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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37화 (238/277)

237화

띠링!

[성좌 ‘막드매니아’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상상도 못 한 정체 ㄴㅇㄱ]

당연히 상상도 못 했겠지.

이건 플레이어가 하드 모드에서 통학 루트를 선택해야만 알 수 있는 주요 설정이니까.

다시 말해서 기숙사를 선택한 내게는 해당 사항 없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유지스의 회귀 특성에 관련된 사건을 겪으리라고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다.

아니, 사실 그간 너무 많은 일에 치여 살아서 그런 것까지 일일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기는 했다.

띠링!

[던전 퀘스트: 회귀 저지]

▸보상: 지능 상승

▸실패: 사망

※남은 시간: 00:05:00초

기어이 회귀를 저지하라는 퀘스트가 떴다.

실패 시 사망. 너무나 당연한 페널티였다.

“정신 차려요, 폐하! 빌어먹을, 왜 하필 바로 아래서 불이 나냐고!”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패닉에 휩싸인 유지스를 어르고, 달래고, 윽박지르고, 품에 안았다가 뺨을 쥐었다가 생난리를 쳤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나 없다니.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렸다.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남은 시간: 00:04:10초]

유지스를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은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 참담함과 동시에 머릿속이 냉정해졌다.

‘자, 생각해보자.’

퀘스트가 떴다는 건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뜻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그때 문득 퀘스트 내용 중 보상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보상이 지능 상승이라고? 이런 보상은 처음이지 않나?’

의아했다.

왜 하필 지능일까? 그건 마법 능력과 관련된 스탯인데.

“…아, 마법?”

설마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마법이라고?

회귀하기 위해 시간 축을 뒤틀고 있는 이를 상대로, 고작 인간에 불과한 내가?

띠링!

[성좌 ‘테레제에 인생 베팅’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테레제 넌 할 수 있어ㅠㅠ! 절대로 포기하지 마!!]

[성좌들이 BJ를 응원합니다.]

상황이 급박해 머릿속이 온통 혼란한 와중, 불현듯 어느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서재에서 라울과 함께 스콰이어 비전 마법서를 확인했던 날에 들었던 그 말.

“네가 인간의 기준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내가 인간의 기준을 벗어났다고 했었지.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해볼 기회가 찾아온 셈인가?

나는 자조하면서도 입술에 핏방울이 맺히도록 꽉 깨물었다.

[※남은 시간: 00:03:47초]

‘집중하자.’

이 현상을 다시 바라보는 거야.

유지스가 세상을 뒤트는 방법이 뭔지 찾아야 해.

일단 그의 주변부터 확인해보자.

침착한 눈으로 유지스가 아닌 그의 주변을 살펴보자, 작은 돌가루가 위로 솟구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

‘그럼 마력은 어떻지?’

유지스의 주변에서 뭔가 폭발적으로 마력이 방출된다거나 거대한 마법이 운용되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이 능력은 그의 혈통과 관련된 문제였다.

역대 황제 중 가장 선명한 보라색 눈동자를 지니고 태어난 유지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이 회귀였다.

회귀는 신이 유지스를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해 부여한 속성이다.

비록 그를 구하기 위한 힘이었던 회귀가 유지스에게 더 끔찍한 지옥을 보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분명히 회귀를 작동시킬 매개가 있을 텐데….”

마치 검은 나비가 나를 다른 차원에 보냈던 것처럼.

[※남은 시간: 00:02:21초]

그 순간 머리에 불이 탁 켜졌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검은 나비?’

클라이드와 함께 사라져버린 검은 나비는 스콰이어 가문과 연관성이 약하다.

하지만 스콰이어 나비는 다르다.

그건 마신이 직접 준 힘이었다.

‘비전 마법서를 건드렸을 때도 난 다른 차원을 다녀왔어. 그때 구프엘을 만났었지.’

결국 기존의 검은 나비와 스콰이어 나비는 상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유지스의 회귀 능력도 사실 비슷한 메커니즘일 터다.

나를 위기 때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던 검은 나비.

불길에 타 죽은 유지스를 되살리기 위해 역행한 시간.

즉, 이 자리에 내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당장 인벤토리에서 마력을 증폭시키는 포션을 꺼내 단번에 삼켰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시키기 위해 마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사방이 순식간에 마력으로 뒤덮였다.

마력은 내 의지를 따라 무수한 획으로 변해 거대한 실타래를 뽑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곧 형태를 이루어갔다.

수십 개의 마법이 합성되고 분리되기를 반복했다.

새로운 마법이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다시 합성되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마법이 허공에서 즉시 창조되고 있었다.

분리. 삭제. 합성. 변경. 추가…….

점점 덩치를 불린 마법진이 대규모로 펼쳐진 순간.

[※남은 시간: 00:00:10초]

“흔적을 감춘 계약의 증표는 내 앞에서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라!”

지금껏 내가 창조한 마법 중 가장 긴 시전어였다.

전신의 마력이 훅 빠져나갔다.

마력이 한계까지 모조리 사용되어 눈앞이 아찔해졌다.

하나 은은한 빛을 흩뿌리며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시계를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계는 역방향으로 되감기고 있었다.

띠링!

[성좌 ‘로맨스극혐’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와 스케일 보소 ㄷㄷ]

나는 포션을 더 꺼내 마셨다.

본능적으로 내 한계 이상의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력 증폭 포션을 연달아 세 병 마셨을 때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처럼 뛰었다.

다섯 병째에는 맥박이 아예 멈춰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쿨럭!”

부담을 견디지 못한 육신이 검붉은 피를 게워냈다.

띠링!

[성좌 ‘마음으로 낳은 테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악 제발!!!!!ㅠㅠㅠ 이러다 우리 애 죽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전신을 돌며 날뛰던 마력이 세계와 촘촘하게 연결되었다.

길들지 않은 야생마에 고삐를 채운 것처럼 감각이 팽팽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제어할 수 있다고.

그런 확신이 들었다.

“멈춰―!”

모든 마력을 제물로 삼아 시곗바늘을 멈췄다.

[※남은 시간: 00:00:02초]

줄어들던 타이머가 정지했다. 시간을 뒤로 돌리던 시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째깍. 째깍. 째깍.

시곗바늘이 정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띠링!

[던전 퀘스트: 회귀 저지 완료]

▸보상: 지능 상승

시야가 뿌옇게 물들었다.

* * *

시계는 이미 어느 정도 되감겼다.

그 사실을 없던 것으로 무효화 하는 건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었다.

딱 시계가 되감긴 만큼 역행한 시간 선에서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감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덜컹덜컹!

몸이 흔들린다.

“―――――!”

“――.”

“―――?”

어수선한 대화 소리가 빠르게 귓가를 스쳤다.

나는 유지스와 얼굴을 바짝 맞댄 채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아. 지금이 어느 시점인지 깨달았다.

경기장으로 향하던 마차 위.

유지스가 양산을 끌어내리고 내게 키스했던 그 순간이었다.

‘그래서 지금이 키스하기 전인 거야, 후인 거야?’

내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속내를 알 수 없는 유지스가 양산을 잡아당기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반동으로 양산이 휙 들어 올려지자, 아까처럼 몹시 속상한 표정을 한 조안나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키스한 후였나 보네.’

한데 유지스의 반응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서 긴가민가했다.

‘회귀한 충격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지.’

그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내가 회귀를 멈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려나?

패닉이 왔을 때 그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니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게 틀림없을 텐데.

유지스의 상태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경기장에 도착했다.

“VIP석으로 모시겠습니다.”

여기까지는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유지스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두통을 느끼는 걸까?

재킷 위로 드러난 목에 잔뜩 인내하는 사람들에게서나 볼 법한 핏대가 서 있었다.

‘설마 회귀한 여파인가?’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직원을 불렀다.

“여기 휴게실이 어디지? 최대한 조용한 곳으로 안내하거라.”

주변에서도 유지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서둘러 휴게실로 이끌었다.

조안나는 유지스가 두통을 호소하자 마음이 미어지는지, 본인 남편도 버리고 우리에게 따라붙었다.

“저도 같이 갈게요!”

그건 곤란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유지스가 성가시게 행동하는 조안나를 어떻게 해버릴지 모를 일이니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걱정은 고맙지만 제 남편의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민츠버그 부인.”

조안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날 노려보았다.

누가 보면 그녀가 유지스의 아내이고 나는 가정을 위협하는 정부인 줄 착각할 모양새였다.

그만큼 행동이 이상했기에 눈치 없는 패트릭조차 약간의 언짢음을 느낄 정도였다.

“아픈 사람을 걱정하는 건 좋지만. 가주의 건강 문제는 우리가 함부로 끼어들 일이 아니잖습니까, 부인.”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그 와중에도 자존심을 지키려 사과는 하지 않는 게 조안나다웠다.

나는 이들과 실랑이할 겨를이 없었기에 얼른 유지스를 데리고 가장 은밀한 휴게실로 들어갔다.

직원이 나가기 전에 물었다.

“의사를 불러드릴까요?”

“괜찮으니 이만 가보게.”

유지스의 두통은 포션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직원이 나가자마자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는데, 갑자기 유지스가 손을 뻗어 문을 잠갔다.

뭐지? 라고 의문을 느끼기도 전.

“…!”

툭! 데구르르.

갑자기 시작된 격정적인 입맞춤에 포션을 떨어뜨렸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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