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악역영애-104화 (105/277)

104화

“…스콰이어!”

‘혹시 주변에 테레제 스콰이어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의 손은 착실히 3코인을 내고 있었다.

“2위를 축하드립니다.”

패러데이는 간신히 [4×4] 2위가 되었다.

빌어먹을. 역시 10코인은 너무 적었다.

‘제대로 게임을 즐기려면 최소 50코인은 구매했어야 했는데!’

그는 당장 티켓박스로 달려가 50코인을 구매했다.

‘이 정도면 [12×12]까지 무난하게 도전할 수 있겠지?’

“……잠깐.”

패러데이는 대기 줄에서 화들짝 정신 차렸다.

“벌써 54만 겔랑을 쓴 건가?”

게임 머니가 실제 돈이 아니어서 그런지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 금전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게다가 게임은 한 번만 하고 끝나지 않았다.

랭킹에 집착하는 사람이면 엄청나게 돈을 쓴다는 뜻.

음악회 티켓은 거의 일회성으로 그친다.

전문 연주자의 콘서트도 아니기에 다들 한 번 감상한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이곳은 어떤가?

꼴깍.

패러데이는 멍한 표정으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미쳤군.”

이 행사를 기획한 이는 천재가 분명했다.

* * *

“게임 마스터님들, 교대할 시간입니다.”

나는 새로 밀려드는 외부인들을 통솔하다가 다른 영애와 교대한 후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제야 모습을 가리고 있던 후드와 나비 가면을 벗을 수 있었다.

“휴우.”

‘나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인기가 좋은데?’

때마침 나와 마찬가지로 휴식 시간인 영애들이 몹시 상기된 얼굴로 우르르 다가왔다.

다들 무척 신난 표정이었다.

“테레제 님! 어떡해요? 저희 정말 1등 할 것 같아요!”

“테레제 님이 아니라 게임 마스터라고 부르셔야죠! 저희는 내일까지 다들 게임 마스터잖아요?”

까르르! 까르르!

영애들은 게임 마스터라는 뭔가 멋있어 보이는 직함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이만하면 성공한 거 같지?”

내가 묻자 영애들이 말했다.

“그냥 성공이 아니라 대성공이에요!”

영애들은 잔뜩 들뜬 채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처음에는 저희가 직접 티켓박스나 게임 머니를 만들어야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러길 정말 잘했다고 느껴요.”

“동의해요! 저희 사교 클럽이 최저 예산을 사용했다는 거 들으셨어요? 비용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저희가 직접 일하는 거였다니. 정말 놀라운 깨달음이에요.”

“테레제 님은 어떻게 이런 발상을 생각해내셨을까요?”

곱게 자란 귀족가 자제가 아닌 이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클예부 회원들은 이번 일로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카드 만들기가 엄청 힘들진 않았어요!”

“다 같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밥 먹는 것도 재미있었답니다.”

클예부는 발할라 최다 회원수를 자랑하는 사교 클럽이었다.

게임 머니에 그려진 나비 그림을 마법으로 복사하거나 게임에 필요한 기물을 제작하는 등, 할 일이 많았지만, 일할 사람이 많으니 딱히 힘들지 않았다.

게다가 다들 무척 적극적이고 성실하기도 했고.

“이래서 인해전술이 무섭구나.”

심지어 카드 뒤집기 게임에서 사용되는 카드는 상당수 클라이드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도형 카드를 제안했지만, 일전에 로비에다 클라이드전을 열었던 영애들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결과였다.

“클라이드 카드 게임이야말로 클예부의 정체성이에요.”

클예부의 일그러진 예술가들은 꿈을 펼쳤고, 완성된 카드들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걔들도 중간에는 한계를 느꼈는지 평범한 도형 카드나 사물 그림 카드 같은 걸 섞기는 했지만.’

띠링!

[성좌 ‘갬블러’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카드 뒤집기 게임 하러 가자]

나는 성좌의 요청에 따라 카드 뒤집기 게임 부스로 향했다.

때마침 주세페가 [12×12]를 하고 있었다.

“오, 잘하네.”

주세페의 결과는 금방 나왔다.

[3위 주세페 스콰이어]

“뭐?! 내가 어째서 3위야!”

그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길길이 날뛰었다.

나는 주세페가 코인을 내기 전에 이름을 불렀다.

“주세페.”

주세페가 눈을 샐쭉하게 뜨고는 날 휙 쳐다보았다.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킨 게 자존심 상한 건지 괜히 더 퉁명스럽게 물었다.

“뭐야. 벌써 쉬는 시간이야?”

“응. 부모님은?”

주세페는 성의 없는 손짓으로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

가리킨 방향을 확인하니 라울과 로잔이 함께 고리 던지기 게임을 하는 게 보였다.

‘즐겁게 데이트하고 계시는군.’

나는 어느새 코인을 내는 중인 주세페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리비는 보고 왔어?”

“어. 나무던데?”

“나무? 그게 무슨 소리야?”

“단막극 역할이 나무였다고. 어이가 없어서. 공녀라는 사람이 무슨 그딴 역을 맡아?”

“아하…….”

머릿속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이파리를 덕지덕지 붙인 채 헤실헤실 웃고 있는 리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쩐지 아주 리비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난 리비한테 가볼 건데, 너는?”

“너 혼자 가. 그딴 시시한 단막극보다 지금 이게 더 중요하니까.”

주세페는 랭킹 1위가 되기 전까지 집에 가지 않을 기세였다.

그러다 그는 문득 생각난 게 있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넌 게임 안 해?”

“한 판만 하려고.”

성좌의 요청도 있었으니까.

나는 [4×4]로 가서 코인을 냈다.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커다란 모래시계가 뒤집히고.

착착착착착!

16장의 카드가 순식간에 전부 뒤집혔다.

“꺄아! 테레제 님이 1위예요!”

[4×4]를 담당하는 게임 마스터는 내가 1위라는 사실에 매우 좋아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주세페가 도끼눈을 뜨고 달려왔다.

“뭣?!”

“그게 정말입니까?!”

또한, 웬 까슬한 수염 자국이 선명한 남자도 눈을 부릅뜨며 다가왔다.

주세페는 역시나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너 카드 위치 다 알고 있었지?!”

“매번 새롭게 카드를 섞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똑같은 조건에서 순간 암기하고 뒤집은 거지.”

“그러면 당장 [12×12]도 해봐!”

그건 곤란하지.

‘내가 이 정도 속도로 빠르게 카드를 뒤집을 수 있는 건 [4×4]밖에 없거든.’

나는 주세페를 곯려주기 위해 더욱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싫어. 난 이제 리비한테 가볼 건데?”

과연 주세페는 매우 약 오른 표정으로 펄쩍펄쩍 날뛰었다.

“지금 나무 따위를 보는 게 기록보다 중요하다는 거야? 그 누나는 무대 구석에서 한 번씩 나뭇잎을 흔드는 거 말곤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

야. 너 이거 캐붕이야.

리비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시스콤 말기 동생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냐고.

띠링!

[성좌 ‘막드매니아’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말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띠링!

[성좌 ‘스콰이어 절대 지켜’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리비야 듣지 마))))]

“크흠.”

그때 수염 자국 난 아저씨가 헛기침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의아하게 쳐다보니 수염 자국 아저씨가 멋쩍게 입을 열었다.

“저는 윌리스 패러데이라고 합니다. 마법협회 소속 마법사죠.”

“아하. 그래서요?”

“큼. 그게, 어떻게 하셨습니까?”

“?”

“카드 뒤집기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코인 30장을 쓰고도 최대 순위가 2위로 그쳤거든요. 지금은 3위가 되어버렸지만요.”

나는 팁을 알려주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대로 최대한 빠르게 카드를 뒤집으면 돼요.”

“아….”

띠링!

[성좌 ‘이기적 유전자’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국영수 위주로 공부했어요]

패러데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돌렸다.

“참. 던전에서 생환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 인사를 드리고자 왔는데, 결례를 범했군요.”

나는 패러데이가 접근한 목적이 무엇인지 단박에 눈치챘다.

마법협회가 하는 짓이야 뻔하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실은 던전 보고서를 읽어보고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공녀님을 찾아왔습니다. 잠깐이라도 제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태도는 매우 정중했다.

하지만 그러한 점과는 별개로 마법협회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라울이 다가왔다.

“마법협회원이 무슨 자격으로 내 딸에게 말을 걸지?”

패러데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예를 갖췄다.

“스콰이어 공작 각하께 인사드립니다.”

“인사는 필요 없네. 내가 지난번에 손수 협회원 열을 처단한 거로도 모자랐나? 그래서 감히 내 딸에게 접근한 게로군.”

“아,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라울은 눈을 희번덕 떴다.

“마일로 협회장이 보낸 같잖은 사과문 하나로 우리가 웃으며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테레제를 실험체로 삼으려 한 일은 죽어서도 잊지 않을 테니.”

띠링!

[성좌 ‘인생은 실전이다’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상아빠 ㄷㄷ]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보?”

로잔은 이제야 듣는 소식이었는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실험체라니.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뭐? 실험체?”

게임을 하러 갔던 주세페도 우리 이야기를 엿들은 건지 살벌한 기세를 흩뿌리며 다가왔다.

“야. 누가 널 실험한대? 어떤 새끼야?”

무례한 말투와 행동은 그야말로 미니 라울이었다.

띠링!

[성좌 ‘바른 말 고운 말’ 님이 10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우리 주쪽이… 커서 아빠처럼 되거라]

끄응. 일이 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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