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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189화 (190/277)
  • 189화

    나는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해보기 위해 다시금 클라이드의 정체를 밝혔다.

    “윌로우 가문의 후계자인 클라이드를 말씀드리는 거예요.”

    “윌로우라니!”

    라울은 윌로우라는 성을 듣자마자 버럭 성을 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윌로우 가문의 후계자는 고든 윌로우일 텐데. 클라이드는 대체 누구냐?”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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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클라이드 자체가 삭제됐구나…]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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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희망까지 부숴버리네]

    “테레제?”

    나는 멍하니 있다가 라울의 부름에 느지막이 정신 차렸다.

    라울은 내 상태가 이상하다고 여긴 것인지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클라이드라는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알아본 바로는 넌 혼자 신전을 다녀왔다.”

    “…….”

    “그래서 더 의문인 게야. 왜 혼자서 결혼식을 올리는 듯한 준비를 해둔 것이냐? 그 드레스는 또 무엇이고.”

    “여보.”

    라울이 깊게 추궁하자 로잔이 부드럽게 만류했다.

    하나 라울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혹시 실연당한 것이냐?”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놈을 찢어 죽일 듯하던 라울이 이번엔 다른 의미로 몹시 분개하기 시작했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널 거절한 게야? 너는 또 뭐가 아쉬워서 아비 몰래 덜떨어진 놈이랑 도둑질하듯 결혼식을 올리려 했어!”

    “아버지…?”

    라울은 이미 내가 짝사랑에 실연당한 거라고 확정지은 것 같았다.

    “그놈이지? 얼굴 번지르르한 평민 학생회장 녀석. 네 호위 마법사 말이다!”

    띠링!

    [성좌 ‘데릴사위 데미안’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데미안이 학생회장인 걸로 설정이 바뀐 모양이네]

    내가 당황하며 어버버하고 있자 라울이 혀를 끌끌 찼다.

    “쯧. 데미안인지 뭔지, 그 녀석이 잘못될까 봐 아비에게 클라이드 윌로우라고 아무 이름이나 붙여서 거짓말까지 하고.”

    “여보, 테레제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그걸로 됐죠. 테레제도 이번 일로 깨달은 게 있을 거예요. 그렇지?”

    나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라울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마른세수하더니 감정을 정리한 듯 담담한 목소리를 냈다.

    “발렌시아 후작이 널 발견해서 데려오지 않았다면 큰일이었을 게다. 게다가 이 일에 대해 함구하겠다더구나. 그분에게 감사해야 할 거다.”

    사교계에 잘못 소문이 퍼지면 망신당하는 수준을 넘어서 귀족으로서의 권위를 잃게 된다.

    그러니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상대가 오즈월드만 아니었다면.

    라울이 한마디 덧붙였다.

    “마침 발렌시아 후작이 공작저에 머물고 있으니 아비가 소개해주마.”

    “네?”

    내 날카로운 반응에 라울은 나무라는 대신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래도 내가 수치심을 느껴 당황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후작이 널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겠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대화를 나눠보니 꽉 막힌 이가 아니더구나.”

    심지어 라울은 오즈월드에게 호감을 품은 것 같았다.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때 내내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리비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후작님께 인사를 드리려면 몸단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음. 네 말이 옳구나.”

    라울이 긍정하자 리비가 얼른 덧붙여 말했다.

    “제가 언니 몸단장을 도울게요.”

    다들 의아하게 리비를 보다가 언니와 함께 있고픈 모양이라고 여긴 듯 순순히 방을 나갔다.

    “저는 목욕물을 준비해둘게요, 아가씨.”

    그렇게 라울, 로잔, 엘로이즈까지 모두 방을 나갔다.

    리비는 홀로 남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등에 새겨진 이름을 봤어요.”

    “……!”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왼쪽 어깨를 감싸 쥐었다.

    ‘계약한 악마의 이름은 당사자 말고는 보이지 않을 텐데?’

    게다가 악마 클라이드는 계약을 완성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한데도 이름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내가 놀라고 있으니 리비가 목소리를 조금 더 낮췄다.

    “그 사실을 저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애초에 저만 그 이름이 보였던 거 같으니까요. 클라이드가 악마의 이름이에요…?”

    대체 리비의 눈에 왜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증거를 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렇다고 자백했다.

    “설마 악마 계약자가 된 건 아니죠?”

    “그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리비는 바짝 졸아있던 몸을 느슨하게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이상한 게 있어요.”

    리비가 손을 뻗자 하얀 나비가 휘휘 날아 손가락에 톡 앉았다.

    “모두가 스콰이어 나비에 대해 잊어버린 것 같아요. 제가 백마법을 각성해서 언니를 치료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검은 나비가 클라이드를 따라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같이 데이터가 삭제된 여파인 듯했다.

    하지만 하얀 나비는 존재한다.

    또한 등에 새겨지다 만 클라이드의 이름도 존재했다.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

    나는 그 사실에 주목했다.

    “언니는 이 나비가 보이는 거죠?”

    “난 보여. 내게 있던 검은 나비도 기억하고.”

    그 말에 리비의 시선이 내 그림자에 닿았다.

    “검은 나비가 사라진 것과 관련 있는 건가요? 나비에 대한 기억도, 그 클라이드라는 사람에 대한 기억도요.”

    띠링!

    [성좌 ‘막드매니아’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와 유추하는 것 봐… 가만 보면 얘도 말랑말랑한 스타일은 아님]

    리비는 타고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인물이자 누구보다도 내게 온건한 주인공이었다.

    ‘리비에게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

    “다 이야기하려면 좀 복잡한데, 들어줄래?”

    그러자 리비가 상기된 얼굴로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요.”

    “그런데 너 언제까지 나한테 깍듯이 대할 거야?”

    “네?”

    나는 머쓱하게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우리가 좀 더 편한 말투로 대화해도 괜찮지 않나 해서. 아, 혹시 내가 말 편하게 하라고 안 했었나……?”

    “네, 네에…! 아, 아아아, 아, 아니, 으, 으응. 편…하게 하, 할게!”

    띠링!

    [성좌 ‘팩트도 폭력이다’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되게 불편해 보인다]

    띠링!

    [성좌 ‘언니 바보 리비’ 님이 1,0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리비 고장 난 것 같은데?ㅠㅠㅋㅋ]

    나는 리비에게 <신의 유희>나 방송 내용만 쏙 빼놓고 상황을 설명했다.

    혹시라도 너무 많은 진실을 알게 된 리비를 성가시게 여긴 오즈월드가 극단적인 조치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리비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럼 언니는 클라이드라는 사람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는 거네?”

    “응. 검은 나비는 시공간을 뛰어넘은 장소로 날 이동시킨 적 있어. 클라이드에게 따라붙었으니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 중이야.”

    그리고 아마 오즈월드도 나와 같은 예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리비는 하얀 나비를 쳐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 나비를 통해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말에 내 시선도 하얀 나비에게 닿았다.

    지금 기댈 구석은 저 하얀 나비가 유일했다.

    우리가 한창 속닥거리고 있을 때 엘로이즈가 침실로 돌아왔다.

    “아가씨, 목욕물을 준비해두었으니 바로 가시면 돼요.”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언니.”

    리비가 내게 말을 놓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엘로이즈가 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눈이 히죽거리고 있는 걸 보니 이 변화가 즐거운 듯했다.

    나는 엘로이즈를 따라 욕실로 향했다.

    꽃잎이 가득 뿌려진 커다란 욕탕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한쪽에는 간이침대와 향유, 마사지 도구 등이 놓인 트롤리가 있었다.

    목욕물을 준비하러 간 것치곤 한참이나 오지 않는다 싶더라니, 스파를 차리느라 그랬구나.

    “무슨 준비를 이렇게……. 이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질린 얼굴로 묻자 엘로이즈가 그게 무슨 안이한 소리냐는 표정으로 다그치듯 말했다.

    “이건 기회예요, 아가씨!”

    “대체 무슨 기회인데…?”

    “발렌시아 후작님은 아가씨의 본모습을 모르시잖아요! 흙탕물에 젖은 모습만 알고 있던 영애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해서 나타나면 얼마나 놀라시겠어요?”

    전혀 안 놀랄 텐데.

    “후후, 저 이런 거 소설에서 한두 번 본 게 아니에요. 완벽히 예습 되어 있죠.”

    또 혼자서 머릿속으로 원대한 망상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너 앞으로 내가 주는 책만 봐. 이상한 거 보지 말고.”

    “으앙, 싫어요. 아가씨가 보는 책은 죄다 마법서라 재미없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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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맞말이야!]

    나는 엘로이즈로 인해 뜻하지 않게 열심히 때 빼고 광내야 했다.

    머리카락이며 손톱이며 반질반질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간신히 목욕이 끝나 가운을 두르고서 드레스 룸에 가니 더 기가 막힌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이런 드레스들이 있었어?”

    드레스 룸에 미리 준비된 다섯 벌의 드레스는 황실 무도회용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화려했다.

    그때 리비가 드레스 룸으로 들어왔다.

    “드레스가 너무 화려하잖아, 엘로이즈.”

    “하지만 테레제 아가씨는 화려한 게 잘 어울리시잖아요.”

    “자연스럽지 않은 게 문제야. 연극에서 이런 상황일 때는 청초함을 강조한 옷을 입거든. 화려한 드레스는 좀 더 특별한 순간에 입는 게 훨씬 극적이지.”

    “어머, 그렇네요!”

    그렇기는 뭐가 그렇다는 거야?

    나는 두 사람이 심사숙고해서 고른 발레리나 드레스로 갈아입어야 했다.

    등이 깊게 파인 연회색 발레리나 드레스는 종아리를 덮는 길이였고 소매는 팔꿈치 위까지 내려왔다.

    신발은 토슈즈를 떠올리게 하는 실크 단화를 신었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땋으니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었다.

    엘로이즈는 처음 의도한 물망초처럼 여린 느낌이 아니지만, 만족스럽다며 손뼉을 쳤다.

    “신비롭고 고혹적으로 보여요. 사연 있는 미인이랄까요? 저는 이 느낌이 훨씬 마음에 들어요!”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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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이런 게 좋아 8ㅁ8]

    나로서는 포대 자루를 입든 파티용 드레스를 입든 아무래도 좋았다.

    겉모습을 어떻게 포장해도 그와 나의 장르는 스릴러지, 결코 로맨스가 될 수 없을 테니까.

    “이제 끝난 거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확인 후 화장대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다들 여기서 뭐 해.”

    몹시 언짢은 표정을 한 주세페가 불쑥 나타나자 리비가 나무랐다.

    “넌 누나의 드레스 룸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거 모르니?”

    “내 집에서 내가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쟤는 왜 저런 꼴이야?”

    매우 뿔이 난 주세페가 전방위로 시비를 걸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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