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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39화 (240/277)

239화

나는 얼른 세실리아를 안아 들고서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

자세히 보니 손톱에 긁힌 건지 뽀얀 뺨에 피가 맺혀 있었다.

‘평가지의 별점이 거의 다 찼을 때 생기는 이벤트야.’

아니나 다를까 퀘스트가 떴다.

띠링!

[던전 퀘스트: 민츠버그 공작가 사람들 내쫓기]

▸보상: 로드리고 공작가의 가보

▸실패: 육아, 평판 대폭 하락

유지스는 내게서 세실리아를 데려가 가뿐하게 받쳐 안았다.

“세실리아는 내가 안는다고 했잖아.”

이어 근처에서 전전긍긍하는 사용인들을 손짓으로 불렀다.

“한 사람은 의사를 불러오고 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서 정황을 설명해라.”

그제야 사용인들은 어수선하게 굴던 행동을 멈추고 즉각 명령에 반응했다.

“두 아가씨께서 인형 놀이하다가 갑자기 다투셨습니다. 저희가 만류하기는 했습니다만, 세실리아 아가씨가 아비가일 아가씨의 머리카락을 놓지 않으셔서…….”

그렇다고 머리카락을 잘라버릴 수도 없으니, 옥신각신하다가 이 꼴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싸운 이유가 뭐지?”

“그건 세실리아 아가씨가 말씀해주지 않으셔서 저희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때 조안나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다가왔다.

“정말 놀랍군요, 로드리고 부인. 당신을 믿고 우리 아비가일을 맡겨뒀더니, 이런 사달이라니요.”

나는 침착하게 조안나를 타일렀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일단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요, 민츠버그 부인. 아비가일에게 무슨 일인지 정황은 들으셨나요?”

조안나는 어제부터 울분을 꾹 참고 있었는데 딸이 다치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결국 이성을 잃은 모양인지 대뜸 언성을 높였다.

“정황? 당신 딸이 천한 평민처럼 아비가일을 폭행했는데, 여기서 무슨 정황이 더 필요한가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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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걱정하는 척 화내는 것 같지만 그냥 유지스한테 사랑받는 테레제가 싫어서 화풀이하는 거임;]

아이들은 울고 패트릭은 아내의 처음 보는 난폭한 모습에 쩔쩔매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시도 더 머물고 싶지 않네요. 당장 떠나겠어요!”

조안나는 세실리아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했다.

“저렇게 본데없이 포악한 애가 우리 가문에 들어오는 것도 허락할 수 없습니다! 헨리와의 약혼도 없었던 일이 될 테니 그리 아세요.”

그때였다.

“민츠버그 부인.”

유지스는 특유의 낮고 묵직한 음성으로 조안나를 싸늘하게 불렀다.

타고난 위엄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아무리 이성을 잃은 사람이라고 해도 움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유지스는 자신을 원망스레 쳐다보는 조안나의 손을 벌레 쫓듯 탁, 쳐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남의 가정을 박살 냈다.

“헐벗은 꼴로 찾아와서 내 침실에 들여주지 않았다고 자꾸 아내에게 분풀이하는 거. 더는 못 봐주겠는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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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쪽 꽉 찬 스트라이크]

유지스의 폭탄 같은 발언에 잠시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조안나의 얼굴은 점점 수치심과 굴욕감으로 벌게지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그를 유혹하려던 일을 지적받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정조 관념이라는 게 희미하기 그지없는 귀족 남성에게 유혹을 거절당할 거라고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고.

조안나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상황이 불리해지니 허튼소리로 저를 욕보이려 드시는군요.”

그러자 유지스는 성가셔하는 표정으로 혀를 차더니, 근처의 사용인을 불렀다.

“거기. 내 침실로 가서 호텔 열쇠를 가져와라. 누구 이름으로 룸이 예약되어있는지 확인해보면, 정황이 드러나겠지.”

“알겠습니다, 가주님.”

분위기는 순조롭게 막장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때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메리가 두 팔 걷어붙이며 나타났다.

“정말 뻔뻔하시군요, 민츠버그 부인!”

그녀는 화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가만히 보면 입꼬리가 웃을락 말락 씰룩거리고 있었다.

조안나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합법적으로 고자질할 기회가 생겨 신이 난 듯했다.

“부인께서는 저택에 오신 날부터 이틀 전까지 계속 저희 가주님을 찾으셨습니다. 워낙 민망스러운 일이라 다들 함구 중이었는데, 이렇게 발뺌하시다니요?”

수군수군.

사용인들은 메리와 비슷한 표정으로 저들끼리 귓속말하며 조안나를 노려보았다.

조안나가 화를 내기도 전, 그동안 가만히 있던 패트릭이 더없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게 다 무슨 말입니까, 부인?”

패트릭은 조안나의 편을 들지 않았다.

그는 뭔가 짚이는 게 있는 표정으로 조안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 모함이에요! 지금 우리 아비가일을 폭행해놓고 상황이 불리해지니, 저를 두고 헛소리들을 꾸며내는 거라고요. 모르시겠어요?”

조안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눈물을 흘렸으나 패트릭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질 뿐이었다.

“이제야 부인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게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는군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 지금 내 말을 안 믿고 저들 말을 믿는 거예요?”

‘으음. 언제쯤 나서면 좋을까.’

나는 계속 나설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저기, 그래서 애들이 왜 싸웠는지는 아세요?”

조안나는 궁지에 몰린 상태로 버럭 소리 질렀다.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아비가일이 세실리아를 괴롭혔으니까요.”

아무래도 뜬금없게 느껴졌을까?

조안나는 물론 패트릭도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이벤트의 핵심은 ‘숨은그림찾기’였다.

문제. 사건의 단서를 찾으시오.

나는 바닥을 가리켰다.

“이거 민츠버그 가문의 문양이 그려진 마편이죠?”

조안나와 패트릭은 이게 왜 여기에 있냐는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 세실리아 허리에 묶인 끈 좀 봐주실래요? 이거 아비가일의 드레스에 있던 허리끈 같은데.”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건가요? 친구끼리 빌려줄 수도 있잖아요.”

조안나는 필사적으로 변명했지만,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듯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럼 당사자에게 물어보죠.”

나는 어느새 울음을 뚝 그친 아비가일에게 물었다.

“아비가일. 방금까지 세실리아랑 뭘 하고 놀았니?”

아비가일은 주눅 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실은 우리 오빠랑 결혼하니까 내 말 들어야 한댔는데.”

과연 아비가일은 솔직했다.

“아비가일! 조용히 하지 못하겠니?!”

조안나는 표독스럽게 아비가일을 다그쳤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차가운 눈으로 민츠버그 부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런 본데없고 천박한 가문과는 더 이상 교류하고 싶지 않으니 당장 꺼지세요.”

이어 사용인들에게도 명령했다.

“손님 가시니까 다들 짐 빼는 거 도와드리렴. 그리고 신관을 불러와서 집안에 성수 좀 뿌려달라고 해. 부정 탔을라.”

“예, 마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나는 보란 듯이 유지스의 팔짱을 끼고 침실로 가려다가 멍하니 서 있는 민츠버그 부부에게 물었다.

“뭐해요? 안 가시고.”

띠링!

[던전 퀘스트: 민츠버그 공작가 사람들 내쫓기 완료]

▸보상: 로드리고 공작가의 가보 획득

세실리아는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잠들 시간이 다가왔을 때, 윈다가 나타났다.

“아가씨, 방으로 가시죠.”

나는 “잠깐만.”하고 윈다의 손을 잡고 가려던 세실리아를 붙들었다.

“오늘도 엄마 아빠랑 같이 잘까?”

“…….”

세실리아는 여전히 말이 없기는 했으나 인형을 꼭 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윈다가 메리를 불러 잠자리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라 일렀다.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윈다가 세실리아를 내게 맡기고 떠났다.

세실리아를 데리고 방에 가 있으니, 씻고 나온 유지스가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나타났다.

그는 세실리아를 발견하곤 이러리라 짐작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제의 도란도란한 분위기와 달리 오늘은 약간의 울적함이 감돌았다.

왼쪽에는 나, 오른쪽에는 유지스. 그리고 가운데 세실리아가 침대에 누웠다.

“세실리아.”

“……웅.”

“오늘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헨리 오빠랑 결혼 못 하게 됐는데?”

“오히려 잘 됐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랑 결혼하는 거 이상하잖아? 세실이 어른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결혼해.”

세실리아는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공작부인이 안 되면 어떡해?”

“다른 걸 하면 되지. 세실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게 공작부인이야?”

고작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게 꿈인 아이는 없었다.

세실리아도 마찬가지였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는…… 큰 배를 타고 신대륙을 발견하는 항해사가 될래.”

“멋진데?”

“멀리멀리 떠나서 예쁜 꽃을 수집할 거야. 그리고 꽃집을 열어서 그 꽃들을 팔 거야.”

“엄마도 꽃 좋아해. 그 꽃집이 꼭 열리면 좋겠다. 매일 사러 갈게.”

“헤헤. 엄마는 그냥 줄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니 세실리아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그때까지 우리의 대화를 듣기만 하던 유지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전에 연습해야겠는데.”

뜬금없는 말에 나와 세실리아가 동시에 유지스를 돌아보았다.

“배를 타고 항해하는 연습. 그리고 꽃집 주인이 되는 연습.”

“아…!”

세실리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내일 해볼까?”

유지스의 제안에 세실리아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폴짝폴짝 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꺄아! 나 할래! 연습할래!”

“그러면 일찍 자야지.”

“웅!”

띠링!

[성좌 ‘과몰입오타쿠’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세실리아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도 아기 세실 보면 마음이 아파ㅠ 행복해라 아가…]

세실리아는 내 품에 안긴 채 새근새근 잠들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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