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95화 (95/206)

#  95

95. 우어!

끄에에엑!

전신에 나무껍질 같은 걸 두른 작은 괴물들이었다.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어린애 크기 정도지만, 얕잡아볼 수 없었다.

놈들은 빨랐고, 레이퍼만큼이나 단단해 보였다.

“발사.”

놈들이 하늘을 뒤덮을 정도가 돼서야, 세주가 명령을 내렸다.

타다다다다다당!

허공에 푸른 탄환이 화망을 만든다.

퍼버버벅!

“연사 금지. 점사로 대응한다!”

중간 중간 인준과 유진이 돌아다니며, 명령을 하달한다.

타다다다당!

퍼버버벅!

순식간이다.

소총이 이렇게 대단했나 싶을 정도로 적이 너무도 쉽게 죽어 나간다.

“사격 중지!”

유진의 목소리다.

“근접 무기로 전환!”

인준의 외침도 연이어 들린다.

소총 끝에 특수 제작한 군용 대검을 붙인다.

에너지를 집약해서 만든 칼날이다.

콰가가가가각!

이미 저 뒤쪽 치용이 푸른 칼을 크게 만들어 한바탕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이게 뭡니까?”

놀란 송각무가 물었다.

적이 약한 건지, 아니면 인간의 무기가 그동안 엄청나게 발전한 건지.

적이 종잇장처럼 무너진다.

변한 거라면 탄창뿐이다.

“신기하지?”

강심수 대위가 웃으며 말했다.

“커버링 탄환이라고 하더라. 수제 제작이고.”

“…끝내줍니다.”

송각무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의 앞, 몸에 송송 구멍이 난 적의 시신만이 가득했다.

*

-이모탈 엔젤스의 고리 12개를 전부 쓴 건 멍청한 짓이었어.

‘칭찬 고맙다.’

덕분에 열 명의 죽어가는 부대원을 살렸다.

이모탈 엔젤스는 아주 특별한 모드다.

24시간 내에 사용할 수 있는 고리는 고작 열두 개다.

그리고 세주는 그걸 남김없이 사용했다.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 어쩌려고?

‘괜찮아.’

-상대 저격은?

놈의 총알은 매섭다.

맞아봤으니까 그 위력도 알고 있다.

‘안 맞으면 돼.’

-한 대 맞은 기억은 잊으셨는지?

‘네, 깨끗하게 잊었습니다.’

사사삭.

우림을 헤치며 맵을 뚫어져라 본다.

아군을 표시하는 건 푸른빛이다.

하지만 맵에 번쩍이는 빛은 온통 붉은 색깔뿐이다.

48명, 현재 수호신 부대를 제외한 숫자다.

“정지.”

재생은 막대한 칼로리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걸 보충하지 않았으니, 지금 당장 나무라도 뜯어 먹고 싶을 거다.

옆에서 뛰는 치용이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먹어.”

그럴 땐 역시 군코바!

코 맛 나는 초코바의 열량은 개당 2000칼로리를 넘는다.

인벤토리에 쌓아 둔 군코바를 풀었다.

우적우적.

누구 하나 맛에 대해 불평 하나 없다.

특히나 재생한 이들은 십 수 개를 단숨에 해치운다.

아주 잠깐의 휴식이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가장 합리적인 방향은?’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 지원군을 불러.

‘싫어.’

-왜 물어보는 거야?

‘최선이 뭔지는 들어둬야지.’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살아남은 인원은 수호신 부대를 제외하고 48명.

실종된 인원은 52명.

-죽은 인원이겠지.

‘실종이야.’

살아남은 건 48명이다.

반도 안 남았다.

-최선이 탈출 후 지원군, 차선은 형이 하고 싶은 그거겠지.

‘눈치 챘어?’

-내가 말리면 내 말 들을 거야?

‘아니.’

-응. 그럼 됐어. 꼴리는 대로 해.

말투만 얌전하면 가끔은 귀여 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말투 덕에 무리다.

못된 놈.

-형 생각이야 뻔하지. 적에게 있는 무서울 정도의 저격수, 놈이 살아 있다면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겠지. 고로 지금 죽이겠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틀렸어.’

-뭐가?

‘그냥 마음에 안 들어. 나랑 캐릭터 겹치는 놈이잖아.’

벼락과 침묵을 챙겨 들고 치용, 인준, 그리고 유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또 틀렸어. 피해를 감수하지 않을 거다.’

최선과 차선을 동시에 택할 거다.

일부는 빠져나가서 지원군을 부른다.

그리고 일부는 남아서 놈과 폭탄을 처리한다.

“한 명은 돌아가. 부대원 데리고.”

셋을 향해 말하자.

갑자기 치용이 인준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그걸 목을 뒤로 꺾어 아슬아슬하게 피한 인준이다.

파바바박!

단숨에 공방이 오가는 둘이다.

유진이 슬그머니 몸을 뺐다.

부대원 전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멍하니 지켜볼 뿐이다.

그나저나 인준이 꽤 한다.

간만에 용기용기 열매와 시비시비 열매의 싸움이다.

팝콘이라도 먹으며 구경하고 싶지만.

“형, 죽지 않는 이상 두 명 다 돌아갈 생각 없잖아요. 싸움은 관둬요.”

파박!

유진의 말에 둘의 거리가 벌어진다.

“흥.”

인준이 입가를 닦는다.

피가 점점이 묻어있다.

입술이라도 터졌나 보다.

“저 자식이 더 다쳤습니다. 저 새끼 보내면 됩니다.”

뺨에 붉은 자국이 난 치용이 입을 연다.

“웃기는 소리.”

인준이 말하고 치용이 비열하게 웃으며 답한다.

“피 보인 놈이 지는 거다.”

아이구, 초등학생 싸움입니까?

“무슨 소리야?”

장광안이 다가왔다.

붕대로 얼굴 반을 감고 있다.

왼쪽 볼에 지워지지 않을 긴 흉터가 남을 거다.

나노킷 치료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긴 상처였다.

조금만 깊었다면 성대나 목숨 둘 중 하나는 잃었을 그런 상처.

“부대원 전부 전장 이탈한다.”

세주는 최대한 냉정하게 말했다.

“넌?”

이제까지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던 광안이다.

“돌아갈 생각이 없겠죠.”

박태희다.

“명령이다.”

말하며 유진을 돌아봤다.

치용과 인준보다는 이쪽이 나을 거다.

일단 의무병이고, 거기에 사람을 돌보는 것 자체가 특기인 놈이니.

세주와 눈이 마주친 유진이 입을 연다.

뭐라고 해도 보낼 거다.

그러니 어떤 말이라도 받아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유진이 외쳤다.

“우어! 우어! 우어!”

쿵쿵!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주먹을 내리친다.

조금만 있으면 고릴라로 변신할 것 같다.

“…무슨 짓이냐?”

가슴을 때리던 유진이 잠깐 인간의 말을 뱉는다.

“치용 형님 흉내요.”

-김치용 바이러스군.

끼어들지 마라, 기계 새끼야.

“의미는?”

“죽어도 못 간다 정도일 겁니다. 우어!”

이런 미친 자식.

“아냐, 더 호흡을 깊게 빨아들이고 외치는 거다. 우어!”

그 옆으로 치용이 붙었다.

인준이 그 둘을 보고 다시 세주를 본다.

설마 이인준까지 그럴까? 그는 인텔리 한 수재다.

절대로 품위를 떨어뜨릴 짓은 하지 않을 거다.

“우, 우어.”

에라이, 이 미친놈들아.

셋 다 온 힘을 다해 외친다.

“우어!”

“우어!”

그리고 그 뒤로 부대원 전부가 괴상한 고함을 지른다.

-해석해 줘?

‘때려 쳐.’

이 미친 새끼들이.

“그러다 다 죽어.”

“그냥 죽게 내비둡쇼.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김호창 병장이다.

치용만큼이나 돌진을 좋아하는 해병대 놈이다.

“살아 돌아가면 데이트!”

이건 크롬 팀의 최상희.

날쌘 몸과 바늘구멍에 실을 넣을 정도로 세밀한 염동력을 갖고 있다.

그녀가 세주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아서라.”

“쳇.”

혀를 찬 그녀의 뒤다.

모두의 눈에 불꽃이라도 들어있는 것 같다.

막 절반의 병력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놈들치고 너무 적극적이다.

무섭지도 않나.

“우어!”

-해석해 줘?

‘그러니까 때려치우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일동.”

후으으으으읍.

숨을 들이쉬고 외쳤다.

“닥쳐!”

답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엄마 닭을 쫓는 병아리 같다.

“왜 뒤지고 싶어서 안달이냐?”

“살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서 도망가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거냐?

송각무, 생존 본능이 투철한 놈이다.

고집들이 너무 세다.

“준장님 혼자 놔두고 돌아갈 놈 따위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엔.”

강심수 대위.

그래. 꼴리는 대로 해라.

-형이 당하는 걸 보고 속이 후련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한 치 앞도 못 보는 이 바보 같은 자들을 비웃어야 하나?

‘아무것도 하지 마라.’

싸움에 임한 이를 마음대로 뒤로 물리지 말 것.

그들 또한 목숨을 걸었으니, 그들의 의지와 자유를 박탈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니까 저들을 살리기 위한 배려는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말 안 들으면 다 죽여 버린다. 군 생활 끝까지 나랑 하는 거야.”

“살아나면, 그 군 생활 해보겠습니다. 재밌을 것도 같고.”

송각무가 중얼거린다.

“거기, 최상희 소위. 영화랑 밥 정도는 괜찮다.”

“모텔은 안 갑니까?”

“오오오오오!”

최상희의 크리티컬 공격이다.

“안 돼. 난 혼전순결을 서약한 몸이다.”

“…미친.”

유진이 자기도 모르게 말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응. 농담이야. 그래도 너랑은 안 자.”

부대원이 세주 뒤로 진형을 갖춰 선다.

“그럼 가자. 우리한테 총 쏜 개자식 뒤지게 패러.”

“옛 써!”

*

쉬이이이잉!

거대한 수송선이 미, 영국군이 자리 잡았던 곳에 내린다.

“전멸이라니.”

처음 내린 건, 까무잡잡한 피부의 매력적인 여자다.

군복 대신 달라붙는 옷을 입어서 몸매를 보인다.

“왔나?”

그녀가 처음 내려온 건 아니었다.

50대 초로의 동양인이다.

“오랜만이네.”

“자주 봐서 좋을 사이는 아니지.”

조용한 어조로 따박따박 말하는 초로의 남자를 외면한 여자가 뒤로 손가락을 튕겼다.

“혼자는 아니겠지?”

그녀의 이름은 호세 크로나.

그리고 그녀의 개인 부대, 드렁커(Drunker)다.

“준비 끝입니다!”

모두 하나같이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강 건너편을 보면서도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명실공히 멕시코의 최강 무력 집단이다.

“물론.”

남자의 이름은 타시마츠 ㅤㅅㅠㄴ.

세계 제일의 염동력자로 알려진 이다.

타시마츠가 앞을 가리킨다.

사사삭.

정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보인다.

일본 자위 특수 부대다.

철컥.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모두가 일당백의 사이키커다.

사악.

그 틈이다.

둘 사이에 누군가 서 있다.

마치 조금 전부터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둘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인다.

체구가 작은 동양인이다.

“정보는 진짜라고 판명했다. 강 너머에 적이 있다.”

“누구?”

호세가 물었다.

“자오 쉰.”

“호오.”

중국의 마녀라는 별명의 여자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남자애처럼 보인다.

“외모로 놀릴 생각이면 관둬라. 싸움도 시작 전에 네 년의 사지를 찢어죽일 테니.”

“…말이 거치네?”

드르륵.

뒤에서 기관총 탄창을 돌리는 드렁커 대원 하나가 자오를 노려본다.

“그 눈길도 마음에 들지 않아.”

자오의 말에 호세가 손을 들어 말린다.

“적을 두고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고.”

“물론.”

우글우글.

이미 자리를 잡은 중국 쪽 부대다.

월등히 많은 인원이다.

모두 하나같이 창백한 인상이다.

“그 유명한 전쟁 인형이로군.”

중국의 워 마리오네트.

그 강력한 부대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들뿐 아니었다.

전 세계에 이름 난 이들과 부대들이 모인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각 부대 대표는 모여 주시오.”

미군의 알버트 크로이츠 장군이다.

“알버트 크로이츠다.”

꽤 이름이 알려 진, 명장이라 불리는 자다.

“보시다시피, 상황은 최악이다.”

각 부대 대표들이 모인 자리다.

알버트가 그들을 향해 입을 열고 시선을 모았다.

멕시코의 호세 크로나.

일본의 타시마츠 ㅤㅅㅠㄴ.

중국의 자오 쉰.

이스라엘의 아비 크헨.

지금은 넷이지만 계속해서 모이고 있다.

세계에서 영웅이라 불릴 이들이.

“저 안에 들어간 안나 휴이츠 대령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그래서?”

아비 크헨이다.

“저 안쪽에 돌입해서 적을 소거 후, 폭탄을 제거한다. 그게 목적이다.”

“합심해서 싸우자는 소리는 아니겠지?”

외계인의 침공 이후 각 나라의 분쟁은 끝났다.

그렇다고 서로의 앙금이 사라지진 않았다.

“합심해서 싸우자는 소리다.”

“잘도.”

아비 크헨의 반응을 무시한 알버트가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지. 난 폭탄 보다 저 개자식들을 쓸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이 부대 전체가 내 명령에 따를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군 각자 개별 활동으로 놈들을 쳐부순다. 어떤가?”

모두의 얼굴에 수긍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럼 가지.”

인류 연합군.

그들이 회의했던 테이블 위에 놓인 이름이다.

외계인을 상대로 처음 만들어진 연합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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