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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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좋다… 오사장이 질투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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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월드 왜 맛있는 건데? 해명해! 오즈월드 왜 맛있는 건데? 해명해! 오즈월드 왜 맛있는 건데? 해명해!]
나는 차분한 미소를 띤 얼굴로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알았으니까 저 좀 내려주시겠어요?”
질투하는 척하면서 이러는 거, 정말이지 소름 끼치니까.
오즈월드는 나를 사뿐히 바닥에 내려주며 물었다.
“저택을 둘러보시겠습니까?”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유는 오즈월드를 집안사람들과 떨어뜨려 놓기 위함이었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에 더는 할 일이 없었고,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순순히 응했다.
“좋아요.”
다행스럽게도 이 저택은 판테온의 성만큼이나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느라 오즈월드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주 고통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게다가 쌍둥이도 함께하고 있어서 그런지 묘하게 마음이 놓였고.
그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키케와 베니토는 오즈월드의 사람인데도 거북한 마음이 들지 않아.’
그러다 내가 아는 얼굴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비드가 보이지 않네요?”
“저를 대신해 처리할 일이 많아서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겁니다.”
대신 처리할 일이라는 건 오즈월드 컴퍼니에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
그곳에서 하는 일이 뭘까?
오즈월드가 나를 괴롭히듯 다비드도 다른 BJ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그때 오즈월드가 허리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판테온에 관련된 이야기는 삼가도록 하죠. 몰입에 방해되니까요.”
나는 그가 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하며 조금 떨어졌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즈월드는 내가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행동을 할 때마다 폭력적으로 굴었던 쓰레기였다.
방송 중이라고 그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는 모양인지 오즈월드가 내 턱을 움켜쥐었다.
“마음이 워낙 여린 편이라 이렇게 대놓고 피하시면 상처받습니다.”
“…….”
나는 몇 번이고 심호흡하며 간신히 그를 노려보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상냥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
“채널 관리자 오즈월드 씨나 할 법한 행동은 좀 삼가는 게 어떨까요? 몰입에 방해되니까요.”
내 지적을 들은 오즈월드가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나직한 목소리를 냈다.
“테레제 양은 참 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저를 자극하는군요.”
당신도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더 개새끼가 되니 나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오즈월드가 턱을 움킨 손을 풀어 뺨을 훑었을 때였다.
“주인님.”
기척도 없이 존재하던 베니토가 불쑥 끼어들자 오즈월드가 고개를 틀어 그를 쳐다보았다.
“일이 생겨서 나와 키케는 나가봐야 할 것 같다.”
“흐음. 그러세요.”
오즈월드는 허락의 말을 내뱉으며 심드렁해진 얼굴로 나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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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로맨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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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오즈월드 업보 쌓는 거 심상치 않네]
오즈월드는 내 기분이 어떤지 살필 생각조차 없는지 여상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슬슬 만찬장으로 가실까요?”
내 뺨을 불쾌하게 탐하던 손이었다.
‘이딴 쓰레기가 무슨 남자주인공을 하겠다고 여길 온 건지.’
그에게 무례하게 붙들린 턱보다 중요한 수집품을 확인하듯 뺨을 만지던 손길이 더 불쾌했다.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이유가 못 견디게 궁금해졌다.
“발렌시아 후작님. 왜 저를 초대하신 건가요?”
오즈월드는 외려 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습니까?”
“알면 안 물었겠죠. 오붓하게 저택을 구경시켜주고 맛있는 걸 먹이며 데이트할 생각으로 저를 초대한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애석하게도 그런 이유입니다. 어쩌면 그걸로 끝이 아닐 수도 있고.”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게……”
오즈월드는 말로 설명할 것도 없다는 듯 나를 계단 기둥으로 몰아세웠다.
서로의 가슴팍이 맞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그가 오만한 시선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이거야말로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
“아, 몰라서 순진하게 남자 혼자 있는 집까지 따라온 겁니까?”
“그래서요? 뭘 할 생각이신데요?”
“뭘 할까요, 여기서.”
그렇게 물어보면 아무 말 못 하고 물러설 줄 알고?
“글쎄요. 분위기만 보면 키스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도발에 오즈월드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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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노빠꾸라서 나는 행복해]
우리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팽팽한 기 싸움이 오가던 중, 갑자기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즈월드가 이러는 목적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대한 고찰이었다.
‘일부러 내게 수치심과 모멸감이 들게 만들려는 것 같은데.’
위악적이다. 그 표현이 맞을 듯했다.
그의 눈빛은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하는 연구원 같았다.
아니, 그보단 곤충을 괴롭히며 언제까지 살아있을지 지켜보는 악랄함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대체 뭘 확인하고 싶은 걸까? 이 남자는.
의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언젠가 그의 정체가 궁금해서 온갖 생각에 잠겼을 때처럼.
내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오즈월드가 말을 걸어왔다.
“신기하네요.”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말에 잠시 생각이 멈췄다.
내가 눈꺼풀만 깜빡이고 있으니 오즈월드가 말을 이었다.
“당장이라도 키스할지 모르는 상대를 앞에 두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버리는 그 무신경함이 말입니다.”
그의 얼굴이 키스할 듯 훅 다가왔다.
흠칫!
나는 무방비하게 있다가 오즈월드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며 어깨를 움츠러뜨리고 말았다. 그 사실에 몹시 자존심 상했다.
“또 궁금한 게 생겼습니까?”
뒤늦게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당신은 호기심이 생기면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잖습니까.”
이 말을 꽤 오래전에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버려진 별관 근처에서 산책하며 인터뷰하던 날이었던가?
“궁금하네요. 제게 어떤 호기심이 생겨서 그렇게 빤히 쳐다본 건지.”
“…….”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궁금한 걸 물어보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오즈월드가 빙긋 웃었다.
‘그냥 눈치가 빠른 건지 뭔가 덜미를 잡힌 건지 모르겠어.’
오즈월드는 모든 행동에 여유가 넘치고 꿍꿍이가 많아서 파악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서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보자 오즈월드가 피식 웃으며 물러났다.
“앞으로는 눈빛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보통은 오해했을 테니까요.”
무슨 뜻이지?
“당신이 그렇게 쳐다보면 꼭 키스를 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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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단 키스부터 갈기고 대화하자 ㅠ]
당연히 저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 것뿐일 텐데 괜히 궁금해했다.
그때 오즈월드가 기둥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어딜 보는 거지?’
뭔가를 확인하는 눈이라 나도 아래를 확인해보려는 순간 그가 손을 내밀었다.
“손님이 찾아온 듯한데 이만 내려갈까요?”
‘손님?’
보아하니 수도에 지인 하나 없이 지금껏 두문불출한 남부의 영주라는 설정인 것 같았는데 손님이 올 수가 있나?
의아하게 로비로 내려가자 아무도 없던 저택에 유니폼 차림의 사용인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외부인을 상대하기 위해 생성된 엑스트라들인가 본데.’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내 세계관 내의 인물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건 사실 남자주인공으로 직접 개입한 오즈월드에게도 똑같이 느끼는 감상이었다.
우리 팀에서 만든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공유하는 미묘한 유기성이 있었다.
한데 그게 오즈월드와 지금 막 생겨난 사용인들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스럽지 않다. 그게 정확한 표현일 듯했다.
곧 집사 복장을 한 남성이 이곳으로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가주님. 스콰이어 가문에서 전신이 도착했습니다.”
집사는 내게 깍듯한 예를 차린 뒤 말을 이었다.
“가문에 긴급한 일이 있으니 공녀님께서는 서둘러 돌아오라고 하시는군요. 마차를 준비해두었으니 바로 나가시면 됩니다.”
가문에서 굳이 나를 찾는 거면 애초에 나 때문에 생겨난 일일 가능성이 컸다.
혹시 오즈월드가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진 않을지 긴장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어서 가보시죠.”
뜻밖에도 오즈월드는 순순히 나를 마차가 준비된 곳까지 배웅했다.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심지어 염려까지 하며.
“……그러게요.”
무슨 일이 생겨도 당신만큼 위험하고 충격적인 건 없겠지만.
마차에 올라타 문을 닫기 전, 오즈월드가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다음에 보도록 하죠.”
탁.
문이 닫히자마자 장갑을 벗어 바닥에 버렸다.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하느라, 미소 짓느라 고생한 뺨에 경련이 일었고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도저히 억누르지 못한 욕설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역겨운 새끼.”
BJ악역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