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109화 (109/206)

#  109

109. 해일과 벌레

콰아아아아아.

동해다.

독도와 한국의 사이, 울릉도 위쪽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물이 치솟아 올랐다.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동해 쪽 경계 근무를 서던 병사다.

병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낮에 확하고 운무가 퍼지더니, 저 멀리 거인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

그가 망원경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봤다.

높게 솟은 파도를.

“해, 해일이다!”

놀란 그가 입을 열어 외쳤다.

같이 근무를 나온 이가 옆으로 다가온다.

“김 상병님?”

“무전 쳐!”

같이 근무 서는 경계병이다.

그가 급하게 초소 안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징!

가벼운 이명이 들린다.

“초소 경계병 손시원입니다! 해일입니다!”

-무슨 헛소리야?

무전에서 황당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와!”

김상병이 다가왔다.

그리고 후임 병사를 밀치고 무전기 앞에 섰다.

“그냥 해일이 아닙니다. 대규모 해일입니다. 전부 대피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농담 아니라고! 개새끼야!”

콰아아아아아!

대자연의 분노다.

무지막지한 바다의 분노가 대지를 향해 다가온다.

드드드드드드드.

땅이 떨려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김 상병님.”

밖을 보던 후임 병사가 벽에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이런 시발!”

콰아아.

언제 이렇게 다가왔을까, 그들의 눈앞에 검은 벽이 보였다.

바다가 파랗다고?

그건 무슨 개소리냐.

해일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것처럼 검은 벽이 되어 땅을 덮쳤다.

콰과과곽!

“정찰 드론 화면 띄워!”

지구 방위 연합군, 수도 방위 사령부다.

파도가 높게 솟아 땅을 덮치는 게 보인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 끔찍한 바다에서 솟은 악마의 손길이 땅 위에 인간이 만든 흔적을 부수고 쓸어간다.

콰드드드드.

“현재 피해 인원 1만 명 이상, 대피를 목적으로 방위 팀을 보냈습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해일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이상한 습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해일만으로 머리가 아픈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그는 신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수도권 일은 방위 팀에게 맡긴다.”

세주가 직접 훈련시킨 박민우 소위 이하 부대원을 믿는 거다.

정작 이들이 맡아야 할 문제는 다른 거다.

“해일 원인 파악한다! 각 분야 전문가 모아! 그리고 주변 도시에 군부대 파악한다! 물을 피할 수 있는 쉘터로 민간인 피신시키고 나머지는 내륙으로 전부 대피시켜!”

단번에 말을 쏟아내고 나니, 목이 시큰하다.

정찰 드론이 다시 화면을 비춘다.

그런데 카메라에 비추는 것이 온통 검다.

“드론 조종하는 새끼 뭐 하는 거야!”

“해일 안쪽입니다!”

안쪽.

어떤 실마리라도 있을지 모른다.

집중해서 보는 그들이다.

그리고 그 검은 해일 안에서 커다란 덩어리가 출렁이는 게 보였다.

‘고래?’

아니면 뭘까?

생긴 건, 물고기의 한 종류를 닮은 것 같다.

팍!

해일이 덮쳤는지, 곧 화면이 검게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령관님 오셨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책임을 져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상황을 살핀 나호필은 통제실 중앙에 섰다.

“바다 인접한 도시 전부 대피시켜.”

“지시했습니다.”

“반세주 소장 부대 호출해서, 도심지 정리해.”

“…바다 쪽이 아니라 도심입니까?”

“이건 양동작전이다. 밖에서 저렇게 몰아치는 놈만큼이나 내부에도 위험한 놈이 왔을 거다.”

놈들에게 지혜가 있다는 전제하에 내린 명령이었다.

나호필의 뇌세포가 부지런히 일을 시작했다.

‘적이 만약 머리를 쓴다면, 위협을 하고 진짜 치명적인 칼을 내부에 던질 것이다.’

이전에 잠시 나타났던, 연쇄 살인을 하는 외계 생명체는 일종의 정찰 타입이었을 거다.

그리고 적의 전력을 파악, 그 전력을 넘어서는 걸 보낸다.

이제는 하도 당해서 적의 패턴까지 대충 보인다.

“움직여!”

나호필이 외쳤다.

“넵!”

각각의 사람들이 임무를 위해 다들 부리나케 움직인다.

부관도 반세주와의 연락을 위해 바로 통신을 연결했다.

나호필은 상황을 통제하고 정찰 드론이 찍는 화면을 봤다.

‘피해는 얼마나 될까? 최소 5만.’

해일에 피해를 입는 이들.

도심 내부에서 적을 조우한 이들.

‘레이퍼가 쳐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숫자의 피해가 발생할지도.’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이제는 손가락 물고 당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거다.

이전의 군대가 겨우 돌도끼와 돌화살촉을 갖고 싸웠다면.

지금은 철기를 넘어, 화약을 사용하는 정도는 될 거다.

반세주가 적의 우주선에서 얻어냈다는 정보는 정말 값졌다.

단숨에 에너지를 활용하는 무기를 만들어냈다.

광학병기, 그것만으로 인간은 적을 위협할 칼을 쥔 셈이다.

“알파 팀과 베타 팀을 동해 쪽으로 파견한다.”

“넵!”

몇 가지 지시를 한 후다.

나호필은 눈을 감았다.

‘그놈이 보낸 걸까?’

가르간이라고 했던 사절단 놈이 떠올랐다.

세주는 그놈이 이 일의 원흉일 거라고 했다.

증거는 없다.

느낌이다.

나호필은 그를 비웃지 못했다.

그의 느낌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르간이란 놈이 실행한 것과는 색이 다르다.

이제까지 적들이 붉은색이라면 지금은 마치 파란색 같다.

“수도 방위 부대와 계속 통신 연결해 둬.”

“넵.”

곧 허공에 뜬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코드명 탕탕이.

박민우의 목소리다.

코드명은 유진이 지어줬다고 했던가?

-현재 적과 조우를 기다리는 중.

“적을 파악하는 즉시, 정보를 모두 전해.”

-네.

그리고 1분도 되지 않아서다.

끄아아아.

무전기 너머로 찢어지는 비명이 들린다.

“무슨 일이냐?”

-적과 조우. 파악 불가. 경계 중인 아군 부대원 하나가 피를 토하기 시작함! 교전한다! 통신 아웃!

“드론!”

나호필의 외침에 다시 화면을 전송하는 드론이 일을 시작한다.

박민우의 타격대가 위치한 곳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총을 쏘고, 뒤로 도망가는 이가 보인다.

한 명이 벌이라도 쏘인 것처럼 얼굴을 탁탁 때리더니 아머를 벗는다.

그리고 손을 들어 팔을 긁다가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나호필은 그 모든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확대해!”

드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확대를 하자.

바닥에 검은 얼룩 같은 게 보인다.

꿈틀.

그리고 그 검은 얼룩이 움직였다.

“지금 진입하는 부대에 화염방사기 준비하라고 해!”

수도권 한복판, 가장 까다로운 타입의 적이었다.

검은 얼룩이 아니다.

적은 손톱만큼이나 작았고, 그게 한데 뭉쳐서 얼룩처럼 보였다.

‘역시 이번 놈은 머리를 쓴다.’

가르간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이놈은 다르다.

피해를, 그것도 극심한 피해를 주기로 작정했다.

이번의 적은 달랐다.

이제까지와는 완벽하게 다른, 벌레 형태의 외계인이었다.

*

수도권 내에 적, 외계인이 쳐들어왔을 때의 수칙이다.

첫째, 적을 확실하게 소거할 것.

둘째, 인명 피해를 줄일 것.

셋째, 도심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것.

꽝!

적어도 세 번째는 지키기 글렀다.

박민우는 뭐가 부서지는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슈융! 쾅!

고속 유탄이 땅을 터트린다.

“뒤로 물러난다!”

벌써 부대원 둘이 죽었다.

창동역 앞이다.

번화가라고 하지만 평일 낮인지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민우가 본 죽은 이들의 숫자는 고작 다섯.

더 죽었다고 해도 민간인 피해는 두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숫자일 거다.

‘빌어먹을 놈들.’

“화염방사기 준비해 와!”

박민우가 둘을 먼저 보냈다.

사이킥 에너지도, 고속 유탄도, 레이저 포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파사사삭!

바닥을 기는 벌레 형태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실제 크기는 개미만 할 거다.

그나마 시력이 일반인과 궤를 달리하는 군인들이니까.

“살려주세요!”

그때다.

꽥하고 누군가 외쳤다.

째지는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다.

박민우의 고개가 돌아간다.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소리가 난 쪽으로 위치를 바꿨다.

코너를 꺾자, 그제야 보였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고생이다.

편의점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서 분투 중이었다.

손에 살충제를 들고 바닥을 향해 미친 듯이 뿌리고 있다.

치이이이익!

하지만 저딴 살충제에 놈들이 죽을 소냐.

박민우가 블래스터의 방아쇠를 당겼다.

파방! 파방!

바닥에 검은 탄 자국이 생긴다.

‘무리다.’

블래스터와 상성이 맞지 않는다.

거기에 놈들은 아머와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놈들이다.

검은 얼룩이 그대로 플라스틱 테이블을 타고 올라간다.

‘죽는다.’

자신은 저 여자를 살릴 수 없다.

저 벌레가 몸을 파고들어 죽는 부대원을 봤다.

죽는 그 순간까지, 괴로움에 거품을 물고 차라리 죽여 달라고 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나노킷을 들이대자.

결국 블래스터를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쏴버렸다.

차라리.

총구의 방향이 변한다.

편하게 보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저씨.”

파랗게 질린 안색의 여고생이 라이터를 쥔다.

그리고 화르륵!

불꽃이 땅을 훔친다.

‘효과는?’

블래스터 방아쇠를 당기는 걸 멈춘 박민우가 바닥을 봤다.

불꽃은 효과가 있는 걸까?

“제길.”

택도 없다.

놈들은 여전히 꿈틀거리며 인간을 노리고 움직였다.

끼릭.

‘날 원망해라.’

여고생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조금만 늦으면 자신도 위험하다.

예민한 감각이 주변에 놈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꺄아아아아아!”

여고생은 막 코앞까지 다가온 벌레를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방아쇠를 당겼다.

퉁.

레이저 탄환이 난다.

마치 느린 그림처럼 푸른 탄이 보였다.

탄이 여자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부수기 직전이다.

팡!

자신의 탄환을 누군가 맞췄다.

광탄을 광탄으로 맞춰서 튕겨 낸 거다.

묘기다.

그리고 이런 묘기가 가능한 사람은.

“박민우. 미쳤어?”

익숙한 목소리다.

듣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와의 훈련은 정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반세주다.

그가 테이블 위 파라솔 위로 내려옴과 동시다.

유진과 치용의 모습도 보였다.

“벌렙니다!”

급한 마음에 박민우가 외쳤다.

자세하게 설명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치용은 자신의 노블 에너지 웨폰을 들고 바닥을 찍었다.

퍽!

검은 얼룩 중간이다.

치용은 바닥에 박힌 도끼를 금세 뽑았다.

사방에서 검은 얼룩이 와르르 몰려왔다.

“벌레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도끼날의 형태를 바꾼다.

넓게 퍼진 형태다.

긴 막대기와 도끼날이 변한 형태가 마치.

“파리채 블로킹!”

펑!

폭음이 일고 파사사삭하며 벌레들이 타고 터져 죽는다.

“괜찮아?”

그리고 어느새 유진은 여고생을 안고 옆 벽으로 날아갔다.

어떤 재주를 쓰는 건지, 벽에 발과 한 손만으로 재주 좋게 붙어 있다.

“히끅. 끅. 으아아아아앙!”

여고생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울었다.

팡! 팡!

그 옆에서 치용이 연신 파리채를 휘둘러서 적을 죽였다.

세주는 몸을 날려서 허공에 손을 뻗었다.

툭 하고 다섯 마리의 벌레가 손을 타고 올라온다.

프로비던스가 손수 만든 아머에 구멍을 내려고 이빨을 들이민다.

세주는 노블 에너지를 눈에 집중했다.

개미를 닮은 놈들이었다.

딱딱!

집게 같은 이빨로 연신 손가락 끝을 노리고 깨물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세주는 손으로 놈을 꾹 눌렀다.

쉽게 죽지 않는다.

꾹. 퍽!

꽤 힘을 주자 몸이 터졌다.

팔을 타고 올라오려는 놈들을 일일이 잡았다.

노블 에너지를 집중해서 죽이고, 그대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특이한데.

그걸 받자마자 프로비던스가 말한다.

‘뭐가?’

-이놈들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종류야. 형이 이 자식들 죽이니까 연결되던 가느다란 실 같은 게 사라졌어.

‘추적 가능해?’

-벌써 하고 있지.

놈들을 다 죽였다 싶은 순간이다.

맵에 붉은 점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미간을 찌푸린 세주다.

“밑!”

그리고 외쳤다.

펑!

바닥이 깨지고 흙이 솟구친다.

우드드득.

편의점 건물 밑이다.

건물을 관통하고 솟구치는 놈들이다.

그리고 윙하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수개미냐?”

등에 날개를 단 벌레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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