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175화 (175/206)

# 175

175. 구경

옆구리 상처는 가볍지 않았다.

슈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빛의 칼날이 앞섶을 스쳤다.

아머의 일부가 잘렸다.

-피해!

프로비던스가 외친다.

세주는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뒤에서 골드가 광선포를 뿜는다.

앞뒤로 진퇴양난의 순간, 세주는 발밑으로 에너지를 뿜었다.

콰웅!

소음과 함께 그의 몸이 위로 솟는다.

퍽!

어깨에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따랐다.

어느새 가르간이 칼날을 날렸다.

그게 어깨를 관통한 것이다.

이물감이 느껴졌다가 금세 사라졌다.

어깨를 관통했던, 칼날이 어느새 사라졌다.

퓨슈슈슉!

피가 터져 나왔지만, 금세 지혈이 됐다.

‘음?’

프로비던스가 곧바로 분석을 시작했다.

-놀라운 데, 저거 에너지 입자가 처음 보는 종류야.

가르간의 손에 들린 무기를 말함이다.

그의 손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칼이 들려 있었다.

채채채채챙!

마치 살아 있는 듯, 칼날이 춤을 춘다.

세주는 양팔을 앞으로 하고 방어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벼락도, 침묵도, 블레이드 그립도 뽑을 틈이 없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금빛의 칼날이 날아든다.

티디디딩!

급하게 배리어를 펼쳐 칼날을 튕겼다.

그러면서도 세주는 가르간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간! 인간! 인간!]

“트레! 트레! 트레!”

가르간이 외친다.

세주는 몸을 돌리며 발을 뻗었다.

어느새 뒤를 점한 골드를 향해서다.

쩡!

한 대 얻어맞은 골드가 뒤로 훌쩍 물러난다.

그 순간, 육감이 강하게 경고했다.

피하기는 늦었다.

세주는 몸을 비틀었다.

슈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왼팔이 허전하다.

팔꿈치 밑부터 잘려나간 팔뚝이 허공에 뜬다.

밀려 나간 골드가 다시 달려든다.

앞에는 가르간, 뒤는 골드.

교과서적인 전투다.

하지만 골드 외에 다른 존재가 끼어들자, 꽤 위험하다.

위기가 거듭됐다.

가르간의 손에 들린 빛의 칼을 피하면 골드가 광선포를 뿜거나, 칼날을 날렸다.

바이탄의 정점에 선 골드는 가르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동선을 훼방 놓는 데 주력했다.

-이러다 죽어.

‘걱정 마셔.’

세주는 속으로 말하며 순간 틈을 보며 그립을 뽑았다.

블레이드 그립을 잡고, 밑을 살핀다.

여전히 판라에게 몰린 셋이다.

“후아!”

세주는 기합을 넣었다.

방심은 없다.

그저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다.

길게 끌면 끌수록 전장은 불리하게 변할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바이탄, 어느새 끼어든 콴의 잔당까지.

슉!

“트레에에에에!”

가르간이 외치며 다시 달려든다.

통역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지금 보니, 반쯤 미친 것 같다.

세주는 기합과 함께 몸의 기어를 바꿨다.

인파이터 모드를 켠 상태다.

전신에 흐르는 에너지의 농도가 짙어진다.

화륵.

검은 불꽃이 전신에 깃든다.

그립을 쥔 손을 통해 에너지가 주입되자, 검은 칼날이 솟는다.

쩌-엉!

짙은 어둠과 밝은 빛이 부딪힌다.

순간 주변에 동심원을 그리며 에너지 파문이 일어났다.

드드드드.

미지의 적이 만든 공간이 떨린다.

골드는 그 순간, 세주의 모습을 놓쳤다.

하지만 가르간은 아니다.

[인간!]

그가 골드를 향해 달려온다.

골드는 왜 저 콴이 자신에게 오는지 몰랐다.

아니, 깨달은 순간은 이미 늦었다.

뒤다.

골드가 전신에 깃든 에너지를 뿜어내려 할 때다.

카가가강!

등을 향해 세주가 칼날을 긋는다.

스파크가 튄다.

골드는 몸을 반전해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가르간이 짓쳐들어와 뒤를 향해 칼날을 쭉 뻗었다.

따앙!

쇳덩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몸을 빼려던 골드는 또 한 번 실수 했음을 알았다.

이미 자신이 상대하던 인간은 방금까지와는 달랐다.

훅.

다시 몸이 사라진다.

또 놓쳤다.

골드는 남은 에너지 모두를 개방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자신의 광선포를 뿜었다.

파아아아앙!

빛이 뻗어 나간다.

콱!

그사이 묵직한 칼날이 심장을 관통한다.

콰득.

그리고 그대로 위로 칼날이 솟는다.

카가가가가각!

쩍!

가슴부터 머리까지 반으로 쪼개진다.

치명타다.

하지만 골드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시간만 있다면, 회복은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쩡! 쩡!

뒤에서 달려드는 가르간의 칼날을 막으며, 자신을 향해 총구를 들이댄다.

언제 꺼낸 걸까?

인간의 머리통만큼이나 큰 총구다.

아니, 이건 대포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슉.

그 안에서 검은 빛이 번쩍이는 게 보인다.

그게 골드의 마지막이었다.

꽈아아아아앙!

폭음이 사위를 채운다.

골드는 몸의 일부조차 남기지 못하고 깨끗하게 소멸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세주는 그대로 가르간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었다.

까가가가가강!

둘의 칼날이 다시 부딪힌다.

그렇게 싸우면서도 세주는 밑을 향해 벼락을 한 발 쐈다.

꽝!

검은 탄환이 밑을 향해 쇄도한다.

꽝!

두 번째 폭음이 일어난 곳.

판라가 있는 자리다.

가르간의 칼날이 다시 세주의 가슴을 노린다.

시간을 길게 끌 순 없다.

그러다가 저 판라라는 존재한테 아군이 쓸리게 생겼다.

세주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기로 마음먹고, 가슴에 틈을 만들었다.

이제 믿을 건, 프로비던스의 재주다.

‘막아.’

-염병!

급히 프로비던스가 안쪽에 여러 겹의 배리어를 만들었다.

정확하게 적의 공격을 예측하고 만든 손바닥만 한 방패다.

카가각!

가르간의 칼날이 비껴남과 동시에 세주는 머리 위로 든 칼을 밑으로 그었다.

슝!

살과 뼈를 베는 소음은 없었다.

절삭력을 극도로 높인 형태의 블레이드다.

퍽!

농축 된 에너지가 흩어진다.

가르간의 몸이 세로로 쪼개지며 하늘 위에서 녹색 체액을 쏟았다.

내장과 체액이 흩어진다.

세주는 그대로 밑으로 쇄도했다.

판라를 향해서다.

*

본 조르노는 뇌가 타는 기분을 느꼈다.

전장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변한다.

강렬한 두통이 느껴졌으나, 그만큼 기묘한 희열이 함께했다.

전장의 상황이 변하는 이유.

한 존재의 출현 덕분이다.

반세주가 적진을 뒤엎고, 아군의 초인이 힘을 발휘한다.

‘이겼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안다.

이 싸움이 이겼다는 걸.

절대 패배는 없다.

그런 확신이 든 순간이다.

“젠장.”

세주의 곁에 정찰기를 띄워 둔, 호필이 외친다.

둘은 전장의 후방에 있었다.

“무슨 일?”

두통을 참으며 묻자, 호필이 말한다.

“가르간이다.”

가르간.

본 조르노의 머리에도 남은 이름이다.

최강의 콴.

우주 제일의 근접전을 펼치는 괴물.

‘살았나?’

순간, 머릿속으로 다시 승부를 계산한다.

‘그래도 지진 않아.’

“상처가 깊어 보여.”

본 조르노의 능력은 예감이 아니라, 계산에 가까웠다.

그의 본능은 순간, 반세주의 부재를 계산에 넣었다.

동시에.

“저건 또 뭐야?”

치용과 일행이 공격당하는 것까지 본 호필이다.

홀로그램 영상을 본도 눈을 돌려 봤다.

승리를 계산할 수 있는 건, 반세주와 그 일행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이 묶이면?

꽝!

멀리서 폭음이 울린다.

안나가 분전한다.

‘그래도 이겨.’

본은 그래도 패배는 없음을 확신했다.

이미 승패가 기울었다.

그 순간이다.

“야, 니들 기술 많이 좋아졌다.”

흠칫.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본 조르노와 호필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간다.

둘은 그저 고개만 돌릴 뿐이었지만, 나머지 호위는 아니다.

웅!

철컥!

총구와 칼날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동양인?’

본이 속으로 되물을 때, 그는 양손을 들어 항복 자세를 취했다.

“쏘지 마. 그냥 구경이나 왔으니까.”

그 옆, 커다란 덩치의 남자도 보인다.

같은 색의 머리칼이다.

그리고 한 명 더.

금발의 푸른 눈의 남자까지.

그가 입을 연다.

“봐요. 다들 놀라지 않습니까? 적당히 구경만 하고 가신다고 했으면서.”

유려한 한국말이다.

본은 그들을 보는 순간, 몸이 덜덜 떨렸다.

‘왜?’

입을 열어서 묻고 싶었다.

당신은 적인지, 아군인지.

‘이들이 적이면?’

본은 남자를 눈에 담았다.

그는 알고 싶었다.

그 남자에 대해.

찌잉.

그런데 갑자기 두통이 거세게 머리를 때린다.

“음.”

본이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걸 본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함부로 보면 다쳐.”

“소속을 밝혀.”

나호필이 나섰다.

그도 식은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천재에 속하는 그다.

전부를 기억하진 못해도, 이 정도 존재감이다.

셋 모두, 강렬한 인상이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전혀 기억에 없다.

더구나 한국말이다.

외국도 아니고, 국내 인물이라고?

호필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나? 내 소속이 어디지?”

남자가 장난스레 옆을 향해 묻는다.

“8은하의 군주십니다.”

딱딱한 목소리다.

덩치가 산과 같은 남자다.

치용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몸이었다.

호필이 고개가 위로 ㅤㄲㅕㄲ였다.

그 남자는 밑을 향해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모르니, 죄를 묻지 않겠다. 하지만 다음에 보면 일단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려라. 그게 군주에 대한 예다.”

그 남자는 그저 입을 열어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본 조르노의 형이자, 이곳 호위를 담당한 이의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흐른다.

“컥!”

동시에 그거 기침과 함께 피를 토했다.

“어설픈 사이키커냐?”

그 남자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묻고, 자세를 바로 했다.

각 잡힌 군인을 보는 것 같다.

호필의 눈이 다시 8은하의 군주라는 자에게 향했다.

“너무 딱딱하다. 산. 나 김보슬이라고 해. 뭐, 말했다시피 군주라는 직책이긴 하네.”

뭐야? 이건 뭐냐고?

호필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쏴!”

그때 바닥에 피를 토한 본 조르노의 형이 입을 연다.

“안 돼!”

호필도 외쳤지만, 이미 방아쇠를 당긴 병사가 반이었다.

두두두두두둥!

사방에 광선포가 그들을 향해 쇄도한다.

터더더더더덩!

꽈과과광!

폭음과 함께 열기가 훅 하고 뿜어졌다.

호필은 그 폭발의 충격으로 뒤로 몸이 날아갔다.

턱하고 누군가 자신을 받았다.

“괜찮으십니까?”

부관 중 하나다.

바르르.

크롬 팀 중 하나였던 이다.

한국군에서 최고라는 팀의 일원인 군인.

그의 몸이 떨린다.

“피하셔야 합니다.”

그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한다.

에너지를 보유한 이들에게는 뭔가 다른 게 보이는 걸까?

호필은 궁금했다.

그는 몸을 바로 했다.

모두가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피해봤자지.’

반쯤은 도박일지도 모른다.

호필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세를 바로 했다.

탁탁.

먼지를 털고, 앞을 본다.

흙먼지가 일어난 곳에서 훙 하고 바람이 불더니, 금세 먼지를 한쪽으로 날린다.

“거, 인사가 과해.”

그 뒤, 금발의 남자가 말한다.

웃고 있지만, 호의로 보이진 않았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8은하의 군주란다.

호필은 일단, 자세를 낮췄다.

이곳에서 죽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말했잖아. 구경 왔다고.”

김보슬이란 남자다.

다시 보니, 유진만큼이나 미남이다.

그는 자신의 머리칼을 한 번 쓸어 올리고 말했다.

“반세주 보러 왔어.”

그는 말하고 앞으로 걸었다.

“난 아무나 죽이지 않아. 그런 폭군으로 보여?”

배시시 웃는다.

그가 등을 보인다.

뒤에서 큰 덩치의 남자가 따르고.

마지막 금발의 남자가 남았다.

“다 죽이고 싶지만, 뭐, 봐준다. 또 보자고. 그리고 너.”

그가 가리킨 건, 본 조르노다.

“함부로 들여다본 대가다.”

퍽퍽!

“아아악!”

본 조르노의 비명이 울린다.

그의 두 눈이 어느새 터졌다.

핏물이 눈에서 줄줄 흐른다.

“이놈!”

참지 못한, 그의 형제가 달려든다.

“안 돼!”

두 번째다. 안 돼 라는 소리도.

하지만 이번에도 소용없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적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적은 차분히 기다렸다.

“덤비는 적을 봐주란 말은 없었으니.”

금발 남자의 미소가 보였다.

퍽!

어떻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툭!

그저 이전까지 사람이었던 것의 일부가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을 뿐이다.

손을 들어 훑으니, 내장 조각으로 보였다.

“짧은 삶을 즐겁게 보내길.”

그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호필은 침을 삼켰다.

“사령관님.”

부관이 그를 부른다.

“전군, 퇴각 준비.”

전쟁은 이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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