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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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맙소사오염된 땅이 돌아오고 있어!”

    신께서 아직 우릴 버리지 않으신 거야!”

    모두가 감격하고 있을 때 나도 마찬가지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행이다…….”

    땅의 오염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데미안의 배드엔딩 루트가 앞당겨진다.

    그렇게 되면 평민들은 특권층에 대한 분노로 이성을 잃게 되고황실에서는 적당한 인물을 내세워 처형시킴으로써 민중을 달랜다.

    그 대상이 바로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개망나니테레제였다.

    늑대들은 하울링을 끝내고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이곳을 떠났다.

    경비대원들은 계속 열광하고 환호하고 있었다.

    이게 다 공녀님 덕분이야공녀님 만세!”

    공녀님 만세!”

    끄응괜히 주목받게 생겼네.’

    이번에는 늑대 대신 사람들이 나를 두고 빙글빙글 돌 기세였다.

    그때 클라이드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꾸물거리지 말고 잡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그 구두로?”

    ?”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친 땅에서 전력 질주한 여파로 굽이 완전히 망가진 구두가 보였다.

    어쩐지 아까보다 세상이 낮게 보이더라니.

    그런데 얘가 왜 이런 호의를 보여주지혹시?’

    [호감도♥♥♥♡♡]

    뭐야여전히 검은 하트잖아.

    설마 함정인가?’

    클라이드는 상대를 더 증오하기 위해 몰아붙이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니 내게 호의를 보이는 이유도 내 밑바닥을 보고 싶어서일 가능성이 컸다.

    난 신발을 벗어 손에 쥐었다.

    이러면 돼보고서 써야 한다고 했지가자.”

    클라이드는 찌푸린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됐다는 듯 휙 뒤돌았다.

    마음대로 해.”

    그러고는 배려라곤 하나도 없이 성큼성큼 임시 기지로 앞장섰다.

    나는 발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히 걷다가 문득 눈치채지 못한 사이 마을 사람들이 전부 집 밖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경비대원들처럼 환호하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아직 파악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동시에 흙바닥을 맨발로 걷고 있는 나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때의 정조 관념으로는 발을 보이는 게 안 됐던가조선에서만 그런 거였나?’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데미안이 곁에 다가와 팔을 내밀었다.

    안아 들려는 동작이었다.

    그는 다정하게 웃었다.

    이럴 때는 호위를 부려야지테레제네 고귀한 신분에 걸맞게.”

    띠링!

    [성좌 로판중독영애’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귀족은 신발을 벗고 흙바닥 위를 걷지 않아요호위까지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스스로 걷지 않죠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정하는 게 좋겠어요.]

    그 정도 수습이야 쉽지.’

    나는 냉큼 데미안의 목에 팔을 두르며 되레 그를 나무랐다.

    내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시켜야겠어네가 알아서 딱 왔어야지.”

    띠링!

    [성좌 방송 천재 테레제’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이것이 악역 영애다 이 말이야~!]

    데미안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제게 고목 나무의 매미처럼 매달린 날 쳐다보았다.

    뭐해안아줘빨리.”

    그는 뒤늦게 정신 차린 표정으로 나를 휙 안아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날씬한 몸매 같았는데 안겨보니까 확실히 몸집이 엄청 크구나근육도 돌덩이잖아이렇게 되려면 대체 얼마나 단련해야 하는 거지?’

    과연 천재 암살자답게 훌륭한 피지컬이었다.

    ……테레제.”

    ?”

    데미안은 뭔가 말하려는 듯이 머뭇거리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정면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아냐.”

    한숨을 쉬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좀 상기된 거 같은데.

    뭐야설마 내가 무거워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띠링!

    [성좌 로맨스패스’ 님이 10,000코인 후원하셨습니다.]

    [호감도 확인!!!!!!!!!!!!!!!]

    호감도는 갑자기 왜 확인하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순순히 요청에 응했다.

    [호감도♥♥♡♡♡]

    ?”

    내가 갑자기 소릴 내니 데미안이 의아한 듯 시선을 보냈다.

    나 역시 데미안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가 먼저 물었다.

    왜 그래할 말 있어?”

    아냐아무것도.”

    내가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일에 기여한 게 호감도가 오른 요인인 것 같은데.’

    벌써 남자 주인공 중 두 사람이나 붉은 하트 2개를 달성했다.

    생각보다 빠른 진행 속도였고 몹시 훌륭한 달성률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정말로 누군가와 이어지는 엔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서 걷는 중인 클라이드의 등을 보았다.

    클라이드는 시작할 때 검은 하트가 2개였다.

    지금은 무려 3개로 늘었고.

    그렇다면 황제는 대체 검은 하트가 몇 개로 시작할까?’

    클라이드의 검은 하트가 3개라지만아직 제대로 된 지랄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한데 여기서 스콰이어 가문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황제까지 만나면 내 인생은 빠르게 마감될 가능성이 커지겠지.

    황실에 가지 않는 한 황제를 만날 확률은 극히 낮아.’

    좋아이대로만 가자.

    당분간 황제 하나쯤은 만나지 않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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