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51화 (51/206)

#  51

51. 엎드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골이 사라졌다.

붕 뜨더니 하늘로 너머로 도주했다.

갑자기 적이 사라졌지만.

어떤 나라도 그걸 발표하지 않았다.

여전히 국지전이 진행 중이라고 했으며, 다음 침공을 대비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

중령의 직위와 훈장 여섯 개.

포상금 10억.

논공행상 끝에 주어진 것들이다.

‘자, 브로. 설마 침공과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작정은 아니지?’

애초에 강남에 처음 레이저 포를 쏜 함선은 구경도 못 했다.

모두가 쉬쉬해도 그 함선의 존재를 감출 수는 없었다.

그 최초 침공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열심히 정보를 인터넷에 퍼다 줬으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역시나다.

-레이퍼 놈들이 똑똑한 것 같아?

대뜸 프로비던스가 물었다.

‘아니.’

-저 정도 진화와 기술을 가진 놈들이 왜 저 멍청한 놈들을 보냈을까?

‘내가 대답해야 하는 문제냐?’

-형, 형도 저 머저리 같은 인간들이랑 동급 취급받고 싶어?

프로비던스가 소년 형상을 만들어 지휘통제실 쪽을 가리킨다.

거참, 너무 비하하는 발언이십니다. 프로비던스님.

‘테스트.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과연 여기는 뭐가 살고, 뭐가 있는지. 탐구하겠지.’

인간이 미지에 관해 탐구할 때, 정찰 드론을 보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보내도 피해가 경미한 것들.

자신이라도 그런 것들을 우선해서 보내겠다.

-그렇지. 그리고 지금 결과가 나왔잖아.

‘우리가 이겼지.’

-여길 쳐들어오겠다고 결심한 외계인 새끼가 있다고 치자. 생각도 할 줄 알고 나름대로 머리도 있는. 적어도 인간 정도의 지성을 가진 새끼야. 그 새끼의 다음 액션은?

‘2차 침공.’

-내가 말 안 해도 이 정도는 눈치 채고 있자. 응?

응. 말 안 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거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고 쿵짝을 맞춰줬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른다.

“반세주?”막사에서 막 짐을 정리하고 나온 참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동글동글하게도 생겼다.

다부진 체격과 중령 계급장이 보였다.

얼굴이 마시멜로를 닮았다.

흰 얼굴과 볼살이 통통하다.

같은 계급임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누구?”

“김동원이다.”

그니까 그게 누구?

어쩌자는 거냐? 그래서 뭘? 입을 열지 않고 표정으로 표현하자.

-사이킥 에너지 감지.

프로비던스가 말한다.

세주가 눈에 커버링을 씌웠다.

가는 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보인다.

실의 반대쪽 끝이 마시멜로 중령에게 붙어 있는 건 당연지사였다.

적의는 느껴지지 않지만.

검지와 중지에 커버링을 씌우고 실을 잘랐다.

싹둑.

“음.”

그러자, 마시멜로 중령이 가는 신음을 흘린다.

그리고 가느다란 실이 네 가닥 더 나와 다가온다.

남자의 신음을 듣는 취미는 없지만.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전부 잘라줬다.

으으으음, 그가 연속으로 신음을 흘리고 입을 열었다.

“너, 초능력자냐?”

자, 초면에 같은 계급인데 대뜸 와서 이런 짓을 한다.

궁금한 건 저쪽보다 이쪽이 훨씬 많을 상황이다.

-일단 때려눕히고 얘기하자.

순간, 이 과격한 기계 새끼의 의견을 따를 뻔했다.

“형씨. 누구야?”

“일단 조용한 데로 가지.”

어느새 주변의 시선이 모였다.

막사에서 치용도 나왔다.

“뭡니까?”

“아무것도 아냐.”

치용이 끼어들면 괜한 분란만 조장된다.

상대는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다.

전투력이든 뭐든,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니.

“어디로 갈까?”

그가 앞장섰다.

“형님?”

“쉬고 있어.”

치용을 뒤로 물리고 마시멜로를 따라갔다.

다부진 체격에 큰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면 우스울 것 같았다.

-넘어지면 머리부터 떨어지게 생겼네.

하지 마, 기계 새끼야.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는 조용한 곳을 찾다가 결국 지휘부로 향했다.

논공행상이 끝난 뒤, 이곳은 조용해졌다.

세주와 일행들처럼 계급이 변하면 부대 배치가 바뀌는데, 그런 이들을 빼면 대부분 자대로 돌아갔다.

“초능력자 아니냐?”

복도에 있는 아무 문이나 열고 들어간 곳이다.

간이 의무실이었다.

커튼과 침대가 보였다.

“아냐.”

“그럼 어떻게 내 힘을 막는 거지?”

“막은 게 아니라 잘랐지.”

말하며 손가락을 들어 보여줬다.

“노블 에너지?”

“커버링이란 기술이다.”

그 말을 들은 그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낸다.

아무래도 꽤 긴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

인류는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외계인이란 놈에게 샌드백처럼 맞기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일단,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들은 맞으면서 반격을 준비했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 공들여서.

초인프로젝트.

공교롭게도 프로비던스에게 내장된 프로그램과 같은 이름인 프로젝트다.

조금 더 특별한 군인을 만드는 과정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1기라고 했지?’

1기 초인프로젝트로 탄생한 군인 중 하나.

그게 마시멜로, 아니 김동원 중령이었다.

그가 최고 지휘관을 만나게 했고.

그는 대뜸 질문을 던졌다.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나?”

물론 세주의 답은 노였다.

“전역을 원하나?”

“말하면 해줍니까?

“전쟁 영웅에 대한 예우다.”

해준다는 말인데.

“됐습니다.”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침공해 올 것도 알고, 지금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올 거란 것도 안다.

“그럼 됐다.”

만남은 짧았고, 대화는 더 짧았다.

나흘 뒤, 치용과 인준을 포함해서 넷이 한 부대에 소속됐다.

이전과 같은 사단이었다.

부대만 새로 창설했다.

25사단 특수 지원대.

딱 넷만 있는 특수부대였다.

특별한 상황과 작전에 투입되는 부대로 그 외 시간에는.

-꿀 빠네.

전부 자유시간이다.

훈련도 자율, 근무도 없다.

25사단 직할대 중 하나인 보급대에서 1km 거리에 막사가 생겼다.

넷을 위해 식당이 따로 생겼다.

훈련장도 만들어줬다.

넷만을 위한 갖가지 시설이 들어섰다.

물론 전부 세주가 요청한 일이었다.

‘전역 대신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전쟁 영웅이라며. 꿀 좀 빨자.

그렇다고 정말 마냥 쉴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넘쳐나는 에너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안 끝났다. 알아둬라.”

“대강 눈치로 나도 알아.”

인준이 먼저 답했다.

승리한 부대치고는 지나치게 고요하고, 조용하다.

군은 승리의 환호 대신, 빠른 재편성과 훈련에 돌입했다.

유진은 한숨을 푹 내쉬고.

“또 온답니까? 거 새끼들 포기를 모르네.”

치용의 답이다.

“자, 답 나왔다. 놈들을 대비해서 빡세게 굴러보자. 일단 오늘은 좀 쉬고.”

제대로 구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날 밤.

에너지가 4,000만이 넘게 있었고,  그중 250만을 투자해서 트레이닝 센터를 업그레이드했다.

텅 빈 공터가 필요했고, 군대에서 그런 장소에 자대를 만들어줬다.

‘놀라겠지?’

-많이 놀라겠지.

트레이닝 센터 LV2.

현실 구현.

LV2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능한 유니크한 능력이다.

테크룸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를 현실에 실물로 만든다.

소모 에너지 20만에 유지는 한 달이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다.

프로비던스가 허공에 렌즈로 빛을 뿌린다.

꽤 큰 건물이 생겼다.

장정 열이 너끈히 누울만한 공간이다.

거기에 VR 기계처럼 생긴 캡슐이 네 개다.

다음 날 갑자기 생긴 건물을 보고 유진이 눈을 비볐다.

“어제도 이거 있었던가요?”

“아니.”

인준이 고개를 젓는다.

“와, 요새 건설 기술 좋구만.”

치용이 감탄을 터트린다.

“후, 이 머저리 새끼야.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았다 해도 하룻밤 만에 이런 건물이 만들어지겠냐?”

“눈앞에 있네. 까까머리 새끼야.”

그 사이 머리가 까슬까슬하게 자란 인준이다.

“누가 한 걸 까요?”

중간에 유진이 묻자.

“또 그놈 짓이지.”

인준이 답하고.

“그놈?”

치용이 고개를 갸웃한다.

눈치라고는 자신의 뇌만큼이나 없다.

“형님 새끼.”

“넌 한 번 형님 하기로 했으면 공손해야지. 시불, 남자 새끼가.”

“말을 말자.”

둘을 말릴 생각도 못 하고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정말인가요?”

어느새 뒤에서 다가온 세주다.

“궁금하냐?”

이제는 정말 프로비던스에 대해 밝힐 때가 온 것 같다.

‘말한다.’

-뜻대로 해. 꼭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속으로 심호흡을 하고, 입이 막 벌어지는 순간.

“아니, 됐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할게요.”

“응?”

“뭐, 다 알아서 했겠지.”

다음은 인준이다.

“먼저 갑니다요.”

치용은 이미 문을 열었다.

-포기해. 궁금해 하지도 않네.

‘아니, 나도 누군가에게 내 비밀을 말하고 싶다고.’

-대나무 숲을 찾아봐. 그편이 빠를 듯.

그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셋을 뒤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캡슐을 관찰하는 셋이 보인다.

“방법은 단순해. 쓰고 들어가. 그럼 가상 세계에 들어간다. VR 알지?”

“불알 말입니까?”

“닥치고 캡슐에 들어가.”

인준이 치용을 밀어 넣었다.

응. 그놈은 그냥 입 다물고 따라 하라고 해.

유진도 금세 사용법을 익혔다.

인준이 마지막으로 캡슐에 들어가며 세주를 바라봤다.

“언젠간, 이 모든 일에 대해 말해주겠지?”

그리고 쏙 캡슐에 들어간다.

“아니, 시발. 지금 말해준다니까.”

-포기해. 들을 생각이 없네.

답답한 새끼들 셋이다.

“휴.”

세주도 캡슐에 들어갔다.

고글을 쓰자, 주변이 변한다.

“이거 정말 신기한데요? VR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나요?”

유진이 바로 옆에 다가왔다.

무대는 강남역 한복판.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것이 어색한 곳이다.

“와, 신기합니다. 형님.”

“마치 진짜 같은 느낌인데.”

인준마저 신기해한다.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세주가 입을 열었다.

“졸라, 신기하지? 이번에 군에서 개발한 거다. 대나무 숲이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래. 멋대로 생각해라.

훈련이나 하자.

포기다.

-굿. 빠른 포기 좋고요.

‘닥쳐.’

“뭐부터 해야 합니까?”

치용이 물었다.

훈련한다는데 왜 이리 신났냐?

“너희들 무기는 똑같이 구현해 놨다.”

“오우.”

“좋네요.”

“오케이.”

치용, 유진, 인준이 모두 무기를 집고, 아머를 입는다.

“문제, 우리가 만약 다른 행성을 침공했다. 그리고 무인전투기를 보냈어.

근데 전부 격추당하고 카메라를 통해 상대를 확인했다. 다음에는 누굴 보낼 것 같냐?”

“음.”

인준이 미간을 찌푸린다.

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어요.”

인준이 자신 없는 답을 뱉는다.

“그 전투기를 만든 놈?”

마지막 치용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제가 압니다.”

기대도 안 하지만 들어나 보자.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더 쎈 놈.”

-핵심이네.

‘그러게.’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전 놈들보다 기술과 진화된 생물이다.

하지만 저 말이 맞다.

싸우는 처지라면.

“정답.”

더 센 놈이 올 거다.

고로.

“우리는 어떤 적이 와도 격퇴할,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거다.”

“어떻게?”

인준이 묻는다.

어떻게는.

“앞을 봐라.”

1단계는 일단 익숙한 상대다.

끼에에에엑!

레이퍼 무리다. 대략 천 마리.

-정확히 1080마리. 120마리 1개 부대 기준으로 아홉 부대야.

“이런 염병할.”

인준이 질린 얼굴을 했다.

유진도 별반 다르지 않은 얼굴이고.

“재밌네.”

오, 역시 용기용기 열매를 박스째로 처먹은 새끼답다.

김치용이 왼손에 샷건, 오른손에 정글도를 들고 나선다.

“두 시간 준다.”

세주가 말하자.

“까라면 까야지.”

인준이 말하며 노려본다.

셋을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트레이닝 전투는 다시 리와인드해서 볼 수 있다.

250만 중에서 20만의 에너지를 투자해서 만든 트레이닝 센터의 현실 구현 편이다.

제값을 톡톡히 해주지 않으면 곤란했다.

“난 내 훈련해야지.”

세주도 놀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 전에.

-김해 가기로 했잖아.

경남 김해에 초인프로젝트 조교로 초빙 받았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놈들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했다.

초인프로젝트 특별 조교도 그중 하나였다.

아군의 전력이 강해지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래서 한 달에 일주일은 경상남도 김해에 가야 했다.

발전소로 위장한 곳이었다.

“일단 이곳에는 지휘관과 참모 분들이….”

안내를 맡은 대위가 지저귀는 소리다.

“시간 많은가 본데. 난 아냐. 훈련생 있는 곳으로 가.”

“지금 바로 말입니까?”

“야, 대위 나부랭이. 두 번 말하게 할래?”

그도 반세주를 알았다.

수호신이자, 전쟁영웅.

“나 보고 싶으면 직접 오시라고 해. 귀한 몸 이끌고.”

대위가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세주의 말을 따랐다.

발전소로 들어가니 지하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지하 1층이었다.

강화유리로 사방이 감싼 커다란 공간이 보였다.

“이쪽은 노블 에너지 쪽 훈련을 맡은 중령….”

대위가 훈련생 앞에서 소개하는 걸 말렸다.

“반세주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하자. 노블 에너지 밖으로 보일 수 있는 놈, 손?”

앉은 훈련병 중 하나가 피식하고 비웃었다.

“초인 프로젝트가 뭔지는 알고 온 겁니까?”

이 새끼 봐라.

-조지자. 초반에 조져놔야 말을 잘 듣지.

주변을 둘러보니 상대적으로 어리다.

군을 다녀오지 않은 이들, 그러니까 재입대가 아니라 첫 입대한 이들 중 중 일부가 초인프로젝트에 뽑힌 거다.

이미 1기는 수료했다고 들었고.

세주가 활약하지 않았다면, 전장에 투입됐을 거라고도 했다.

하얀 눈 저격용으로 왔으면 도움은 됐을 거다.

그 전에 세주가 총을 빵빵 쏴 죽인 덕에, 활약할 기회도 못 잡았지만.

“나한테 물은 거 맞지?”

“그럼 여기 중령님 말고 누가 있습니까?”

오른쪽 입 옆에 큰 점이 난 놈이었다.

-왕점이 새끼가.

프로비던스가 자기 일처럼 화내줬다.

‘야, 진정해.’

지금 상황 음경같이 재밌으니까.

세주가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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