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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44화 (245/277)

244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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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유지스는 테레제가 회귀를 멈춘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한 건지 캐묻지 않네? 정체가 의심스럽지 않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로 궁금한 부분이었기에 말을 돌릴 겸 물어보았다.

“그런데 폐하께선 왜 제게 어떻게 회귀를 멈출 수 있었는지 추궁하지 않으세요?”

“아, 그거.”

유지스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어째서요? 저라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할 것 같은데요.”

“알아봤자 짐이 그 방법을 똑같이 사용해서 회귀를 멈출 수 있나?”

“…아니요.”

“그러니까 알 필요가 없지.”

합리적인 말인 것 같은데, 심정적으로는 공감되지 않는 말이었다.

“짐이 네게 궁금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어떤 건가요?”

“청혼에 대한 답.”

음. 괜히 되물었군.

“곤란하니까 또 입을 다물지.”

유지스는 그런 내가 괘씸하다는 듯 입술을 살짝 꼬집었다.

“이러니까 새끼 오리 같군.”

그러곤 혼자서 킥킥 웃었다.

띠링!

[성좌 ‘유지스에 올인’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테레제가 좋아 죽겠나 보네 ㅋㅋ 으휴 그렇게 좋으면 평생 데리고 살아라!]

유지스는 내 입술을 쥔 손을 풀어 뺨을 감싸 쥐었다.

던전에 있는 동안 그는 내게 쉴 새 없이 입을 맞춰댔다.

그게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건가?

나도 모르게 그가 입 맞추기 편하도록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지.’

다시 정신 차리고 물러나려 했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유지스는 그런 날 거만한 표정으로 만족스럽게 응시하더니, 피할 새도 없이 입술을 겹쳐 물었다.

입맞춤은 처음처럼 느긋하고 부드러웠다.

여러 번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살갗의 감촉이 간지러워 입술을 오물거리자 입맞춤이 좀 더 농밀해졌다.

어느새 몸은 기우뚱 아래로 쏠렸다.

유지스가 나를 안은 채로 소파에 누워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그의 위에 올라타게 됐다.

나는 늪에 빠진 사람처럼 어쩔 줄 모르고 둔한 몸짓으로 허우적거렸다.

어서 이 품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그를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

차라리 욕정에 사로잡혀 날 원했다면 손쉽게 떨쳐버렸을 것이다.

하나 유지스는 그러지 않았다.

부드럽게 비벼지는 입술과 애달프게 쓸리는 콧등, 뜨겁게 억눌린 숨과 애정 가득한 손짓이 자꾸만 날 머뭇거리게 했다.

유지스는 방황하는 내 손을 쥐고서 선생님처럼 정답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자신을 감싸 안으라고.

다른 손으로는 제 뺨을,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라고 다정하게 종용했다.

그러다 내 손등을 감싼 손을 점차 아래로 끌어내렸다.

단단하게 팽창한 흉부 너머로 쿵쿵쿵 정신 사납게 날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흐으….”

그가 내게 이토록 강렬히 반응하고 있었다.

이 심장이야말로 절로 손끝을 세워 움츠리게 될 정도로 생생한 증거물이었다.

이미 붉은 하트 다섯 개를 꽉 채운 호감도로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게다가 청혼까지 들었고.

하나 이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내가 다 부끄러워질 정도로 무방비한 진심을 드러냈다.

어떤 것으로도 포장할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을 가감 없이 꺼내 보여준 거나 다름없었다.

“테레제.”

유지스가 초조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날 불렀다.

“며칠이라도 궁에 머물러 다오.”

날 것의 진심에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무슨 정신으로 대답했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확실한 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유지스의 표정이 개구쟁이 소년처럼 맑아져선 우리의 위치를 뒤바꿔버린 거겠지.

“폐하!”

나는 눈 깜짝할 새 천장을 보고 눕게 되자마자 기겁해 소리쳤다.

유지스는 “응.”하고 무의미한 대답을 지껄이며 낯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다 어느새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침실로 가자.”

본인은 마땅한 제안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정신 나간 소리였다.

“여기는 던전이 아니라니까요? 부부 놀이는 끝났다고요!”

“난 안 끝났어.”

“억지 부리지 마세요.”

우리가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응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베인 시종장이 문밖에서 아뢰었다.

“폐하, 카펜터 가문의 데미안이 알현하기를 청합니다.”

유지스는 방해받은 것도 짜증 나는데, 듣기 싫은 이름에 당장 꺼지라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으나 내뱉진 못했다.

“방금 카펜터 공작부인이 들어간 던전 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카펜터 공작부인이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공작부인이 던전에 빨려 들어갔었다고? 그런 말은 없었잖아.’

나는 당황한 눈으로 유지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기분을 잡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신경질적으로 일렀다.

“기다리라고 전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폐하.”

베인이 물러나고, 나는 얼른 유지스를 피해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물었다.

“폐하,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요?”

“들은 대로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아니.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저도 데미안을 만나보겠습니다, 폐하. 지금까지 서명한 합의서 정도라면 이제 외부인과 접촉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딱딱해진 말투로 심각하게 요청하자, 유지스는 화가 난 얼굴로 대답했다.

“안 돼.”

“폐하. 제발 통촉해주십시오.”

“하. 왜? 허락하지 않으면 무릎이라도 꿇을 건가?”

무릎을 꿇어서 데미안을 만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지.

‘이러다 배드엔딩으로 신세계가 열리게 생겼는데!’

공작부인이 죽었다는 건 데미안의 호감도 상태가 검은 하트 4개라는 의미였다.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그의 호감도는 붉은 하트 4개였다.

한데 어째서 검은 하트 4개일 때 일어나는 사건들이 자꾸만 터지고 있단 말인가?

‘시스템 오류인가?’

상태창으로 뜨는 호감도만 믿고 있다간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모든 차원의 경계가 사라지고 최약체 피식자인 인간은 멸종해버리는 끔찍한 최후와 동시에 게임이 끝나버린다고!

나는 내 감을 믿기로 했다.

이는 명백한 검은 하트 4개의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대처하기로 마음먹었다.

유지스는 진짜로 무릎을 꿇으려는 내게 호통쳤다.

“그만!”

그리고는 내 손을 붙들고 침실로 성큼성큼 향했다.

“폐하!”

“조용히 해. 황명을 어긴 죄로 영원히 짐의 침실에 연금되고 싶지 않으면.”

띠링!

[성좌 ‘썩은 취향’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뭐?! 난 좋아]

유지스는 날 침실에 데려다 놓더니 이마를 짚은 채 노기에 찬 숨을 억지로 골랐다.

“부탁이니 짐을 도발하지 마라.”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럼 데미안을 만나겠다고 짐에게 무릎 꿇으려 하지 말았어야지!”

“사사로운 감정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데미안에게서 확인해볼 것이 있을 뿐이에요.”

“나중에 해.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띠링!

[성좌 ‘과몰입오타쿠’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아이고 또 싸우네 ㅠ_ㅠ]

유지스는 머리끝까지 난 화가 누그러지지 않는지 날 매섭게 다그쳤다.

“넌 방금까지 짐의 품에서 입을 맞추고 있었다. 한데 딴 사내새끼를 만나겠다고 무릎을 꿇으면 내 기분이 어떨까, 테레제 스콰이어.”

“안 좋으시겠죠. 알아요. 그런데 폐하, 이제 저를 아시잖아요.”

“뭐?”

“제가 이렇게 당당하게 요청할 때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거. 사실 알고 있으면서 그냥 질투심 때문에 화내고 계시잖아요.”

내가 정곡을 찌르자 유지스는 차갑게 비웃었다.

또 말꼬리를 잡으려는 표정이었다.

이래서는 다툼만 길어질 뿐이다.

나는 그 전에 유지스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의 두 눈이 크게 벌어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는 표정이 배속이 느린 화면처럼 생생하게 인식되었다.

풀썩!

유지스를 침대 위로 쓰러뜨린 뒤 한 대 패줄 것처럼 올라탔다.

그리고는 혼을 내듯 사납게 키스했다.

띠링!

[성좌 ‘도파민중독’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WOW]

길지 않은 입맞춤을 끝내고 입술을 떨어뜨렸을 때, 유지스는 완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투정은 그만 부리고 데미안을 알현하세요, 폐하. 그다음에는 제가 그를 만나 자초지종을 알아보겠습니다. 제 말 알아들으시겠어요?”

그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   *   *

유지스는 흐트러진 차림새를 정돈한 뒤 웃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모를 오묘한 표정으로 알현실로 향했다.

“저는 폐하의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요물 같으니.”

졌다.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여자에게 정말이지 크게 한 방 먹고 말았다.

원래는 궁에 앉혀놓는 동안 데미안과 영원히 마주칠 일 없게 할 생각이었다.

한데 방금 침실에서 멱살을 잡히고 거칠게 입맞춤 당한 순간 머릿속에 들어찬 모든 계획이 증발했다.

뒤늦게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그녀가 원하는 대로 고개를 끄덕인 뒤였다.

“어이가 없군.”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샜다.

자신을 따르는 궁인들이 그때마다 흠칫거리는 게 느껴졌음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우스웠다.

쥐방울만 한 새끼강아지 같은 여자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이대로 감히 무엄하게 구는 여자에게 영원히 잡혀 사는 것도 재밌을 듯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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