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92화 (92/206)

#  92

92. 습격

우주선 안쪽, 나호필은 주변을 둘러봤다.

“소장님?”

부관이 그를 부른다.

나호필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둘러볼 뿐.

우주선 내부 안쪽은 이리저리 뜯겨 있었다.

마치 누가 톱질이라도 한 것 같았다.

“이 벽 어떻게 하면 뜯을 수 있을까?”

“네?”

“어떻게 해야 뜯을 수 있냐고.”

“노블 에너지를 집약한 무기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격에는 어렵고 여러 번 시도해야 할 정도로 강한 내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렇게 단단한 물건이다.

나호필은 우주선 밖으로 나왔다.

수석 연구원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머리에 손을 얹고 있다.

“총 치워.”

차차착!

훈련된 정예 부대원이다.

명령에 즉각 반응한다.

“믿어주시는 겁니까?”

한쪽 알이 깨진 안경을 쓴 수석연구원이 몸을 일으켰다.

“일반 사람이 우주선 안쪽을 뜯어서 가져갈 수 있을 리가 없지.”

나호필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다분한 놈이 하나 있다.

‘반세주.’

*

세주는 달리면서 멈출 때마다 적의 저격수를 죽였다.

침묵의 총열이 달궈져 살이 데일 정도로 뜨거워졌지만 쉬지 않고 쏴댔다.

달리면서 맵을 연신 확인하는 세주다.

갑자기 썰물 빠지듯이 적이 한쪽으로 몰려갔다.

맵에 가득 찼던 붉은 빛이 파도처럼 한쪽으로 몰려간다.

세주가 주먹을 들고, 그 신호를 본 부대원 전부가 멈춘다.

본래는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려 했다.

-안쪽으로 들어갈 거지?

하지만 파고들어 갈 기회다.

“형님?”

멈춘 치용이 세주를 바라본다.

퍽!

그리고 그의 어깨가 터졌다.

갑자기 살덩이가 찢어지며 피가 솟구친다.

“억!”

치용의 몸이 뒤로 날아간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아니, 안일했다.

세주는 맵과 프로비던스를 믿었으며, 송각무는 자신의 감각을 벗어나는 공격을 겪어보지 못했다.

치용의 몸이 뒤로 밀려간 순간, 세주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그대로 뒤돌아서 치용의 앞을 막았다.

꽝!

그리고 세주의 등에 두 번째 공격이 맞았다.

“읍.”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앞으로 날아간다.

텅!

날아가는 세주를 인준이 받았다.

“무슨 짓이야!”

그 사이 유진이 사선을 막는다.

꽝!

세 번째 폭음이다.

‘분석해.’

휘청.

척추에 충격이 있었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숨어.

프로비던스의 말이 맞다.

일단 놈의 시선에서 피해야 했다.

치용은 다쳤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도 충격이 있지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인준의 품에 몸을 맡긴 채 세주가 입을 열었다.

“전부 후퇴시켜.”

적의 공격은 무섭다.

-내 시야에도 안 잡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송각무가 중얼거리며 나무 뒤로 숨는다.

‘안 돼.’

방금 맞아봐서 안다.

저 정도는 엄폐물 축에도 못 낀다.

세주가 유진을 불렀다.

“저길 막아!”

자신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는 죽는다.

손을 들어 가리키려 했지만, 정말 신경에 손상이라도 왔는지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유진도 움직이지 않았다.

“안 돼요.”

그는 돌아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헛소리하지 마.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야.”

인준이 중얼거린다.

꽝!

네 번째 폭음이 터졌다.

유진의 방패를 맞춘 게 아니었다.

우지직!

탄환이 지나간 자리가 확연히 보였다.

밀리 한 가운데 전차라도 지나간 것처럼 나무가 박살난다.

반이 부러진 거목이 허공에서 휘릭 돌더니 밑으로 떨어진다.

쿵!

우지직! 쿠구궁!

반쯤 부러 진 나무도 끼이익 하는 신음을 흘리며 넘어진다.

“피해!”

꽝!

“끄아아악!”

“다리가 깔렸어!”

부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끝으로 세주는 정신을 잃었다.

*

“구경만 할 순 없지.”

세주가 그린 그림은 알겠다.

맥폴은 그가 짠 판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어차피 안나가 저기 너머에서 난리 치는 판에, 구경만 할 수도 없었다.

“줘봐.”

델에게 비명탄을 건네받은 그가 그걸 공중으로 던졌다가 받았다.

“재밌는 물건이네.”

쌔액!

그대로 냅다 집어 던진다.

꺄아아아악!

허공에 탄이 터지며 비명성이 울린다.

“트윈스, 따라와.”

말과 함께 맥폴이 앞으로 튀어 나간다.

그 뒤를 꼭 닮은 남자 둘이 따라간다.

파바바박!

초원을 단숨에 가로지른 맥폴이 그대로 강물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그는 빠지지 않았다.

그의 뒤, 쌍둥이 둘이 허공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맥폴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슝 날아갔다.

“안나! 내가 왔다!”

외치며 그가 밑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그냥 소총처럼 보였지만, 위력은 아니었다.

투두두!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밑에 새까맣게 깔린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 죽는다.

‘약한데.’

비명탄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저격은 없었다.

공중에서 요격당할 대비를 하던 맥폴이 땅에 발을 디뎠다.

촤아아악!

그러자 앞에서 갈색 칼날이 땅을 헤집으며 달려온다.

“오우!”

내려오자마자 위기다.

“비켜.”

그 앞을 황금빛 안나가 막아선다.

한쪽 무릎을 땅에 댄 그녀가 주먹을 들었다가 바닥을 내리친다.

꽈앙!

드드드!

땅이 울릴 정도의 일격이다.

땅을 헤집고 오던 칼날이 멈추고 칼날 틈 사이로 녹색 체액이 흐른다.

‘이 여자, 얼마나 힘이 좋은 거냐?’

새삼 안나의 괴력에 혀를 내두르는 맥폴이다.

“방해된다.”

꽝!

그리고 재차 땅을 박차는 안나다.

맥폴은 빙그레 웃었다.

저 여자를 보라.

막강한 힘과 외모를 다 갖춘 최고의 여자다.

‘갖고 싶다.’

그녀에 대한 마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불안했지.

안나가 거절하는 순간이 좋았다.

그래야 이 마음이 변하지 않을 테니.

가벼운 흥분과 함께 맥폴이 왼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

‘스위치 온.’

스위치의 맥폴.

그를 부르는 이름이다.

평소에 온순하던 그는 스위치가 켜지면.

“이 개자식들.”

180도로 변한다.

투두두두!

양손에 든 소총을 들고 마구잡이로 갈긴다.

그 뒤로 트윈스가 염동력으로 몸을 띄워서 넘어온다.

“스위치 켰다.”

“가까이 가지 마.”

둘이 맥폴과 거리를 벌린다.

그의 능력은 젠틀한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는 능력을 조금도 쓸 수 없었다.

스위치가 켜졌을 때만, 딱 그 순간만 능력을 쓸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은 ‘점화.’

주변 모든 것을 태우는 불꽃을 일으키는 파이로 키네시스다.

소총을 허공에 내던진 그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정상인에서 방화범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화아아악!

화르르륵!

양손에 뻗은 불길이 주변을 태운다.

스아아악!

그의 주변에 다가오던 바퀴벌레를 닮은 놈들이 새까맣게 탄다.

트윈스의 눈이 빛났다.

놈들의 주 병력인 벌레 같은 놈들이 불에 쉽게 타는 게 보였다.

둘이 무전기를 들었다.

치지지직!

“먹통이다.”

전자기기를 방해하는 놈들의 전파는 이곳에서도 유효했다.

“내가 갔다 올게.”

쌍둥이 중 하나가 본대로 돌아갔다고 고무보트를 타고 돌아왔다.

아니, 그들 뒤로 고무보트 수십 대가 움직인다.

병력이 이동하기 시작한 거다.

그 앞에 황금빛을 뿌리는 여자와 불꽃을 뿜는 남자 둘이 적을 반 괴멸 상태로 몰고 갔다.

까아아악.

비명성이 줄어든다 싶으면 델은 비명탄을 까서 던졌다.

효과는 좋았다.

저격수 놈들이 일시적으로 물러났는지, 아니면 정말 비명탄이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몰아친다.’

델은 놈들을 몰아칠 순간이라고 판단했다.

“전군 출격!”

영국군 쌍둥이 중 하나가 적이 불에 약하다는 정보를 건네줬다.

화르륵!

화염방사기가 사방을 불태운다.

“전부 태워버려!”

누군가 외치며 미친 듯이 화염방사기를 휘젓는다.

화르륵!

타다다닥!

금세 주변에 불길이 인다.

“대령님!”

불길이 넘실거리며 퍼질 때, 델이 외쳤다.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에 막아야 했다.

우드드득!

불길의 벽 너머다.

황금빛이 번쩍였다.

두 팔로 감싸도 안지 못할 나무를 뽑았다.

그리고 그대로 불길을 내리쳤다.

꽈앙! 후악!

그 무식한 짓에 불길 일부가 죽는다.

“자, 불길 잡고 진지 구축해!”

공병이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호를 파고, 막사를 세운다.

그 앞에 바리케이드를 세워서 적의 공격에 대비한다.

델은 숨도 안 쉬고 외치며, 부대원을 달달 볶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비가 끝났다 싶은 순간이다.

“엎드려!”

안나의 외침이 들림과 동시다.

훙!

꽈앙!

녹색 덩어리가 날아와 진지 한 가운데에 떨어졌다.

후두둑!

델은 자기 바로 옆에 떨어 진 녹색 덩어리를 봤다.

겉으로는 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혈관 같은 보라색의 핏줄이 보였다.

‘알?’

마치 무언가가 부화하기 직전의 알 같았다.

“으아아악!”

“내 다리!”

참호를 파던 병사 십 수 명이 갑자기 날아온 덩어리에 죽었다.

그리고도 모자라 경계선에 있던 병사 넷의 다리가 깔렸다.

“델!”

안나의 외침이 들렸다.

황금빛을 전신에 뿌리면서 달려오는 그녀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데.’

안나의 능력은 무제한이 아니다.

그리고 오늘은 충분히 무리했다.

안나 덕에 병력의 손실 없이 진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슈아악!

퍽!

“음.”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다.

배를 꿰뚫은 긴 촉수가 보였다.

“젠장.”

델은 화끈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허리춤을 뒤졌다.

“전부 도망가!”

외침과 동시에 입에서 피가 사방으로 튄다.

손가락이 덜덜 떨리고 힘이 빠진다.

쑤욱!

배를 뚫은 촉수가 빠져나간다.

바닥에 떨어 진 동그란 녹색 알은 사방에 촉수를 뿌리며 아군을 죽였다.

근처에 있던 백여 명이 몰살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델은 손가락에 힘을 집중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한평생 짝사랑한 여자가 자신을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도망가, 안나.”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녀를 위해 말하고 눈을 감았다.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이 손에서 떨어진다.

바로 옆에 있는 놈에게 굴러가는 수류탄이 터졌다.

꽝!

“끄아아악!”

“살려줘!”

“염동력이 안 먹힙니다!”

“로켓도, 탄환도 아무것도 안 통합니다!”

꽝!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다.

안나의 주먹이 괴물의 겉면을 때렸다.

움푹하고 안으로 놈의 겉면이 들어갔지만.

안나는 지금 일격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마치, 스펀지를 친 듯 충격이 모두 흡수된다.

“피해!”

화륵!

그녀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촉수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불꽃 덩어리가 촉수를 맞췄다.

퍼버벙!

폭발에 뒤로 밀린 안나는 정신을 차리고 델을 찾았다.

배에 농구공만 한 구멍이 뚫린 그가 보인다.

10년.

무려 10년 동안이나 함께 한 사람이다.

어릴 때는 친구였으며, 나이 들어서는 부관이 되어 준 이다.

“대령님! 가셔야 합니다!”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붙든다.

델이 저기에 있다.

그를 놓고 갈 순 없다.

“놔.”

그녀가 입을 열었지만.

“멍청한 짓 하지 마! 델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 참이냐?”

촉수를 피하며 땅을 구른 맥폴이다.

안나는 멍한 눈으로 그를 봤다.

“가!”

추르륵!

그 잠시의 틈이다.

바닥에서 촉수가 튀어나온다.

안나는 반사적으로 촉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꽝!

하지만 방금과 같았다.

타격에 절대적인 방어를 갖춘 놈이다.

펑!

그 순간 배에서 폭발이 일며 그녀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가라.”

맥폴이었다.

그리고 냅다 뛰어온다.

“전부 퇴각한다! 강 너머로 돌아가!”

그리고 진지를 구축하던 부대 전부, 강으로 뛰어든다.

맥폴은 달리면서 안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도망가야 해!”

정신을 차린 안나다.

으득.

어금니를 깨문 그녀도 몸을 돌렸다.

지금 저놈과 싸우는 건 바보짓이었다.

“가자!”

둘은 떨어진 녹색 알 괴물을 기준으로 강 건너편, 그러니까 정글 쪽으로 달렸다.

놈을 통과해서 아군과 합류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둘을 살렸고.

둘을 괴롭게 했다.

강 밑이었다.

촤아아아악!

거대한 체구를 지닌 놈이 허공에 솟구친다.

강에 무슨 고래가 나타난 줄 알았다.

고래는 아니었다.

모양은 가오리에 가까웠다.

전신에 칼날이 붙은 납작한 갈색 괴물이었다.

놈은 무섭게 빠르게 움직이며 강에 달려드는 이들을 덮쳤다.

콰가가가각!

“우아아악!”

퍼버버버벅!

분쇄기에 들어간 고기처럼 인간이 다져진다.

“안 돼!”

그걸 본 안나가 외쳤다.

“늦었어!”

맥폴이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이곳에 온 부대는 전멸이다.

더는 살아남을 수 없다.

맥폴은 억지로 그녀를 잡아끌었다.

여기서 싸우는 건 자살 행위였다.

도망가야 했다.

둘은 그대로 우거진 열대 우림 사이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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