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101화 (101/206)

#  101

101. 포스가 함께 하기를

내 방아쇠를 당겨줘.

벼락이 말을 거는 것 같다.

절친한 친구 같다.

세주는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다.

철컥.

벼락의 탄환을 장전하고 앞을 본다.

목표물이 보였다.

밤이 지나가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놈들은 고요했다.

그렇다고 강을 건너 침투할 수도 없었다.

좀비 폭탄이 득실득실했다.

죽은 사람 숫자만큼, 놈들은 폭탄을 보유한다.

촤아아악!

저 멀리, 그린밤이라는 놈이 촉수를 꿈틀거렸다.

보기만 해도 역겹다.

생긴 것 자체가 구역질이 난다.

무엇보다 시신을 폭탄으로 만든다는 점이 제일 짜증난다.

레이퍼랑 같은 계열일 거다.

놈들도 스폰이란 걸 만들어댔으니까.

어제까지 함께 싸운 동료가 동공이 풀어진 채 달려와 터진다.

팔과 육편이 사방으로 퍼지며, 다시 그 폭격에 사람이 죽고, 폭탄 좀비가 된다.

최악이다.

그래서다.

동이 트자마자 세주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린밤.

미사일도 탄환도, 그 무엇이라도 받아내는 저 육중한 동체는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 무적의 방패였다.

대충 흙무더기를 쌓아서 그 위로 올라섰다.

시야가 탁 트인다.

아침을 준비하는 부대원이 전부 그를 볼 수 있었다.

여명을 등지며 총을 든 모습이다.

“뭐하는 거지?”

지나가는 이가 그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침 운동인가?”

“아니, 뭘 쏠 생각인가 본데.”

“에에? 저격총으로?”

“레이저 포라도 쏴주는 건가?”

코리안이라고 불리던 남자다.

전황을 뒤엎은 이.

기대어린 시선이 모였다.

안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부상 입은 몸으로 날뛰다가 봤다.

단숨에 적을 몰살하는 광선포와 세주를.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와, 세주를 바라봤다.

햇빛을 등진 모습이다.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이곳에서 저 남자가 또 무언가 할 것 같았다.

얼굴까지 발그스름해진다.

왜일까?

저 남자를 볼 때면 전장이란 걸 잊고 가슴이 뛴다.

특이한 사람이다.

철컥.

그 반세주가 노리쇠를 당긴다.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진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를 주시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전 병력이 그를 볼 수 있는 자리다.

부대의 한 가운데, 높게 쌓은 흙무더기 위다.

턱.

세주가 무릎을 꿇고 조준을 한다.

화륵.

순간 그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피었다.

강렬한 기세에 안나는 소름이 돋았다.

훙.

소리는 없었다.

후아아악!

무언가 날아갔고, 세주가 흙무더기에서 뒤로 밀려 넘어졌다.

후두둑 넘어지는 그를 볼 틈이 없었다.

정면, 그린밤이 위치한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터졌다.

꽈아아아앙!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화르륵!

앞쪽 정글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고 불길이 일어난다.

후두두둑.

머리 위에서 뭔가 떨어졌다.

녹색 살덩이와 그 흔적들, 그린밤의 잔해다.

‘저게 총알 한 방에 죽어?’

그럴 수 있는 건가?

지금 자신은 꿈을 꾸는 걸까?

안나가 굴러 떨어진 남자를 바라봤다.

“여어? 좋은 아침.”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네는 그다.

정말, 신기한 남자다.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난 그에게 안나는 묻고 싶었다.

방금 그 저격은 뭔지.

어떻게 해서 저걸 죽일 수 있는지.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아니, 인간이긴 한 건지.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그 모든 물음 대신이다.

안나가 입을 열었다.

“나도 같이 싸울래.”

“그래.”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그저, 그의 곁에 서서 싸우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고 다시 흙무더기 위에 올라갔다.

세주는 중첩을 거듭한 애비탄을 쐈다.

그린밤이라는 놈도 비트레이어 급이다.

-에너지 수급 834만.

훌륭하다.

안나를 뒤로하고 흙무더기 위에 오른 채 주변을 둘러봤다.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모두가 놀라서 환호조차 지르지 못한다.

그들을 본 세주가 입을 연다.

“싸우자.”

세주는 긴 연설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뿐이다.

그 옆으로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치용이다.

인준과 유진이 그 뒤를 따라온다.

안나는 귀신에 홀린 듯 그들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싸, 싸우자!”

누군가의 외침이.

“싸우자!”

“싸우자!”

일파만파 퍼진다.

짜르르르.

그곳에 선 이들이 느낀 대부분의 감정은 고양감이다.

세주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당하기만 했으니, 갚아줄 시간이었다.

*

웽!

정글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하늘 위에서 놈들이 나타난다.

고속으로 날개를 홰치며 밑을 향해 날아 꽂히는 놈들이다.

-날파리다.

프로비던스가 말하기 전에 이미 세주도 봤다.

“저격!”

세주가 외쳤다.

퍼버버벅!

동시에 허공을 날던 놈들이 총탄에 맞고 바닥에 후두둑 떨어진다.

한국에서 지원한 저격병과 풀 업까진 아니더라도 총알에 에너지를 실을 수 있는 저격병들이다.

정글의 뒤쪽, 급하게 쌓아 올린 어색한 철골 구조물, 저격탑이다.

“위는 상관 마!”

다시 재차 외친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닥에서 촤아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을 뿜는 두더지들이 달려든다.

“광안!”

사령관이 된 뒤, 처음 한 일이 부대 편제를 나누는 일이다.

커다란 덩어리 몇 개로 나눈 부대는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광안이 컨트롤 하는 건 사이키커 부대다.

“쳇.”

그 중 한 명, 한국에서 지원 온 발해 팀의 이무영이다.

그가 안대를 벗는다.

백색으로 빛나는 눈을 뜬다.

“흐라아압!”

그뿐 아니라, 사이키커 부대가 앞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바닥이 들썩인다.

퍼버버버벙!

흙이 뒤집힌다.

-날파리는 커버링 탄환이면 충분하고, 칼날 두더지는 고작 땅 밑 30cm에 자리 잡고 있어.

이미 놈들을 상대했고, 그 시체를 수거했다.

연구와 약점 파악은 프로비던스의 특기다.

칼날 두더지는 땅 밑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단숨에 모습을 드러내는 놈들이다.

“크헨!”

아비 크헨이다.

그의 능력은 ‘폭발’이다.

전신을 폭탄으로 만들어 폭발을 일으키는 특이 체질이다.

“물러나!”

아비 크헨이 외치며 달려간다.

개인으로 중화기 부대만큼의 화력을 보인다.

꽈과광!

폭발이 일어나 바닥이 쓸린다.

세주의 눈에는 그 폭발 범위가 보였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부대를 움직인다.

그의 손짓 하나와 외침 하나에 모두의 움직임이 바뀐다.

맵을 보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외친다.

전술과 전략을 펼치는 것, 그게 지금 세주가 할 일이었다.

*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파가가각!

김후경, 알파 팀의 지원군으로 따라온 그녀는 거대한 검을 휘두르고 잠시 숨을 돌렸다.

바로 옆에서 곱슬머리의 흑인이 산탄총을 양손에 들고 선다.

그뿐 만 아니다.

사방에 모르는 사람 투성이다.

편제가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대로 나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세주는 동이 트자마자 일격에 그린밤을 죽인 뒤 그대로 부대를 이끌었다.

숨 돌리고 할 틈도 없었다.

군의 사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그대로 돌격했다.

거기에 하늘을 나는 놈들을 단숨에 요격.

그리고 다가서는 놈들을 몰살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걸까?’

김후경은 궁금했다.

처음 보는 부대, 그리고 처음 보는 이들.

그들을 이끌어 마치 오래전부터 한 팀인 것처럼 싸우게 한다.

알파 팀도 손발을 맞추기 위해 몇 달을 고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뭔가?

“헤이!”

흑인 동료, 어느 나라 소속인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그가 외치자, 앞쪽에 달려드는 놈이 보였다.

노랗게 빛나는 붉은 작대기를 든 놈이다.

‘1:1이면 져.’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나섰다.

그게 그녀의 역할이었다.

전면에서 최초로 부딪치는 것!

쩡!

붉은 작대기와 그녀의 대검이 맞물린다.

땅!

그러자 바로 옆에서 산탄총이 놈을 노린다.

티디딩!

놈이 몸을 비틀었다.

탄환이 몸에 맞아 튕긴다.

단숨에 달려들던 놈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후경의 뒤, 사이키커의 짓이리라.

염력이 놈의 몸을 붙든다.

끼긱!

하지만 놈은 놀라운 힘으로 저항했다.

후경은 대검을 힘껏 밀었다.

끼기긱!

푸각!

놈의 목에 칼날이 꽂힌다.

그 뒤로 작고 검은 눈이 보였다.

작은 체구의 여군이 놈의 목에 군용 대검을 꽂은 모습이다.

대검을 뽑자, 푸왁하고 녹색 체액이 솟는다.

허무하게 놈이 죽는다.

뒤쪽의 사이키커도, 바로 옆의 흑인도.

하물며 기습한 여군도 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마치 한 몸처럼 적을 상대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놀랄 틈은 없었다.

앞쪽에서 소요가 들렸다.

“진격!”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일을 했다.

진격이다.

그녀는 이 부대의 송곳이자 선두다.

*

-전면 부대 이상 무. 좌측 부대 지원 필요.

“인준, 9시!”

맵으로 확인하고 외친다.

인준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대로 달린다.

푸른빛이 번쩍하며 그가 나타난 건, 부대의 좌측이다.

그곳에 아군이 주춤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저격에 피해를 입는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 앞으로 바퀴벌레를 닮은 놈들이 끝도 없이 몰려온다.

화륵.

그 선두에서 작은 불꽃이 타오르는 게 보인다.

인준이다.

그리고 곧 적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흰빛이 앞을 뒤덮는다.

꽈아아아아앙!

굉음이 터진다.

그리고 적이 있던 곳이 휑해졌다.

나무가 타오르고, 사방이 폐허처럼 변해버린다.

그게 끝이 아니다.

인준은 고속 유탄을 수없이 발사했다.

퍼버버버벙!

터지고 또 터진다.

그의 아머는 일대 다수, 몰살하는 힘이다.

인준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

“유진.”

그리고 유진의 모습이 사라진다.

고속이동과 투명화.

맵에 떠 있는 적의 저격병이라고 짐작하는 빛이 스러진다.

“저 심심합니다.”

치용이 옆에서 투덜거린다.

“기다려.”

사나운 강아지 같으니라고.

세주는 맵을 주시하며 다시 미친 듯이 외치고 또 외쳤다.

프로비던스는 최고의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다.

그는 하루아침에 부대를 파악했다.

그 모든 정보를 토대로 부대 편제를 바꾸고, 가장 합리적으로 싸울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포메이션 인파이터.’

부대 전체가 웅크린 자세다.

중앙에 선 세주가 머리.

선두에 선 후경과 척후병은 눈이다.

광안의 부대가 잽이다.

아비 크헨 부대가 스트레이트다.

세밀한 공격은 광안의 사이키커 팀이.

강력한 한방은 아비 크헨의 중화기 팀이 한다.

전세가 밀리면 인준과 유진이 날뛴다.

-전방에 이상 발견.

맵과 프로비던스의 칼큐레이팅 모드로 사방을 체크하고 나아가던 중이다.

“제 겁니까?”

치용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쿠어어어어어!

전면 앞, 거인이다.

신장이 10m는 넘어 보인다.

숲에 웅크리고 있었는지, 일어나더니 가슴을 두드린다.

쿵! 쿵!

킹콩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박력이 넘친다.

“후우.”

너무 머리를 썼더니 뇌가 뜨거워진 것 같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딱 좋다.

‘모드 온 스나이퍼.’

철컥.

벼락을 들고 겨눈다.

“전군 그대로 전진.”

세주가 읊조린 말을 치용이 크게 외친다.

그리고는 혀를 찬다.

“쳇.”

또 자기 것이 아니라 아쉬운 거다.

좀 참아라. 이 무식한 자식아.

상처 하나 없이 싸워야 할 상대가 있잖아.

꽝!

풀 업과 함께 탄을 쏜다.

쿠어어어! 퍽!

소리를 지르던 거인의 머리가 터진다.

녹색 체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쿵!

그대로 뒤로 쓰러진 놈이다.

“와아아아아!”

싸우던 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거인을 거꾸러뜨린 직후다.

앞쪽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치용, 왔다.”

비만 괴물이다.

덩치가 산만 한 놈.

머리가 없는, 정글에서 세주를 뒤쫓아 죽이려던 함정을 파고 기다린 놈.

치용이 죽이고 싶어 환장하는 그놈이다.

거인을 죽이자, 그 밑에서 앞쪽으로 달려온다.

폭주 기관차 같은 기세다.

치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확인했다.

“저 갑니다.”

“가.”

치용이 죽지 않도록, 놈을 죽일 수 있도록 모든 걸 준비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더해도 프로비던스는 치용의 승률을 50%라고 했다.

세주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연합군이라는 이 오합지졸 부대의 지휘는 다른 사람이 소화할 수 없다.

더구나 세주는 다른 놈을 기다리는 판이고.

고로, 저건 치용의 몫이다.

세주는 믿었다.

그가 놈을 해치울 거라고.

-응원이라도 해 줘.

그래야지.

이런 순간에 가장 그의 힘을 돋워줄  있는 말은 뭘까?

파이팅? 이겨라? 죽이고 와라?

세주는 조용히 그의 등에 대고 읊조렸다.

언젠가 치용이 그 작품의 팬이라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포스가 함께 하기를.”

“우호!”

만족감을 보이며 치용이 앞쪽으로 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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