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1/277)
  •   

    성좌들은 난리가 났다.

    [성좌들이 라울의 등장에 열광합니다.]

    띠링!

    [성좌 과몰입오타쿠’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아빠아아아아악!!!!!!!!!!!!!!]

    내게 더 확실한 명분이 있을지라도 상대는 마법협회장인데다 이사장은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묵인하는 상황이었다.

    이래서는 흐지부지 마무리 지어져추후 다시금 내게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하여 나는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보호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타이밍이 기가 막히기는 하네.’

    왠지 어색한 기분에 고개를 떨구자 라울은 뭔가 오해한 건지 망토 자락으로 나를 완전히 가렸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너무 과보호 같아 보이는데…….’

    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내 전신에 덜 날아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정되었다.

    타인의 시선에 내성이 생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라울은 마법협회 쪽 사람들을 향해 서슬 퍼렇게 호통쳤다.

    네놈들의 극악한 사심을 채우려 내 딸을 헤치려 한 죄를 자백하라!”

    마법협회원들은 라울의 기백에 완전히 밀려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망토 자락 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올려 한심한 작태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마일로 협회장이 뻔뻔스럽게 나왔다.

    자식 일이라고는 해도 지나치시오스콰이어 공작우리는 공익을 위해 공녀의 도움을 구했을 뿐별다른 뜻은 없었소만?”

    라울은 대번에 코웃음 쳤다.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소리를 지금 내 앞에서 하는 건가?”

    내 간절한 마음에 조금 지나쳤을 수는 있지만세상을 위하는 마음을 매도당하는 건 별로 기분 좋지 않소.”

    마일로 협회장은 마법 실험에 미친 인간이었고 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아그냥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합리와 논리는 얼마든지 버렸고 라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미친놈에게는 몽둥이가 약인 법.

    라울은 더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선포했다.

    나는 더 할 말 없소내 딸을 귀찮게 하는 자가 있다면 스콰이어에 대한 모욕 또는 공격으로 간주하고 영지전을 선포할 것이오.”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영지전이라니!”

    특히 영지전이란 말에 가장 격렬히 반응한 것은 이사장이었다.

    마치 황제라도 된 양 모든 것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여유를 부리던 이사장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벌게진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스콰이어 공작말을 신중히 하는 게 좋을 거요!”

    라울은 무심한 눈으로 이사장을 쳐다보았다.

    스콰이어는 모욕을 참지 않소윌로우 공작께서도 그 사실을 잘 아실 텐데?”

    공작!”

    띠링!

    [성좌 물음표살인마’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100년 전 영지전에서 누가 이겼는데?]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질문의 답은 근처에 있던 학생이 했다.

    그러고 보니 스콰이어 가문은 영지전에서 백전무패 아닌가윌로우 가문조차 마지막 영지전에서 패했었지?”

    조용히 말해그때 스콰이어에서 당대 윌로우 가주를 죽여버리는 바람에 두 가문이 완전 원수지간이 됐잖아.”

    100년 전의 영지전은 고대 왕국 시절처럼 영주의 목을 치지 않고 진 쪽이 배상금을 무는 정도로 끝나는 게 관례였다.

    황실에서 제재했기 때문이었다.

    황실 압박이 있을 텐데 왜 그런 거야?”

    그것도 몰라두 가문이 결혼 동맹을 맺으려다가 윌로우 가문의 장남이 결혼식 당일에 정부랑 도망쳤잖아.”

    스콰이어 공녀는 순식간에 웃음거리로 전락했고 이에 몹시 화가 난 가주는 영지전을 선포해 윌로우 가주를 죽임으로써 철저히 응징했다.

    가주가 죽었으니 윌로우 가문도 대단히 화가 났다.

    윌로우는 한밤중 몰래 기습해 스콰이어의 비전 마법이 보관된 서고를 불태웠다.

    그리하여 두 가문은 철천지원수가 되고 만 것이다.

    라울은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내 자식을 건드리려면 그만한 각오는 했어야지 않겠소?”

    그는 본인보다 두 배쯤 나이가 많은 이사장을 협박하는 일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어우 숨 막혀.’

    한데 나만 이 상황이 숨 막히는 건지주변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멋지시다…….”

    전에 선배님을 업고 가시는 모습도 다정하고 늠름하시더니오늘은 광전사 같으셔!”

    나도 딸을 낳게 되면 저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

    넌 결혼부터 틀렸어친구야.”

    놀랍게도 라울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이 가득했다.

    윌로우 공작가에 우호적인 이들이 널리고 깔린 발할라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봐도 멋지긴 해.’

    이사장은 주변의 반응이 라울에게 호의적이라는 점을 고려한 건지 이를 빠드득 갈다가 애써 너그러운 표정을 만들어냈다.

    내 실수를 인정하오진작 우리 학교의 자랑스러운 학생인 테레제 양을 보호했어야 하는데 대처가 늦었구려.”

    이사장은 마일로 협회장을 보며 짐짓 엄중하게 말했다.

    마일로 협회장오늘 일은 확실히 성급했소더는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협회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실수를 사과해주시오.”

    마일로 협회장은 일이 아쉽게 되었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라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움찔 어깨를 떨었다.

    오늘 제가 과했습니다스콰이어 공작그리고 테레제 양부디 내게 악의가 없었다는 점만 믿어주게나는 자네의 특별한 재능을 귀히 여길 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하신 마일로 협회장님의 선한 의도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그러니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마일로 협회장은 내 말에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설마 내가 앞으로 비빌 구석이 없도록 확실하게 선을 그을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물론일세.”

    라울은 서늘한 얼굴로 협회장과 이사장을 번갈아 노려보다가 돌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쪽에는 내게 이기적이니 뭐니 떠들어대던 마법협회원들이 서 있었다.

    자백하지 않은 놈들얼굴 다 기억해두었다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잠깐만요기다려 주십시오!”

    라울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내 손을 잡았다.

    가자.”

    띠링!

    [성좌 막드매니아’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이 집안 최고다]

    그때 입구에서 누군가가 사용인을 우르르 데리고 나타났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고든 윌로우?’

    그는 이사장의 둘째 아들이자 클라이드에게는 삼촌이었다.

    고든은 어깨를 다친 것 같았다.

    치료 마법을 썼을 텐데도 완전히 다 낫지 않았다면 최소 뼈가 부러진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는 뜻이다.

    고든은 정확히 우리 앞에 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스콰이어 공작님.”

    라울은 싸늘하게 반응했다.

    자네 부친 때문에 인사할 기분이 아니군비키시게.”

    띠링!

    [성좌 사이다패스’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와 ㄷㄷ 이게 진짜 광기지;]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습니다.”

    고든의 시선이 내게 틀어박혔다.

    테레제 스콰이어는 황제 폐하의 친서를 받기 전예를 갖추어라.”

    뭔가 흥미로운 상황이 또 생기려나 구경하고 있던 이들이 전부 헛숨을 들이켰다.

    나 역시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라울은 이를 갈았다.

    나는 라울이 또 눈 뒤집기 전에 얼른 예를 갖추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 고풍스럽게.’

    내가 어떻게 예를 갖추었는지는 고든의 양옆으로 늘어선 사용인들을 통해 반드시 황제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저들은 황궁의 사용인이었으니.

    고든이 입을 열었다.

    이번 마수 피해 마을을 보호하고 재건하는 일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테레제 스콰이어 공녀를 치하하고자 태양궁으로 초대하노라.”

    황은이 망극합니다.”

    황제만큼은 잘 피해 보자고 결심하기가 무섭게 초대장이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황제를 만나는 것도 문제지만더 큰 문제는 시기가 너무너무 이르다는 거였다.

    황제를 만나려면 상급 예법까지 교육받아야 해그게 황제 루트를 타는 최소 조건이니까.’

    하지만 내 예법은 고작 중급.

    이대로 황실에 갔다간 온갖 꼬투리를 잡혀 황제 기만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시스템은 상점템을 뿌려라!’

    애석하게도 아직 때가 아닌 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튼고든이 두 손으로 건네는 초대장을 나 역시 극진한 자세로 받았다.

    띠링!

    [성좌 로판중독영애’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황제를 만나는군요이 순간만을 기대했습니다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만이 주인공의 반려가 될 자격이 있는 법이죠.]

    띠링!

    [성좌 얼굴감별사’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주인공의 반려 자격은 첫 번째는 얼굴이고 두 번째는 몸매세 번째는 재력이지]

    이사장은 그새 기분이 좋아진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일부러 축하해 주었다.

    공녀의 신분으로 황제 폐하와 단독 알현이라니이는 가문의 영광이구려.”

    꼬투리 잡으려고 부르는 게 분명한 알현이 무슨 영광이라는 건지.

    라울은 거의 한 대 칠 기세로 이사장을 쳐다보았다.

    나는 2차전이 벌어지기 전에 이사장에게 말했다.

    이사장님아버지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응접실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되고말고여봐라여기 귀한 손님들을 가장 좋은 응접실로 모시거라.”

    감사합니다.”

    라울은 가증스럽게 구는 이사장을 노려보다 응접실로 향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