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49화 (49/206)

#  49

49. P.R.O.V.I.D.E.N.C.E.

“사령관님.”

외계 침공 사령부, 모든 외계인과 관련된 작전이 입안하고 진행되는 곳.

경상도 김해였다.

이곳에 사령부가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은 몇몇뿐이었다.

사령부 밑으로 지하 6층까지, 연구실을 비롯한 각종 시설도 당연히 기밀이었다.

발전소로 위장한 이곳은 위로 위성 통신망을 받기 위한 시설을 갖춘 곳으로.

그 위성을 통해 지구 밖을 볼 수 있었다.

24시간 감시해야 하는 것이 그곳에 있었기에, 그들은 항상 위성 화면을 주시했다.

“저거 왜 움직여?”

사령관의 입에서 의문이 튀어나왔다.

“모르겠습니다.”

은은한 노란빛이 나는 동체.

아시아 3호다.

아시아에 쳐들어온 외계 비행체 3호라는 얘기다.

“나호필 불러와.”

“네!”

누군가 부리나케 뛴다.

아시아 3호는 대부분 모습을 감춘다.

간간이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움직인 적은 처음이다.

비상이다.

하지만 소란스럽지는 않다.

이들은 자신의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정보를 얻고 통제하고, 놈들을 연구한다.

그게 이들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 연구가 나노킷을 만들었고, 현재의 시스템을 형성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형세다.

정보를 통제하고 군인에게 의무를 더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민간인들은 묻는다.

‘왜 군대는 아직도 싸우는가?’

죽은 이들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그래도 용케 현재까지는 사회를 잘 유지했다.

광화문에 대규모 추령비를 세우고.

돈으로 보상한다.

갖가지 혜택을 주며, 가짜 영상을 만들고 정보를 조작한다.

이 미친 짓을 할 수 있게 한 자.

“저 왔습니다.”

소장 나호필.

이례적으로 민간인에서 현재의 지위까지 진급한 남자.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천재.

현재의 시스템을 만들어낸 천재다.

“저거, 움직인다.”

사령관의 손끝.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노란빛을 보이는 거대 전함이 보인다.

“두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나호필의 추측은 정보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다.

“첫째, 우리는 알 수 없다.”

사령관이 인상을 썼다.

말하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놈이다.

항상 중요한 건 뒤에 말하는.

“두 번째, 방금 최전방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그거 때문이라면, 이제까지는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꼬아서 얘기하지 말고!”

“진짜 침공은 이제부터라는 겁니다.”

“최전방 통신 내용 가져와!”

사령관이 외쳤다.

“넵!”

문서화 된 내용이었다.

그걸 쭉 읽은 사령관은 인상을 썼다.

최전방에서 전한 소식은 호보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환호를 질러야 할 그런 내용.

막강한 괴물이 나왔다는 걸 들은 지 24시간.

놈을 상대할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하던 이들을 쉬게 할 호보.

그리고 다시 위성 화면을 봤다.

‘시발, 이걸 좋다고 해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욕설이 절로 나왔다.

*

너무 멀었다.

10km.

보이지도 않는다.

스코프로 봐서 점으로라도 보이면 맞추는데.

-무리야.

무리였다.

여기서 무언갈 맞춘다는 건 세주라도 무리다.

에임 모드로도 안 된다.

간신히 총알 한 발을 쐈다.

꽝!

에너지를 엄청 모아서 쐈는데도 간신히 닿는 정도.

-맞추긴 했네. 어깨에 닿았어. 피해 정도로 치자면 차라리 말로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게 더 클 정도?

‘반응은?’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위이이잉.

-방패 반응 없음.

프로비던스의 렌즈가 원거리를 보기 위해 수축하더니, 말한다.

‘좋아.’

-비거리 10km 놈이 반응하는 거리네.

뒤로 물러난 게 주효했다.

병원 옥상 끝, 대충 자리를 깔고 엎드렸다.

놈의 방패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야.

맞출 수 있다.

‘에너지 전부 돌려.’

남은 시간 5분.

에너지 스위쳐가 지금까지 전장에서 먹은 에너지를 단 1도 남겨두지 않고 노블 에너지로 바꿨다.

우우우웅!

꾸울렁!

무슨 덩어리가 넘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전장에서 하루 만에 무지막지하게 모은 에너지다.

그래도.

-한 발이 한계겠다.

이 한 발이 실패하면.

‘나도 몰라.’

그때는 입에 칼 물고 놈에게 달려들 순서다.

-돼. 감이 와.

‘야, 기계답게 좀 수치로 표현하고 그러면 안 되냐?’

-그러는 수준은 이미 넘어갔어.

“후.”

세주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남은 시간은 3분 12초.

“모드 온.”

세주가 연 모드 트리는 에임 모드의 확장판이었다.

모드 트리가 닿아 열린 이름은 스나이퍼.

“스나이퍼.”

사방에 소리가 죽고,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온다.

강제 집중 상태다.

눈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스코프 없이, 저 먼 곳의 먼지 한 톨까지 본다.

10.1km.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에임 모드의 붉은 점은 기본으로 붙고.

이걸로 맞출 순 있다.

그다음은 놈에게 피해를 줄 힘이 필요하다.

여기에 레어 모드는 두 개의 스킬이 있다.

첫 번째.

“응축.”

기본 구조는 커버링 탄환과 비슷하다.

탄환에 에너지를 모으는 스킬이다.

에너지 컨트롤 능력으로 일단 선을 감싸 드릴, 스파이럴 탄환을 만든다.

그리고 응축.

끼이이이이잉

에너지가 모인다.

두 번째 스킬.

“폭발.”

탄에 성질을 부여한다.

폭발, 관통, 저지.

세 가지 성질을 선택, 부여한다.

한 발에 끝낸다는 마음이다.

남은 시간 1분 58초.

“브로.”

준비를 끝 맞추고 입을 연다.

-왜?

이 새끼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일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냐?

아니면 어린 나에게 사탕을 먹였던 그 인간이 정말 만든 거냐?

만들었다라.

솔직히 말하자면.

프로비던스는 기계 같지 않다.

브로라고 장난스레 불렀던 것처럼.

그는 살아있다.

형제와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신이 있어서, 널 내려보내 준거라면. 지금 신에게 기도를 올리겠다.”

-난 무신론자야.

“사실 나도 그래.”

둘이 동시에 킥킥댔다.

프로비던스의 앞에 소년 영상이 나타나 배를 잡고 땅을 구른다.

-날 만든 건, 열 명의 과학자였어. 그중 둘이 정말 내 아버지라 할 만하지.

처음 듣는 얘기다.

그 사이에도 끼이이잉하며 탄환에 에너지가 모인다.

마지막 한순간까지, 가장 강력한 포탄이 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한 기다림이었다.

“그게 누군데?”

-열 명? 박지우, 류인호, 오경환, 반, 임주완, 도예지, 엄지, 나호승, 최기우, 엄강두. 이들이 날 만든 사람들이야.

“많기도 하네.”

-많지. 그리고 이들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내 이름을 만들었어.

P.R.O.V.I.D.E.N.C.E.

“아.”

별 의미 없는 이름인 줄 알았다.

되는 데로 갖다 붙인.

“그럼 그 둘은 누군데?”

-첫 번째 글자의 주인, 박지우와 V의 반. 그 둘이 내 부모라고 할 수 있어.

“반?”

유일하게 이름이 낯설다.

다 한국 사람인데.

-그는 인간이 아니야.

“외계인?”

-역시 눈치가 빨라. 맞아. 인류를 돕고자 했던 이가 기술을 전했고, 그 기술에 천재과학자 박지우가 마무리를 했지. 자신의 성격을 투영해 자식을 만들어. 열 명의 이름을 붙여 만든, 불세출의 오버테크놀로지.

“프로비던스.”

-그게 나야.

“그럼 난 신이 아니라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박지우와 반. 정확히는 둘에게 해야겠지.

“네가 나한테 온 건 의도된 걸까?”

-그건 나도 몰라. 우연의 일치라고 보는 게 옳겠지.

끼이이잉

남은 시간 22초.

응축이 끝나간다.

타이머가 보인다.

세주가 자세를 바로잡고 입을 연다.

“그럼 둘에게 감사를 표하마.”

프로비던스라는 행운을 준 이에게 축복을.

끼이이이이잉.

총열이 미친 듯이 흔들린다.

풀 업.

에너지를 끌어올려도, 스나이퍼 모드, 두 개의 스킬이 담긴 힘이 총구를 억제하지 못한다.

이러면 보여도 맞추지 못한다.

-커버링 풀 업 한 번 더 덧씌워. 형이라면 가능해.

에너지 컨트롤 능력이야말로 세주가 가진 가장 큰 재능.

프로비던스의 말대로 힘을 끌어올린다.

우웅.

전신에 깃든 푸른빛이 진해진다.

-풀 업 더블.

흔들리던 총구가 멈춘다.

주변에 소리가 사라지고 다시 집중 상태로 들어간다.

틱.

남은 시간 5초.

무서울 정도로 전신에 힘이 넘친다.

틱.

시간이 흐르고.

세주의 눈이 정확히 목표를 향했다.

붉은 점이 상대를 포착한다.

틱.

3초.

언제 숨을 내쉬었더라? 전과 같다.

호흡을 잊었다.

그저 2초 후에 할 일을 하면 된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틱.

1초.

끼리릭.

방아쇠에 걸린 검지를 뒤로 당긴다.

아니, 당기는 걸 의식하지 않았다.

틱.

1초. 시간이 끝나는 순간.

방아쇠를 당겼고.

“쿨럭!”

세주는 피를 토했다.

과도한 노블 에너지 사용으로 노블 패스 일부가 찢어졌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쩌엉!

저 멀리, 아직 끝나지 않은 스나이퍼 모드의 시각에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보였다.

*

남은 시간 1분 미만.

마상길은 아랫도리가 뜨거워졌다.

외계인 놈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흥분하자 몸에서 이상한 반응이 나타난다.

여자를 품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찢어 죽일까?”

아니면 씹어 죽일까?

죽이고 싶다.

살육의 노예가 되고 싶다.

“하아.”

신음을 흘린다.

남은 시간 20초.

퓨시시시시식.

등 뒤에 매단 보랏빛 호스가 하나 빠진다.

텅.

묵직한 소리를 내고 떨어지고.

“끼얏.”

고작 몇 초 후면 자유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납치돼서 눈 떠보니 이 상태였다.

그래서 나쁘냐고?

아니다. 전혀 아니다.

오히려 좋다.

이런 쾌감을 느끼게 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다.

외계인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도 사진처럼 떠오른다.

그가 바로 자신의 창조주다.

‘경배를.’

인간과 비슷한 그는 둥근 헬멧 같은 걸 쓰고 있다.

마치 자신과 같은.

퓨슉.

그 사이 호스가 하나 더 빠진다.

3초.

“끄히히힛.”

침이 흐른다.

씹어 삼켜야겠다

배가 고팠다.

2초.

퓨슉.

호스가 하나 남고 다 빠졌다.

우드드득.

전신 뼈마디가 울렸다.

1초.

저 멀리서 푸른빛이 보였다.

그리고 통하고 마지막 호스가 빠졌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난 자유다! 자유!”

방패와 자신이 가진 무기라면 모든 인간을 죽일 수 있다.

그게 자신의 존재 의의다.

그리고.

꽝!

푸른빛이 자신에게 날아왔다. 그리고 터졌다.

생각이 이어질 수 없다.

한순간 존재 자체가 지워졌다.

남은 살점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폭발한 에너지.

거기에 놈이 있던 곳은 골의 위.

폭발이 일어난 곳이 움푹 파일 정도다.

폭발이 일어나고 비트레이어가 죽은 것과 동시다.

꾸에에에에엑!

골이 비명을 질렀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쩍하고 열린다.

그게 놈의 입이었다.

놈이 몸을 비튼다.

촉수가 사방으로 흔들린다.

“시발, 뭐야?”

녹색 체액을 뒤집어쓴, 김치용이다.

땅!

샷 건 방아쇠를 당겨 레이퍼 한 마리를 더 죽인 참이다.

위를 봤다.

“염병, 화끈하시네. 형님.”

마상길이 있던 자리.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음푹 파인 곳을 보고 김치용이 외쳤다.

“반세주 개자식!”

자신도 진정으로 수없이 외쳐보고 싶었다.

“반세주 개자식!”

개자식이란 말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끼에에에엑!

갑자기 데몬플라이가 밑으로 떨어지고.

레이퍼 놈들이 포효를 지르기 시작한다.

“우리가 이겼다! 반세주 개자식!”

누군가 다시 외치고.

다시 필사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사이.

‘저거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남자 하나가 앞으로 내달렸다.

김택동이었다.

그는 흔들리는 촉수를 잡았다.

아무도 모르지만, 그도 D를 2회 복용한 이다.

그런데도 알파 팀에서 탈락한 불운의 사나이.

‘난 이기는 편에 선다.’

눈에 핏발이 선 그는 촉수를 잡고 골의 입을 향해 올라갔다.

양팔에 힘줄이 섰다.

절대 놓칠 수 없는 동아줄이었다.

“저 새끼.”

인준이 그걸 발견했다.

하지만 당장 손을 쓸 수 없었다.

“놔두세요. 지금은 여기부터.”

냉정한 유진이다.

그는 인젝션 서브머신 건을 사방으로 갈겼다.

병원에 남은 약물을 몽땅 털어왔다.

주변에 회색빛으로 변한 레이퍼 시체가 즐비했다.

“우리가 이겼다!”

“반세주 개자식!”

싸움의 승패는 사기에서 온다.

그리고 현재 기세는 단숨에 기울었다.

딱 한 방.

반세주의 탄환이 가져다준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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