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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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야 교수의 강의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워낙 이론이 복잡한 학문이었기에 노트 필기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문제는 다른 강의들이었다.

    <변환 마법강의는 실습 위주라 생각할 여유 시간이 많았다.

    한 사람씩 나와서 이 꽃을 나비로 바꿔보렴한 번에 성공한 학생은 가산점을 주마.”

    학생들이 교단으로 나가 꽃을 나비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할 동안 나는 데미안이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골몰했다.

    내가 학생회에 들어가는데 왜 재밌겠다고 했을까?’

    대체 뭐가 재밌겠다는 걸까?

    친한 친구가 같은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어서 기뻐하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외려 성가셔하는 느낌이었지.

    퍼엉!

    끄악왜 나비가 아니라 식인 식물이 되는 건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교수님나비한테 독침이 있어요!”

    그건 나비가 아니라 장수말벌이란다다음!”

    교수님은 변환에 실패한 학생들을 빠르게 불합격시키며 순서를 줄여나갔다.

    으악교수님꽃이 갑자기 절 공격해요!”

    정확한 심상을 떠올리지 않으면 아무리 마력을 퍼부어도 결과물은 제대로 나오지 않아다음!”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올 동안 나는 멍하니 생각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배드엔딩 요소를 제거해야겠지.’

    나는 손가락 위에 앉은 율리시스 제비나비를 보며 한숨지었다.

    하아어렵네.”

    곁에 있던 교수님이 당혹스러운 눈초리로 내게 말했다.

    오늘 강의 내내 딴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한 번에 나비로 변환시켰구나.”

    나는 찔끔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담담하게 예를 갖췄다.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머릿속으로 정확한 장면을 떠올리란 말씀대로 하니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는지 교수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몇 번 빠르게 깜빡거렸다.

    그래그렇지마법사는 이미지를 실체화시키는 존재평소 상상력을 잘 훈련해놓지 않으면 풍부한 마력도 쓸모가 없어지지.”

    지당하신 말씀이세요.”

    그걸 가장 못 해내던 테레제 학생이 단번에 깨달음을 얻다니교직 생활 중 가장 뿌듯한 날이구나.”

    교수님은 말하다가 정말로 감격한 모양인지 눈물이 살짝 고인 눈으로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정진하려무나.”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그래그래다음!”

    다행히도 잘 넘어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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