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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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주세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년들에게 물었다.

    우리 주세페 친구들이니?”

    그게…….”

    친구들끼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네에.”

    나는 오즈월드처럼 손가락을 튕겼다.

    !

    그러자 소년들을 통제하고 있던 마법의 힘이 사라졌다.

    주세페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쓰다듬던 내 손을 쳐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주세페의 손을 잡으며 소년들에게 반대편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럼 다들 조심히 가렴우리도 가자주세페.”

    뭐 하는 짓이야?!”

    사랑하는 동생 손 좀 잡고 가겠다는데.”

    내 뻔뻔스러운 말에 주세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개소리 집어치워무슨 수작이야왜 이딴 짓을 하는데?”

    나는 고개를 숙여 주세페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사이가 좋아 보여야 네 뒤에 있는 애들이 앞으로 입조심 하지 않을까?”

    !”

    어서 가자저녁 먹을 시간 다 됐어리비도 이리 와.”

    !”

    리비는 눈치 빠르게 싱글싱글 웃으며 주세페의 반대편 손을 잡았다.

    주세페는 아까보단 얌전해졌지만여전히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를 도와준다고 해서 내가 널 후계자로 지지할 것 같아넌 절대로 스콰이어 공작이 될 수 없어멍청하니까.”

    그래네 말이 다 맞단다.”

    이익지금 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난 공작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주세페가 온 힘을 다해 내 손을 뿌리치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럼 왜 나랑 우리 엄마를 내쫓지 못해서 안달이었어?”

    리비는 함부로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침묵을 지켰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어쨌든 테레제로 살기 위해서는 짊어져야 할 짐이었다.

    미안해.”

    내게서 사과를 들을 줄 몰랐는지 주세페의 두 눈이 더없이 휘둥그레졌다.

    너랑 새어머니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어나 혼자 외톨이가 될 것 같아서.”

    나는 주세페에게 손을 내밀어 용서를 구했다.

    앞으로 누구도 너와 새어머니를 공작가에서 내보낼 수 없어물론 리비도내 목숨을 걸고 약속할게.”

    이건 무척 간단한 맹세였다.

    나만 얌전히 지내면 되는 일이니까.

    애초에 가문에 욕심도 없었고 작위에는 더더욱 흥미 없었다.

    나는 단지 안전하게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 진심을 알아본 것일까?

    주세페는 여전히 매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쳇하고 짜증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내 손을 다시 잡았다.

    아직 용서한 거 아니야.”

    .”

    뒤에 멍청한 새끼들이 우릴 보고 있으니까 친한 척하는 것뿐이야착각하지 마.”

    알았어.”

    주세페는 말은 밉상으로 했지만꽤 얌전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한 번씩 뒤를 힐끔거리며 여전히 우리를 멍하게 쳐다보는 중인 소년들은 물론키득거리며 구경하다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귀족들을 의식했다.

    .”

    주세페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무의식적으로 맞잡은 손을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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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왜 이 훈훈한 장면을 보고 있지ㅠ 내 취향은 이런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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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 테며들었으니까]

    우리를 태운 마차는 여전히 웅장하고 멋진 스콰이어 공작저에 진입해 사용인들이 대기 중인 현관에 멈춰 섰다.

    시녀장 미란다가 미소 띤 표정으로 반겨주었다.

    어머어떻게 세 분이 같이 오셨네요?”

    오는 길에 만나서.”

    그때 로잔이 나타났다.

    그녀 역시 우리 셋이 같이 올 줄은 몰랐는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을 가족이라 여기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까 소년들이 그랬듯이 내 입지가 달라진 이상데면데면하게 행동하는 건 불온한 소문을 부추길 것이다.

    결국 내 목을 조르는 행위지.’

    테레제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친밀감은 필요했다.

    또한이들이 받을 상처가 내게 거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단지 그뿐이었다.

    나는 먼저 예를 갖춰 인사했다.

    다녀왔습니다새어머니.”

    그녀는 내 공손한 인사에 잠깐 멈칫하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어서 오렴.”

    주세페는 내가 하는 행동을 뚱한 얼굴로 지켜보더니 코웃음 쳤다.

    갑자기 착한 척은.”

    나는 밉살스럽게 말하는 주세페에게 손깍지를 꼈다.

    또 왜 잡아?”

    여기도 우리 사이에 대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별수 없지어쩔 수 없이 잡고 있는 거야.”

    그러자 사용인들이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듯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떴다.

    로잔도 어머하고 입을 가린 채 놀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만한 파급력이면 앞으로 우리 사이가 나빠서 누구를 내쫓는다느니 하는 소문은 잠잠해질 듯했다.

    제가 2층까지 에스코트해드릴게요꼬마 신사분.”

    꼬마 아니야그리고 반년만 지나도 내가 너보다 커이 바보야아버지 키만 봐도 모르겠냐?”

    주세페는 성질부리면서도 방에 도착할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흔들흔들.

    맞잡은 손이 봄바람에 흔들리듯 움직였다.

    * * *

    테레제의 드레스 룸은 미어터질 듯 꽉 차 있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장신구나 구두가 산처럼 쌓여있기도 했다.

    적당한 걸로 입고 가면 되겠지.’

    하지만 로잔과 시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이게 다 뭐야?”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간식을 챙겨 서고에나 가볼까 싶어서 로비로 내려왔다가 얼어붙었다.

    로비는 수십 개의 마네킹이 저마다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서 있었다.

    순간 패션쇼가 열린 줄 알았다.

    로잔은 날 발견하고는 잘됐다는 듯 불렀다.

    일어났구나그렇지 않아도 슬슬 널 부르려던 참이란다내일 태양궁에 입고 갈 옷과 장신구를 골라야 하잖니.”

    교복에 억하심정이 있는 엘로이즈는 벨벳을 깔아놓은 테이블에 보석을 세팅 중인 부티크 직원들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교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옷을 입으시겠군요!”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지고 있는 드레스도 많은데 굳이 새 걸 사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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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내내 상의는 검은색하의는 청바지인 스티브 잡스 패션을 고수하던 내게 옷 쇼핑은 가혹한 일이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걸 좋아하긴 하겠지.’

    예로부터 괜히 종이 인형 옷 입히기스티커 인형 옷 입히기가 꾸준히 유행해오던 게 아니다.

    모바일 게임에서조차 옷 입히기가 꾸준히 출시되었으니까.

    그래이건 옷 입히기 게임이다.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면 사망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충분한 자기 세뇌 후 로잔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애 중 최초로 태양궁에 초대되었으니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라지네 마음에 찰 옷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테레제였다면 이 중 무엇도 눈에 차지 않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부 과할 정도로 번쩍거렸다.

    누가 보면 황후 자리를 노리고 가는 줄 알겠는데?’

    막 상품 세팅이 끝날 무렵소란에 이끌린 건지 느슨한 차림의 라울이 로비로 내려왔다.

    아침부터 소란스럽군.”

    리비도 소식을 전해 들은 모양인지 뒤따라 나타났다.

    우와이게 다 뭐예요?”

    마지막으로 주세페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로비의 전경을 훑으며 터벅터벅 걸어왔다.

    또 요란하게 일을 벌인 거야제발 집으로 부티크 직원 좀 그만 불러쇼핑이 지겹지도 않아?”

    새어머니께서 부르셨는데?”

    한 번 부를 때가 되긴 했지.”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척척척 미리 준비된 소파에 자리 잡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저기… 다들 왜 여기 앉으세요?”

    황제 폐하를 알현할 때 입을 옷을 고르는 게 아니냐당연히 아비인 내가 봐야지.”

    저도 보고 싶어요!”

    네가 우리 가문 먹칠할까 봐 귀찮지만 참고 봐주는 거야.”

    으응그래…….”

    갑자기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입을 옷을 고르는 상황이 되어버려 쑥스럽고 창피했다.

    빨리 고르고 치워야겠어.’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것 중 괜찮아 보이는 옷을 골랐다.

    이걸로 할게요.”

    대충 고르고 끝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건 너무 수수하다황제 폐하의 안목에 차지도 않을 테고.”

    그럼 이걸로…….”

    봄이니까 좀 더 화사한 게 좋지 않을까요언니의 검은 머리카락과 대비되게 말이에요.”

    아니면 이거…….”

    뚱뚱한 오렌지 같아.”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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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첫 번째뒤에서 두 번째 줄에서 오른쪽으로 첫 번째네 번째는 고르지 마라]

    …….”

    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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