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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41화 (242/277)

241화

결국 유지스는 가장 비싼 값을 치르고 겨우겨우 거베라 한 송이를 받았다.

세실리아는 가방에 사탕과 초콜릿을 두둑하게 쑤셔 넣으며 미련 없이 오늘 장사를 접었다.

“이제 꽃집 영업시간이 끝났습니다. 내일 또 오세요!”

“네에~”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고 있는데, 어느새 유지스가 코앞으로 다가와 내게 거베라를 내밀었다.

“선물.”

달랑 그 한마디와 함께였다.

사용인들은 지난날 동안 내가 소박당했던 일은 다 잊어버린 모양인지, 우리 가주님은 어쩜 저리 로맨틱하냐며 꺄아 소리 질렀다.

나는 거베라를 받으며 묘한 감상이 들었다.

‘예전에 태양궁에서도 꽃을 선물 받았었는데.’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였지만.

“고마워요.”

이번에 받은 꽃은 마음에 들었다.

기분 좋게 배시시 웃으니 유지스가 내 뺨에 키스했다.

“꺄아!”

“어머머!”

이를 본 사용인들이 부산스럽게 호들갑 떨었다.

나는 당황으로 얼굴이 빨개져서 그를 나무랐다.

“왜, 왜 이래요! 애도 보고 있는데…!”

유지스는 어쩌라는 표정으로 툭, 말했다.

“그럼 예쁘지를 말든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에 입술을 떡 벌리고 있자, 유지스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내가 많이 참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둬.”

띠링!

[성좌 ‘로맨스패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뭘 참는데?]

띠링!

[성좌 ‘부부 놀이 전문가 유지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뭘 참는데?]

띠링!

[성좌 ‘썩은 취향’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뭘 참는데?]

순간 같은 성좌가 실수로 세 번이나 같은 내용의 후원을 한 줄 알았다.

띠링!

[성좌 ‘나도 한 입만’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동시에 묻는 거 봐 이 변태들;; 츄릅 아 잠깐만 침이…]

세실리아는 장소를 옮겨야겠다며 유지스에게 수레를 끌라고 지시했다.

“장사 끝났다며?”

“여기서는 끝! 저기서 다시 시작! 아빠, 빨리 가!”

유지스는 이 짓거리가 몇 번이나 반복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한 모양인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돌겠군.”

띠링!

[성좌 ‘사이다패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제일 변덕 심한 유지스가 5살짜리의 변덕에 놀아나는 게 웃김 ㅋㅋ]

띠링!

[성좌 ‘유지스의 개과천선’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자강두천이지]

그렇게 꽃집 놀이가 모두 끝나자, 체력을 다 쓴 세실리아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엄마, 나 졸려…….”

나는 하품하며 다가오는 세실리아를 안고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조그마한 아이가 내게 의지하는 몸짓은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낮잠 자야겠다, 세실리아.”

“우웅…….”

사용인들은 부드럽게 웃으며 세실리아를 데려갔다.

“제가 안고 갈게요, 마님. 오늘 아가씨와 놀아주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얼른 들어가 쉬세요.”

“고마워.”

내 곁으로 다가온 유지스와 손을 마주 잡고 저택으로 들어선 순간.

띠링!

[평가가 반영되었습니다.]

평가 알림이 떴다.

{화목한 우리 집 평가지}

▸육아: ★★★★★

▸금실: ★★★★★

▸평판: ★★★★★

‘벌써 이렇게 됐나.’

어느덧 세실리아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무사히 던전을 나가게 되었으니 후련한 감정이 들어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정말로 이게 맞는 걸까?

그때 윈다가 나를 찾아왔다.

“마님. 드릴 것이 있습니다.”

윈다가 내게 작은 함을 내밀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열쇠가 들어있었다.

“로드리고 가문의 가보입니다. 마님께서 보관하시는 게 좋을 듯하여 가져왔습니다.”

이건 어제 민츠버그 부부를 쫓아내며 얻은 퀘스트 보상이었다.

띠링!

[‘세실리아의 방’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또한 세실리아 방의 열쇠이기도 했다.

“그럼 쉬십시오.”

윈다가 물러나고 세실리아도 본인 방으로 갔다.

내가 열쇠를 쥔 채 가만히 서 있자, 유지스가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칼을 넘겨주며 물었다.

“이제 떠날 시간인 건가?”

그도 이 열쇠가 무엇인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에 들어가서 악마가 깃든 물건을 파괴하면 던전이 무너질 거예요.”

그리고 현실로 돌아가겠지.

우리는 이제 떠나기 위해 세실리아의 방 앞으로 갔다.

평가지 조건을 충족했기에 세실리아의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시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왜 망설이지?”

머뭇거리는 내게 유지스가 물었다.

나는 개발자이기에 할 수밖에 없으나,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해받을 수 없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런 예쁜 꿈이 소원이었던 세실리아의 세계를 없애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잔혹하잖아.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요. 당연히 현실로 돌아가야죠.”

유지스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문에 열쇠를 꽂고 돌렸다.

철컥.

문이 열렸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됐으니 어서 악마를 없애고 돌아가야지.’

괜히 씩씩하게 먼저 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안녕, 엄마.”

잠든 줄 알았던 세실리아가 해사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쿵!

그리고 미처 유지스가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문이 닫혔다.

“…안 자고 있었어?”

“웅. 엄마가 올 것 같아서.”

세실리아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묘하게 성숙하고도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걱정하지 마. 안전하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갔으니까.”

충분히 긴장할 만한 상황이다.

하나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가 엄마 자리야!”

나는 세실리아가 권하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세실리아가 허공에 다리를 동동 구르며 딴청 부리듯 물었다.

“갈 거야?”

“응. 그래야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잠겨 나왔다.

“왜애? 여기가 싫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더 멋지게 만들어줄게. 더 멋진 아빠도 만들어줄게. 가지 마.”

“…….”

“나는 엄마가 좋아.”

마음이 아프다.

이런 세실리아의 진짜 엄마가 아니라서. 하지만 내가 이 아이를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해서.

어설픈 죄책감과 미안함에 눈물이 흘렀다.

세실리아가 “에휴!”하고 조그마한 손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울지 마, 엄마. 뚝!”

씩씩하게 구는 세실리아의 얼굴도 점점 이별을 예감한 듯 일그러져갔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여기에 있을게. 세실은 엄마랑 같이 못 가니까!”

내가 나간다는 건 던전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세실리아는 지옥으로 가게 될 테고, 그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충동적으로 말을 꺼냈다.

“같이 나갈래?”

대책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하나 저지르고 보니 외려 확신이 생겼다.

세실리아와 함께 현실로 돌아갈 방법이 있었다.

“나랑 같이 현실로 돌아갈래?”

“어떻게? 세실리아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어. 여길 나가면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니까.”

“나비가 되면 돼.”

나는 순식간에 스콰이어 나비 한 마리를 소환해냈다.

“이렇게.”

스콰이어 나비를 본 세실리아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나비는 팔랑팔랑 우아한 날갯짓으로 허공을 가로지르더니 세실리아의 손에 내려앉았다.

“네가 원한다면 나비로 살게 해줄게, 세실리아.”

그렇게 하면 세실리아는 지옥으로 가지 않는다.

나약한 인간을 구원하는 스콰이어 나비로 살아가게 될 터였다.

마지막을 예감하며 침울했던 세실리아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응! 좋아!”

세실리아는 내게 달려와 품에 폭 안겼다.

5살짜리 세실리아로서 하는 작별 인사였다.

“고마워, 엄마. 엄마가 내 엄마라서 행복했어.”

악마가 깃든 장난감을 부수지 않았는데도 세실리아의 의지에 따라 던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도 행복했어.”

세실리아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어느새 내 품에는 나비가 된 세실리아만이 남아 있었다.

띠링!

[던전 퀘스트: 폭군 길들이기 완료]

▸보상: +50,000,000코인, 연회장으로 복귀

“이제 돌아가자.”

나비가 팔랑 날갯짓으로 호응했다.

* * *

던전이 무너지고 나는 나비가 된 세실리아와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테레제!”

유지스는 던전 문 앞에서 날 발견하자마자 와락 끌어안았다.

“너를 잃는 줄 알고 난…….”

유지스의 목소리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예상치 못하게 나 혼자 세실리아의 방에 갇혔으니 많이 놀랐겠지.

그게 안타까워 부지런히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나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다 잘 해결됐어요.”

그때 사방에서 부산스러운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주변에 쫙 깔린 황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전부 경악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턱이 빠지진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

이거 분명히 오해하겠지…?

띠링!

[성좌 ‘로판중독영애’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끝났네요.]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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