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83화 (83/206)

#  83

83. 죽여

“누가 당했다고?”

“테리 보드너.”

벌써 다섯 명.

보이지 않는 적, 신출귀몰이란 말이 더 없이 어울리는 공격이다.

원거리 저격에 아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두 번째 저격에 당했을 때부터 나름 대비를 했다.

방탄 장비를 착용하고 창가를 피했지만.

딱 한 발의 탄환.

그게 자신들의 약점을 서슴없이 가른다.

텅!

백악관 집무실이다.

그 문을 거침없이 여는 이다.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이가 몸을 일으켰다.

대외적으로 세계 최강의 남자라 불리는 이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정중하게 문을 연 이를 맞이한다.

“오셨습니까?”

“상황 보고 해.”

들어온 이는 조각 같은 얼굴을 가진 군복을 입은 남자다.

그가 입을 열자.

주변에 앉아 있던 이들이 이제까지 이어났던 일들을 전부 보고한다.

“…이상입니다.”

“오더 전부 소집령 내려.”

“어디로 모이라고 합니까?”

“백악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들이 장악한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는 정원사 하나까지 전부 동족이었다.

“네!”

“써드에게 병력 전부 이끌고 도시 샅샅이 뒤지라고 전해!”

“넷!”

이 작전의 최고 명령권자인, 퍼스트 오더의 명이다.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

‘그러니까 형태변환자들은 본래 전투원이 아니다?’

-그 우주선에 남은 정보가 진짜라면.

요새 프로비던스는 남는 시간 동안 우주선에서 긁어 온 정보를 해독한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다.

형태변환자는 전투 병력이 아니다.

인간으로 치자면 행정을 봐주는 직원과 같은 거란다.

철컥.

화장실 창문에 긴 총신을 내밀고 스코프를 조절, 목표를 확인한 뒤다.

세주가 뒤를 돌아봤다.

나호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완료란 소리다.

송!

여섯 번째 타깃이다.

퍽!

창문 너머 벽을 향한 탄환이 그대로 뚫고 들어간다.

어김없이 거시기를 뚫어줬으리라.

척하고 총기를 회수하고 돌아서자.

“저들이 형태변환자인 건, 정말 어떻게 아는 거냐?”

나호필이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그래. 드디어 프로비던스에 대해 밝힐 때가 온 거다.

어떻게 해서 형태변환자를 단숨에 알아보느냐는 질문이다.

“후, 사실….”

입을 열려는 순간이다.

“됐어. 어차피 감이겠지. 나도 준장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나호필이 돌아서서 나간다.

‘…왜 저래?’

-포기해 그냥.

염병, 말해준다고 해도 저러네.

“아니, 소장님.”

뒤를 따라가는데.

“튀어야겠습니다.”

밖에서 치용이 입을 연다.

청소 중이라는 표지판을 옆으로 치우던 중이다.

철컥!

군부대가 보였다.

빠르게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우리 노리는 거겠지?”

“그동안 안 걸린 게 신기한 거죠.”

유진이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프로비던스가 말한 대로 놈들이 전투원이 아니라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놈들은 한국을 침공한 놈들에 비해, 너무 약하다.

만약 레이퍼나 흰둥이 놈들이었다면.

‘이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가자!”

세주가 외치자 다섯이 다시 도주를 감행했다.

“쫓아!”

군부대가 그들을 뒤쫓는다.

“꺄아악!”

쇼핑센터 화장실이었다.

안을 돌아다니던 이들이 총을 들고 달려드는 이를 보고 비명을 지른다.

그 틈에 사람들 틈에 섞여서 그대로 사라지는 일행이다.

“빌어먹을!”

브런치 카페에서 세주에게 수류탄을 던졌던 대머리다.

그는 저들을 잡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잡지 못해서 생기는 피해가 더 크다고 믿었다.

저들은 악랄한 테러리스트니까.

문제가 있다면, 놈들은 그들만 보면 무조건 도망친다는 것.

콱!

화가 나 바닥을 발로 때렸다.

대체 어디에 숨었기에, 놈들을 찾을 수 없는 건지!

“만나기만 하면.”

어금니를 갈며 그가 중얼거렸다.

번번이 쥐새끼처럼 도망가는 놈들 덕에 없는 머리가 빠지는 것 같다.

다시 주변을 수색했지만, 건진 건 없었다.

복귀하려던 때다.

탁.

‘바닥?’

적은 고작 몇 명이다.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대 열 명은 넘지 않을 거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

잠은 어디서 자는 거지?

놈들을 발견했던 곳에서 시민 몇 명을 붙잡았다.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역겨운 냄새가 났어요.”

한 여자가 말해줬다.

‘역겨운 냄새?’

“네. 쓰레기 썩은 내 같은 게.”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시민을 보내고 나서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까?’

놈들의 목표는 어딜까?

테러리스트의 목표를 알 순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짓을 역순으로 생각해보자.

사회 유명인사와 정치인, 가릴 것 없이 저격하는 놈들이다.

“필츠 하사.”

“네!”

머리도 좋고 손도 발도 빠른 이다.

대머리 대장이 지도를 펴고 한 곳을 가리킨다.

“이곳을 중심으로 이상한 일이 있나 살펴봐.”

“이상한 일이라 하심은?”

썩은 냄새.

워싱턴 한복판에서 그런 냄새를 풀풀 풍기려면?

설마 쓰레기통에서 숨어 지낼까?

‘하수도다.’

“음식이 주기적으로 없어진 곳이나 그 외 특이한 일 모두.”

“옛 썰!”

필츠 하사가 떠나고 나서 대머리 장교의 눈이 빛났다.

만일 놈들의 목표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면.

‘잡았다.’

*

미군 부대가 맨홀 뚜껑을 열고 밑으로 들어갔다.

제임스는 자신 있었다.

도망만 가던 놈들 마주치기만 하면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라고.

‘테러리스트 새끼들.’

그는 그들을 증오했다.

그의 형이 파견 나간 곳에서 시신으로 돌아온 이후.

그에게 테러리스트란 죽여야 할 놈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툭!

지하도에 내려온 뒤.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춘다.

깨끗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클리어.”

그가 말하자 부대원이 하나둘 내려온다.

앞을 보며 경계 태세를 취한 그다.

테러리스트란 위험한 놈들이다.

여기서 폭탄이라도 설치하고 터트린다면 사상자가 엄청날 것이다.

긴장감을 느끼며 앞을 보는데 뒤에서 따라와야 할 아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임스가 뒤를 돌아보자.

검은 덩어리가 보였다.

‘음?’

퍽!

그게 그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누군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펴 위를 가리킨다.

깜빡.

하수도 입구를 기준으로 반대편에서 전등이 바닥을 향해 깜빡인다.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짧은 순간이지만.

치용에게는 충분했다.

커다란 덩치가 소리 없이 움직인다.

기절시킨 제임스를 한쪽에 눕힌다.

다음 사람이 내려온다.

주머니에 넣어 둔 스마트폰이 울리지 않는다.

세주와 약속한 대로다.

스마트폰이 울리면 형태변환자, 그게 아니면 인간이다.

치용이 내려오는 이를 붙잡아서 뒤에서 목을 졸랐다.

꾸드득.

“으윽.”

짧은 신음과 함께, 상대가 정신을 잃는다.

단순한 반복이다.

내려오는 족족 기절시킨다.

이제까지 들어온 이들은 인간뿐이다.

즉, 위에 남은 건, 형태변환자들이다.

*

하수구 위쪽.

남은 이는 필츠 하사와 부대원 스물.

물을 것도 없이, 전부 형태변환자였다.

“수류탄 던져.”

필츠 하사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상대를 죽이는 게 목적이다.

그 와중에 아군이 죽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었다.

어차피 인간은 소모품일 뿐이다.

“네.”

한 명이 수류탄에 손을 얹은 순간.

퍽.

급소가 터진다.

“저격이다!”

한 명이 외치고 몸을 숨겼다.

필츠 하사, 써드 오더는 주변을 살폈다.

맞은 곳과 각도를 살핀다.

‘좌전방.’

건물 벽을 등진 그다.

그가 앞을 보며 수신호를 보냈다.

날아온 각도를 봤을 때 금세 알 수 있었다.

퍽!

그 사이 반대편 건물 뒤로 몸을 숨긴 부대원 하나가 또 죽는다.

‘뭐야?’

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쪽을 봤다.

만약 처음 그 자리에서 쏜 거라면 절대 맞출 수 없다.

‘이게 무슨.’

퍽!

다시 한 명이 죽는다.

퍽!

사신이다.

어디에 숨었든 총알이 파고든다.

“으허허.”

그 사이다.

술에 취한 남자 하나가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온다.

새벽 시간이다.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필츠 하사, 써드 오더가 반세주를 처음 본 장면이 떠오른다.

브런치 카페, 날아든 수류탄.

그리고 놈은 거기서 서빙 하는 여자를 살리기 위해 몸을 날렸다.

써드 오더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인질이 있다면.’

그가 몸을 움직였다.

“뭐야? 누가 오바이트를 이렇게 했어! 내가 할 자린데!”

녹색 체액이 바닥에 흩뿌려진 시신에 다가가더니, 취한 놈이 중얼거린다.

놈의 목을 쥐고 전신을 가렸다.

특히 하체를.

“공격하면 죽이겠다.”

퍽!

입을 여는 동시에 다시 아군 하나가 죽는다.

품에서 단검을 꺼내 놈의 목에 댔다.

“엑? 뭐야?”

취한 놈이 버둥거린다.

그러다 목이 따끔, 하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입을 연다.

“나 가진 거 없는데.”

“시끄럽다.”

인상이 사납게 생긴 동양인이다.

겁도 없다.

새벽 시간에 여기서 술이나 처먹고 돌아다니다니.

퍽!

“이 새끼가!”

저격수가 아랑곳하지 않고 아군을 격살한다.

칼을 그대로 만취한 놈에 목에 대고 그었다.

협박이 안 통하면 실행에 옮길 뿐이다.

서걱.

이런 효과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챙하고 칼날이 막힌다.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 멀쩡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다.

쩍!

무언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든다.

푸른빛이 아른거리는 칼날이다.

그제야 만취한 동양인의 얼굴이 보였다.

‘…테러리스트.’

퍽!

그리고 들리는 소리.

“후.”

“오, 연기파.”

밑에서 치용이 올라오며 실실 웃었다.

인준은 그를 보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었다.

“새끼가. 칭찬을 해도.”

“끝난 거죠?”

유진도 밑에서 올라온다.

나호필도 함께다.

“끝.”

그리고 세주다.

“다 죽인 건가?”

나호필이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잘 싸우는 줄도 알고, 매번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다.

적이 공격해 오는 타이밍을 예측해서 세주는 고지대를 선점.

민간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인준이 만취자로 변장해 골목길 앞을 막는다.

들어오는 ‘인간’ 군인들은 전부 치용이 기절시킨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격살.

‘허허.’

최고의 조합이자, 최고의 부대다.

“날파리만 꼬이네.”

주변을 둘러보는 세주다.

“소장님. 우리 이동해야겠습니다.”

“어디로?”

여기서 갈 곳이 있나?

“이제 합류해야죠. 아군이랑.”

*

“안나.”

“네. 부르셨습니까?”

“언제까지 여기에 숨어있어야 하지?”

안나 휴이츠.

미군이 낳은 최고의 군인이다.

혼자서 레이퍼 수백 마리를 죽이는 무서운 여자.

하늘하늘한 가녀린 몸으로 믿을 수 없는 전공을 세운 영웅이기도 했다.

“지금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을 책임지는 핵심 인원들.

그들이 모두 허름한 아파트에 모여 있다.

생활이 불편한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국은 그들에게 괴로움을 전해준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이가 나와 연설을 하고 환호를 받는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그들은 분명 이기고 있었다.

안나의 활약과 미군의 힘은 약하지 않았다.

세주가 골이라 부르는 놈들이 미국의 영토에 나타났을 때도.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싸웠고, 용감했다.

죽이고 또 죽였고.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그 승리 후다.

갑자기 아군의 지휘관이 죽었다.

안나 휴이츠도 암살 위협을 수십 번 당했고, 그녀는 곧바로 대통령을 피신시켰다.

자신만이 아는 공간에 모두를 숨겼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몇 명이나 살았을지.

“저들과 합류하는 건 어떤가?”

TV에 테러리스트 다섯이 나온다.

언론사 사장, 기업의 CFO, 정치인까지 죽이는 이들이다.

문제는 그들 중 일부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고, 그건 그들이 형태변환자를 암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이 일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겁니다]

신중한 목소리다.

아니, 자신의 목소리다.

미합중국 대통령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온 다섯의 테러리스트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거다.

“위험합니다.”

TV에 나오는 다섯 또한 믿을 수 없다.

안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형태변환자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저게 함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똑똑.

그 사이 누군가 아파트 문을 두드린다.

“벨이 고장 난 것 같은데 문 좀 열어주시죠.”

정중한 목소리다.

“대기.”

그녀가 짧게 말하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편 그녀가 물었다.

“누구지?”

“다니엘 라이트의 요청으로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지원군입니다.”

다니엘 라이트.

외교부 장관이다.

스스로 군복을 입고 위장을 해서라도 타국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안나가 현관문을 열었다.

만일 이게 속임수라면.

‘전부 죽인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그 앞에 꾀죄죄한 남자 다섯이 보인다.

“읍.”

그녀가 코를 틀어막았다.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초면에 미안한데, 욕실 좀 쓸 수 없습니까?

그 가운데 나름 준수한 얼굴의 남자가 입을 연다.

“너희….”

코를 막고 안나가 그들을 봤다.

현재 TV에서 오프라 윈프리보다 유명한 5인방이다.

테러리스트,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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