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158화 (158/206)

#  158

158. 궁니르

메카니모스가 된 후, 개조를 받은 미라는 레이저 포를 뿜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들어.’

두두둥!

세 개의 렌즈에서 붉은빛이 함선을 꿰뚫는다.

나쁘지 않은 화력이다.

아직도 자신의 주무기는 블레이드지만, 이것도 좋았다.

다가올 수 없는 적의 함선이 폭발하는 장면은 기이한 쾌감을 동반했다.

세타필에게 한쪽을 맡긴, 미라는 적의 함선을 부쉈다.

충전된 에너지를 뿜는 것만으로 놈들의 배리어가 뚫리고 함선이 부서진다.

딱 세 대째를 부순 그녀의 머리 위로 황금빛 에너지가 날아왔다.

아니, 에너지가 아니라 주먹이다.

쩡!

머리 위로 배리어를 만들어 튕겨 낸 그녀의 눈에 황금빛에 둘러싸인 인간의 병기가 보였다.

‘너무 뻔해.’

진즉부터 주목했던 적이다.

불리한 쪽에 나타나 콴과 메카니모스를 몰살하던 인간이다.

함선을 부수자, 당연하게도 자신 쪽으로 날아온다.

미라는 대다수의 콴과 달랐다.

전투 자체를 즐기기보다, 미라는 약한 상대의 팔다리를 잡아 뜯는 걸 즐겼다.

쩡! 쩡!

황금빛이 어린 주먹이 두어 번 배리어를 때렸다.

쩍하고 배리어에 금이 간다.

미라는 뒤로 렌즈의 방향을 바꿨다.

두두둥!

근거리에서 뿜은 레이저 포가 황금빛을 때린다.

이 인간은 놀랍게도 손바닥을 펴서 작은 배리어를 만들어 튕겨냈다.

나쁘지 않다.

아니, 쓸 만하다.

미라는 본심을 담아 물었다.

[너, 메카니모스로 전향할 생각은 없어?]

“무슨 개소리야?”

대화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인간은 거침없이 미라를 향해 돌진했다.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있는 건지.

훙! 훙!

두 번의 주먹질을 피하고, 미라는 손날을 펴서 위로 그었다.

씨잉!

반달의 붉은 칼날이 만들어져 허공을 그었다.

‘피했네.’

인간임에도 반사신경도 훌륭, 거기에 병기를 사용하기에 내구력도 괜찮다.

더구나 전투를 이끌어가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레이저 포를 쏘니, 바짝 자신에게 붙는다.

‘7점.’

10점 만점에 7점은 줄만 하다.

그래서 아깝다.

메카니모스의 능력이라면 인간이라도 한계를 넘을 텐데.

‘연구용으로 써야겠네.’

아깝지만,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나한테 근접전이라니.’

미라는 메카니모스로 전향한 콴.

콴에 있을 때, 그녀는 주먹이 닿을 거리라면 가르간 조차도 이겼다.

근접전은 그녀의 특기다.

물론, 덤빈 인간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강대한 적, 다른 이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원거리에서 함선을 뻥뻥 부수는 이에게 근접전으로 붙는 판단은 나쁘지 않다.

‘그래도 실수는 실수지.’

생각을 끝낸 그녀는 인간을 생포하기로 했다.

인간이면서 갖는 이 힘,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씽!

손등에서 두 개의 칼날이 튀어나온다.

길지는 않았다.

고작 15cm 정도.

피비비비빙!

양 주먹을 빠르게 뻗자, 허공에 붉은 잔영이 생긴다.

인간은 몸을 돌리며 피했다.

피하라고 뻗은 칼날이다.

머리 위를 노린 칼을 피해 몸을 숙인 인간을 향해 미라는 무릎을 올려쳤다.

무릎 끝, 어느새 송곳 같은 블레이드가 솟았다.

파가가각!

가슴팍이 길게 베인 인간이 뒤로 급히 물러선다.

미라는 그냥 놔둘 생각이 없었다.

싸우지 않으면 모르나, 시작하면 단숨에 끝낸다.

그게 그녀의 전투 철학이다.

간신히 피한 인간을, 따라붙어 팔꿈치를 긋는다.

노리는 건 목, 그리고 상대는 피할 수 없을 거다.

확신하는 순간, 미라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콰우!

그녀와 인간 사이다.

광탄 한 발이 지나간다.

‘음?’

전혀 느끼지 못했다.

피한 건 우연이다.

그저 섬뜩한 느낌에 한 수 접었을 뿐이다.

피하지 못했다면 맞았다.

그리고 지나간 광탄의 응축된 에너지는 미라 자신이라도 맞는다면 간지럽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지?’

인간은 분업해서 싸웠다.

그러니까 저격이다.

꽤 뛰어난 한 방이나, 찾으면 그만이다.

“늦어.”

황금빛을 뿜는 인간이 중얼거린다.

무슨 소리인지, 감도 못 잡겠다.

그 순간, 다시 광탄이 날아오고 그에 맞춰 안나가 자신에게 붙는다.

‘어이어이?’

근접전 중에 저격의 지원을 받아?

콴과 메카니모스를 포함한 어떤 존재도 하지 못 할 짓이다.

*

비틀 쉽을 타고 날아가던 세주는 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멈춰.”

쉽이 공중에서 우뚝하고 멈춘다.

“왜 그래요?”

“인준하고 유진은 9시 방향으로 가서, 메카니모스 한 놈 잡아.”

농담이 섞이지 않은 명령이다.

그러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따르라는 거다.

인준과 유진이 밖으로 나왔다.

아머에 달린 추진기가 빛을 뿜는다.

[대장?]

팽이 눈으로 물었다.

“반동 잡아. 실버.”

[네]

조종간을 잡은 실버가 얌전히 답했다.

맵이 제대로 보인다.

‘계산기 돌려.’

스코프를 단 벼락을 꺼내든 세주가 말했다.

-일단 한 방. 홀로그램 조준점 보고 쏴.

날아가는 탄속과 적이 위치할 곳.

그리고 아군이 맞지 않을 곳.

프로비던스만이 계산해서 예측할 수 있는 신기다.

세주는 의심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쾅!

벼락이 운다.

그리고 눈으로는 포착조차 되지 않는.

함선의 광선만이 보이는 곳에 탄환을 날렸다.

훅하고 쉽이 밀린다.

“실버.”

[첫발은 계산 착오였습니다. 다시 합니다]

실버가 계산한 것보다 반동이 세다.

당연한 일이었다.

세주는 제자리에 멈춘 채, 스나이퍼 모드를 켜고 애비탄을 실은 벼락의 방아쇠를 당긴다.

번 업 상태로 세주가 다시 스코프에 눈을 댄다.

그곳에 황금빛을 뿌리는 안나와 붉은빛을 뿌리는 적이 보였다.

“후.”

호흡을 가다듬는다.

계산은 프로비던스에게 맡기고, 세주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표적에 탄을 쏘는 것.

실수하면 안나 휴이츠는 그 자리에서 죽는다.

적은 강했다.

‘저거 가르간과 동급인데.’

-아니, 그보다 더할지도 몰라.

사이클롭스를 탄 안나는 인상적인 전투를 보였다.

세주는 다시 두 발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꽝꽝!

두 개의 탄환이다.

그들이 하는 건, 일종의 예측 사격이다.

적이 위치할 곳에 탄환을 날리는 거다.

‘고착되겠어.’

흉몽 모드를 비롯해서 힘을 아낌없이 쓴 세주는 피로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다.

거기에 가르간과 싸울 때보다 지금이 더 낫다.

세주는 만능 싸움꾼처럼 전장을 누볐지만, 그의 특기는 어디까지나 저격이다.

그러니까 현 상황.

거리도, 적의 빠른 움직임도 그리 마음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맞추자’

-한 방으로 죽을 애가 아닌데.

‘그럼 여러 방 맞추지 뭐.’

단순한 결론이다.

한 대가 안 되면 여러 대를 때리면 되는 거다.

스코프에 눈을 대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무리 좀 하자.’

-싸우면서 무리 안 한 적 없잖아?

맞는 말이네.

세주는 피식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꽝!

쉴 틈이 없다.

그가 쉬면 안나에게는 위기다.

그리고 안나가 죽으면 비틀 쉽이 가는 동안 저곳에 있는 아군은 몰살이다.

가르간과 쿠인이란 놈이 미친 척하고 아군을 공격했다면, 끔찍했을 거다.

세주 일행을 제외하고는 남은 이가 별로 없었을 테니.

‘자, 시작해보자고.’

스나이퍼 모드에서 불릿 마스터로 모드를 바꾼다.

번 업 상태를 해제한다.

동시에 노블 패스를 달리는 에너지를 가속한다.

전신에 어리던 푸른빛이 팍하고 꺼진다.

안나가 위기에 봉착해 두 번이나 얻어맞았다.

치명상은 아니다.

그리고 세주의 몸에 어리던 푸른빛이 진청빛으로 물들며 손가락과 어깨 눈에 모인다.

풀 업과 번 업에 이어 세 번째 기예다.

파트 업.

번 업에 들어갈 에너지를 눈과 어깨에 손가락에 모은다.

‘벼락 파트 투.’

벼락의 총구가 늘어난다.

길쭉한 피뢰침이 앞에 박힌 모양새다.

원거리 저격 특화다.

그리고 현재 세주의 최강의 일격이다.

자신의 가장 큰 강점, 저격을 살릴 최강의 한 방.

‘태세 전환, 궁니르.’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삐딱하게 숙여 스코프를 본다.

압축된 애비탄이 탄창에서부터 총열로 흐른다.

‘버텨 주라고.’

안나가 위기에 빠지는 모습이 보인다.

저러다 죽겠다 싶다.

하지만 몇 방으로 이미 위협은 줬다.

등 뒤에서 찌르는 비수만큼 무서운 건 없다.

적은 세주를 의식할 거다.

그 틈을 이용해 세주는 한 방을 준비했다.

궁니르라 별명이 붙은 한 방이다.

커버링 기술 양도로 탄에 가는 실을 나선으로 붙인다.

이 한 방은 맞으면 죽는다.

가르간도 쿠인도, 그 누가 되도 맞으면 죽는다.

다섯 번의 압축을 거듭한 탄과 길어진 총열.

인지할 수 없는 거리에서 날아오는 치명적인 일격이다.

애초에 가르간과 쿠인도 위치만 알았다면 저격으로 죽였을 거다.

근접전으로 싸운 건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직접 쥐어패고 싶었던 것.

둘째는 놈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싶었다.

자신이 아닌, 아군을 헤집고 다니면 답이 없으니까.

결과가 좋다.

그리고 전쟁에서는 결과가 좋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바이탄의 괴물은 처리했고, 콴의 삼대장이란 놈들도 죽였다.

파인딩 모드로 켜진 맵에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놈은 둘뿐이다.

고로, 남은 건 두 놈뿐.

그중 하나를 노린 세주는 순간 호흡을 멈췄다.

노블 패스를 달리는 에너지가 가속한다.

끼릭.

방아쇠를 당기기 전, 세주는 총구를 들었다.

그리고 세차게 밑으로 휘두르며 쐈다.

손에 들린 게 총이 아니라, 파리채였다면 파리를 잡는 모양새였을 거고.

테니스 채였다면 멋진 드라이브를 치는 자세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격한 움직임을 보이며 방아쇠를 당긴다.

“그거 맞추려고 쏘는 거긴 합니까?”

어지간하면 이런 일에 말을 하지 않는 치용이 묻는다.

“물론.”

세주는 빙그레 웃으며 뒤로 돌아섰다.

먼 거리도 거리지만, 적은 초탄을 피했다.

놀라울 정도로 감각이 예민하다.

덕분에 손을 더 떴다.

세주는 확신했다.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막으면 죽는다.

안나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5초, 4초, 3초.

프로비던스가 탄이 적에게 적중하는 시간을 세고.

세주는 안나에게 말했다.

“꽁무니 빠지게 튀어.”

*

미라는 적의 탄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

‘압축탄?’

맞으면 아프겠다.

그렇다고 목숨을 위협 할 정도는 아니다.

수라장을 겪은 그녀는 이 정도 위협은 본능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콴은 육감을 가지고 있다.

괜히 대인전 최강의 종이라 불리는 이들이 아니다.

메카니모스지만, 그녀는 콴의 특성을 아직도 고스란히 갖고 있었다.

‘피할까?’

아니면 막을까?

서너번 탄이 날아왔다.

미라는 피했다.

맞으면 아프다.

아픔은 인간이고 메카니모스고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매커니즘이다.

고통은 행동을 강요하는 법이다.

미라는 별생각 없이 피했고, 적을 향해 자신의 붉은 송곳을 휘둘렀다.

찌르고 휘두르는 단순한 동작이 연속으로 펼쳐진다.

붉은 춤이라 불리는 공격이다.

한 번이라도 힘으로 막으면 끊기지만, 상대에게 그럴 힘은 없다.

피하다가 죽게 될 거다.

평소와 똑같은 미라의 싸움이다.

그녀는 간과했다.

적이 누구인지.

그리고 적이 할 수 있는 일도.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

콴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우주 최강이라는 인식을 한다.

그녀는 메카니모스로 전향했지만, 콴이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맞고 눈앞의 인간을 죽인다.

생포는 패스다.

그리고 자신에게 총질한 버릇없는 인간을 죽인다.

미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섬뜩한 감각이 뒷목을 찔렀다.

또 그놈이다.

저격수.

왈칵하고 순간, 아찔한 느낌이 가슴을 누른다.

전과는 다르다.

‘피해야 해.’

미라는 속도를 높였다.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 차는 기술은 그녀가 원조다.

가르간에게 알려준 기술이 그녀의 발끝에서 펼쳐졌다.

퉁!

뒤로 몸이 밀려난다.

탄의 궤도를 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스쳐 가리라.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다.

휘이익!

탄이 휜다.

빛이 호선을 그린다.

연구와 실험으로 발달 된 동체 시력은 광탄의 궤도를 포착했다.

피하기엔 늦었다.

미라는 양팔을 들고 에너지를 몽땅 끌어올렸다.

우웅!

단숨에 수십 겹의 배리어가 만들어진다.

탄환의 뒤로 금빛을 내는 인간이 도망간다.

‘왜?’

자신이 이걸 막는 순간,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기회다.

‘판단 미스.’

몸의 반을 잃었어도 피했어야 했다.

그녀의 배리어 위로 탄이 부딪치는 순간.

꽈아아아아아앙!

굉음에 고막이 터졌다.

동시에 화염이 몸을 살라 먹고, 터진 탄환의 에너지가 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이 미라가 여기서 고작 탄 한 발에.’

그게 마지막이었다.

미라가 눈을 감았다.

죽으며 그녀는 예감했다.

‘진다.’

실험체, 가축 정도로 삼던 인간에게 이 전쟁이 패배하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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