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53화 (53/206)

#  53

53. 리미트리스

-남은 에너지 어떻게 할 거야?

훈련에 앞서 고민의 시간이었다.

어떻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물론 에너지가 부족했을 때.

그랬었다.

‘남은 모드 전부 레어 모드로 바꿔.’

-오버페이스 모드는 레어 형태가 없어.

‘그럼 그거 빼고 다 해.’

세주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답을 내렸다.

그냥 에너지를 갖다 부었다.

에임 모드는 스나이퍼 모드로.

봄버맨 모드는 레어 봄버맨으로.

두 개는 이미 레어 모드였고.

그 외 모드도 전부 업그레이드를 해버렸다.

“이거, 괜찮은데.”

같이 지내는 부대원 셋이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뒹굴고 있다.

“후아.”

모든 레어 모드는 신체의 변화를 준다.

스나이퍼 모드는 시력에, 봄버맨 모드는 폭약 탐지견 이상으로 폭발물을 찾는 후각을 선사했다.

업그레이드한 모드를 살핀 후.

“브로. 레어가 있으면 유니크도 있겠네?”

-있지.

“가자.”

인생은 한 방이다.

-에너지 소비 천만.

‘와, 이 새끼 완전 사기꾼이네. 천만?’

-유니크 모드 얘기한 거 아냐.

‘그럼?’

-초인프로젝트 써드.

그렇지. 일단 그게 먼저다.

밀리 모드의 레어 모드, 인파이터다.

인파이터 모드 덕에 근력이 크게 늘어났다.

‘이 이상 초인프로젝트를 하면 어떻게 되는데?’

에너지 스위처로 노블 에너지도 충분하다.

‘무슨 효과가 있는 거냐?’

-해보면 알아.

‘너도 모르는 거 아니냐?’

-거참, 말 많네. 해? 말아?

이 새끼 참 싸가지가 없다. 이거 만든 새끼 이름이 박민우라고 했던가?

프로비던스 P, 첫 글자 그 자식이다.

성격을 투영했다는 그 놈!

박민우 개새끼.

‘해.’

우웅.

피부가 따끔거렸다.

전신에 개미가 지나가는 것 같다.

고통은 없다.

고개를 들자, 머리 위에 떠 있는 해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몇 배속으로 움직이는 영상처럼 해가 진다.

서쪽으로 쑤욱 하고 사라진다.

“형님?”

치용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얼마나 이 자세로 있었던 거지?

“뭐하십니까?”

“체조.”

“이 야밤에?”

“몇 신데?”

“열두십니다.”

벌써?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간이 오전 열 시였다.

“끼니를 다 걸렀네.”

“네?”

“아니다. 가자. 넌 왜 이렇게 늦게 나와?”

“거, 형님. 이디엇한테 무기 좀 바꿔 달라고 하면 안 됩니까?”

무기?

“작습니다. 뭔가 되려고 하는데 무기가 좀 크면 좋겠는데.”

설명하는 재주는 쥐뿔도 없다.

하지만 말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신이 그에게 머리 대신 몸을 주었으니.

“알았다.”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했다.

가까스로 숙소로 들어갔다.

‘브로?’

프로비던스를 불렀지만, 답은 없었다.

어떻게 침구류를 깔고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형님?”

치용이 부른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아침이었다.

아니, 늦은 오후였다.

‘브로?’

-1시야. 일어나 이 게으름뱅이야.

벌떡 하고 몸을 일으켰다.

초인프로젝트 써드 완료라는 홀로그램 글자가 보였다.

*

후욱후욱!

‘엄청 열심히 사네.’

매번 안내를 오는 대위다.

육공 트럭 위에서 푸쉬업을 하는 세주를 힐끔 본 그다.

‘무식하게 세다고 하던데.’

뚝뚝 땀을 바닥에 떨어진다.

쿠르르.

돌을 밟았는지 차가 잠깐 들썩였다.

그뿐 아니라 계속 흔들리는 차였다.

승차감이 좋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임에도.

손가락 하나, 푸쉬업을 멈추지 않는다.

벌써 2시간째, 차에서 계속 이런 모양새다.

대위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무식할 정도로 혹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위 자신도 D를 먹고 노블 패스가 열린 몸이다.

하지만 지금 반세주 중령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저런 짓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자신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쿠르르.

차가 멈추고, 세주가 몸을 일으켰다.

땀에 젖은 그대로.

“기다리고 있지?”

언제나 같다.

김해에 오면 그를 기다리는 건 F반 생도들이다.

“필승!”

F반 대표, 장왕이다.

“오늘이지?”

“네! 그렇습니다!”

“긴장 풀고.”

“긴장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만남이다.

그리고 오늘은 각 반에서 능력 테스트 겸, 경쟁 훈련이 있다.

“가자.”

F반 생도는 마치 세주의 개인 호위처럼 굴었다.

A반과 알파 팀, 그 외 다른 생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에 얼마나 그들이 혹사당했는지 봐왔다.

자기라도 설설 기겠다.

“여깁니다.”

의자까지 가져와서 자리를 마련해준다.

경쟁 훈련은 단순했다.

염동력 테스트.

그리고 노블 에너지 컨트롤 테스트.

“A반 테스트 시작합니다.”

거대한 바위를 셋이 합심해서 들고.

염력을 사용해 땅을 박찬다.

꽝!

하늘로 솟는 모습이 인상 깊다.

훌륭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거기에 노블 에너지 컨트롤은 몸의 반을 커버링으로 씌울 정도다.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니.

당연한 결과라는 말이다.

알파 팀도 엇비슷했다.

사이킥 에너지는 A반이 좋았고, 노블 에너지 컨트롤은 알파 팀이 좋았다.

나머지 생도들도 훈련에 참여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중위님.”

“어, 갔다 와.”

척척 걸어가는 그들 뒤로 세주가 중얼거렸다.

“1등 못하면 뭘 시킬까?”

이 단순한 한 마디에.

장왕을 비롯한 F반 생도 모두가 생각했다.

‘오늘 죽어도.’

‘여기서.’

‘1등 먹는다.’

“으랴앗!”

장왕이 기합을 외쳤다.

“하아아앗!”

그 옆 생도도 마찬가지다.

A반 생도 셋이 간신히 들어 올린 바위가 번쩍하고 하늘로 치솟는다.

“우라앗!”

그리고 그 앞, 셋이 내달린다.

전신에 푸른빛을 씌운 채다.

“풀 업?”

다른 생도 하나가 놀라서 입을 연다.

꽝!

바위를 부순다.

그리고 F반 전원이 푸른빛으로 몸을 감싼다.

압도적인 위용이다.

-역시, 재능보단 노력이고, 노력보단 갈굼이지.

세주의 갈굼이 만든 결과였다.

“잠시.”

그 사이 누군가 다가와 세주를 부른다.

“왜?”

“저기.”

매일 자신을 데리러 오는 대위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킨다.

한 남자가 세주를 보고 있다.

터벅터벅 걸어가자.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대뜸 묻는다.

소장, 별 두 개를 단 남자다.

눈썹 끝이 하늘로 치켜 올라가고 체구가 작아.

-앵그리 버드.

‘동감한다.’

화난 새를 닮았다.

그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대답해 봐.”

‘이 새끼 몇 살 같냐?’

-한 서른쯤?

자신은 해가 바뀌어서 서른넷이다.

계급만 아니면 확.

“갈궜습니다.”

“갈군다고 돼?”

“됩니다.”

나호필이 세주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다른 생도 훈련도 같은 방식으로 해줄 수 있나?”

“저 말고 적임자가 있습니다.”

“누구?”

“같은 자대 소속 중위입니다.”

“그럼 데려와.”

세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가봐, 때로는 가르치는 것도 도움이 돼.

“거참.”

치용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보고 누굴 가르치라니.

인준과 유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인준은 여유가 있다.

“네놈 형님이 시킨 일이다.”

“나한테만 형님이냐?”

“형님성애자 새끼.”

“까까머리, 그 머리털 다시 다 뽑아주랴?”

“오냐, 내가 오늘 쓸모도 없는 네 머리를 잘라주마.”

“그래. 내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데 여기서 시험해봐야겠구나.”

“뒤지고 싶으면 해보시던지.”

덜컹!

차가 크게 흔들렸다.

엉거주춤하게 선 둘은 그래도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으르렁거리는 둘 사이에 유진이 웃으며 끼어든다.

“자, 거기 가서도 이렇게 싸우시면 안 됩니다. 곤란해요. 생도들이 우습게보면 안 되니까요.”

그를 데려가는 대위의 표정이 어두웠다.

‘잘할까?’

지금이라도 반세주를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목적지다.

둘은 티격태격하고 하나가 말리는 진풍경은 건물 안까지 계속됐고.

“김치용 중위가 이쪽, A팀.”

“정유진 중위, 알파 팀이다.”

“그 외, 이인준 중위가 맡는다.”

알파와 A반을 제외해도 F반과 다른 생도들은 전부 인준의 몫이었다.

세주가 지시한 대로다.

셋이 곧 흩어져 생도들 앞으로 갔다.

“김치용이다.”

A반은 내심 불만이었다.

반세주에게 배우고 싶었다.

F반이 보여준 그 능력, 대단했다.

그런데 온 게 겨우 중위다.

“인사 안 해? 너희 여기 끝나면 소위라며?”

“네. 맞습니다.”

앞에 있는 하나가 입을 열어 말했다.

퍽!

그리고 치용은 그를 걷어찼다.

“우웩!”

붕하고 그가 날아간다.

치용의 발이 은은한 푸른빛에 둘러싸였다가 도로 돌아온다.

“어차피 니들 나 못 믿지? 드잡이 질부터 하자. 1:50. 재밌겠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 다음 외친 생도에게 바람처럼 달려가 오른발을 들어 걷어찬다.

뻥!

“우아아아!”

축구공도 아닌데.

잘도 날아간다.

“말 많네. 새끼들. 드루와, 드루와.”

*

유진은 미소를 지었다.

곤란할 때도, 난감할 때도.

무서울 때도, 유진은 줄곧 웃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사람들은 웃는 얼굴을 좋아하니까.

“반세주 중령에게 훈련받고 싶습니다.”

기본기는 그에게 배웠다.

같은 기간 동안 배웠지만, F반은 달랐다.

풀 업.

알파 팀은 노하우가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위 따위에게 배우고 싶지 않았다.

“곤란한데….”

유진이 말끝을 흐리자, 나선 이가 다시 입을 연다.

“부탁입니다. 전장에 나서야 하는 건 우립니다. 어설픈 훈련은 싫습니다.”

“으음. 제가 훈련병일 때 박민우란 사람이 있었거든. 그 사람 별명이 뭔 줄 알아?”

친한 친구에게 건네는 것 같은 사근사근한 말투다.

“뭡니까?”

되묻는 그의 머리에.

철컥.

데저트 이글 총구를 댄다.

세주에게서 받아온 거다.

“탕탕이.”

꿀꺽.

“치우십시오.”

침을 삼키고 그가 말한다.

전쟁 용병으로 잔뼈가 굵은 몸이다.

이 정도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

그를 보고 유진이 생긋 웃었다.

“왜 탕탕이냐면, 툭하면 쐈거든.”

탕!

“악!”

총성과 함께 총알이 허벅지를 관통한다.

“이렇게.”

“무슨 짓입니까!”

당장 성질 급한 몇 명이 일어났다.

아니 한 명은 염동력을 일으켰다.

웅!

유진의 전신에 푸른빛이 어린다.

그의 눈에 아지랑이 같은 실이 보였다

“염력 거둬. 아니면 대가리 빵꾸난다.”

생긋.

그리고 웃는다.

기선제압 한 번 확실했다.

인준은 좀 더 수월했다.

애초에 그는 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수류탄을 들고 갔다.

“말대답하면 입에 처박고 안전핀 뽑는다. 실험해보고 싶으면 해봐.”

험악한 인상과 더불어 확실한 위협이다.

“말 잘 듣겠습니다!”

그들은 F반 바로 옆 내무실을 쓰던 이들이었다.

F반의 잠꼬대를 들은 그들은 처음부터 반항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 좋고.”

*

초인프로젝트는 전부 세 단계.

첫 번째는 토들, 걸음마다.

이제 겨우 걷는 수준.

두 번째는 익스펜션, 확장.

노블 패스 여는 과정이다.

그리고 세 번째.

‘리미트리스라고 불러.’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전보다 조금 더 예민해진 감각만이 초인프로젝트를 완료했다는 걸 알려줬다.

리미트리스.

무제한.

초인프로젝트 3단계의 목표는 하나였다.

단련한 만큼 강해진다.

근력도, 순발력도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래서 리미트리스다.

그 훈련을 위해서다.

그는 에너지를 부어서 트레이닝 센터를 하나 더 현실에 구현했다.

테크룸에서 하는 훈련으로는 육체에 부하를 줄 수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훈련에 들어가기 전 씻고, 옷을 갈아입으며 TV를 켰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내무실에 TV 소리가 울린다.

봄바람이 부는 여의도 공원에 나온 기자가 입을 연다.

“외계 침공 후, 세상은 변했습니다. 놀라운 과학의 진보를 이뤘습니다. ‘에너지’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이 현실에 스며들었습니다.”

골을 물리치고 난 뒤다.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군은 외계 기술을 세상에 풀었다.

각 기업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기술을 이용해 각종 제품을 만들고 판매했다.

진보 그리고 변화가 세상을 강타했다.

배리어 기술을 개발해, 각 통신사가 자신의 송신탑을 감쌌다.

가로등에 센서가 달려서 범죄 발생 시 사이렌이 울렸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상에서 오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상이 됐고.

이제는 한 달이면 변한다.

“신기하긴 하네.”

-뭐가? 저 딴 게? 날 두고 저런 거에 눈을 돌려?

넌 왜 기계한테 질투를 하고 지랄이니?

‘훈련이나 하자. 이 미친 또라이 기계 새끼야.’

-말해. 저게 좋아 보여? 아니, 나 불세출의 오버테크놀로지 프로비던스를 두고 저딴 기계에 눈이 돌아가?

이 미친 새끼.

고등학교 때 만났던 미저리 코스프레 여자 친구보다 더하다.

“아니. 니가 짱이야. 최고의 기계, 내 유일한 파트너. 세상을 구할 인류의 희망!”

시발.

-그렇지?

주변에 정상이 없어. 정상이.

현실 구현한 트레이닝 센터에 들어가자.

쿵!

몸이 무거워진다.

걸음 하나 걷는 것도 힘들다.

“내가 설마 손오공이 했던 짓을 할 줄이야.”

-전신 능력을 균형 있게 올리기 위해 높은 중력에서 하는 훈련만큼 좋은 건 없어. 일단 두 배야.

트레이닝 센터의 중력 조절 능력을 열기 위해 에너지 천만.

초인프로젝트 천만.

남은 에너지는 일단 킵이다.

지금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할 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