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35화 (35/206)

#  35

35. 반세주 개자식

“너 이름이 뭐냐?”

나노킷 광선을 쬐고 회복하는 와중이었다.

“누구쇼?”

치용이 청바지를 입은 남자에게 물었다.

전장 한복판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다.

“코드 알파.”

“무슨 파?”

물론 김치용은 알파 따위 몰랐다.

소문은 파다했지만, 듣는 즉시 잊었다.

“어쩌라고?”

상급자도 씹어 먹는 놈이다.

계급장 안 단 민간인처럼 보이는 이에게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 치용을 보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 장광안이 말했다.

“마음에 든다. 너 알파 들어와라.”

“너무 열심히 인 거 아니에요?”

그 옆, 가죽바지를 입은 여자다.

매끈한 피부에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예쁜 얼굴이다.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자였다.

“베타, 박태희예요.”

그녀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

치용은 몰랐지만.

인준과 유진은 둘을 알았다.

알파와 베타라면 이긴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주는 특수 부대다.

실제 명칭도 알려지지 않은 그저 코드명뿐인 집단.

“무슨 일이십니까?”

유진이 나섰다.

치용은 애초에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남자고.

인준도 사교성은 없다.

결국, 사람을 대하는 건 가장 서글서글한 유진의 몫이라는 거다.

“알파에 들어와라.”

“베타도 같은 말을 하고 싶네요.”

장광안과 박태희가 같은 제안을 셋에게 했다.

“그렇다는데요?”

유진이 뒤를 보고 물었다.

세주가 있다면 이 셋은 세주의 말에 따른다.

그리고 그가 없다면.

“알아서 해. 하지만 형님 없인 난 안가.”

“이하 동문.”

둘은 보통 유진의 의견을 따른다.

어떻게 보면 우스운 관계다.

하지만 유진은 절대 이 둘의 의견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반세주 없이는 이들도 없다.

둘이 하는 말은 같았다.

“그렇답니다.”

“형님이라면, 반세주?”

박태희가 눈을 반짝거린다.

“아시네요.”

“나름 관심이 있는 남자라.”

박태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매력이 흘러넘치는 여자였다.

잠시 후방으로 돌아온 셋이다.

저 멀리, 아직도 아군과 레이퍼의 전쟁이 한창이다.

“다시 간다.”

치용은 둘을 무시했다.

몸을 일으키고 샷 건의 탄창을 채운다.

“백린탄 챙겨야 해. 먼저 가.”

인준도 마찬가지다.

둘 다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서글서글하게 웃던 유진이 둘에게 말했다.

“나중에 얘기하시죠. 지금은 말을 나누기 좋은 상황이 아니네요.”

유진도 물론이다.

셋은 이 정도 활약했다고 해서 빠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전쟁은 진행 중이고.

지금도 사람은 죽어 나간다.

“이 새끼 미쳤다!”

“죽여 버려!”

저 멀리 들리는 폭언과 욕설.

아군이 아군을 살해하는 일도 일어나는 지옥이다.

“나와.”

치용이 앞을 막은 장광안을 밀치려 하자.

그가 치용 앞에 손바닥을 보였다.

“여기까지. 나머지는 우리 알파 팀에서 처리한다. 물론 베타 팀도 나서겠지.”

“물론입니다. 반은 베타가 처리할 겁니다.”

가장 치명적인 적.

뇌를 강간하는 놈들을 향한 두 자루 비수.

알파와 베타, 두 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그 사이 장광안이 귀에 꽂은 인이어에 손을 갖다 댔다.

잡음이 흐르다 또렷한 목소리가 나왔다.

-브레인 레이퍼 소거 완료.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베타 팀이 나서기도 전에 끝났다고?’

장광안은 천천히 상황을 곱씹었다.

그리고 의문을 가졌다.

‘이렇게 빨리?’

아무리 자신이 속한 곳이고, 대단한 집단임을 알지만.

너무 빨랐다.

-25마리의 브레인 레이퍼가 한순간 폭사했습니다.

“누가 한 거야?”

무전기를 켜 묻자.

-모릅니다.

“…모른다고? 폭사 맞아?”

-그냥 눈앞에서 갑자기 터졌습니다. 이게 놈들의 퇴각방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포탄에 맞은 것처럼 터졌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폭사처럼 보였고, 사라졌습니다.

장광안은 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브레인 레이퍼, 사상 최대이자 최악의 사태를 부를 괴물 25마리.

이제껏 볼 수 없던 규모의 침략.

이전 규모 4에서 브레인 레이퍼의 숫자는 고작 열둘이었다.

‘폭사? 사라져?’

그 지옥의 시간에 그도 있었고, 그때 배운 것 중 하나는.

브레인 레이퍼에게는 미사일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미사일이 놈들을 향해 떨어져도.

뇌를 강간하는 이 개 같은 자식들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반투명한 막이 놈들을 지키는 걸 똑똑히 봤다.

레이퍼가 깡그리 죽은 자리에 선 놈들을 보는 순간, 절망? 아니, 사람들을 울부짖지도 못했다.

공포를 넘어서는 패닉이 병사들을 덮쳤다.

후일 놈들을 죽이는 수단이 칼날, 그것도 에너지를 담은 냉병기라는 걸 알아내기 전까지.

놈들은 불사의 존재로 보였다.

‘뭘 어떻게 해야 놈들이 폭사한다는 거냐?’

어떤 총알도 미사일도, 하물며 핵병기도 통하지 않을 놈들에게 말이다.

“뭐하쇼?”

치용이 흥하고 그를 지나쳤다.

결국, 이날 전장에서 알파와 베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역할은 브레인 레이퍼의 처리였다.

그리고 그걸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누군가 대신 끝내버렸다.

*

“이런 미친 새끼들.”

욕을 하면서도 웃었다.

레이퍼 무리를 향해 뛰어드는 셋, 너무 익숙한 이들이다.

적당히 몸 좀 사리지.

-아이고, 저러다 골로 가지.

프로비던스가 혀를 차고.

‘브레인 레이퍼 한 타이밍 늦게 잡는다.’

-고집쟁이!

‘두고 볼 순 없어.’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세주의 손가락은 쉬고 있었다.

이 전장에 참여하고 나서 처음으로 사선에서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시간이다.

-폭파 범위 포착, 가시화.

칼큘레이팅 모드로 셋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범위를 체크했다.

‘일단 저 셋부터.’

치용과 인준, 유진은 잃고 싶지 않은 이들이다.

커버링은 풀 업부터다.

그게 시작이었다.

에너지를 전신에 씌우고 나면 그다음은 에너지를 다른 곳에 ‘전이’하는 걸 익혀야 했다.

보통은 칼, 도끼와 같은 냉병기에 씌워 적을 가르는 힘으로 쓴다.

하지만 세주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냉병기 대신, 탄환이다.

탄환에 커버링을 시도했다.

전이하고 유지하는 시간은 고작 5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해.’

대신 총기의 모든 부품과 구조, 원리를 익혀야 했다.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커버링으로 모은 에너지를 탄환에 담는다.

노리쇠를 당기면 탄환이 어디에 머무는지.

나가기 전, 총열 어디 부위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그래서였다.

총을 사랑했다.

열심히 총기를 닦고 혀로 핥을 것처럼 세세하게 지켜본 한 달이다.

실처럼 가늘게 이어진 에너지 줄이 총기를 타고 흘러, 탄환에 닿는다.

그리고.

-준비 완료.

탄환에 닿은 푸른 선이 털실처럼 탄환을 빙글빙글 감싼다.

보이지 않아도, 심상으로 본다.

훈련과 연습으로 수없이 해온 짓이다.

이 전장을 위해 준비한 세주의 서프라이즈다.

‘완료.’

속으로 되뇌는 순간.

탄환 전체를 빽빽하게 실이 감싼다.

첫 번째 탄환이 총열 뒤, 발사하기 직전 노리쇠 쪽에 담긴다.

웅.

세주의 전신에 커버링으로 인한 푸른빛의 막이 생긴다.

막 브레인 레이퍼 한 마리를 잡고 물러서는 셋 주변을 향해.

‘트레이싱 온, 셋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반경 체크.’

-칼큐레이팅 모드 계산 완료.

트레이싱 스킬과 칼큐레이팅 모드의 이중주다.

두웅.

우직.

폭음은 없었다. 대신 뒤에 덧댄 철판에 군화 자국이 남았다.

반동으로 전신이 찡하고 울렸다.

나선의 총열을 빠져나간 총알은 푸른빛을 띠며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꽈-앙!

폭음을 터트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떨어진 저격 포탄 한 방.

치용의 정면, 작은 공터가 생긴다.

레이퍼 무리가 한순간 증발하듯 날아갔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놈들이 금세 빈자리를 채운다.

공포가 없기에, 그 위력을 실감해도 모른다.

놈들이 죽을 자리를 찾아 채웠다.

스코프로 확인한 세주는 총을 연사 모드로 바꾸고.

있는 힘껏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꿀렁꿀렁, 흐르는 에너지가 노블패스를 타고 올라와 손끝에 머문다.

다시 에너지 실을 끄집어내고.

동시에 여덟 개의 탄환을 감는다.

표적은 그대로, 변동은 없다.

지금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

두두두두두두둥!

총 여덟 발.

아니, 고작 여덟 발이다.

에너지가 씌워져 있지 않다면 잘해야 여덟 마리를 잡을 총알이.

꽈과과과과광!

셋 주변을 박살 낸다.

우지지직.

철판이 뒤로 밀렸지만, 뜯어지진 않았다.

“후우우우우.”

푸른 연기로 된 숨이 흘러나왔다.

잠시 현기증이 일어났지만, 금세 본래대로 돌아왔다.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보인다.

삐죽삐죽 전장 한복판이 폭격이라도 맞은 것 같다.

레이퍼 무리가 한순간 사라져, 공백이 있는 대지.

다시 스코프에 눈을 댄다.

스코프 너머, 초토화된 대지 위 살아남은 셋이 진지로 뛰는 게 보인다.

‘다행이다.’

-용감하다고 해야겠지?

욕이라도 한 사발 할 것 같더니.

프로비던스조차 인정한 죽음을 도외시한 전투였다.

고작 셋이서 한 일의 결과가.

세주에게 느껴질 정도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군기가 움직여.

대군을 움직이게 한다.

움츠러들었던 이들이 고개를 든다.

괴롭힌 당하던 아이가 고개를 들고 주먹을 쥐고, 악다구니를 쓴다.

‘다음 타겟.’

그 커지는 군기에 힘입어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오케이.

다시 에너지를 모은다.

커버링으로 탄환에 에너지를 씌우는 것 자체가 고된 일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며, 전이 자체가 시간이 걸린다.

실을 연상하고 하나하나 칭칭 감는 작업이다.

탄환 하나하나에 다시 정신을 집중한 세주다.

프로비던스가 재차 브레인 레이퍼의 위치를 파악했다.

-위치 파악 완료.

‘이거나 먹고 꺼져라.’

끼잉.

모인 에너지가 요동치고.

총열이 흔들린다.

“다 뒈져라.”

셋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으리라.

읊조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꽝! 펑!

끼리리릭!

총구를 거세게 왼쪽으로 꺾는다.

스코프 너머 붉은 점이 순식간에 자리를 옮긴다.

1초에 한 발.

그리고 1초에 한 마리.

25마리가 30초도 되지 않아서 폭사한다.

폭음과 반복된 장면이 25번.

세주의 탄환이 전장을 누비는 순간, 브레인 레이퍼의 존재는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뻥!

막 고개를 돌리는 브레인 레이퍼가 터졌다.

뭐에 맞았는지 시체가 갈기갈기 조각난다.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삼키기라도 했는지.

어쨌든 살았다.

병사 하나가 자신의 눈앞에서 터진 브레인 레이퍼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시발, 신이 우리를 도우신다!”

“또 수호신이냐? 그런 거냐! 반세주? 그 자식이냐?”

누군가 의미 없이 외친 물음이.

“몽정의 수호신? 이름이 반세주냐?”

누군가의 답으로 돌아온다.

“맞아!”

거기에 답한 이, 세주와 같은 막사를 쓰는 중사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선 그가 웃는다.

전장에 휘몰아친 열기가 그의 가슴을 데운다.

“그 개자식 이름이 반세주다.”

“반세주가 개자식이야?”

“우리를 구하는 그 개자식 이름이 반세주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는지.

누군가 그 말을 정리해 외친다.

“반세주 개자식!”

파도처럼 말들이 퍼져 나간다.

“반세주 개자식!”

전장 전체에, 여섯 글자의 환호가 들불처럼 번진다.

욕을 내뱉지만, 그건 극찬이었다.

김치용을 비롯한 셋이 불을 지폈다면, 세주는 그 위에 토치를 댔다.

불꽃이 타올라, 하늘 높이 전장을 물들인다.

뜨거운 열기가 몰아쳤다.

전장에 선 이들은 승리라는 두 글자와 함께 아드레날린을 뿜어냈다.

“반세주 개자식!”

“반세주 개자식!”

합창이라도 하는 것처럼 외치며 병사들이 레이퍼 무리를 휘몰아쳤다.

투두두두두.

“약점 노려!”

수류탄이 날아가고, 총탄이 놈들을 깨부순다.

“대가리 안에 처넣으라고!”

폭약이 레이퍼 주둥이에 들어가 터진다.

꽝!

*

군기가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는 순간에도 위기에 선 이들은 있었다.

“시발, 겁나게 많네.”

여전히 레이퍼의 숫자는 절망을 부른다.

앞을 가로막는 레이퍼 무리를 본, 최전방에 선 병사다.

그는 반세주 개자식이란 떼창에 합류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시발.”

그저 욕설을 뱉을 뿐.

끼에에엑!

투두두두!

벌써 몇 번이나 소총을 갈기고 수류탄을 던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놈들의 돌진은 막을 수 없었다.

끼엑!

수십 마리가 비좁은 골목길을 통과하듯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

병사는 죽음을 직감했다.

뒤로 뛴다고 달아 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달아난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

공포를 짓누르고 앞을 바라보며 다시 총구를 든 순간이다.

꽝!

천둥소리가 앞을 때린다.

“욱!”

파편에 날아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쌌다.

다시 고개를 들자.

“…뭐야?”

앞쪽에 공터가 생겼다.

레이퍼 무리 일부가 한순간에 박살 나 사라진다.

난전에 들어가면 박격포에 죽어 나가는 아군도 있는 법이다.

자기도 모르게 하늘 위를 쳐다봤다.

신이 벼락이라도 떨어뜨린 줄 알았다.

파편에 긁힌 상처를 제외하고는 포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아니, 기가 막히게 자신의 발 앞에서 폭발의 여파가 멈췄다.

정확하게 적들만 작살내는 신이 내린 포탄이다.

꽝! 꽝!

그 이후에도 전방에 그 포탄이 떨어졌다.

그 장면을 보는데.

가슴에 뜨거운 것이 끓어올랐다.

동시에 들려오는 소리다.

몇 번이고 들었지만, 이제야 정확히 뇌리에 박힌다.

병사는 자기도 모르게 그들과 같은 단어를 외쳤다.

“반세주 개자식!”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는 이게 반세주가 하는 짓이란 확신도 없었다.

그저, 수호신이란 존재가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었을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사실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상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건.

“반세주!”

“개자식!”

이었다.

평소에 욕으로 쓰던 단어를 희열과 쾌감에 찬 함성으로 바꾼 병사가 레이퍼 무리를 밀어낸다.

규모 4의 전투.

알파와 베타, 한국이 만들어 낸 최정예는 손가락 빨고 구경만 했으며.

이날 아군은 영웅의 존재를 실감했고 기억했다.

몽정의, 아니 아군의 수호신이자.

하늘이 내린 벼락의 신.

전장을 아우르는 최강의 저격병.

반세주라는 이름을.

*

치용은 꽝꽝 떨어지는 벼락같은 탄환을 보며 웃었다.

“역시 우리 형님.”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했다.

레이퍼 놈들이 찢기고 날아간다.

그 사이 샷 건의 방아쇠를 당기며 신난 치용이 외쳤다.

“덤벼라! 마상길 같은 놈들아!”

치용, 인준, 유진은 그 뒤에도 전장에 참여했고.

첫날 전투에서 사망자가 두 자리 숫자에 머물러.

모든 장교가 놀랐으며.

결국, 이날의 전투는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에게도 면밀히 보고됐다.

정작 이 난리를 일으킨 원인이자 주범인 세주는.

‘얼마라고?’

-브레인 레이퍼는 마리당 8,000가량이라고.

‘아, 시발.’

욕을 내뱉고.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십 분의 일 정도는 수거했어.

폭사시킨 놈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다는 걸 안 참이다.

시신이 남지 않으면 에너지 수거량이 극심하게 줄어든다.

‘아쉽네.’

그렇다고 다른 방법 따위는 없었지만.

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이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데몬 플라이는?’

-형이 저격한 건 깔끔하게 죽여서 꽤 수거했지. 마리당 500가량.

그나마 다행인 소리다.

첫날 싸움에서 11시간.

세주가 자리를 지킨 시간이었으며.

규모 4의 침공에서는 가장 적은 사상자를 낸 날이었다.

‘6시간만 쉬자.’

커버링을 비롯해서 에너지를 너무 썼다.

-수고했어.

프로비던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이 아니 전신이 달달 떨렸다.

전신에 퍼진 노블패스가 마치 멍든 것처럼 아팠다.

그만큼 무리했으며, 그만큼 무서울 정도의 힘을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다음 싸움에 대비해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고.

저격탑을 내려와 막사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반세주 개자식!”

이란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모든 병사들이 부르짖는 그 소리를 들은 프로비던스가 말했다.

-개자식이래.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네가 하니까 정말 욕 같다.’

-아 그래? 몰랐네. 반세주 개자식! 우리의 영웅 개자식!

‘닥치라고 이 미친 기계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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