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74화 (74/206)

#  74

74. 불릿 마스터

장왕은 신음이 나오려는 걸 꾹 눌러 삼켰다.

‘너무 많아.’

특히나 저 빨간 놈들!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염동력 자체도 크롬 팀 평균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거기에 눈에 커버링을 씌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붉은 화살도 문제다.

그 화살에 맞으면.

“여기 있었네?”

방금까지 동료였던 녀석이 변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돌아버린다.

“빌어먹을 새끼.”

장왕이 씹어뱉듯 입을 놀리고 몸을 앞으로 굴렸다.

쾅!

등을 기대고 있던 덤프트럭이 폭음과 함께 훨훨 날아간다.

염동력을 집중해서 후려친 거다.

“미친놈아! 그러다 네가 먼저 죽어!”

어차피 듣지도 않을 테지만, 장왕은 외쳤다.

퐈악!

장왕을 공격했던 돌아버린 팀원이 쌍코피를 철철 흘렸다.

“그건 네 알 바 아니고.”

정신을 완전히 지배당했으면서도 유려하게 말도 잘한다.

장왕은 쉬지 않고 뛰었다.

투두두!

방금까지 아군이었던 동료가 소총을 갈긴다.

반은 운에 맡기고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간신히 한 발도 안 맞았다.

그리고 뒤를 향해 염동력을 행사, 그를 밀어낸다.

웅!

그러자 그가 코피를 철철 흘리면서 웃는다.

피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치아를 적셔 기괴한 모습이다.

아니, 평소라면 웃긴 모습이라고 사진이라도 찍어서 놀리겠지만.

‘하나도 안 웃기네.’

목숨이 위험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뛰었다.

일단 도주다.

자신을 쫓는 이들은 방금까지 아군이었던 팀원이다.

이들을 죽일 순 없다. 전부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장담도 못 한다.

둘만 있어도 자신과 비견할 사이키커들이 몸이 망가지는 걸 아랑곳 않고 공격한다.

한쪽은 죽이려고 덤비고 한쪽은 피하기만 한다.

거기에 죽이려는 쪽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도 않는다.

부러진 팔을 덜렁거리며 한 명이 더 붙었다.

“왕점이 이놈! 목을 내놔라!”

평소에 사극에 심취하던 팀원이다.

‘저 미친 새끼.’

도망치는 와중에 총까지 잊어버렸다.

장왕은 마지막 남은 카드인 연막탄을 던졌다.

펑!

주변에 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팀을 타 자리를 피하고 골목길 틈으로 숨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고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했다.

‘어떻게 할까?’

쭉 도망을 칠까? 아니면 빨강이 놈을 노릴까?

‘노리자.’

비무장지대에서 나온 하얀눈 놈이랑 같을 거다.

숙주를 죽이면 그가 조종하는 이들은 풀린다.

마음먹은 순간이다.

골목길 바로 앞이다.

용케도 자신을 찾은 돌아버린 팀원이다.

“자꾸 도망칠래?”

그가 말하자마자 뒤에서 그의 말을 누군가 받는다.

“그러게.”

‘둘.’

이 정도면 빠져나갈 만 하다. 사이킥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순간이다.

“이놈! 사약을 받아라!”

바로 옆 건물의 깨진 창문이다.

평소에 사극에 심취한 팀원 새끼다.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어떻게 찾았냐?”

황당해서 묻자.

“킁킁. 너 냄새 나. 평소에 내가 좀 씻으라고 했지?”

정면을 막은 놈, 결벽증이 있는 놈이었다.

장왕은 절대 자신이 더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말을 걸고 곧바로 염력을 일으켰다.

상상하는 건, 앞을 밀어내는 손바닥.

죽게 생겼으니, 앞뒤 사정 볼 것 없이 전력을 다했다.

“멍청한 새끼.”

철컥.

뒤에 있던 놈이다.

‘시발.’

욕이 절로 나온다. 놈의 손에 소총이 들려 있다.

장왕이 어금니를 깨물고 말했다.

“한 새끼는 데려간다.”

죽음을 불사하고 각오를 다진 순간이다.

뚝.

소총을 든 팀원 머리 위로 검은 덩어리가 뚝 떨어진다.

덩어리에서 검은 채찍 같은 게 나오더니 그대로 팀원의 목을 감듯 후려친다.

뿌각.

목이 용케 부러지지 않았다.

맞은 놈이 그대로 눈을 뒤집어 까고 바닥에 쓰러졌다.

“누구냐!”

앞쪽 팀원이 외쳤다.

그러자 그 뒤에서 두꺼운 아머에 감긴 팔이 그의 목을 감는다.

“컥!”

그리고 그대로 조른다.

목이 감긴 이가 사이킥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염력의 실이 뒤편, 아머의 주인을 감싼다.

그런데 당한 상대가 끄떡도 하지 않고 묵묵히 목을 조른다.

‘안 통하네.’

꾸드득.

목이 졸린 이가 혀를 내밀고 기절한다.

“조심.”

훅. 쿵.

여긴 또 언제 나타났는지, 창문에 있던 돌아버린 팀원도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거기서 보이는 얼굴.

“탕탕탕?”

김해 시절 정유진의 별명이었다.

“간이 부었구나. 왜 같은 계급이라 맞먹게?”

검은 덩어리, 김치용이다.

그가 입을 열자.

“아닙니다!”

장광이 잽싸게 외쳤다.

저 새끼한테만은 걸리면 안 된다.

그게 김해에서 초인 프로젝트를 받은 이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정리 끝.”

정면은 꼭꼭 붙어 다니는 나머지 한 명, 이인준이었다.

‘이 셋이 온 거면.’

전장 내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던 사람도 온 걸까?

그의 눈이 치용의 뒤로 향했다.

“왕점아.”

있었다.

올 킬 중령.

또라이, 아니 수호신 부대의 대장.

비무장지대의 영웅.

개자식.

그를 부르는 칭호는 나날이 늘어갔다.

“중령님!”

장왕이 반갑게 외쳤다.

*

죽은 아군 숫자를 묻지 않았다.

오면서 구한 이들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는 뻔했다.

하물며 이들은 아직 전장의 중심까지는 진입하지도 않았다.

-여기.

한참을 달리다 프로비던스가 말한 순간이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건물과 중간에 누가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부서진 빌딩.

그 사이로 노란 우주선이 보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세주가 노린 것이 보인다.

“형님?”

멈춘 세주를 보고 치용도 발을 멈췄다.

“한 발만 쏘고 가자.”

“네?”

적들을 보는 순간 전부 죽이고 있다.

셋 모두 마음이 급했다.

누가 봐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갑자기 멈춰서 총을 쏜다니까, 의문이 들 수밖에.

“딱 한 발이면 돼.”

말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레이저 포는 세주에게 쏜 이후로 아끼고 있다.

남용할 순 없다는 거다.

그래도.

-저걸 남겨두고 전장에 진입할 순 없지.

‘당연한 소릴 하냐?’

이미 한 번 심하게 데었다.

비유가 아니라 꽤 심한 화상을 입었다.

물론 레스큐 액트 모드는 이런 종류의 상처에 강력한 효과를 보이기에, 위중한 상처는 아니다.

철컥.

벼락을 들고 겨눈다.

육각형의 포신이 빌딩 사이로 정확히 보인다.

‘저 새끼는 내가 노리는 걸 알까?’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리 모르겠지? 그럼 이 한 방 맞으면 얼마나 기분이 엿 같을까?’

생각만 해도 신나 죽겠다.

-…형은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냐.

‘극찬 고맙다.’

스파이럴도 스나이퍼 모드도.

저 우주선에 달린 무식한 육각형 포를 부술 순 없다.

그것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적어도 저 포신을 박살 낼 정도의 한 방.

눈을 감고 테크룸에 입장한다.

촤르륵!

모드 테크 트리가 쫙 펼쳐진다.

그중 하나.

에임 모드, 스나이프 모드를 잇는 테크 트리의 완결판이다.

“열어.”

테크룸에서는 부서지지 않은 모습의 깔끔한 프로비던스다.

-남은 에너지 280만 소모.

파아앗.

빛이 번쩍인다.

-모드 오픈, 불릿 마스터.

프로비던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테크룸에서 나왔다.

유니크 모드 불릿 마스터를 열자.

전신에 짜릿한 감각이 몰아친다.

오감 전체가 날카롭게 벼려지는 느낌과 함께다.

동시에 불릿 마스터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럼.

‘나한테 레이저 포를 쏘고 인류를 학살한 놈을 향한 선물을 주자. 거기에 내 애완 로봇을 상처 입힌 것도 이자를 톡톡히 쳐 주마.’

-애완 로봇?

‘시간 없어! 모드 온.’

무시하고 모드를 켠다.

‘불릿 마스터.’

스아아아악!

모드를 열자마자 곧바로 집중상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기묘한 느낌.

총구를 들어 육각형의 포신을 겨눴다.

아무리 18mm 저격포탄에 벼락이란 별명을 가진 그의 배럿이지만.

겨우 총알 한 발이다.

‘그 총알 한 발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보여주마.’

한 발이면 충분하다.

유니크 모드, 오버 테크놀로지가 준 선물은 그 정도로 오버 파워를 줬다.

인생이 게임이라면, 지금 세주의 인생은.

‘밸런스 따위는 개막장인 게임이다.’

총구를 겨누자, 눈앞에 붉은 점이 뜬다.

붉은 점이 흔들림 없이 포신을 겨눈다.

에임모드와 트레이싱이 패시브로 따라온다.

‘생성.’

불릿 마스터 첫 번째 스킬이다.

탄을 만들어내는 힘.

노블 에너지를 뭉쳐서 만드는 일명 에너지 탄 Energy Bullet.

줄여서 EB.

세주는 곧바로 이 탄의 이름을 결정했다.

애비탄.

푸른 입자가 약실에 모여 18mm 탄의 모양을 재현한다.

그리고 두 번째 스킬, 타 모드 스킬 차용.

‘성질부여.’

스나이퍼 코드의 폭발 부여.

그리고 봄버맨 모드의 전격 부여.

파지지직!

짜릿한 스파크가 벼락 전체를 휘감았다.

그리고 세 번째.

‘압축.’

탄이 작아진다.

첫 번째 압축 후.

‘한 번 더.’

똑같은 방식으로 탄을 만들어 압축한 탄 위에 덧씌운다.

이중첩이다.

‘다시.’

거기에 한 번 더 압축해 삼중첩 탄을 만든다.

이름하여 뇌전폭발중첩애비탄이다.

-길어.

‘그럼 그냥 뇌애비 탄.’

-미묘하게 패드립인 것 같다.

말도 안 통하는 놈한테 할 말, 못 할 말 가릴 건 뭐냐?

스아아아아.

화륵.

전신의 노블 에너지를 불태웠다.

번 업 상태가 아니면 이 한 방의 반동을 견뎌낼 수 없을 거다.

준비하는 시간만 10분이다.

상대가 골리앗이라면 지금 세주의 탄환이야말로 다윗의 돌이었다.

*

옆에서 지켜보는 셋의 눈에는 갑자기 벼락에 스파크가 튀더니 어마어마한 노블 에너지가 모이는 게 보일 뿐이었다.

“내 뒤에 있지 마라.”

세주가 입을 열었다.

“아, 네.”

유진이 말하고 곧 옆으로 비켜섰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셋의 얼굴에 의문이 한 가득이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곧 스파크가 미친 듯이 벼락을 휘감고 요동쳤다.

훙.

평소 벼락 특유의 굉음이 없다.

그저 뭔가 번쩍했을 뿐이다.

언제 방아쇠를 당겼는지도 몰랐다.

쿠드드드드드!

세주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나며 바닥에 고랑을 만들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읍!”

순간 귀를 틀어막을 정도의 굉음이었다.

그리고 위를 보니.

쿠아아아!

하늘에서 묵직한 육각 포신이 떨어진다.

중간을 똑, 하고 부러뜨렸다.

꽈앙!

하늘에서 포신이 바닥에 떨어져 먼지 해일을 만든다.

드드드하고 땅이 흔들렸다.

그걸 본 세주가 목을 양 옆으로 꺾었다.

한 방으로 벼락의 총열이 맛이 가 버렸다.

그리고 셋을 돌아보며 묻는다.

“준비 끝났지?”

셋에게 새로운 아머를 줬다.

아직 그걸 제대로 쓰지도 못한 셋이다.

“물론입니다.”

“물론.”

“가죠.”

포탑을 부순 건 시작일 뿐이다.

이 한 방은 인사다.

‘내려와라.’

모선 위에서 폼 잡고 승리를 자축하던 놈의 낯짝을 보고 싶었다.

넷이 다시 몸을 움직인 순간이다.

트레에에에에에에에!

끔찍한 괴성이었다.

모선 위.

넘실거리는 선이 보인다.

세주의 동공이 좁아지며 놈의 모습을 잡아챘다.

에너지로 이뤄진 머리카락이 나풀거린다.

그를 보고 세주가 물었다.

‘내가 보일까?’

-모르지.

저놈에 관해서만은 프로비던스도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

흐릿하게 놈의 외형이 보인다.

팔을 휘두르는 정도는 보이겠다 싶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저 새끼가 제발 인간의 문화를 공부했기를 빈다.’

-응?

세주가 왼손바닥으로 오른 팔뚝을 잡더니, 오른 주먹을 치켜든다.

그리고 곧바로 오른 중지를 치켜든다.

-…뭐하냐?

‘감자, 엿, 하여간 뭐든 처먹으라고.’

-하아, 이 또라이.

‘뭐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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