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111화 (111/206)

#  111

111. 침 뱉는 개미

팟.

에너지 측정기, 인류에게는 아직 없는 물건이었다.

그 게이지가 단숨에 치솟았다.

함대를 이끌고 온 외계인이 밑을 바라봤다.

바닥이 투명해지며 지상을 보여줬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개미처럼 보이던 것들을 포착, 확대했다.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화면 위에서 로브를 뒤집어 쓴 이가 손가락을 들어 한 명을 찍었다.

쿡.

노랗고 긴 손가락은 마른 가지 같았다.

누르고 떼자, 찍힌 인간의 몸에 색이 입혀진다.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애완 전투종을 죽인 남자다.

평균 인간 보다 크다.

그리고 양 손에 쥔 무기는 꽤 발달이 된 형태다.

그 뒤로도 셋을 더 찍었다.

큰 아머를 입은 남자 하나.

흰 얼굴의 날쌔 보이는 놈 하나.

그리고 마지막.

쿡.

찌릿.

막대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트레이.”

저 인간에 대해 의문을 표하자 눈앞에 투명한 문자가 떠오른다.

정보가 쉴 새 없이 머릿속에 박힌다.

이제까지 적을 격퇴한 인류의 영웅.

손을 쥐었다 피며 그를 비웃고 외계인은 몸을 일으켰다.

지구 내에 잔존하는 에너지 중 고 에너지를 따라온 참이다.

반세주라는 인간의 에너지는 그 중에서 압권이다.

위쪽에 보고 없이 씹어 삼켜 버리고 싶을 정도로 순수하고 농도가 짙다.

‘가르간 놈이 왜 이곳에 공을 들였는지 알 것 같군.’

인간이라는 종은 괴롭힐수록 좋은 에너지를 뽑는다.

과거에 비슷한 형태의 유기체를 괴롭히고 얻은 결론이다.

양손을 빠르게 쥐었다가 폈다.

신이 나 죽을 지경이다.

가르간 놈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놈이 기르던 걸 옆에서 먹어치우는 셈이었다.

“트레.”

포격을 날리면 그만이지만 아깝다.

괴롭히고 힘줄 하나하나 뜯어서 맛보고 싶다.

연구도 필요하다.

인간의 신체에는 왜 양질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지.

그걸 토대로 새로운 전투 종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바닥의 화면을 끄려는 참이었다.

반세주란 인간이 총구를 드는 게 보였다.

손을 쥐었다 폈다.

비웃어 마땅했다.

겨우 인간이 만든 총기로 지금, 외계에서 가장 강력한 종 중 하나인 메카니모스의 함선을 노린다는 건가.

멍청한 놈이다.

놈을 한껏 비웃고 싶어 양손을 끊임없이 쥐었다 폈다.

지지직.

방어 배리어가 적을 감지해 작동한다.

동시에 보복 사격을 위해 포신이 밑을 향한다.

‘이 정도로 죽지는 않겠지?’

겨우 사형四形 포다.

일형부터 구형까지.

형태를 따라 나누는 것 중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포격이다.

대신 벌레 같이 작은 것들을 잡기 딱 좋은 형태고.

“트레이.”

그리고 다른 전투 종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등하고 하등한 그것도 우주 외곽에서 간간이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약하디 약한 인류라는 종을 위한 것으로는.

함선을 끌고 온 건, 저 반세주라는 놈 때문이었다.

양질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유기체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농도가 짙은 에너지다.

사형포가 밑을 향하고 배리어가 갖춰진 순간.

꽝!

폭음이 터지고 훅하고 지구의 공기가 들어왔다.

위이이이잉!

함선 내부에 경고음이 울렸다.

파지지직.

충격에 바닥의 화면이 사라진다.

공기가 유입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휑하니 구멍이 뚫린 곳이 보였다.

놀란 외계인이 손을 멈췄다.

‘뚫렸다?’

겨우 인간이 가진 총기에?

킁.

냄새를 맡았다.

‘광학병기.’

현재 인류에게 주어질 리 없는 무기다.

“트레에!”

가르간 이 개새끼라는 의미였다.

분면 그 놈이 넘겨준 무기 일 것이다.

그는 밑으로 향해 내려갈 채비를 갖췄다.

내려가서 놈들을 다 찢어 죽이리라!

로브가 찢기며 모습이 드러난다.

머리에는 여덟 개의 둥근 렌즈가 달려 있다.

촉수에 연결된 렌즈는 노란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단단한 입마개가 보인다.

마른 편인 몸에 양손에 칼을 쥔다.

“트레!”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 집결을 명한 순간이다.

텅!

뚫린 구멍으로부터 들리는 소리다.

쇳덩이 같은 게 걸쳐진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빠끔하고 고개를 들이미는 놈도.

겁도 없다.

반세주란 놈이다.

아니, 그놈뿐이 아니다.

찍었던 네 놈이 전부 올라왔다.

손을 한 번 쥐었다 폈다.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세상에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나 싶었다.

분노가 가라앉았다.

어차피 올라 온 놈들이다.

깔끔하게 먹어치우면 그만이었다.

손을 들자 함선 곳곳에 숨어 있던 전투종이 나왔다.

인간이 이럴 때 이렇게 말하곤 하니, 그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통역기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트레이.”

[어서 와라.]

그런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

놈들의 함선에 구멍을 낸 직후 세주는 결심했다.

“올라가자.”

“어딜요?”

유진이 물었다.

“저기 위로 가자는 소리겠지. 뭐겠냐?”

인준이 옆에서 말을 받는다.

정답이다.

세주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하기만 하니까 열 받잖아. 올라가서 깽판 치자.”

“찬성!”

곰탱이 김치용이 냅다 세주의 말을 받았다.

“다 좋은데, 어떻게 올라가시려고요?”

중량 해제에 전투태세로 변한 그들이다.

한 바탕 싸우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저 위에서?

유진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시야에 잡힐 만큼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점프해서 잡을 거리는 아니다.

전투기 정도는 타야 근처에 갈 것 같다.

즉, 지금 세주가 하는 말은 맨 몸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하이재킹을 하자는 거다.

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는 있을 것 같다.

“근데 저 위로는 어떻게 가요?”

“이렇게.”

세주가 아무렇지 않게 총기를 꺼낸다.

긴 총신을 가진 라이플이다.

다만, 그 끝에 갈고리가 달렸다는 점만이 색달랐다.

에임 모드를 켠 세주가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쾅! 훙!

얼마나 힘이 좋은지, 무슨 포탄이 날아가는 것만큼 후폭풍이 훅하고 밀려와 뒤편에 부서진 건물 잔해를 밀어냈다.

드드.

쏜 세주의 몸이 뒤로 살짝 몸이 밀릴 정도다.

포신을 들고 맨 몸으로 쏘아내는 묘기나 다름없다.

그 덕분이다.

쐐애애액!

날아간 갈고리가 구멍 난 선체에 퉁하고 걸쳐졌다.

세주를 포함 넷 모두 이 정도 거리에서는 개미 새끼 다리도 셀 수 있는 시력이다.

구멍 난 함선의 선체 난간을 꽉 문 갈고리 정도는 보인다는 말이다.

“잡아.”

세주의 말에 넷이 로프를 잡았다.

“간다.”

그리고 퉁.

바이킹을 탄 것처럼 내장이 밑으로 쏠리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유진은 밑을 바라봤다.

지상이 금세 아득하게 멀어졌다.

동시에 몸이 위로 치솟는다.

“크흐흐.”

날아가는 치용이 웃음을 흘렸다.

인준은 이를 악 물었고, 유진은 로프를 잡은 채 몸을 안으로 말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이 지랄 같은 느낌도 잠시다.

금세 위로 솟은 세주가 턱하고 구멍 난 동체를 잡았다.

몸이 멈추자 넷 모두 현기증이 났다.

“이제 좀 놔라.”

언제부터였는지, 셋 모두 세주의 다리나 팔뚝을 잡고 있었다.

“겁나서 그런 거 아니다.”

인준이 아머로 얼굴을 가리며 올라갔다.

“토할 것 같아요.”

치용도 훌쩍 올라가고 유진은 마지막에 세주에게 중얼거리며 난간을 잡고 몸을 가볍게 위로 올렸다.

나름 재미는 있지만 속이 니글니글 거린다.

세주가 올라가자 대가리에 카메라 렌즈를 잔뜩 박은 놈이 보였다.

놈이 한 손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벽이 쩍쩍하고 열리며 기이한 형태를 가진 놈들이 튀어 나온다.

“트레이.”

그리고 놈이 중얼거렸다.

-환영한대.

오냐.

‘나도 만나서 반갑다.’

꾸에엑!

끼에에에엑!

끄르르륵.

일단은 렌즈 대가리 놈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방 벽에서 튀어나오는 숫자가 물경 백에 이른다.

전부 치용이 해치웠던 수준의 괴물들,

비트레이어 급 군대다.

비무장지대에서 이런 병력을 만났다면 암울했을 거다.

기이한 갑각을 가진 놈도 보였고 갈색의 체크 패턴의 피부를 가진 놈도 있었다.

눈알이 세 개인 놈, 얼굴에 액정이 달린 놈.

다양함을 넘어 기괴하다.

일일이 살펴보기도 귀찮을 정도로 전부 다른 놈들이다.

프로비던스가 스캐닝을 위해 사방에 렌즈의 빛을 뿌린다.

발표를 위해 손을 든 초등학생 같은 포즈의 렌즈 대가리가 들었던 손을 내린다.

슉.

끼에에엑!

사방에서 넷을 향해 비트레이어 급 부대가 들이닥치는 순간이다.

세주는 이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이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침 뱉는 개미.”

공격 형태와 포메이션을 명하는 순간이다.

셋이 동시에 무기를 바꾼다.

인준만 제외다.

그만 기관총을 들고 사방을 갈겼다.

드드드드!

“연막.”

다시 세주의 말이 들린다.

펑!

유진이 바닥에 연막탄을 터트렸다.

시야가 막힌다.

회색 연기가 눈앞을 가린 순간, 세주는 양손에 수류탄 세 개를 들었다.

전부 안전핀이 뽑힌 상태다.

이럴 때 어울리는 대사라면 하나뿐이다.

“Fire in the hole!”

휙!

사방에 퍼진 수류탄이 동시에 터진다.

꽈앙!

투두두둑!

파편이 넷을 향해도 꽂혔지만, 문제는 없었다.

“경고가 늦어요.”

유진이 아머의 배리어를 넓혀 넷을 감쌌다.

손발이 척척 맞는 넷이다.

기관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트리고.

전부 단숨에 일어난 일이다.

놈들이 달려들지 못할 만큼 시간은 벌었다.

그 사이 넷이 장비를 바꿨다.

로켓 런쳐다.

묵직한 런쳐를 하나씩 든 그들이다.

인준만은 양 어깨에 두 개를 짊어져, 총 다섯 개의 포신이 사방을 겨눈다.

“내가 뒤.”

세주가 말하고 런쳐의 스위치를 켠다.

위이잉.

포신이 예열하는 소리가 울린다.

인준이 정면, 치용이 좌, 유진이 우.

자리를 잡은 넷이다.

침 뱉는 개미.

레이저 포를 쏘라는 말이다.

띵.

예열 완료됐다는 소리다.

특별히 전자레인지 소리를 입혔다.

정겨운 신호음이다.

준비 완료 상태에서 세주가 비스듬히 포를 들었다.

이동 형 레이저 포대다.

“발사.”

입을 연 순간이다.

콰우우우웅!

사방으로 빛줄기가 퍼진다.

-비행기는 부수지 마!

프로비던스가 급하게 경고했다.

‘걱정 하지 마.’

설마 이 정도로 추락하겠냐고.

끼에에엑!

곧 괴물의 비명이 사방을 채웠다.

*

회색 연기가 일어난 순간 렌즈 대가리, 마스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계인은 눈을 의심했다.

연막은 무의미했다.

흐릿한 시야지만 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없다.

그리고 놈들이 레이저 포를 쏜 순간이다.

콰우우우!

전투 종 백 마리가 넘는 자신의 콜렉션의 반이 죽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렌즈 여덟 개를 하나하나 호 불어서 닦고 다시 보고 싶은 지경이다.

레이저 포?

메카니모스의 특기 중 하나다.

그런데 놈들이 역으로 그 무기로 자신을 공격한다.

무엇보다 위력이 놀랍다.

콰우우!

급히 몸을 숙였다.

자신의 머리를 스친 레이저 포가 뒤를 때렸다.

펑!

다시 구멍이 생겼다.

분명, 한 놈이 자신의 전투 종 하나를 상대할까 말까였다.

화면으로 놈들과 전투종의 전투를 지켜봤다.

그런데 지금은?

길어야 1분이나 버틸까?

‘가르간 우주 먼지 같은 새끼!’

분명 그 놈이 이놈들에게 무기를 전해주고 기술을 전이해줬을 거다.

치욕적인 욕을 뱉고 그는 통신기를 켰다.

메카니모스의 하급 전사인 자신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목숨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인간으로 치자면 산책을 나온 길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불곰을 만난 기분이다.

통신에 전언을 남긴 그는 무기를 챙기는 대신 몸을 돌렸다.

‘달팽이 같은 놈들!’

저런 하등 종족에게서 이런 치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

시력에 의존하는 전투종이 길을 못 찾고 헤매다 레이저 포에 몸이 뚫린다.

꾸에엑!

하지만 저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놈이 바닥을 기며 여기까지 올라온 인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위로 퍽하고 도끼날이 떨어진다.

에너지 블레이드다.

저걸 본 순간 확신했다.

에너지 블레이드 기술은 콴 놈들이 가장 발달했다.

‘가르간 이 더러운 자식.’

감히 함정을 파?

그는 결코,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꼭 복수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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