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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77)화 (477/500)

477화. 지키기 위해(9)

“으으…….”

장천의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장천의는 익숙한 천장을 보면서 기억을 되짚었다.

망할 기레기가 자신과 최설윤이 정답게 서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기사로 내보냈다.

급히 최설윤을 찾아가 바로 수습하겠다고 했었는데.

‘그 기사 내가 내라고 했어.’

아, 그래. 그랬지, 참.

장천의가 헛숨을 들이삼켰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장천의는 이마를 짚었다. 아니, 머리를 쥐어뜯을 것처럼 굴었다.

그때였다.

“오, 정신 차렸네?”

“최설윤 길드장님!”

장천의가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겁니까?”

“응?”

“기사요! 저희 사이를 계속 숨기자고 했으면서!”

왜 기사를 내보라고 한 거냐고, 그렇게 물으려던 장천의는 그대로 말을 잃었다.

최설윤이 짧게 입을 맞춘 탓이다.

“장천의 회장, 나를 보고 할 말이 그것뿐이야? 무엇보다 그 이유는 이미 설명을 해준 것 같은데?”

“아니, 그게.”

“설마, 기절하면서 정신이 날아가기라도 한 거야?”

“네?”

장천의가 두 눈을 끔벅였다.

“기절이요?”

그 질문에 최설윤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인가 보네! 그렇게 충격적이었어?”

“잠깐만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나참.”

최설윤이 장천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웃었다.

“다시 말해 줘?”

나긋하게 속삭이듯 묻는 목소리에 장천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장천의 회장, 얼굴 엄청 빨개진 거 알아?”

“압니다.”

장천의가 최설윤한테서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삐죽였다.

최설윤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알기 쉬운 남자라니까?”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뒷목 잡을 겁니다.”

특히 CW의 직원들이 그랬다.

최설윤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왜 뒷목을 잡지? 이렇게 얼굴 한 번 보면 생각이 훤히 보이는데 말이야.”

“저를 보는 얼굴이 최설윤 길드장님이라서 그러는 거죠.”

장천의가 제 어깨에 팔을 두른 여자의 손을 가볍게 잡아 내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최설윤 길드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제가 왜 아래아에 있는 거죠?”

“흐음.”

최설윤이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장천의는 초조하게 물었다.

“혹시 지하 길드의 습격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뭐?”

“다치신 곳은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최설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암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해도 그렇지, 기억을 이런 식으로 왜곡해버리다니.

“장천의 회장.”

“다치신 곳 없냐니까요?!”

“이봐요, 장천의 씨.”

나지막하게 부르는 이름에 장천의가 입을 다물었다. 최설윤이 그 입을 향해 곧장 검지를 들었다.

“먼저, 첫 번째. 지하의 쓰레기들한테 습격 따위 받지 않았어.”

장천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번째.”

최설윤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장천의 씨가 쓰러진 건 나 때문이야.”

“최설윤 길드장님 때문에 제가 쓰러졌다고요?”

장천의가 깜짝 놀라 물었다.

“거짓말이죠?”

“사실이야.”

최설윤은 짓궂게 웃었다.

“장천의 씨, 너무하더라고. 내가 당신 애 가졌다는 소식에 그렇게 기절해 버리고.”

장천의는 금붕어라도 된 것처럼 입술을 뻐금거렸다.

그 순간 떠올랐다.

‘나 임신했어.’

‘네?’

최설윤과의 대화를.

장천의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사람처럼 최설윤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최설윤이 싱긋 웃었다.

“왜? 이제 기억 났어?”

“그, 그게…….”

기억났다.

그것도 무척 선명하게.

‘장천의 씨, 내가 당신 애 임신했다고.’

장천의는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 들었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장천의 회장!”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

“죄송하지만, 장천의 회장님. 진짜 바보세요?”

임신 소식에 두 번이나 기절을 하다니.

“실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바보인 것 같아요.”

“시끄럽습니다, 화백 군.”

장천의가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중얼거렸다.

“임신이라니……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임신을 하셨다니…….”

그것도 자신의 아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침대에 누워있던 장천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를 보며 최화백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기쁘지 않아요? 류화홍, 그 자식은 사야 누님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몇 날 며칠을 울던데.”

“물론, 기쁩니다!”

장천의가 버럭 소리 질렀다.

“저와 최설윤 길드장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입니다! 얼마나 예쁘겠습니까?! 아마, 태어나자마자 모델 제의가 들어오겠죠!”

“너무 나가신 것 같은데.”

“아역 배우로 출연을 해 달라고 문의도 엄청 들어올 겁니다! 그야, 저보다 최설윤 길드장님을 무척 닮았을 테니까요!”

“우리 고모 닮았으면 아역 배우 제안 따위 절대 오지 않을 텐데.”

장천의는 최화백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나 예쁠까요!”

그는 지금 진심으로 세상을 모두 다 가진 기분이었다.

“최설윤 길드장님은요?”

“급한 안건이 생겨서 처리하러 나갔어요.”

“왜요!”

“네?”

“홑몸도 아닌 사람이 움직이면 안 되죠! 어디로 가셨습니까?!”

장천의가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코트를 챙겨 입었다.

“고모한테 가려고요?”

“그래요! 아, 그리고 최화백 군!”

장천의가 두 눈을 부릅 떴다.

“당분간 아래아를 맡으십시오.”

“네?”

“당신 고모가 홑몸이 아닌 거 알고 있잖습니까! 그런 분을 계속 일하게 둘 겁니까?!”

“아니,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맡으십시오! 제 말, 알아들었습니까?!”

최화백이 떨더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에…….”

이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당장 제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저 사람한테 저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최화백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천의는 이미 방을 박차고 나간 뒤였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최설윤은 장천의의 감시 아래에 절대 안정을 취하게 됐다.

‘나는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제 최화백 군도 슬슬 실전 감각을 익혀야지요!’

‘화백이가 아래아를 물려받기는 하겠대?’

‘네! 저랑 이미 이야기 끝냈습니다! 그러니까 최설윤 길드장님은 편하게 쉬고 계십시오!’

최설윤 길드장님.

그녀와 만났을 때부터 고정됐던 호칭 역시 바뀌었다.

‘장천의 회장, 나를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부를 생각이야?’

‘네?’

‘태어날 아이 앞에서도 나를 계속 최설윤 길드장님이라고 부를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자, 따라 해. 최설윤 씨.’

‘네?!’

‘아님, 여보. 자기.’

서로를 부르던 이름이 달라졌던 그때를 떠올린 장천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봐, 장천의 회장. 내 앞에서 그런 같잖은 얼굴 보이지 말아 줬으면 하는군.”

“이런, 고객님.”

장천의가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이것, 참. 있는 줄 몰랐습니다.”

“나를 부른 건 장천의 회장일 텐데 말이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장천의가 능글맞게 굴었다.

“곧, 우리 꼬물이가 태어날 때라 그런가? 정신이 가끔 나가는 중이랍니다!”

“가끔이 아닌 것 같은데.”

윤사해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좋나?”

“네!”

장천의는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고객님도 이런 기분이었습니까? 리오 군과 리타 군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요!”

“아니었지.”

윤사해 대신 서차윤이 대답했다.

“그때, 사해는 분명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을 거야.”

“닥쳐, 서차윤.”

“사실이잖아!”

사실이고 자시고 윤사해는 그림자를 이용해 친구의 입을 막아버렸다.

장천의는 사이 좋은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것이 윤사해는 보기 싫었다.

“나사가 하나 빠져버렸군.”

“리오 군과 리타 군을 볼 때의 고객님과 같은 얼굴이죠.”

“그랬던 적 없는 것 같다만.”

“아니요. 많습니다.”

장천의가 단호하게 부정하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면, 설마…… 리오 군과 리타 군을 생각하는 우리 고객님의 마음을 부정할 생각입니까……?!”

“말을 말지.”

윤사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리는 왜 부른 거지?”

“맞아, 장천의 회장! 이제와서 또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거나 그런 이유로 우리를 부른 건 아닐테고!”

윤사해의 그림자한테서 벗어난 서차윤이 가쁘게 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왜 부른 거야?”

“아, 그게 말입니다.”

장천의가 멋쩍게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애기 방을 꾸미는데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해서요.”

그 말에 윤사해도 서차윤도 할 말을 잃은 얼굴로 장천의를 쳐다봤다.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듯한 그 시선에 장천의가 급히 말했다.

“저는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없는데.”

“서차윤 씨는 다르죠! 어쨌든, 네? 부탁하겠습니다!”

곧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그 아이가 머물 방은 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몇 번이고 준비를 갖췄다가 갈아엎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윤사해와 서차윤은 서로를 잠시 바라봤다가 픽 웃었다.

“어쩔 수 없지.”

장천의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지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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