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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06화 (207/277)

206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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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ㅋㅋ]

멀리서 스콰이어 가문의 깃발을 든 마법 기사단과 망토를 휘날리며 선봉에 선 라울의 모습이 보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그리고 수십 마리의 말이 내는 엄청난 소음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저들이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분 남짓.

“빨리 숨으라니까? 저분 우리 아버지야!”

데미안은 멀뚱멀뚱 날 쳐다보았다.

“저는 부인의 개인 호위 마법사가 아니었어요? 그럼 같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야!”

우리 아버지가 내 짝사랑 상대이자 혼자서 결혼식을 준비하며 미련 떨다 빗속에서 혼절한 사건의 원인 제공자가 넌 줄 아시니까!

……라고 설명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커다란 나무 기둥에 데미안이 가려져 있다지만, 곧 모습이 보일 터.

시간이 없으니 설득 대신 보상을 제안했다.

“잘 숨어있으면 상을 줄게.”

상이라는 말에 데미안의 눈빛이 돌변했다.

“어떤 상이요?”

“나 돈 많아.”

“아하…….”

반응이 영 시들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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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미쳐있는 앤데 돈 같은 거에 관심 있겠어? 소원 들어준다고 해]

“네가 원하는 거 들어줄게.”

데미안이 냉큼 수락했다.

“좋아요. 기대할게요, 부인.”

그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후, 나는 서둘러 피크닉 매트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사이 라울은 “워, 워!”하며 말을 멈춰 세우고 있었다.

“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내 말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한달음에 다가온 라울이 나를 이리저리 어지럽게 살핀 후 안도하는 얼굴로 끌어안은 탓이었다.

자그마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향해 감사하는 기도가 들려왔다.

재난 지역에 남겨진 자식이 무사한 것을 본 아버지의 반응이 이렇구나. 내가 걱정을 끼쳤구나.

그런 종류의 무수한 생각이 스치며 머쓱해졌다.

“걱정하셨어요?”

“그걸 말이라고!”

라울은 나를 품에서 떨어뜨리며 따끔하게 혼내기 시작했다.

“너도 스티그마타가 어떤 미치광이 집단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놈들이 이번에는 무려 황제 폐하를 직접 노리기까지 했는데 공녀인 널 가만히 둘성싶으냐?”

“아니요…? 가만두지 않겠죠…?”

질문에 대답했을 뿐인데 라울이 뒷목을 잡았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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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대꾸 레전드 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알면서도 황제 폐하를 따라 수도로 돌아오질 않는 게 말이나 되느냐? 아비가 황제 폐하의 안위를 걱정하는 청원을 올리고 군대까지 보냈는데!”

세상에. 그게 라울이 꾸민 짓이었다고?

내가 눈꺼풀을 깜빡거리고 있자 조금 떨어진 자리에 서 있던 기사단장이 슬며시 다가왔다.

“이번 선동으로 인해 폐하께서 가주님을 호출해 오늘까지 황궁에 잡아두셨습니다.”

“네? 아버지를 왜요?”

설마 나 때문인가?

그때 라울이 혀를 차며 기사단장에게 손을 내저었다.

“그 이야기는 관두게.”

“아가씨도 미리 들어두시는 게 낫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스콰이어 가문이 스티그마타의 소행인 척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다가 일이 틀어지자 발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으니까요. 그래서 가주님이 황실에 불려간 거라고 소문이 퍼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하필 스콰이어 공작가가 황실과의 사이가 워낙 나빠서 다들 그럴싸하게 들을 법한 괴소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재밌으니 입에 담는 것이겠지.

라울은 아마 여기까지도 예측했을 거다.

하나 가문이 불리해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했다는 뜻이었다.

황제가 라울을 황궁에 붙들어둔 것은 명백한 심술이었으리라.

‘자식 걱정으로 애가 타는 라울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연루해두었겠지.’

가족들도 라울이 좋지 않은 이유로 황궁에 불려간 상황이니,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었을 테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죄송해요…….”

“됐다. 다 지난 일이니. 네가 아비에게 죄송해야 할 건 스스로 안위를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뺨을 긁적이며 소심하게 변명했다.

“마법 동물들이 저를 지켜주고 있어서 안전해요. 그래서 스티그마타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폐하의 별장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던전을 생성했거든요.”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라울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뾰족한 눈초리만 쏟아졌다.

때마침 마법 새들이 웅장한 모습으로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저길 보세요. 어쩌면 여기가 수도보다 안전할걸요?”

그러나 내 적극적인 해명은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라울은 “보기는 뭘 보란 것이냐!”로 시작해서 귀가 따갑도록 본격적인 잔소리를 퍼부었다.

나는 울상지은 얼굴로 쭈그러들어 기사들이 보는 앞에서 잔뜩 혼나야 했다.

기사들도 난감해하며 이곳이 안 보이는 척 다들 표정을 관리했다.

이 상황을 보다 못한 기사단장이 라울을 만류했다.

“아가씨 말씀대로 이 근방은 마법 동물들이 빼곡하게 포진되어 있어 안전합니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머물러 계신 덕분에 인근 주민들이 크게 안심하고 생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도 하고요.”

나는 설마 기사단장이 내 편을 들어주리라고 예상치 못했기에 조금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기사단장이 날 힐끔 보더니 슬쩍 웃으며 윙크했다.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의 애교스러운 윙크는 익숙지 않았기에 흠칫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가 내게 호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가주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던전이 나타나면 마을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을요. 하나 이번에는 그런 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라울은 기사단장이 구구절절 옳은 소리를 하자 결국 버럭 화를 냈다.

“자네, 테레제에게 따로 좋은 자리라도 약속받은 모양이지?”

“예에? 그럴 리가요. 저는 사실대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라울은 심술부리면서도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아무래도 기사단장에게서 내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간신히 상황이 일단락되었을 때, 갑자기 라울이 내 뒤를 살폈다.

“한데 누구랑 같이 있지 않았더냐? 뭔가 시커먼 것을 보았는데.”

“마법 동물이었어요!”

라울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눈썹을 휙 들어 올렸다.

“마법 동물이라고?”

“네. 그러니까…… 고양이요.”

당황한 나머지 당장 생각나는 동물이 고양이밖에 없었다.

띠링!

[성좌 ‘금쪽같은 내 새끼 데미안’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데미안 이거 듣고 있으면 웃기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울은 날 이상한 눈초리로 봤으나 적당히 넘어갔다.

“아무튼 당장 아비와 함께 집으로 가자꾸나. 이곳에 더 머물러 있어봤자 스티그마타의 먹음직스러운 표적이나 될 것이다.”

그의 걱정은 일리 있었지만, 내게는 아직 못다 한 일들이 많았다.

“아직 마법 장치들을 다 확인하지 못했어요. 황실에 납품할 마법 식물도 선별해야 하고요.”

“황실이라니?”

나는 황제가 준 납품 권한을 설명했다.

라울은 나와 유지스 사이에 있었던 일을 들을수록 낯빛을 굳히더니 종래에는 몹시 심란해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공작저로 데려가야겠구나. 대책이 필요하니.”

“대책이요?”

“그 작자가 널 황후로 들이겠다고 말하기 전에 세울 대책 말이다.”

그건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유지스는 여전히 검은 하트 3개였으니까.’

라울은 내 반응을 보더니, 혀를 찼다.

“아비 말을 귀담아듣는 게 좋을 것이다. 한창때의 사내가 너 같은 여인을 곁에 가까이 두고서도 멀쩡히 사고할 수 있을 줄 아느냐?”

띠링!

[성좌 ‘로판중독영애’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권력자일수록 그 인내심은 종잇장보다 얄팍한 법이지요. 원하는 대로 손에 넣기만 해온 자는 생각과 동시에 행동한답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엄연히 호감도에 따른 행동 양상이 정해져 있었다.

유지스에게 황후를 들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려면 붉은 하트 3개 이상이 필요했다.

‘뭐,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조심할게요.”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내 귀환도 결정되었다.

다만 당장 떠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법 동물들에게 이곳을 부탁해야 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 회의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내 이야기를 들은 라울의 눈빛에 놀라움이 깃들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래. 책임자로서 마땅히 할 조치구나. 나 역시 이곳을 둘러보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두마.”

“감사해요.”

나는 당장 총관리자 체드를 비롯한 주요 관리자들을 소집해 상황을 전달했다.

한동안 소통은 마법 전서구를 통해서 하기로 했으며 마법 동물들의 협력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장소는 개인 연구실이었다. 안에 있는 짐을 챙겨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미안과 이야기할 시간도 필요했고.

인벤토리에 물건들을 집어넣고 있으니 예상대로 데미안이 나타났다.

그의 표정은 아까와 달리 어두워져 있었다.

“부인이 여기에 더 머물렀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렵겠죠?”

목소리에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네가 그걸 원한다면 아버지를 설득해볼게.”

데미안은 눈을 샐쭉하게 뜨고는 약간 토라진 얼굴로 대꾸했다.

“괜찮아요. 상은 더 좋은 걸로 받고 싶으니까요.”

“어떤 걸 원하는데? 당연한 거지만, 내가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는 안 돼.”

“무리한 요구는 안 해요. 다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나중에 말할게요.”

짐을 다 챙긴 나는 의아한 시선으로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왜? 마차에서 이야기해도 될 텐데.”

“……저도 같이 가자는 뜻인가요?”

“당연히 같이 가야지. 너 혼자 있다가 스티그마타가 오면 위험하잖아.”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여기는 마법 동물들이 있어서 안전하다고 했잖아요.”

“그건……!”

내가 한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수도로 돌아갈 때는 위험하니까 그렇지. 네 집이 수도에 있는데 여기에 머물 것도 아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은 곤란해요.”

“왜?”

데미안이 내게 다가와 허리를 끌어안더니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부인과 같은 마차에 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도저히 얌전히 있을 자신이 없어서요.”

그가 키스할 듯이 고개를 숙였다.

“미움받기 싫어요.”

이 말인즉, 마차에 타면 미움받을만한 짓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데미안을 밀어내고서 강력하게 경고했다.

“절대로 타지 마. 절대로.”

“그렇게 말하니까 속상하네요.”

데미안은 전혀 속상해하지 않는 표정으로 날 쫓아오더니 작별 인사를 남기기 전, 뺨에 키스했다.

“수도에서 만나요, 부인.”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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