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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악역영애-153화 (154/277)

153화

띠링!

[성좌 ‘쫄보’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왜 갑자기 로맨스릴러가 되는 건데요ㅠ_ㅠ 무서워요]

무섭기는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타락 천사가 될 때가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거지?’

주춤주춤.

일리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서운 압박감에 뒤로 물러나자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따라붙었다.

순식간에 문이 등에 닿았다.

그가 반쯤 맛이 간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요구했다.

“안고 싶어.”

그 말이 잡아먹고 싶다고 들린다면 내가 지나치게 겁먹은 탓일까?

클라이드의 경고도 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그건 안 될 거 같은데요?”

“어째서?”

“각인한 상대도 아닌데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그럼 각인해, 당장.”

일리야는 날 거칠게 끌어안으며 뒷덜미를 깨물려 했다.

‘미친!’

뒷덜미를 깨물리면 각인이 이루어지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동작 그만! 뒤로 물러나세요!”

마법을 썼으나 일리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직 인벤토리 아이템을 아공간화 시키는 마법을 개발하지 못해 주머니에 넣어둔 약병이 번뜩 떠올랐다.

‘빌어먹을. 이걸 벌써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얼른 환약 하나를 꺼내 그의 입에 집어넣으려 했으나 영 각이 나오지 않았다.

‘어떡하지?’

일리야는 반항이 성가셨는지 아예 내 오른쪽 손을 머리 위로 올려붙여 결박했다.

나는 왼손도 붙들리기 전에 입안에 약을 머금고 그의 뒤통수를 끌어당겼다.

일리야는 짐승 울음소리처럼 낮게 끓는 소리를 내더니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덕분에 입에 머금고 있던 약을 그의 입속에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그가 잠깐 입술을 떨어뜨렸을 때.

“…삼켜요!”

나는 그의 입술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강하게 명령했다.

일리야의 목울대가 위로 치솟았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게 보였다. 약을 삼킨 것이다.

그의 눈동자가 점점 맑은 녹색으로 돌아왔다.

띠링!

[성좌 ‘좋으면 사이렌 울림’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띠링!

[성좌 ‘로맨스패스’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천계 분위기가 하도 엄격해서 로맨스 텄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스킨십 제일 혜자죠?]

“……괜찮아진 거죠?”

“…….”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곧장 눈꺼풀을 감으며 내 위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으악! 가벼워져라!”

나는 재빨리 마법으로 그를 가볍게 만들어 간신히 품에 안았다.

“와, 하마터면 깔려 죽을 뻔했네.”

취객처럼 축 늘어진 일리야는 마법 덕분에 별로 무겁지 않았다.

하나 워낙 장신인지라 등에 업어도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렸다.

“읏차.”

풀썩!

거대한 일리야를 소파에 눕혀놓고 그의 옆구리 쪽에 엉덩이를 걸터앉아 숨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울컥했다.

“아무리 하드모드라지만 이렇게까지 살벌할 필요가 있냐고.”

‘천계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받기는 해도 이성을 잃지는 않는데. 본체의 영향을 받는 건가?’

대천사 일리야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이제는 그의 이성이 날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했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크윽…….”

그때 쓰러져 누운 일리야가 억눌린 목소리로 야트막한 신음을 흘렸다.

이어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느릿하게 눈을 떴다.

“괜찮으세요?”

마린을 불러와야 하나?

내가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을 때 일리야가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일리야 님이 부르셨어요. 직접 문도 열어주셨는데 기억나지 않으세요?”

“내가…?”

일리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짚은 채 중얼거렸다.

“기억나지 않는데.”

나는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차라리 기억을 잃은 게 다행이기는 한데, 왜 기억이 날아갔지?’

그의 기억이 날아간 게 눈동자가 붉어진 여파인지 약의 후유증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일리야는 아무래도 좋은지 상체를 일으켜 비스듬히 앉았다.

“안색이 창백해요. 마린을 불러올까요?”

내가 걱정스레 말하자 그가 고개 저었다.

“마린이 진단하지 못할 것 같으니 됐다. 전에 원로 회의장에서 겪은 느낌과 비슷해.”

그 말은 나와 접촉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접촉하는 건 위험해.’

클라이드가 나와의 접촉으로 기억을 읽어낸 사고가 막 일어났던 참이기에 섣불리 그를 안아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일리야는 내게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멀리하듯 소파에서 일어나 업무용 책상으로 이동했다.

그는 안색이 창백했으나 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널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용건이 없으니 이만 나가 봐라.”

정말 그냥 돌아가도 괜찮을까?

또 그의 상태가 나빠지면 어떡하지?

“…저는 비서실에 있을게요. 몸이 나빠지면 불러주세요.”

일리야는 “그래.”하고 짤막하게 대답한 후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더 말 붙일 수 없는 분위기였다.

나는 머쓱하게 꾸벅 인사한 후 집무실을 나왔다.

* * *

테레제가 집무실을 나간 직후.

일리야는 뜨거운 숨을 토하며 상체를 무너뜨렸다.

사무엘에게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계속 머리가 욱신거리기는 했다.

그러다 중앙 본부에 도착해 모든 여성체 천사와 매칭률 테스트를 할 테니 준비하라 명한 직후부터 기억이 증발해 사라졌다.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자신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는 테레제의 오른쪽 손목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던 걸 보았다.

직감적으로 자신이 한 짓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걸 보고도 테레제를 끌어안아 입 맞출 뻔했지.’

비정상적인 욕구였다.

그런 욕구를 느낀 스스로가 용서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지금도 그 욕구에 시달려 손이 떨린다는 점이었다.

목이 말랐다.

테레제의 숨을 받아마시지 않으면 절대 풀리지 않을 갈증이 목을 태웠다.

이는 절대로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

일리야는 당장 델리오스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일리야 님.”

“매칭률 테스트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지?”

“리스트를 선별하고 있습니다. 확률이 높을 것으로 짐작되는 고위 천사부터,”

“그냥 아무나 되는대로 당장 중앙 본부로 들여.”

델리오스는 합리적이지 못한 명령에 당혹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

“……아닙니다. 현재 선별된 천사부터 테스트실로 부르겠습니다. 위기대책팀과 미팅이 있으니 끝나고 바로 가시면 됩니다.”

“미팅은 알아서들 진행해. 테스트가 먼저다.”

델리오스는 2차로 당황해 유능한 수행 천사답지 못하게 머뭇거리고 말았다.

그는 간신히 정신 차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칭률 테스트를 최우선으로 하고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할까요?”

속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긴가민가해 물은 거였다. 한데 일리야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델리오스는 놀라 기절할 것 같은 기분으로 대답한 뒤 집무실을 나갔다.

이후 일리야가 펜을 쥐었다가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부러뜨리고 말았다.

“…….”

기분이 더러워 도저히 평소처럼 일할 수가 없었다.

* * *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당연히 일리야와 함께 빛의 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웬 천사가 찾아와 비품 창고 같은 곳으로 날 안내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여길 쓰시면 됩니다.”

“이 창고를 쓰라고요?”

“네.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나는 떠넘기듯 내민 연고를 얼떨떨하게 받아들었다.

“이건 왜요?”

“글쎄요. 당신한테 지급하라는 명만 받아서요. 아무튼 저는 전부 안내했습니다. 궁금한 점은 비서실장에게 물어보세요.”

천사는 불친절한 설명을 끝으로 제 할 일이 끝났다는 듯 휙 떠났다.

“뭐야, 대체…….”

띠링!

[성좌 ‘일리야 교수님은 이상해’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 이게 무슨 상황이지??? 교수님 갑자기 입덕 부정기라도 겪는 거야???]

띠링!

[성좌 ‘교수님이 날 막 조종하네’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믿을래…]

성좌들은 이 상황이 대단히 실망스러운지 불만을 잔뜩 토로했다.

“내가 싫어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나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처럼 중얼거리며 간이침대에 풀썩 앉았다.

지급 용도를 알 수 없는 연고는 선반 아무 데나 휙 던져버렸다.

“내쫓을 거면 집이라도 하나 마련해주든가. 왜 하필 중앙 본부 내의 창고야?”

중앙도시 어디에도 하급 천사가 머물 곳은 없다지만 이런 구석에 처박힌 창고는 좀 너무하잖아.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되며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다.

일리야가 일부러 날 멀리하고 있다는 거였다.

“어차피 못 자니까 잠자리 같은 건 상관없기는 한데…….”

하나 왜 일리야가 날 멀리하는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확 찾아가 버릴까?”

그래. 이렇게 멍청하게 있지 말고 직접 가서 나한테 왜 이러는지 물어보기라도 하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리야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다 웬 여성체 천사들이 길게 줄지어 선 광경을 발견했다.

그들은 일렬로 서서 어느 방을 들어갔다가 빠르게 나오고 있었다.

“매칭률 테스트 중이구나.”

‘그런데 테스트를 이렇게 빨리 시작했었나? 이벤트가 하나 발생하느라 일주일 정도 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일리야가 매칭률 테스트를 시작하는 바람에 찾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몸은 괜찮은가…….”

이젠 몸이 괜찮아져서 매칭률 테스트도 하는 거겠지?

나는 뺨을 긁적이다가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창고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무거웠다.

* * *

매칭률 테스트는 징그러울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덕분에 난 오늘도 일리야를 만나보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거리다가 비서실로 가야 했다.

“테레제 씨! E구역의 새로운 섬으로 같이 가주셔야겠는데요!”

“네, 갑니다.”

그래도 우울한 상황에 그나마 희소식이 있었다.

바로 내가 비서실에서 은근슬쩍 해놓은 업무가 크게 인정받았다는 거였다.

비서실의 천사들은 이후 내게 여러 업무를 맡겨보더니 한 달이 흐른 지금은 아예 중요한 프로젝트를 통째로 진행하게 했다.

‘아니, 이건 희소식이 아닌가?’

나는 피곤함에 절은 얼굴로 비척비척 비서실을 나가 날 기다리고 있는 천사에게 다가갔다.

그의 이름은 요셉이었다.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요셉은 안타까워하는 투로 걱정하면서도 현장에 날 데려가기 위해 번쩍 안아 들었다.

“알면 저 좀 내버려 둬 주시겠어요?”

“그건 곤란합니다. 테레제 씨의 신통한 안목 덕분에 쓸만한 섬을 찾는 일이 무척 수월해졌거든요.”

나는 요즘 수맥을 찾는 인간 엘로드라도 된 양 자원이 풍부하고 살기 좋은 새로운 섬을 찾아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 팀에서 제작한 맵 내의 섬을 새로 발견한 척했지만, 지금은 노가다로 찾고 있다고!’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그냥 찍어서 간 구역마다 괜찮은 섬을 족족 발견 중이었다.

그야말로 엿 같은 행운이었다.

BJ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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