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90. 작전
송각무.
육군 보병 출신으로 D를 먹고 기묘한 능력을 발현.
그대로 특수부대로 차출된 남자다.
그리고 그는 현재 아마존 상공에 떠 있었다.
그는 추락하며 비명탄을 밑으로 집어 던졌다.
끼아아아악!
이미 다른 이들이 던진 탄에 의해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성이다.
‘의외로 무섭네.’
짙은 녹색은 검은빛깔이 감돈다.
사방에서 터지는 귀곡성과 더불어 눈에 비치는 장면은 의외로 공포감을 안겨줬다.
‘그래도.’
훈련보다는 낫다.
아마존 수림을 향해 다이빙하던 그가 아머 옆구리를 후려쳤다.
텅!
차자자작!
그러자 등에 날개가 생긴다.
후악!
누군가 뒤에서 확하고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중심을 잡은 그는 활공하듯 땅으로 내려갔다.
그 뒤로도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모습으로 땅에 내려선다.
송각무도 그들과 함께였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그가 맨 처음 땅을 밟은 부대원이라는 것이다.
툭!
바닥을 밟는 순간이다.
슈아아악! 콰가가가각!
무언가 땅을 뚫고 올라온다.
각무는 갈색이 힐끗거리는 걸 보자마자 옆으로 굴렀다.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생각할 것도 없이 나무 뒤로 몸을 날렸다.
잔가지가 볼에 생채기를 냈다.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나무 뒤로 몸을 날린 직후다.
파바박!
커다란 나무가 세로로 쩍 하고 쪼개진다.
그 틈으로 갈색의 칼날이 보였다.
바닥에서부터 솟은 칼날은 엔진이라도 달린 듯 바닥을 가르며 그를 쫓았다.
촤아아악!
퉁!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는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오른 중지로 손바닥을 누르자 손등 위로 와이어가 나간다.
퍽하고 위쪽에 있는 굵은 가지에 와이어가 박히고, 몸이 중력을 배반하고 위로 솟는다.
촤르르륵!
밑을 보자 갈색 칼날이 송곳처럼 그의 뒤를 쫓아왔다.
그러더니 그를 향해 칼날을 모아 송곳 형태로 쫓는다.
땅! 땅! 땅!
그 송곳에 대고 산탄총을 갈긴 각무다.
‘단단하네.’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죽을 뻔했다.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동안의 훈련이 머리를 스친다.
“시발, 교관 새끼들이랑 노느니 이게 나아!”
땅! 땅!
촤악! 촤악!
산탄총을 연신 갈기고 굵은 가지를 타고 이동했다.
갈색의 칼날 가시가 계속 각무를 쫓았다.
총알이 통하지 않는 상대지만, 그는 계속 방아쇠를 당길 뿐이었다.
‘땅속인가?’
그래 보인다.
땅에 숨어서 칼날을 뿌리는 놈이다.
한 달 동안 각무와 부대원은 무수히 많은 모의 전투를 했다.
그리고 그 모의전투 중에는 이런 상황도 있었다.
‘이럴 때 땅을 파고 폭약을 숨겨 터트린다.’
만일 모습이 보이지 않는 땅굴에서부터 적이 습격한다면 이라는 가정이다.
사이키커가 땅을 파고, 그 안에 폭약을 던진다.
그리고 놈의 위치가 근처로 왔다 싶으면 터트린다.
꽝! 푸와왁!
바닥에 갑자기 폭음이 터지며 흙이 비산한다.
흙과 찢긴 벌레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나무 곳곳에 숨어 살던 뱀이며 짐승들이 다 흩어져 도망간다.
구멍 난 바닥이다.
꾸어어어!
그 안에서 괴성이 들렸다.
“던져.”
각무가 입을 열자, 구멍 안으로 수류탄 다섯 개가 쏙 들어간다.
꽝!
수류탄 다섯 개의 합창이 땅을 찌르르하고 흔들리게 했다.
“치킨무 멀쩡함?”
자신의 별명을 부르는 이가 보였다.
동기였다.
“난 절대 불구도 되지 않을 거다.”
그를 보고 대뜸 말하자.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동기가 말을 받는다.
“다들 멀쩡하지?”
크롬 팀 중 하나가 다가온다.
그가 땅을 파고 폭약을 심은 이였을 거다.
“병장 송각무. 완전무결합니다.”
각무가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래. 불구는 되지 말자.”
소위가 그를 보고 말한다.
훈련소에 떠나기 전 마지막 세주의 연설은 정말 죽기 직전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죽으면 안 돼.”
다섯 글자를 시작으로 그가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훈련도 끝났고, 실전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자리에 앉은 백 명은,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멋진 연설, 적을 향해 기세를 드높이는 이들.
타오르는 의지와 열기.
그런 연설을 기대했다.
그리고 세주는 감동을 장전 중인 백 명에게 똥물을 끼얹었다.
“불구도 되지 마라. 만일 어디 하나 잘리고 오면 그 자식만을 위해서 특별한 트레이닝 코스를 만들어서 평생 옆에서 끼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거다.”
알파 팀과 베타 팀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걸 보고 세주가 말을 이었다.
“알파, 베타라고 내가 사람 하나 못 빼 올 것 같아? 방심하지 마라.”
싫다.
죽어도 싫다.
반세주와 군 생활을 같이 하는 건 정말 싫다.
그는 악마였고, 그가 있는 곳은 지옥이었다.
그 한순간 감동이 날아간 이들은 우렁차게 답했다.
“네!”
절대 죽지도 말고 다치지도 말자.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어서도 안 된다.
“진짜 폭약 써도 되는 겁니까?”
폭탄을 찾으러 가는 마당이다.
송각무가 묻자.
“시키는 대로 하자.”
크롬 팀 소위의 말이 정답이었다.
수류탄, 폭탄 마음껏 쓰라고 했다.
“터질 거면 진즉에 터졌지. 그냥 다 써. 차라리 그거 쓰고 죽지 마.”
반세주는 미친놈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가 아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후, 새끼들. 이제 니들 차례다.”
침공한 놈들이 불쌍해졌다.
반세주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게 된 놈들이다.
구멍에서 외계인 사체를 끄집어냈다.
납작한 몸통을 가진 놈이었다.
폭발에 휩쓸려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사사삭!
그 사이 앞에서 다시 기묘한 소음이 귀를 때린다.
“옵니다.”
송각무가 말했다.
그가 특수부대원일 수 있는 이유.
그의 능력은 더듬이였다.
생존본능이 발달한 그는 누구보다 적의 접근과 위기를 먼저 알았다.
“전부 교전 준비.”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하나둘 내려온 아군이 한곳에 뭉친다.
한 남자가 앞으로 나온다.
수호신, 올 킬, 개자식이라 부르는 남자다.
적에게는 공포, 아군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남자.
그가 입을 연다.
“쓸어.”
기다리던 명령이었다.
*
꽝!
정글 너머에서 폭음이 들렸다.
“…무슨 짓이야.”
그가 중얼거리다 안나 쪽으로 달렸다.
파바박!
그가 지나간 자리로 적의 탄환이 박힌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그는 안나가 몸을 숨긴 바위 옆에 붙었다.
“안나!”
“왜?”그녀는 폭음을 듣고도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아까 한국군이 안으로 떨어지는 걸 봤다. 그리고 기묘한 비명성이 들렸지.”
까아아아악!
지금도 간간이 들리는 소리다.
“그래서?”
“저 안에 있는 게 정말 폭탄이라면 이럴 수 있는 거냐?”
폭발물 옆에서 폭탄을 펑펑 터트린다고?
맥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폭탄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정보에 의하면 지구를 날려버릴 폭탄이라도.
“저기 들어간 놈들은 전부 미친 거냐?”
안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을 살피고는 답했다.
“그럴지도.”
맥폴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흥분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폭탄이 있다. 그 정보가 가짜일까?’
그렇다면 한국군은 왜 정글 한가운데로 다이빙을 한 거지?
폭탄이 진짜라면 지금 들리는 폭음은?
주변에 폭탄이 있든 없든, 터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건가?
맥폴도 산전수전 다 겪은 군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안나, 대답해줘. 그 정보는 가짜냐?”
안나가 그를 돌아봤다.
푸르게 빛나는 두 눈이다.
아무것도 물들지 않는 푸른 눈과 입가에 어린 미소.
‘미소?’
이 상황에서 웃는다고?
그녀가 전장에서 웃는 걸 봤다.
돌격 직전에 항상 짓던 그 미소다.
그녀가 입을 연다.
“몰라.”
꽝!
그리고 냅다 땅을 박찼다.
그녀가 황금빛 유성이 되어 튀어 나간다.
“델.”
바로 옆에 있던 안나의 부관이다.
실질적인 군사 운용은 전부 이 델 크로이츠 대위의 작품, 안나는 이름만 부대장일 뿐 그녀는 전투원이다.
“진짜일 겁니다.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일이니까.”
“그럼 저 안의 폭음은?”
맥폴은 언제나 여유를 갖춘 남자다.
전장 한가운데서 홍차를 마시기도 했다.
레이퍼가 쳐들어오자, 티타임을 방해한 죄를 묻겠다고 달려간 일화는 너무도 유명했다.
그런 남자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말해보라는 거다.
델도 지시를 받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폭발물은 엄금이다.
실수로라도 터지거나 숲에 불이라도 나면 끝장이었다.
화륵!
저 멀리 우림 안쪽에 불길이 솟는다.
뛰쳐나간 안나가 강에 풍덩 빠지더니 어느 순간 건너편에서 나타나 질주한다.
“모릅니다.”
‘난들 아나.’
델도 알 수 없었다.
“허.”
맥폴의 입이 벌어진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델 또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둘의 반응은 달랐다.
안나 때문이었다.
델은 미친년이라 불리는 그녀와 전장을 겪은 몸이다.
반세주의 미친 짓을 보고 확실히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보조를 못 맞출 건 아니다.
‘안나 대령님은 싸우다가 지치면 돌아올 수 있어. 하지만 아군은 함부로 넘어갈 수 없다.’
일단은 도강이 문제다.
병력의 손실 없이 강을 넘어야 하는데, 적의 저격수가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다.
탄환은 위력은 안나가 말해줬다.
“절대 맞지 마. 맞으면 죽어.”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의 탄환보다 위력적이며 방탄 아머 정도는 단숨에 꿰뚫는다.
사삭.
그 틈에 뒤에서 들리는 소음에 솜털이 쭈뼛 섰다.
맥폴의 눈빛이 변한다.
그의 별명은 스위치.
평소의 그와 전투 형태로 돌입한 그는 다른 사람이다.
“진정하시죠.”
적의 습격이나 기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리는 건 인간의 언어다.
맥폴은 어느새 팔뚝 길이의 칼을 한 자루 꺼내든 상태였다.
그리고 마주 선 상대 양손을 들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보인다.
“정유진?”
델은 기억력이 탁월했다.
한 번 본 사람이지만, 잊지 않았다.
“음?”
“워싱턴 작전에 있었습니다.”
델이 옆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군이다.
맥폴의 스위치가 변한다.
“이건 또 뭐냐?”
그는 질린 얼굴로 물었다.
“전언입니다.”
“전언?”
유진의 말에 델이 되물었다.
“반세주 대장님으로부터 전언입니다. 그러니까 작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진이 세주의 말을 그대로 옮겨서 전했다.
“…여기까지입니다.”
전할 말을 다 전하자.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말이지?”
맥폴이 전에 없이 무서운 표정으로 되묻는다.
“일단 강을 건너가서 시늉만 해도 됩니다.”
“어림잡아도 적의 숫자는 만이 넘어!”
흥분한 맥폴을 보며 델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일단, 저격수는 이걸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유진이 등에 매고 온 가방을 건넸다.
야구공만 한 구슬이 잔뜩 들어있다.
“비명탄이란 겁니다.”
또다시 설명이다.
적의 형태와 이게 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이래서 나보고 가라고 했구나.’
치용이나 인준이 왔으면 과연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나 있을까?
치용은 설명보다 주먹을 휘두를 테고.
인준이라면.
“싫으면 그냥 다 죽어라.”
이렇게 말하고 돌아올 것이다.
“이게 아까 그 비명을 울린 겁니까?”
델이 신기한 듯 비명탄을 바라봤다.
“삼십 개가 조금 넘으니까, 도강은 무리 없겠죠?”
“하지만 저 우림 사이에서 미지의 적과의 전투는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나무 전부 쓰러뜨리고 공터로 만들어서 진지 구축하세요.”
“…저긴 아마존입니다. 지구 산소의 30%를 공급하는.”
그런 곳을 훼손하라는 거다.
“다 죽을 바에야 숨 좀 덜 쉬는 게 낫지 않나요?”
유진의 말이 정답이었다.
*
칼날 두더지.
바닥에 숨어서 가시와 칼날을 땅 위로 드러내 살육하는 놈이다.
모르고 놈이 숨은 땅을 밟는 순간, 그대로 죽는다.
위험한 놈이다.
하지만 더듬이 송각무와 프로비던스가 있기에 놈은 의미가 없었다.
“12시 방향 200m 앞.”
볼수록 놀랍다.
프로비던스만큼이나 정확하게 적의 위치를 찾는다.
-흥.
‘삐지지 마라.’
이젠 기계를 넘어서서 사람한테도 토라진다.
미친 녀석 같으니라고.
가장 위험한 건 역시 저격수다.
거기에 맞춤으로 준비한 건 비명탄이었다.
비명탄은 놈에게 조명탄과 같은 효과다.
소리로 주변을 파악하고 거리를 가늠하는 놈이기에 비명탄만 있다면 저격의 위험이 없다.
100명의 부대원은 너무도 손쉽게 정글을 돌파했다.
‘스캐닝 해.’
-더듬이 시키지?
‘중요한 순간에는 일만 하자. 공사 구분 몰라?’
-흥.
말은 그렇게 해도 프로비던스는 충실히 할 일은 했다.
-어느 정도는 원하는 대로 됐어.
작전은 단순하다.
적은 많다.
이놈들을 하나하나 잡아 죽이고 폭탄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
그렇다면 잠입해서 폭탄만 따낸다.
그 뒤에는 소탕에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인류는 약하지 않았다.
놈들과 충분히 싸워 이길 힘이 있었다.
거기에 지구는 인간의 홈그라운드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50%는 먹고 들어간다.
미, 영국군이 앞에서 시선을 끌며 세주의 부대는 비수가 된다.
폭탄을 따내는 잠입 팀이다.
유진이 작전을 전할 거다.
그들은 거부할 수 없다.
-계산까지 하고 답지 않게 왜 이렇게 머리 써?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응?
‘처음 보는 외계인 놈이 날 보고 막 웃는 거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들어 봐. 웃는 놈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려고 하는데 꽁꽁 묶였더라고.’
-그래서?
‘그게 어찌나 짜증나던지, 꼭 놈들 엿 먹이고 싶었거든.’
-…그니까 꿈에서 외계인이 나왔는데, 짜증이 났다. 놈들한테 엿 먹이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굴렸다?
‘뭐,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지.’
프로비던스는 말이 없었다.
세주는 부끄럼이 많다.
세주의 작전을 프로비던스는 반대했다.
다른 누구보다 반세주와 그 일행이 위험에 빠지게 되니까.
하지만 그는 강행했다.
꿈? 개소리다.
그의 이유는 하나다.
-정말 한 명도 죽이지 않을 생각이구나.
그는 아군의 피해가 전무한 상태로 이 싸움을 끝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