/277)

251화

새롭게 각성을 마친 리비는 잠시 온몸에 엷은 유백색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은은하게 흐르는 빛은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띠링!

[성좌 ‘지나가던 성좌’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신의 유희>에 성녀라는 게 존재하면 당장 신전에 스카웃 될 모습이네 ㅋㅋ]

성좌의 말처럼 리비는 확실히 딱 봐도 뭔가 대단히 달라진 게 느껴졌다.

깊어진 녹색 눈동자와 묘하게 더 성숙해진 표정.

그리고 차분해진 분위기는 분명 전환점을 맞이한 주인공 특유의 변화였다.

리비가 자신의 몸을 차분히 훑어보더니 스스로 흐르는 마력을 갈무리했다.

“어때? 괜찮아?”

내가 질문하자 리비가 고개를 들었다.

…뭐지? 날 보는 눈빛이 몽롱한데.

“네.”

이상하다고 느낀 게 착각이 아니었는지, 리비가 뜬금없이 말을 높였다.

“리비?”

‘설마 각성 중에 뭔가 잘못됐나?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리비는 뒤늦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아, 미안. 잠깐 딴생각하느라.”

“그래…?”

어딘가 석연치 않은 변명처럼 느껴졌지만 일단 넘어갔다.

나는 리비의 백마력으로 뭘 할 것인지 설명했다.

“백마력은 던전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어.”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하려 했을 때, 리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능할 것 같아. 아니, 가능해.”

‘오, 확실히 하얀 나비가 리비의 능력치를 굉장하게 증폭시킨 모양인데?’

리비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에 이번 일이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풀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도 경고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해서 리비에게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스티그마타는 지옥문만 열려는 게 아니라, 천계로 향하는 문도 열 계획이라 백마력을 가진 널 표적으로 삼을 거야. 네 능력치를 상회하는 일원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해.”

“알겠어. 나 걱정 안 해도 돼, 언니.”

“집에 가면 아버지가 책을 한 권 주실 테니까 그것도 꼭 읽고.”

“응. 근데 언니. 나 언니랑 여기에 있으면 안 돼?”

나는 무심코 그러라고 대답할 뻔하다가 번뜩 정신 차렸다.

“……응?”

리비는 침울하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게 간청했다.

“나 언니랑 떨어져 지내기 싫어.”

물론 리비가 희한할 정도로 나를 좋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저돌적이지는 않았는데…?

띠링!

[성좌 ‘분석충’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방금 각성하면서 남주들처럼 테레제한테 더 깊은 애착 관계가 맺어진 것 같은데? 강한 존재일수록 창조주와의 유대감이 강해지니까.]

‘아, 그런 건가?’

나는 난감하게 미소 지으며 리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폐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그래도 던전을 없애러 매일 같이 다닐 테니까 실망하지 마.”

“응……. 미안. 곤란하게 하려던 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언니가 보이지 않을 게 걱정됐어.”

“네가 걱정할 정도로 약하지 않거든? 너야말로 조심해.”

그러자 리비가 배시시 웃었다.

그때 우리를 흰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미모사가 신랄하게 비꼬았다.

“누가 보면 평생 생이별했다가 간신히 만난 가족인 줄 알겠어. 자매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니?”

그러면서 “어휴! 앞으로 이 꼴을 계속 봐야 하는 거야?!”라며 분개했다.

그러나 그 분노는 금방 이 일을 자초한 스티그마타에게로 흘러갔다.

“미치광이들 같으니. 왜 종족마다 다른 계에서 살겠어? 절대로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왜 차원을 합치려 드는 거야?! 짜증 나!”

띠링!

[성좌 ‘로맨스극혐’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그 미치광이들의 수장이 바로 네가 사랑하는 데미안이란다ㅠ]

그때 레이니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어, 그럼 제 역할은 뭔가요…?”

“이 두 사람의 마력을 늘려줄 포션을 제조하는 거. 하루에 열 병은 마셔도 거뜬한 수준으로.”

“…네엑?!”

“넌 만들 수 있어, 레이니. 연금술의 천재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수준의 포션을 학생인 제가 어떻게…!”

“이미 네 포션들은 학회의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실력 아냐? 그리고 예산 늘려줄게. 열 배로.”

“예산 열 배…!”

레이니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띠링!

[성좌 ‘물질만능주의’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예산 열 배면 해야지 ㅋㅋ]

나는 세 사람과 함께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한 후 떠나보냈다.

“이제 다음 일정은 회의인가.”

쉴 새 없이 인간계 멸망을 막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느라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경험을 예전에 한 적 있었는데.

‘판테온에서였지.’

온갖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피곤해하던 내게 독극물 주스와 라임 사탕을 건네던 키케와 베니토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뭘 하고 있으려나.”

오즈월드의 저택에 놀러 갔을 때 잠깐 본 걸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즈월드도 지나치게 조용한데.’

또 불쾌한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장소를 이동하던 중, 뜬금없는 내용의 후원이 터졌다.

띠링!

[성좌 ‘성적충’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빰빠라빰빰! 빰빠라빰빰! 빰!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테레제 1등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판테온 랭킹 1위를 축하합니다~! 빰빠라빰빰!]

띠링!

[성좌 ‘방송 천재 테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1 위 채 널 B J 테 레 제 영 원 하 라]

띠링!

[성좌 ‘마음으로 낳은 테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100위도 진입 못 했던 아가 시절 테레제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랭킹 1위가 되다니… 우리 테레제 앞으로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마치 이 순간만을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후원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무엇 때문에 이 난리인지는 명확히 인지했다.

‘1위라니.’

바란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일이라 그런지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다.

‘한 번 확인해 볼까? 방송 설정.’

[방송 설정]

채널명: BJ악역영애

채널 등급: 다이아

채널 순위: 1위

후원금: 622,190,000코인

“…와. 진짜 1위네.”

후원금도 벌써 6억 코인이나 쌓였다니.

이대로라면 정말 조만간 10억 코인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링!

[성좌 ‘사이다패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1위인데도 반응은 한결같이 밋밋함 ㅋㅋ 어쨌든 ㅊㅋㅊㅋ]

띠링!

[성좌 ‘테랑둥이’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그게 테레제의 매력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오랜만에 상점도 열어보았다.

[상점]

▹소원권 [1,000,000,000코인]

: 어떤 소원이든 1회 들어준다.

‘어떤 소원이든지, 라…….’

지금으로서는 클라이드를 되찾고 싶다는 것보다 더 강한 소망은 없었다.

클라이드.

넌 지금 어디에 있을까?

혹시 어제 만난 그 남자가 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아마도 내가 그렇게 믿고 싶어서 나 좋을 대로 생각하는 것에 가깝겠지만.

“테레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 채 타박타박 걷다 보니 어느새 유지스와 마주쳤다.

그도 어제 나와 시간을 보내는 통에 잔뜩 떠맡게 된 숙제를 해결하느라 꽤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유지스는 날 발견하자마자 손을 까딱 움직였다.

이리로 오라는 뜻에 순순히 다가가자마자 그가 허리를 당겨 입술에 짧은 키스를 했다.

“친구들은 잘 만났나?”

“…폐하, 밖에서 이러시면 안 되지 않을까요?”

당신 뒤에 늘어선 궁인들이 몇인지 알고서 이런 짓을 벌인 거냐고요!

유지스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밖이라 자제했잖아.”

상식이 단단히 망가졌군.

아니, 어쩌면 이게 폭군에게는 상식적인 행동일지도.

나는 한숨을 내쉬려다가 주변에 눈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고서 억지로 미소 지었다.

“하하. 어서 회의실로 가시죠, 폐하.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네가 이렇게 감정을 다 못 숨길 때가 특히 귀엽다는 사실을 알고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

늘 유령처럼 존재하는 궁인들이 참지 못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성좌 ‘우리 유신랑’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미친놈이다(극찬)]

나는 그냥 못 들은 척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유지스를 끌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황실 마법사들이 모여 있었다.

마법사들은 황제에게 먼저 예를 갖춘 뒤, 반가운 미소를 가득 띤 얼굴로 내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녀님!”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스도쿠 던전에서 본 사람들도 있고, 유지스랑 마법 농원으로 갔을 때 본 사람들도 있네.’

언제 이렇게나 아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 걸까?

단 며칠 안에 던전을 정리하지 못하면 이들이 전부 화를 당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자각하자, 내 표정이 저절로 진지하게 변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 모이신 이유는 다 전달받으셨죠?”

마법사들은 전부 상기된 얼굴로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녀님. 전원 숙지한 상태입니다.”

그들은 내게 상당한 기대감을 느끼고 있는 표정으로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약간 부담스럽기는 해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유지스를 힐끗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내게 전권을 맡기겠다는 의미였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죠.”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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