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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205화 (206/277)
  • 205화

    “……지금 뭐 해?”

    내 추궁에 데미안이 귀염을 떨며 안겼다.

    “아침이 밝아서 부인을 깨우려고요. 원래 고양이가 이렇게 깨워주잖아요. 아, 강아지였나?”

    어쩐지 꿈에 고양이가 나오더라니.

    ‘데미안 때문이었구나.’

    그럼 고양이가 자꾸 뽀뽀하던 것도 데미안의 행동이 반영된 거였나?

    생각할수록 황당한 기분에 그를 밀어내며 상체를 일으키는데, 또 황당한 점을 발견했다.

    “상의는 왜 벗고 있는 거야?”

    “알잖아요, 부인. 저 더위 많이 타는 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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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앞으로 여름이야]

    데미안은 여유로운 동작으로 침대를 내려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저건 아무 데나 던져놓았을 상의를 찾는 동작이었다.

    생각해보면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 인해 둘이서 지낼 때도 난방에 무척 신경 썼었다.

    그 때문에 데미안은 항상 덥다며 상의를 훌러덩 벗어 던지곤 했다. 지금처럼.

    나는 떨떠름하게 납득하다가 문득 데미안의 복부를 응시했다.

    ‘다행히도 멍은 사라졌네.’

    그러고 보니 좀 이상했다.

    ‘데미안은 백마력 소유자라 멍쯤은 바로 치유되지 않나?’

    어제는 고문당했단 말을 들은 데다 멍까지 본 탓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데미안이 수줍게 말했다.

    “그리고 부인은 제 몸을 좋아하잖아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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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좋아해!!!!!!!!!!!!!!!!!]

    몹시 억울한 오해에 기가 막혀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내가 언제?”

    “방금도 대놓고 훔쳐봤잖아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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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긴 테레제가 은근히 몸매 많이 보더라]

    “그건 멍이 사라졌는지 확인해보려고 본 거야!”

    “거봐요. 봤으면서.”

    내가 차오르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베개를 팡팡 내리치자 어느새 셔츠를 걸친 데미안이 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왔다.

    “이러니까 자꾸 놀리고 싶잖아요.”

    그는 심술 난 표정이 귀엽다며 여러 번 입을 맞추다가 내게 한 대 얻어맞고서야 떨어졌다.

    “아파요, 부인.”

    “이러지 말랬지?”

    “그러면 귀엽지나 말지.”

    이 순간 베니토가 왜 자꾸 귀를 틀어막는지 완벽히 이해했다.

    나는 아침부터 기력이 쭉쭉 빨리는 걸 느끼며 씻고 대충 아침부터 해결했다.

    데미안은 연구실 테이블에 앉아 고구마와 아이스 커피를 먹는 중인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설마 그게 식사인 건 아니죠?”

    “맞는데.”

    이곳에 온 이후, 끼니는 챙겨온 감자나 고구마로 때웠다.

    사용인이 부엌에 여러 식자재를 마련해두기는 했지만 요리할 줄 몰랐고 해 먹기도 귀찮아서 선택한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너도 줄까?”

    내가 고구마를 내밀자 데미안이 이마를 짚었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고는 오믈렛을 뚝딱 만들어왔다.

    “이거 먹어요.”

    “고마워. 잘 먹을게.”

    데미안의 음식 솜씨는 뛰어났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어 냉큼 포크를 들었다.

    오믈렛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대단하다. 내가 만들면 이상하게 겉은 타고 속은 안 익던데.”

    “부인은 이런 거 할 필요 없어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제가 다 만들어줄 테니까요.”

    청혼 같은 말에 곤란해져서 말없이 오믈렛을 우물거리자 데미안이 피식 웃었다.

    “곤란해지면 말이 없어지는 건 여전하네요.”

    “…더워지기 전에 농원으로 가봐야겠다. 오늘 좀 바빠서.”

    나는 괜히 부지런 떨며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머리에 햇살을 가려줄 밀짚모자를 썼다.

    외출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같이 갈래요.”

    “괜찮겠어? 혹시 스티그마타가 나타나면 어떡하려고.”

    “마법 동물들이 이 주변을 지켜주고 있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지간한 마법사는 마법 동물이 접근을 눈치챌 것이다.

    마법 동물을 속일 정도의 강자가 찾아오는 거라면 나도 함께 상대하는 쪽이 생존에 유리하리라.

    “좋아. 같이 가자.”

    데미안은 동행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섰다.

    뭐라 지적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나도 손을 마주 잡았다.

    “어디로 갈까요?”

    “농원에서 농가까지 이어진 방어 시설을 점검할 거야. 여기서부터 쭉 돌면 돼.”

    하루 만에 끝내기는 어려운 일이라 며칠에 나누어 작업할 생각이었다.

    해가 강한 시간에는 연구실을 들르고 저녁에는 실링팬을 연구해야지.

    데미안은 내가 레이스 장갑 대신 작업용 장갑을 낀 손으로 설비를 열어 마법 장치를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의아하게 물었다.

    “왜 사람을 시키지 않고 부인이 직접 확인해요?”

    “현장 관리자도 따로 있어. 이건 내가 설계한 장치라서 직접 확인하는 거고.”

    이 보호 마법 장치는 천계에서 사용하는 균열 억제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었다.

    장치에 주기적으로 마력만 채워두면 마수의 접근을 차단하는 정화 마법이 발현되는 방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마법 장치에 마력을 꽉 채워 넣은 뒤 뚜껑을 닫는데 돌연 데미안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부인은 못 하는 게 뭐예요? 또 반해버렸어요.”

    “더우니까 떨어져.”

    나는 매정하다고 칭얼거리는 데미안을 데리고 다음 설비를 확인하러 떠났다.

    이번에는 농가에 설치한 설비를 확인해야 했는데, 낯선 젊은이 두 사람이 접근하자 마을 주민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에게 접근했다.

    “스콰이어 공작저에 고용된 이들이오?”

    “네, 맞아요.”

    내 자연스러운 대응에 데미안이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구, 나는 무슨 배우들이 온 줄 알았네! 어쩜 이렇게 곱고 잘생겼대?”

    말문이 트이자 주민들이 우리 주변으로 와글와글 모여들기 시작했다.

    “스콰이어 공녀님도 대단한 미인이라던데, 우리 같은 것들이야 얼굴 한 번 뵌 적 있어야지. 근데 안 봐도 아가씨가 더 예쁠 거야.”

    “이 총각은 어쩌면 이렇게 잘생겼을까? 키도 엄청나게 크고!”

    “근데 혹시 둘이 사귀어?”

    누군가의 능청스러운 물음에 데미안이 씩 웃었다.

    “그렇게 보여요?”

    “딱 보면 알지! 남자친구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구먼.”

    으음. 확실히 어느 쪽의 데미안이든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게 하는 건 비슷한 듯했다.

    주민들은 어느새 데미안이 편해졌는지, 농을 던지며 다음 설비가 있는 장소까지 따라왔다.

    내가 장치를 확인할 동안 데미안은 주민들을 상대하다가 이곳은 위험하니 얼른 돌아가 보라며 길을 배웅했다.

    나는 데미안만큼 살갑게 대응할 성격이 못되었기에 고마웠다.

    ‘오늘은 연구실에 들르지 말고 데미안이랑 개울이라도 다녀올까.’

    “여기서 조금만 이동하면 개울이 있는데 같이 가 볼래?”

    내 제안에 데미안이 몹시 기뻐하며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얼른 가요!”

    그의 재촉에 서둘러 오늘 확인할 설비를 돌아본 후 물놀이를 떠났다.

    데미안은 개울에 도착하자마자 상의를 훌러덩 벗어 던지고는 물에 들어갔다.

    첨벙!

    순식간에 머리카락까지 전부 젖은 데미안이 물방울을 튀기며 내게 손짓했다.

    “물이 시원해요, 부인. 이리로 오세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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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그럽다 싱그러워]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발만 담그고 있었다.

    데미안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내게 물을 끼얹었다.

    “차가워.”

    “그러니까 이리로 오라니까요.”

    “나 수영 못해.”

    “여기 수영할 만큼 깊지도 않아요, 부인.”

    귀찮아서 엉덩이 떼기 싫었는데.

    그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어기적어기적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걷다가 갑자기 바닥이 깊어져 풍덩 빠지고 말았다.

    그래봤자 어깨까지 오는 깊이였는데 데미안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번쩍 일으켰다.

    “괜찮아요?!”

    “응, 발을 헛디뎠어. 다친 데도 없고 멀쩡해.”

    데미안은 몹시 염려하는 표정이더니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고개 돌렸다.

    ‘왜 저러지?’

    의아하게 시선을 내려보니 물에 젖은 옷이 아래로 흘러내려 어깨가 훤히 드러난 게 보였다.

    설마 이걸로 부끄러워한다고?

    “넌 아무 때나 훌렁훌렁 잘도 벗으면서 겨우 내 어깨가 좀 보이는 정도로 부끄러워해?”

    “겨우 어깨가 아니에요.”

    데미안은 한숨지으며 날 데리고 개울 밖으로 나가더니 젖은 옷을 마법으로 보송보송하게 말려주었다. 그리고는 옷매무새를 고쳤다.

    “다시 물에 들어갈 거 아니었어?”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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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안 되는지 육하원칙으로 설명해]

    ‘수영복 입으면 기절하겠네.’

    데미안의 의견을 따라 우리는 물놀이 대신 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쉬기로 했다.

    내가 인벤토리에서 피크닉 매트를 꺼내자 데미안이 의아해했다.

    “부인이 소풍을 즐기는 성격도 아닐 텐데 이런 건 왜 있어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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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레제한테 친구 없을 것 같다고 돌려서 말하는 거 아님?]

    띠링!

    [성좌 ‘마음으로 낳은 테레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우리 테레제 친구 많거든요?;;]

    이런 매트를 챙겨 다니는 성격이 아니기는 했다. 하나 굳이 챙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학교 잔디에서 마시는 술이 별미거든.”

    데미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클예부는 어떻게 됐을까? 클라이드가 사라졌으니 클예부도 없어졌겠지?’

    빙의된 초창기만 해도 클예부가 없어졌으면 했는데, 지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파티를 열기로 했으니까 초대장이나 보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무 그늘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두두두두!

    멀리서부터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요란스레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일으켜 먼지구름이 이는 방향을 확인하자 어딘가 낯익은 외형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이곳으로 맹렬하게 달려오는 중인 사람은 다름 아닌 라울이었다.

    ……잠깐만. 나 지금 데미안이랑 같이 있는데?

    “숨어!”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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