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34화 (34/206)

#  34

34. 형님 한다고!

‘난 슈퍼맨이 아니야.’

-당연한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눈앞에서 날뛰는 저 개자식들을 두고 볼 생각도 없다.’

레이퍼의 괴성이 터지기 30분 전.

깨어난 세주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전신에 땀이 날 정도로 격하게 몸을 비틀고 꺾었다.

그리고 자신의 총.

배럿 m82 18mm.

무지막지한 총탄을 가진 괴물을 쥐고 엎드렸다.

끼에에에엑!

레이퍼의 포효가 들린다.

곧 폭음이 울리고, 사방에 연기가 올라온다.

‘브로.’

-칼큘레이팅 모드 대기.

‘모드 온 에임.’

붉은 점이 눈앞에 나타나고.

폭음 사이로 알들이 허공을 누빈다.

꽈르르르르릉!

뒤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며 대공포가 허공을 나는 알들을 부순다.

‘많아.’

-하나 떨어지겠어.

홀로그램이 두 개의 알을 포착했다는 걸 알려줬다.

끼릭.

총구를 든다.

허공에서 날아오는 알을 향해 겨누고.

“후우우우.”

호흡을 가다듬는다.

동시에.

퓻.

전신에 푸른빛이 잠시 어리고.

꽝!

폭음이 터진다.

총열이 터질 것 같은 굉음이다.

그리고 허공을 나는 알이 퍽하고 터진다.

-격퇴 성공.

반동만 아니라면 세주가 가진 총은 레이퍼의 갑주를 뚫는 괴물 같은 병기다.

아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박격포가 쏘는 알까지 요격하는 희대의 무기다.

세주는 반동을 견디기 위해 커버링을 연마했다.

0.5초 이내.

풀 업 상태를 유지하고 푸는 속도다.

그리고 발 뒤에 철판을 받치는 거로, 반동을 전신으로 받아낸다.

찌잉 하고 전신에 울림이 남는다.

“괜찮아. 충격은 없다.”

이론과 훈련을 통해 수없이 해왔다.

문제는 없었다.

-또 온다.

저 멀리 미친 듯이 달려오는 놈들이다.

꽝! 꽝! 꽝!

괜히 탄창을 업그레이드한 게 아니다.

두껍다 못해 무식할 정도의 총탄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세주가 쏘는 대로.

지상에서는 레이퍼 놈들이 박살이 난다.

이성 따위는 없는 레이퍼 무리를 향해 저격 포탄이 떨어진다.

-난다.

중간에 데몬 플라이가 하늘 위로 솟는다.

끼리리릭!

총구를 위로 들어 올린다.

꽝!

총열이 괴물 같은 탄환을 뱉으면.

뻥!

허공에서 데몬플라이 폭죽이 터진다.

인간의 화기가 외계인을 죽인다.

오차가 없는 적중률 100%의 탄환, 아니 포탄이다.

무지막지한 화력이었다.

끼릭.

다시 본래의 자세로 돌아와 미친 듯이 쏜다.

이전 규모 4에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대비가 미숙했다고?

아니다.

그때도 대비했다. 이상 현상을 발견했고.

최대한 병력을 끌어모아 대비했다.

그런데도 당했다.

‘찾아.’

이유는 하나였다.

브레인 레이퍼.

인간의 뇌를 강간하는 외계 괴물.

생긴 건 ET 사촌처럼 생겨서 더없이 포악한 짓을 한다.

그들에게 당하면 미친다.

자살하고, 아군을 향해 총구를 돌린다.

허공에 총을 쏘기도 하고, 적군을 향해 달려가 스스로 스폰이 된다.

당하는 순간, 광란의 파티다.

놈들은 사상 최악의 괴물이다.

가장 우선해서 죽여야 할 놈이었고.

스캐닝에 에너지를 갖다 부었다.

프로비던스가 놈들을 찾는다.

-총 26마리. 포착.

‘트레이싱 온. 타겟 고정.’

쭝!

전신에 푸른빛을 두르고.

꽈과과과과과과과과광!

연사로 두고 발사한다.

괴물 같은 총탄이 허공을 난다.

퍼버버버버버벙!

전장 저편에서 울리는 폭음이다.

-…제길.

스코프에 눈을 댄 세주도 놀랐다.

기대했던 장면이 아니다.

겨우 아이 정도의 크기.

데몬플라이도 일격에 박살 내는 탄이 놈들을 뚫지 못했다.

튕겨 나간 총탄이 주변 레이퍼를 헤집었다.

-배리어야.

‘다시 타겟 잡아.’

트레이싱 스킬로 인해 붉은 점이 다시 휙휙 돌며 놈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것도 막아봐라.’

위이잉.

방금 전과는 기세조차 다르다.

엎드려 있는 세주의 전신에서 푸른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

죽음, 절망.

부정적인 감정이 가슴을 흔들고.

포기라는 단어가 머리를 때린다.

바로 옆에 레이퍼 놈이 다리를 휘둘러 자신을 덮치려 한다.

“이 개자식이 언제!”

급하게 총구를 돌려 놈을 향해 방아쇠를 갈기려는 순간!

뻑!

누가 뒤통수를 갈겼다.

휘릭하고 눈이 까뒤집어지고 그대로 앞으로 스르륵 쓰러진다.

“이 새끼 왜 이래?”

치용이 인상을 썼다.

멀쩡하게 서 있던 놈이 갑자기 총구를 옆으로 돌린다.

“저 새끼가.”

원인을 찾았다.

치용의 눈이 먼 곳, 작고 이상한 놈을 봤다.

잡으러 가기엔 멀다.

놈을 잡으려고 달려가다가는 레이퍼 놈들을 위한 꼬치구이가 되리라.

순간 놈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놈과 눈을 마주쳤다.

“음?”

웅.

갑자기 누군가 두개골에 노크하고, 문을 연다.

그리고 뇌를 헤집는다.

“우우우.”

침을 흘리며 치용의 눈빛이 흐려진다.

주변 병사가 치용을 보고 외친다.

“시발, 여기도 당한다!”

“그냥 죽여!”

아군이 아군을 죽여야 하는 사태다.

기절시키면 다행이나, 그러지 못한 경우.

아군을 죽이는 게 용납되는 전장.

그게 규모 4의 현실이었다.

그런 치용의 눈에 갑자기 푸른빛이 돌았다.

노블패스가 들끓어 오른다.

세주에게 반죽음당하면서 단련된 그의 에너지가 치솟는다.

퉁.

뇌를 헤집는 알 수 없는 기운을 노블패스를 휘도는 에너지가 밀어낸다.

‘지지 마!’

자기도 모르게 윽박질렀다.

그리고 곧 내부에서 솟은 힘이 자신을 지배하려던 걸 밖으로 내보냈다.

뇌에 고무공이 들어와 날뛰다가 나간 것 같았다.

철컥, 철컥!

그 사이 자신을 향한 총구를 보고 치용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새끼들아.”

흘린 침을 닦고 치용이 앞을 봤다.

자신을 바라보던 놈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한 뒤다.

“뭐야? 멀쩡하잖아.”

“그럼?”

치용이 눈을 부라렸다.

“이 새끼가. 너 상병 아냐?”

“시끄러워.”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치용이 다시 눈으로 놈을 쫓았다.

‘짜증 나는 놈이네.’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

“야, 정상이냐?”

그 바로 뒤, 볼록이 아머를 입은 인준이 다가왔다.

마스크까지 올려 쓴 그가 치용을 바라봤다.

“멀쩡하지.”

“저거, 아무래도 정신 감응하는 종류 같은데.”

“뭐?”

치용이 알아들을 만한 단어는 아니었다.

“그게 뭔데요?”

대신 유진이 옆에서 나타났다.

셋은 곧잘 붙어 다녔다.

손발이 잘 맞는 셋이다.

“뇌를 조작하는 거야.”

머리를 가리키며 인준이 말하자.

“그런 게 가능해요? 그럼, …저걸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유진이 혼잣말을 섞어 답한다.

맞는 말이었다.

“어떻게는 무슨, 그냥 죽이면 되지.”

단순무식의 대명사 치용이 말과 함께 자신의 샷 건을 쥔다.

“내가 뚫는다. 엄호해.”

“총탄 안 먹혀요. 미사일도 튕겨내는 놈이라고요!”

유진이 그를 만류했다.

스릉.

“옛날부터 칼 맞고 멀쩡한 놈 못 봤다. 으럇!”

땅!

그사이 코앞까지 온 레이퍼를 향해 샷 건을 당긴다.

퍽!

근거리에서 맞은 총격에 외부 갑주가 깨진다.

눈만 마주치며 사람을 미치게 하는 놈이 있다는 정보만으로.

주변 군인들이 엄폐물 위로 고개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한다.

지금 저들을 지배하는 건, 절망과 괴로움뿐이다.

그들은 승리 대신 공포를 택한 이들이었다.

“시발, 시발.”

“제길, 괜히 왔어. 집에 보내줘.”

우는 병사도 있다.

공포에 질린 병사도 있다.

그 와중에 오롯이 선 셋이다.

“난 간다!”

겁도 없다.

치용이 몸을 날린다.

엄폐물을 넘어 샷 건을 당긴다.

땅! 땅!

“에효, 저거 저러다 죽지.”

“놔둘 수는 없어요.”

셋은 전우조다.

유진이 따라 나가며 소총을 견착 후 방아쇠를 당긴다.

투두두두두!

“그래서 죽겠냐!”

그 뒤를 인준이 따라왔다.

인준은 언더 쓰로우 폼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툭, 투둑!

바닥에 두 번 튕기더니, 꽝하고 폭발음이 울린다.

끼에에엑!

“약점 터졌다!”

투두두두두두두!

세주를 보며 배운 게 없을까?

약점을 터트리면 된다.

그처럼 정밀사격은 무리여도.

커버링으로 인해 발달한 감각과 약간의 머리만 있으면 가능하다.

“배에 수류탄 깔고 처리한다. 우리를 외면하는 놈은 무시해! 달려!

인준이 외쳤다.

셋이 한 몸처럼 전장 한복판을 가른다.

치용이 하는 짓이 미친 짓이다?

맞다, 미친 짓.

하지만 이 전장에서 미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다.

어차피 브레인 레이퍼 놈들을 해치우지 않으면 승산은 없었다.

“끼얏호!”

김치용은 놀라운 묘기를 보이며 달렸다.

기합을 지르며 레이퍼의 품을 슬라이딩해 미끄러져 넘어갔다.

지나가며 수류탄을 하나 던지고 왔다.

꽝!

“저 미친 새끼!”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투다다다다다다!

철컥!

탄약이 미친 듯이 소모된다.

다시 탄창을 갈고, 또 간다.

픽!

칼날 같은 다리가 볼을 스쳤다.

커버링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전신 오감이 죽지 않는 길을 알려준다.

어떻게 돌파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누가 다시 하라고 시키면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주리라.

그 돌파의 끝.

팔이 없는 이상한 이족보행 외계 생명체 앞이다.

놈은 앞을 막은 치용을 무시하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놈을 보고 치용이 입을 연다.

“한번 보자. 넌 칼도 안 박히는지.”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치용이었다.

녹색과 붉은 물감을 아무렇게나 뿌린 것 같은 팔이 칼을 쥔다.

스르르릉.

그의 정글도가 뽑혔다.

전 재산을 쏟아붓고, 세주에게 빚까지 내서 산, 특이 무기다.

특이점은 딱 하나.

에너지를 담은 칼날.

“뒈져.”

슈아아아악!

서걱.

칼날 앞을 무언가 막는 느낌이 들었으나. 치용은 그대로 그었다.

그리고 쩡하고 눈앞에서 유리막 같은 것이 깨졌다.

동시에 놈의 목이 잘렸다.

비명은 없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레이퍼 무리를 뚫고 이곳까지 온 것 자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극적으로 전장의 승패가 갈린 것도 아니다.

“시발, 이제 하나 잡았다고?”

이런 게 몇 마리나 있는 거냐?

인준의 말에 담긴 물음이다.

씌익.

치용이 그런 인준을 보고 말했다.

“몰라. 대머리 새끼야.”

그가 말하고 인준을 향해 달려온다.

“이 새끼가…!”

놀란 인준을 뛰어넘은 치용이다.

그의 눈에 인준을 덮치는 레이퍼 무리가 보였다.

이제까지는 난전 속을 헤쳐 왔다면.

놈을 죽인 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주변 레이퍼가 전부 셋을 노린다.

저지선은 어느새 저 멀리 후퇴해 있다.

죽음.

두 글자가 셋의 머리에 박힌다.

텅!

치용이 샷 건을 달려드는 레이퍼의 주둥이에 넣었다.

끼엑!

동시에 정글도로 날아오는 다리를 쳐 낸다.

푸각!

놀라운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이다.

잘린 다리가 허공을 날고.

녹색 피가 사방에 흩뿌려진다.

땅! 퍽!

주둥이 안에서 터진 샷 건의 탄환이 운 좋게 놈의 유일한 내장기관을 헤집었다.

팔을 빼낸 치용이 주변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덤벼. 개새끼들아.”

놈의 입에서 나온 팔 거죽이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폼은, 시발.”

인준이 말하고 양손을 털었다.

투둑.

소매 안쪽에 묶어 둔 수류탄이다.

아니, 그냥 수류탄은 아니다.

“시발, 이게 얼만데.”

“시발? 너도 그런 말 쓸 줄 아냐?”

“그럼? 나도 지금 기분이 뭣 같다. 새끼야.”

말과 함께 인준이 수류탄을 던졌다.

바닥이 아니라 놈들의 뒤쪽이다.

퍼-엉!

연막탄처럼 터진 수류탄이다.

겉으로 보기에 위력은 형편없다.

하지만.

끼에에에에엑!

백린탄 白燐彈.

인이 발화하며 상대를 태워, 아니 녹여 죽이는 무기다.

흰색의 연기가 금세 액체가 되어 일대를 덮는다.

부스스시시시식!

연기가 피어오르며 놈들을 태운다.

“밑천 꺼낼 시간인 거죠?”

유진이다.

군인에게 좋은 무기는 필수였다.

그렇다면 돈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유진은 버는 돈을 집에 보내야만 했다.

가족, 그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돈을 빌려준다는 세주를 비롯한 셋의 말에도 그는 거절했다.

“전 제 방식으로 할게요.”

그래서 그는 무기를 사는 대신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가 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나노킷의 원리 아세요?”

“알 게 뭐냐?”

백린탄으로 시간을 번 셋 주변에는 아직도 레이퍼가 널렸다.

“재생능력 향상이래요.”

특유의 친화력으로.

병원 의사를 사귀고, 나노킷을 해부하듯이 공부했다.

나노킷이 치료와 더불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재생이 아니라 반대되는 용도로 쓰인다는 걸 알았다.

그 역반응을 일으키는 나노킷 용액.

그걸 마치 주사기와 비슷한 형태의 탄환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인젝션 건.

퉁! 퉁!

갑주 사이, 그리고 놈들의 주둥이.

근거리에서 맞추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세주가 알려 준 대로 커버링 에너지를 눈에 모은 채다.

맞추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니, 시력에 전력을 집중했다.

“허억, 허억!”

셋 중 가장 예민해 에너지 컨트롤 능력은 좋지만, 용량은 가장 적다.

“무리하지 마라. 형이 한다.”

치용이 허세를 부리고.

“봐요.”

에너지를 회수한 유진이 앞을 가리킨다.

그의 인젝션 건에 맞은 레이퍼 열 마리가 죽어 나자빠진다.

끼에에에엑!

전신에서 기포를 일으키며 바닥으로 허물어지고 회색빛을 띠며 죽는다.

고작 셋의 병사가 한 일치고는 어마어마한 성과지만.

아직도 주변에 레이퍼 무리뿐이었다.

아군의 옷깃도 보이지 않는 절망이다.

“난 올인했다.”

백린탄을 전부 쓴 인준이 말하고.

“남자는 역시 올인이지.”

그 옆 치용이 말을 받는다.

“엄마가 보고 싶네요.”

그리고 배시시 웃는 유진이다.

끝이다.

죽음을 각오할 시간이었다.

끼에에엑!

셋을 향해 레이퍼 무리가 달려왔다.

아군은커녕, 놈들의 숫자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철컥.

샷 건의 총탄이 떨어지고.

투두두두두두두!

나머지 둘의 소총이 불을 뿜지만, 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덮쳐왔다.

“그냥은 안 가!”

치용이 정글도를 들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치용은 한 놈이라도 더 죽일 기세였다.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투두두두두!

소총 격발음 사이로.

꽝!

폭음이 터졌다.

“…어라?”

꽝! 꽝! 꽝!

연이어 터지는 폭음이다.

“박격포?”

치용이 얼이 빠져 말했다.

“미친, 우리만 빼고 주변만 작살내는 박격포가 어딧냐?”

“후, 누구겠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 유진이 말했다.

셋의 주변.

반경 300m 이상.

레이퍼 무리가 깡그리 몰살당했다.

무슨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잔해 중에 껍질과 다리 조각이 없었다면 믿지 못할 일이었다.

“형님?”

치용이 말했다.

“그래. 반세주, 그 자식이다. 반세주 하사님. 아니, 그래 형님. 시발. 나도 오늘부터 형님이라고 한다. 미친 형님 성애자랑 동급 취급받아도 한다. 형님 한다고! 시발!”

인준이 미친 듯이 외쳤다.

죽음에서 살았다는 안도감이 그들을 감쌌다.

“가요. 우리 살았네요.”

유진이 둘을 데리고 돌아왔다.

전신에 다치지 않은 부위를 찾기가 어려운 셋이었다.

하지만 모든 병사들이 지켜본 영웅이기도 했다.

“저걸 죽인 거야? 고작 셋이서?”

돌아오는 그들을 보고 누군가 읊조렸다.

“미친 새끼들.”

정답이다.

하지만 그 미친 짓이.

“시발, 나도 싸운다.”

“후, 인생 한 번, 나도 남자다.”

“야, 여기 남자만 있는 줄 알아? 말 바꾸지? 사람으로서 저딴 것에 질 수는 없다고.”

“오케이.”

여군을 포함, 주변 모든 병사.

그들이 고개를 든다.

누군가의 무모한 짓이.

병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