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 남주를 선택하려고요.”
그 말에 두 영애가 찻잔을 내려 두었다.
후회물 도망 여주가 진지하게 물었다.
“잘생겼나요?”
그에 나는 시선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육아물 먼치킨 여주가 우유 잔을 매만지며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영애 취향이면…… 은발 벽안?”
나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흑발 적안이에요.”
디저트 카페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마주한 두 영애가 내게 무언가를 더 요구하듯, 테이블에 몸을 바짝 붙였다.
미취학 아동의 치명적인 비율을 뽐내며 꼬마 영애가 허공에 뜬 다리를 힘겹게 꼬았다.
“나이는요?”
“저보다 다섯 살 많아요.”
이번엔 도망 여주가 눈을 반짝였다.
“뭐 하는 사람인가요?”
“북부 대공이요.”
[쿵]
분명 효과음이 들렸다.
“며칠 전 남주 인기 투표 2위를 차지한 그분 말하는 거죠?”
“짐승 같은 외모에 그렇지 못한 다정함, 북부 대공 엘런 카이엘드?”
항마력 달리는 첨언에 움찔했지만, 상태창에 뜬 정보를 읊은 거겠거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만난 건가요?”
도망 여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제 저와 결혼해 준다고 찾아왔어요. 제 오랜 짝사랑을 끝내 주겠다면서…….”
내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하자, 두 영애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들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맞아요. 제게 #착각계 키워드가 있어요.”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힘든 키워드를 부여받은 내 처지를 딱하게 보는 듯했다.
하지만 난 슬프지 않았다.
나는 창밖의 거리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거리의 건물들을 제게 주겠대요.”
“에즈히나 거리인데요?”
에즈히나 강변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거리. 현실과 비교하자면 강남 도산 카페 거리 땅이다. 시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건물이 즐비한 곳.
“네. 결혼 선물이래요.”
그러나 그 북부 대공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 말을 하려니 목이 탔다.
“그런데 경험이 없대요.”
“…….”
“제 만족을 위해 열심히 공부할 테니 방법을 알려 달라는데…… 하, 뭐라 해야 할지.”
“혹시…….”
“맞아요. #동정남 키워드를 가지고 있어요.”
끼이익.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
도망 여주와 육아물 여주가 동시에 일어난 탓이다.
두 여주는 북쪽 수장이 생각나는 다부진 얼굴로 내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고막을 휘갈기는 그 청명한 소리에 당황하는데, 꼬마 영애가 깡충깡충 뛰었다.
“확실해! 우리 악녀 영애가 S급 히든 남주를 주웠어!”
바야흐로, 이 X 같은 빙의 듀스에 빙의한 지 세 달.
어쩌다 S급 히든 남주를 주운 듯하다.
CH1. 게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