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악역영애-212화 (213/277)
  • 212화

    [성좌들이 BJ의 생각을 궁금해합니다.]

    “어… 그러니까… 음….”

    나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회피하려, 고민에 잠긴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슬금슬금 위치를 이동해 술 창고를 개방했다.

    “일단 마시면서 고민해볼까?”

    영애들은 술이 한가득 채워져 있는 방을 보더니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에! 술이 종류별로 다 있어요!”

    “자자, 우리 모두 차례대로 꺼내서 테이블로 가져가도록 해요~!”

    “네에~!”

    다들 술을 보더니 내 신랑감에 대한 궁금증을 잊은 듯 까르르 웃으며 술병을 들고 날랐다.

    참 단순해서 좋았다.

    ‘라울이 술은 조금만 마시라고 신신당부해서 저녁에나 가볍게 몇 병 마시려고 했는데.’

    어디 보자. 지금부터 달리면 몇 시까지 마시려나.

    “역시 파티에는 술이 빠질 수 없죠! 어쩐지 이상하게 심심하다 싶었다니까요?”

    “아무렴요. 우리 테레제 님은 어쩜 이렇게 준비가 철저하실까요? 역시 발할라 수석다운 현명함!”

    “수석! 수석! 수석!”

    띠링!

    [성좌 ‘나만 아니면 돼’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이사장이 들으면 뒷목 잡을 듯]

    영애들은 신나게 가장 독한 것부터 뚜껑을 열었다.

    “부어라! 마셔라!”

    그 모습을 목격한 나는 깔끔하게 계산을 마쳤다.

    오늘 전부 죽어야 끝나겠구나.

    * * *

    “어으으, 나 죽어…….”

    내가 좀비처럼 침대 위를 기고 있자 꿀물을 내어오던 엘로이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 샤티 부인의 저택에 가시기로 하셨잖아요. 이대로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사교계의 꽃이 되려면 필수 조건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샤티 부인의 호감도였다.

    그녀에게서 좋은 평판을 얻어야 했기에 여름 무도회가 시작되기 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원체 방문 약속을 잡기 어려운 샤티 부인이 흔쾌히 수락해서 다행이었지.’

    그렇게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하필 클예부와 광란의 술 파티를 벌인 다음 날로 약속이 잡힌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엘로이즈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술 창고가 텅텅 비도록 하룻밤 사이에 다 마셔버리는 사람은 아가씨들 말곤 없을 거예요.”

    “클예부 회원 수가 몇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다 마시지…….”

    “클예부요?”

    “아니, 테랑… 우욱!”

    어우. 내 입으로 말하려니 순간 헛구역질이 나왔다.

    내가 숙취로 축 늘어져 있으니 엘로이즈가 걱정스러워했다.

    “오늘 새벽에 농원에서 마법 꽃들이 도착했어요. 그것도 확인해 보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어쩌겠어. 확인해야지…….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면 일 못 해.”

    띠링!

    [성좌 ‘꼰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잘 거 다 자고 놀 거 다 놀면 일은 언제 해?]

    엘로이즈는 본격적으로 몸단장을 도우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나저나 아가씨 팬클럽 회원 수가 많아서 그런지, 여름 별채 파티가 벌써 사교계에 소문이 퍼졌대요. 다들 별채에 달린 장치에 대해 궁금해하는 눈치였어요.”

    확실히 어느 곳이든 계절감이라는 건 상당히 중요한 소재였다.

    특히 파티는 더더욱 계절에 맞춘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게 다뤄지니, 별채의 여름 파티는 꽤 인기를 끌 듯했다.

    소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참, 오늘 농원에서 온 인부에게 듣자 하니 근처에 생겼던 던전들이 전부 클리어됐대요. 정말 다행이죠?”

    “그러게. 던전은 사라졌더라도 농원의 안전 문제는 계속 신경 써줘.”

    “물론이에요. 어휴, 어떻게 된 게 우리 아가씨는 방학인데도 학기 중보다 더 바쁘실까요!”

    띠링!

    [성좌 ‘물질만능주의’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나는 몸단장을 끝내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확인했다.

    얇고 하늘하늘한 소재의 드레스와 귀여운 머리 모양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시원해 보였다.

    “산뜻해 보여서 좋네. 일단 마법 식물부터 확인하러 가자.”

    “네에? 식사는요!”

    “확인하고 먹을게.”

    나는 엘로이즈를 데리고 마법 식물을 보관 중인 온실로 향했다.

    그새 배양에 성공한 새로운 마법 꽃들은 전부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간간이 귀여운 것들도 있었고.

    ‘내 눈엔 다 괜찮아 보이는데, 어떤 꽃으로 선별해야 하지?’

    유지스가 예쁜 것으로 가져오라고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골치가 아팠다.

    나는 집안의 꽃장식을 담당하는 사용인에게 말했다.

    “여기 있는 마법 꽃으로 최대한 풍성한 꽃다발을 만들어 줄래?”

    “네, 아가씨.”

    마침 샤티 부인과 약속이 있으니 꽃다발을 선물하면서 유지스의 취향에 맞는 게 무엇일지 조언을 구해야겠다.

    “언니!”

    그때 온실로 리비가 찾아왔다.

    자연스레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상큼하게 차려입은 리비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 집 딸내미인지 어쩜 저렇게 예쁠까.’

    리비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띠링!

    [성좌 ‘스콰이어 절대 지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자매야 8_8]

    우리는 함께 샤티 부인의 초대를 받아, 같이 마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다.

    “샤티 부인의 저택으로 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왜 벌써 왔어?”

    내가 의아하게 묻자 리비는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긴장돼서……. 언니랑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리비는 평민들 사이에서 자랐다는 성장 배경 때문인지 유독 예법에 자신감이 없었다.

    “네가 나보다 훨씬 우아한 아가씨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

    “언니도 참.”

    아무래도 내 말을 기운 내라는 격려로 받아들인 모양인데, 애석하게도 이건 사실이었다.

    ‘난 아직 예법이 중급이거든.’

    반면 리비는 학교에서 예법 수업을 착실히 들어 A등급을 받았다고 했다.

    ‘언제까지 중급에서 머물러 있으려나. 내일이면 황제를 만나러 황실에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운 좋게 중급 예법으로도 유지스의 분노를 사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는 법은 없었다.

    물론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예법을 교육받아도 되지만, 황후가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그런 일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상점에서 스킬을 살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유지스를 최대한 피해 다녀서 마주칠 일이 없게 하면 된다.

    ‘상점은 오즈월드가 관리하는 게 아닌가? 소식이 없네.’

    그러고 보니 수도로 돌아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오즈월드에 대한 소식은 들은 게 없었다.

    ‘대체 뭘 준비하고 있길래 감감무소식인 거야?’

    나는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루비 반지를 힐끗 보며 한숨지었다.

    * * *

    샤티 부인은 우리 자매를 매우 기껍게 반겨주었다.

    “어서들 와요.”

    “초대해주셔서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꽃은 방문 선물이에요.”

    “어머나.”

    샤티 부인은 은은한 빛을 머금은 마법 꽃들을 보며 매우 기뻐했다.

    “꽃은 화병에 꽂아서 가져오렴.”

    “네, 마님.”

    “영애들은 날 따라와요.”

    샤티 부인은 우리를 데리고 근사한 정원이 보이는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방안에 놓인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를 가리켰다.

    “이 피아노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수집품이에요. 손목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는 손님들을 위해 종종 연주하곤 하죠.”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피아노를 살폈다.

    ‘샤티 부인이니 당연히 악기를 몇 가지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런 걸 수집하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네.’

    게다가 그녀가 자랑스러워할 만큼 피아노도 무척 좋아 보였다.

    신지우였을 때 동생 중 하나가 피아노를 전공했었다.

    매번 연습한다며 멀쩡한 방음실을 놔두고 거실 피아노를 두들겨대는 통에 클래식 문외한인 나조차 쇼팽과 바흐, 차이콥스키의 차이를 구별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보상으로 피아노 연주 기술을 익히게 됐었지.’

    어린 시절 호기심에 피아노를 건드렸다가 난리 난 이후 악기에는 딱 관심을 끊었었는데.

    ‘살다 보니 내가 피아노와 연이 닿는 날도 생기네.’

    “마님, 화병은 어디에 둘까요?”

    우리가 피아노를 구경하고 있을 때, 사용인이 어느새 마법 꽃을 화병에 예쁘게 정리해왔다.

    샤티 부인은 테이블에 올려두라고 지시하고는 우리에게 자리를 권했다.

    “이리로 앉아요. 우리 주방장이 젊은 영애들이 온다고 하니까 귀여운 다과를 준비해줬더군요.”

    그녀의 말대로 테이블에는 나이 든 귀부인의 티파티에 올리기에는 지나치게 귀엽게 생긴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꼭 손녀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듯한 모양새였다.

    리비는 과자들이 전부 예뻐서 먹기 아깝다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

    샤티 부인은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리비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러더니 테이블에 놓은 화병을 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마법 꽃에 해박한 건 아니지만 전부 처음 보는 꽃이군요. 테레제 양이 마법 농원을 운영한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거기에서 재배하는 꽃인가요?”

    “네. 제 농원의 연구실에서 새로 배양한 꽃들이라, 처음 보신 게 맞아요. 황실에 가져갈 것들인데 꽃이 예뻐서 부인께 먼저 드리고 싶었습니다.”

    샤티 부인은 황실에 가져갈 거라는 말에 조금 더 꼼꼼한 시선으로 화병의 꽃들을 살폈다.

    그러더니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황실에 납품할 꽃이라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꽃들이 전부 생김새가 우아해서 황실의 위엄에 걸맞아 보이는군요. 폐하께서도 분명 흡족해하실 겁니다.”

    샤티 부인이 저렇게까지 확신 어린 표정으로 말한다면 꽃들이 유지스의 안목에도 합격선이라는 뜻이었다.

    내심 안도하고 있을 때, 샤티 부인이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테레제 양이 직접 폐하께 꽃들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BJ악역영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