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전 선포에 황제의 초대장이라. 수도 전역에 떠들썩하게 소문나겠네.’
발할라의 사용인은 응접실 문을 활짝 열고 공손하게 말했다.
“이곳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과를 준비해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내 사용인들이 떠나자 라울은 매우 강력한 보안 마법을 몇 중으로 걸었다.
윌로우는 절대 믿을 수 없다는 결벽적인 태도였다.
“빌어먹을 것들. 마법협회도 모자라 황실까지 끌어들여?”
나는 내내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라울은 의자에 앉으며 신랄하게 말했다.
“어제 일은 나도 전달받았다. 틀림없이 역겨운 영감 녀석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질 않는군.”
그러더니 이번에는 나를 언짢은 시선으로 보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너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아비에게 가장 먼저 말했어야지.”
“네에….”
“마법사라는 족속은 종종 악마와 관련해서는 신분을 초월하는 명분을 쥐곤 한다. 네가 공녀라 해도 명분에서 밀리면 신분은 허울이 될 뿐이야. 방심하지 마라.”
아니, 근데 좀 억울하네?
“저도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나 난리가 날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내가 입술을 삐죽이며 웅얼거리자 라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모르는 게 말이나 되느냐? 나 때는 네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길렀다. 어찌 세상 물정을 그리도 모르느냐?”
윽. 나 때는 공격이라니. 졌다.
“앞으로는 미리 말씀드릴게요.”
항복 선언에 라울은 그제야 잔소리를 멈추었다.
나는 그가 다른 잔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황제의 초대장을 뜯어보았다.
초대장에는 매우 상투적이고 형식적인 문장들로 ‘이번 주 일요일에 너 혼자 태양궁으로 와라. 안 오면 죽는다.’라는 말이 유려하게 쓰여 있었다.
‘상급 예법도 못 익혔고 아직 안면을 트기도 전인데 태양궁 초대라니. 스토리를 대체 몇 단계나 뛰어넘은 전개인 거야?’
내 귀중한 주말이 달갑지 않은 일에 소모될 걸 생각하니 심히 유감스러웠다.
라울도 단순한 초대임을 확인하고는 혀를 찼다.
“미혼의 영애를 혼자 태양궁으로 불러? 폐하께서 젊은 나이에 치매가 오셨군.”
아, 아니. 아무리 보안 마법을 걸었다지만 너무 막말이잖아요.
“황궁으로 가기 전에 집에 들르거라. 폐하께서는 예법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니 차림새를 신경 써야 한다.”
황실에 방문할 때는 장소에 걸맞게 품위 있는 차림으로 가야 했다.
내가 기숙사에 가져온 옷은 교복 아니면 간편한 드레스밖에 없었기에 라울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듯했다.
“알겠어요. 금요일에 리비랑 같이 집에 갈게요.”
그러자 라울은 오늘 처음으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있으마.”
아니, 내 기억에서 처음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조금 어색해진 나는 손을 꼼지락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