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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193화 (194/277)

193화

‘당신이 여기서 꺼져야 가든 말든 하지.’

나는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미소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곧 마법 식물 농원으로 갈 생각이에요. 방학 기간 대부분은 거기에 있으려고요.”

“아아. 농원을 운영하실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운영하실 계획인가 보군요.”

“네, 뭐. 그럴 계획이었죠.”

마법 동물들은 마법 식물의 영향을 받는다.

그랬기에 마수들도 마법 식물이 있는 장소에 출몰하는 것이다.

‘마법 동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주고, 평민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데 오즈월드의 등장으로 일정이 밀리고 있었다.

나는 염려하는 척하며 물었다.

“후작님께서는 수도에 도착하시자마자 계속 여기에 머물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택을 오래 비워둬도 괜찮으신가요?”

집에 가라, 좀.

오즈월드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주인이 없어서 제가 직접 집안을 돌보기는 해야 합니다. 확실히 저택을 오래 비워두기는 했군요.”

‘어쩐 일로 내 말에 동조하는 거지? 슬슬 저택에 돌아갈 생각이었나?’

내가 화색을 띠고 있을 때, 라울이 초를 쳤다.

“어차피 사교 시즌에만 머물 집인데 크게 관리할 것도 없지 않소?”

라울은 오즈월드가 공작저에 오랫동안 머무르길 바라는 눈치였다.

확실히 오즈월드가 있어 최근 공작저 분위기가 내내 훈훈하기는 했다.

굳이 파티를 열지 않아도 무료한 날이 없었으니까.

‘라울이 파티를 싫어하기도 하고.’

하지만 언제까지고 파티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

화려한 파티를 자주 주최하는 것은 가진 재력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하고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또한 파티에 초빙된 손님의 수준은 호스트의 영향력과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는 지표였다.

발할라에서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듯, 사교 시즌의 행적에 따라 가문의 위상이 결정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라울은 그런 행위를 천박하다며 싫어하는 쪽이었다.

‘원래의 테레제는 파티라면 환장하고 좋아하는 파티광이었고.’

그러니 둘 사이가 계속 삐걱거릴 수밖에.

아무튼, 라울은 좋든 싫든 반드시 여러 파티를 주최해야 하고 황실 무도회도 제집 드나들 듯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드는 친구를 곁에 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사교 시즌 동안 이곳에 머무르는 건 어떻겠소?”

제발 그것만은 피해줬으면 했다.

그때 로잔이 구원투수가 되어주었다.

“여보, 우리 집에 약혼도 하지 않은 딸이 둘이나 있는 거 알고 있죠?”

사교 시즌 내내 오즈월드가 가문에 머무르면 사교계에서는 두 사람 중 하나와는 무조건 결혼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라울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침묵하고 있던 오즈월드가 분위기를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

“그간 집안일에 너무 무심했으니 저는 이쯤에서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자 다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성별이 여성인 쪽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로잔도 오즈월드가 가문에 머무르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후작이 저택으로 돌아가게 되면 사교계가 본격적으로 시끄러워지겠네요. 미혼의 부유하고 잘생긴 대귀족은 황금 사과 같은 존재잖아요?”

그 말에 나는 곰곰이 남자 주인공들을 떠올려보았다.

‘다들 내 주변에 몰려있어서 그렇지, 개체 수로만 따져본다면 미남이 기근이긴 하구나.’

클예부와 데미사는 필요해서 넣은 설정이기는 했으나, 만일 넣지 않았어도 저절로 생겨났을 듯했다.

학교에 존재하는 미남이 일리야까지 고작 셋에 불과했으니까.

‘주세페도 잘생기긴 했지만, 아직 너무 어리고.’

결혼 적령기의 미혼 귀족 중 눈이 돌아갈 만큼 잘생긴 남자가 워낙 소수이다 보니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즈월드가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테레제 양이 제 저택으로 놀러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띠링!

[퀘스트: 발렌시아 후작의 초대]

▸보상: 호감도 소폭 상승

▸실패: 호감도 대폭 하락

‘갑자기 왜 날 저택으로 데려가려는 거지?’

내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오즈월드가 약간 서운해하는 얼굴로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설명했다.

“제가 가져온 것들이 테레제 양의 마음에는 차지 않은 것 같아서 신경 쓰이더군요.”

퀘스트까지 띄워서 강제로 데려가려는 주제에 혀 놀림이 매끄러웠다.

‘어떻게 할까?’

남주의 호감도는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오즈월드처럼 위험한 인물일수록 어떤 페널티가 생길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뜬 퀘스트를 전부 성실히 수행한 거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잖아.’

그때 우리를 지켜보던 로잔이 조금 들뜬 표정으로 부추겼다.

“다녀와 보렴, 테레제. 이건 네게도 나쁠 게 없는 일이란다.”

“네?”

“번스타인 교수가 네게 마음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거기에 발렌시아 후작처럼 근사한 경쟁자가 추가된다면 사교계에서의 네 입지는 매우 높아질 거다. 단, 저녁 먹기 전에는 돌아오렴.”

로잔은 이왕 소문 난 거, 이용할 수 있는 건 모조리 이용하라고 조언한 거다.

공작가 안주인 다운 판단력이었다.

사교계의 영향력은 곧 권력으로도 직결된다.

비록 내가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사교계 평판이 높아질수록 게임 플레이도 훨씬 수월해지니까.’

띠링!

[성좌 ‘재미없으면 채널 돌릴게요’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오즈월드의 집?! 판테온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데 궁금해><]

띠링!

[성좌 ‘top10 채널만 돌아다니는 구경꾼’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재밌겠다~]

확실히 오즈월드가 방송에 개입하며 처음 보는 성좌의 수가 대폭 늘었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건 하나, 오즈월드였다.

[후원금: 335,843,000코인]

특별한 사건 없이 오즈월드가 일주일간 공작저에서 묵기만 했는데도 거의 4천만 코인이 쌓였다.

지금도 후원금이 실시간으로 어마어마하게 쌓이고 있었고.

‘이런 식이라면 생각보다 더 이르게 소원권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소원권이 있다면 클라이드를 되살리는 게 가능할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메말라 있던 심장이 힘차게 움직이며 기운이 솟았다.

사실 소원권이 아니더라도 오즈월드를 집에서 내쫓아야 했으므로 제안을 받아들였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기꺼워하며 대답했다.

“좋아요. 같이 가요.”

오즈월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만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 * *

발렌시아 후작가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나는 마차가 갑자기 멈추었을 때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만 생각하고 창문을 열었다가 저택을 발견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기가 후작님의 저택이라고요?”

오즈월드는 창문 쪽으로 말을 끌고 다가오며 대답했다.

“마음에 드십니까?”

“……멋지네요.”

마차의 문이 열리며 나는 홀린 듯 발판을 밟고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리를 건너면 하얀 외벽과 푸른 지붕의 마법 학교 발할라가 보이는 이곳은 게임 내에서 개발되어 있지 않은 장소였다.

그러니 오즈월드가 일부러 한적한 곳에다 없던 저택을 세웠단 뜻인데.

‘대체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걸까?’

하긴. 없었던 세상을 창조해내는 것도 가능한데 저택 하나 뚝딱 만들어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나는 견고하게 지어져 있는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띠링!

[퀘스트: 발렌시아 후작의 초대 완료]

▸보상: 호감도 소폭 상승

이곳은 공작저보다 크기가 작기는 해도 저택을 돌볼 사용인이 족히 수십은 필요한 규모였다.

한데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꼭 판테온에서 머물렀던 오즈월드의 성처럼.’

그때 위쪽에서 누군가가 휙휙 떨어져 내 앞에 사뿐히 섰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어?”

녹색 머리카락에 노란 눈동자의 잘생긴 쌍둥이 청년이 나를 쳐다보았다.

“설마 키케랑 베니토야?”

내가 아는 쌍둥이는 분명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들이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오랜만이다, 아가씨.”

띠링!

[성좌 ‘오즈월드 탐구생활’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와 그 유명한 쌍둥이 용도 나오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원래 용은 성장이 빠른 건가?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능한 거지?”

눈물점이 하나인 키케가 약간 질려하는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는 변함없이 시끄럽다.”

눈물점이 두 개인 베니토는 이미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덩치는 훌쩍 커졌어도 내가 아는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모습들에 반가움이 물씬 밀려들었다.

다시 만나자고는 했지만 정말로 보게 될 줄은 몰랐던 터라 나도 모르게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쌍둥이는 무심한 목소리로 “응.”하고 대답했다.

그래도 묘하게 날 반가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져 기뻤다.

휙!

나는 쌍둥이를 끌어안고 있다가 갑자기 몸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황당해진 기분으로 내 허리를 달랑 안아 든 상대를 쳐다보았다.

설명할 것도 없이 무례를 저지른 사람은 오즈월드였다.

그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공략 대상을 앞에 두고 다른 남자를 끌어안으면 호감도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단 상식적인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반가워서 포옹한 거잖아요.”

오즈월드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경고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게 싫다는 겁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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