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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34화 (235/277)
  • 234화

    파격적인 제안에 잠시 말을 잃을 동안 성좌들은 난리가 났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이 정도로 귀따갑게 후원이 밀려드는 건 꽤 오랜만인 것 같았다.

    띠링!

    [성좌 ‘좋으면 사이렌 울림’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띠링!

    [성좌 ‘유지스에 올인’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꿈★은★이★루★어★진★다★]

    띠링!

    [성좌 ‘남주 편식합니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자꾸 이러시면 저 그냥 유지스 먹을게요~]

    나는 쓸데없이 혼란만 가중하는 후원 알림을 모조리 치워버리고서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어… 저랑요?”

    그럼 나한테 같이 자자고 말한 거지 누구한테 한 거겠니.

    스스로 내뱉고도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사실 지금은 내가 생각한 합방 타이밍이 아니었다.

    {화목한 우리 집 평가지}

    ▸육아: ★★★★☆

    ▸금실: ★★☆☆☆

    ▸평판: ★★★★☆

    최근 유지스의 협조적인 태도 덕분인지 굳이 부부 침실을 쓰지 않았음에도 금실 평가가 조금 오른 상태였다.

    그랬기에 결정적인 게 필요한 순간까지 부부 침실이라는 카드는 최대한 미룰 생각이었는데.

    그때 세실리아가 끼어들었다.

    “그럼 세실도! 세실도 엄마 아빠랑 같이 잘래!”

    띠링!

    [성좌 ‘눈치 챙겨’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아니야 그거 아니야 세실리아 제발 엄마 아빠는 내버려 둬!!]

    “…그래!”

    나는 이거다 싶어서 얼른 세실을 끼워 넣었다.

    “오늘은 우리 세실이랑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자자.”

    “와, 신난다!”

    띠링!

    [성좌 ‘솜사탕 씻은 너구리’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유지스는 그런 날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더니, 세실리아가 끼어도 상관없는지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부부 침실은 침대가 작으니 개인 침실 한 곳에서 자는 게 좋을 듯한데.”

    “그럼 제 방으로 가요.”

    아무리 열심히 청소하고 잘 관리한다고 해도, 유지스는 방에서 흡연했기에 세실리아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셋은 나란히 내 개인 침실에 오게 되었다.

    “엄마 냄새 좋아!”

    세실리아는 까르르 웃으며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를 데리고 함께 자는 일에는 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각자의 잠옷을 챙겨 오고 세실리아가 좋아하는 인형과 동화책도 필요했으며, 세 사람이 씻을 목욕물도 여러 번 교체해야 했다.

    그냥 각자의 방에서 씻고 만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사용인들이 필사적으로 우리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오늘에야말로 두 분이 얼마나 금실 좋은 부부인지 민츠버그 부인에게 똑똑히 보여줘야 해요!”

    메리는 결의를 다지더니 세실리아를 힐끗 보며 아쉬움 담긴 표정을 지었다.

    “두 분의 사이가 좀 더 돈독해졌으면 했는데……. 세실리아 아가씨가 저리 좋아하시니 별수 없네요.”

    “난 좋아.”

    “어휴, 마님도 참. 어쩜 이렇게 욕심이 없으세요!”

    메리는 본인이 다 애가 탄다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일 꼭 데이트 다녀오세요. 세실리아 아가씨는 저희가 잘 보필하고 있을 테니까요.”

    나는 어색하게 하하 웃기만 했다.

    침실에 딸린 작은 응접실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세실리아가 동화책을 가져왔다.

    “엄마, 엄마. 나 이거 읽어줘.”

    “알았어. 그러면 침대로 갈까?”

    “웅!”

    세실리아는 침대 정중앙 자리를 떡하니 차지해 앉더니, 고사리 같은 손바닥으로 양옆을 두드렸다.

    “빨리! 빨리!”

    나와 유지스에게 얼른 본인 옆자리에 누우라는 재촉이었다.

    유지스는 아무렇지 않게 세실리아의 옆자리로 가서 편하게 등을 기대고 앉았다.

    나는 괜히 쭈뼛거리며 반대편 자리를 차지했다.

    세실리아는 이미 멋진 이야기를 들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얼굴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흠흠. 그럼 시작할게.”

    세실리아가 가져온 동화책은 <피터 팬>이었다.

    영원히 5살이 되기로 한 세실리아가 선택한 동화책이라, 읽어주는 동안 익숙한 갑갑함이 차올랐다.

    이대로 던전을 클리어하는 순간 5살의 세실리아도 사라진다.

    그리고 악마 계약자가 된 세실리아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 채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피터 팬은…”

    “쉿.”

    동화책을 읽는 동안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던 유지스가 입술에 손가락을 얹으며 더 읽지 못하게 끼어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자연스레 아래를 가리켰다.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내리자, 어느새 새근새근 잠든 세실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책을 협탁으로 치웠다.

    “우리도 슬슬 자는 게 좋겠군. 내일 경기장에 가야 할 테니.”

    유지스는 파격적인 제안을 꺼냈던 사람답지 않게 침실에 있는 동안 딱히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처음으로 ‘진짜 남편’처럼 이불을 들어주며 내가 똑바로 눕게 하더니, 스스로 방을 은은히 밝히던 촛불을 껐다.

    그는 달빛을 등지고 있음에도 이목구비가 선명했다.

    그래서 눈을 감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그가 물었다.

    “아이를 좋아하나?”

    “글쎄요.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어요.”

    “살뜰히 잘 돌보길래 아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육아에 절대로 능숙하지 않았다.

    다만 어린 시절의 내가 부러워했던 행동을 세실리아에게 아낌없이 해주었을 뿐이다.

    비록 비뚤어진 캐릭터지만, 세실리아의 결핍은 유독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종류였기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쓰였다.

    세실리아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토닥여주는데, 갑자기 유지스의 커다란 손이 내 뺨을 덮었다.

    “…?”

    의아하게 시선을 들어 올린 순간 따뜻한 감촉이 이마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가, 갑자기 뭐 하시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는데, 그가 뺨을 쥔 손을 턱 끝으로 옮겨 고개를 위로 들게 했다.

    그리고는 고요히 입술을 포갰다.

    띠링!

    [성좌 ‘로맨스패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여러분, 마침내 우리 모두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텄다고 생각했다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상황이지만. 다들 침착하게 후원 무음으로 돌리시고 관크 터뜨리지 말고 매너 관람합시다. 후원은 테레제가 잘 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해하셨으면 이제 쉿.]

    “잠…!”

    벌어진 입술 틈으로 그가 침범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본 것 중 가장 느긋하고 부드럽게 입술을 겹쳤다.

    그래서 더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 들었다.

    연상의 남자가 리드하는 입맞춤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나는 숨소리를 최대한 억눌렀다.

    유지스는 긴장한 나를 살살 어르듯 여러 번에 나눠 입술을 겹쳤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내 얼굴을 매만지는 손길이 놀랍도록 다정했다.

    상대가 남자주인공 중 가장 제멋대로이며 포악하기 짝이 없는 폭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더 놀라운 상황이었다.

    “폐하….”

    나는 입술을 겹친 상대만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그를 불렀다. 그만하라는 뜻이었다.

    ‘이러다가 세실리아가 깨겠어요.’

    심장이 두근두근 너무 가파르게 뛰었다.

    이러다 잠든 세실리아가 내 심장 소리에 깨기라도 하면 얼마나 민망한 상황이 펼쳐지겠는가?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흘렀다.

    유지스는 본인이 알 바냐는 듯 픽 웃었다.

    “그러니까 애가 같이 자자고 했을 때 거절했어야지.”

    이런 미친…….

    이 정신 나간 황제 폐하께서는 애가 있든 없든 어차피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이었다는 말이잖은가.

    혼란스러운 와중 갑자기 번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호감도를 확인했다.

    [호감도: ♥♥♥♡♡]

    뭐야. 호감도가 왜 이래?

    대체 왜 갑자기 다섯 단계를 한 번에 건너뛰어?

    띠링!

    [성좌 ‘개복치 황제 유지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입덕 부정기가 끝나신 거지~]

    숨소리를 억누르느라 되레 숨이 찼다.

    나도 모르게 유지스의 가슴팍을 콱 움켜쥔 채 그가 하는 대로 온통 휘둘렸다.

    부디 세실리아가 깨지 않기를 기도하며 발가락만 꽉 오므리고서 안절부절못했다.

    언제 끝나나 싶어 눈을 슬며시 뜨면 나를 탐미하는 것에 열중한 유지스의 얼굴이 보였다.

    낯이 확 달아올라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실눈을 떴다가, 또 화들짝 놀라 감았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쪽.

    유지스는 가벼운 마찰음을 내며 머금고 있던 입술을 떨어뜨렸다.

    달아오른 뺨을 쓰다듬는 손길에 꾹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유지스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는 웃고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일찍 자. 내일 경기장에 가야 하니까.”

    그러고는 직접 손바닥으로 내 눈꺼풀을 덮어 시야를 차단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입술을 조그맣게 달싹였다.

    “저… 폐하.”

    쪽.

    입맞춤은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가 짧게 키스했다.

    시야가 가려져 있어 예상치 못하게 받은 키스에 어깨를 움찔 떨고 말았다.

    “호칭 조심.”

    유지스가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말하고 있는지, 목소리가 지나치게 선명히 들려왔다.

    언제 또 기습적으로 키스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두근두근. 한 번 오른 심박수가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괜히 초조했다. 긴장감에 입술을 질근 물고 알았다는 뜻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 앞에서는 뻔뻔하게 나오던 여보 소리를 지금만큼은 할 수 없었다.

    “이제 자.”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자요.

    갑작스러운 키스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 어두운 감정은 모조리 휘발되었다.

    하나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열기에 잠을 설쳐야만 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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