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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76)화 (476/500)

476화. 지키기 위해(8)

‘천의야, 기억하렴. 너는 세상한테서 사랑받는 존재란다.’

돌아가신 지 수 년이 넘은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인가?’

아무래도 꿈인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백색의 공간이 눈 앞에서 펼쳐질 리가 없었다.

“아님, 죽은 건가?”

장천의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들었다.

마지막 기억은 지하 길드원에 의해 머리를 가격당한 것.

‘아니지.’

가격을 당할 뻔했던 건가?

목숨이 위험해졌던 그 순간 장천의는 똑똑히 들었다.

‘장천의!’

자신의 이름을 선명하게 부르는 최설윤의 목소리를.

장천의는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가 정말 자신이 들은 게 맞는지, 아님. 죽기 직전 듣고 싶었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들은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였다.

바닥이 흔들거리기 시작한 건 그 순간이었다.

장천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헉!”

눈을 떴다.

***

“오, 장천의 회장! 정신이 들어?”

“최설윤 길드장님……?”

장천의가 두 눈을 끔벅였다.

“이곳은 천국인가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최설윤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좀 천사같이 생기기는 했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천국이 아니야. 병원이지.”

“병원이요?”

장천의가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누워 있어.”

최설윤이 장천의를 도로 눕혔다.

“많이 놀랐을 텐데 편하게 쉬고 있어. 일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장천의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다 끝났군요.”

“장천의 회장이 한 게 왜 없어?”

최설윤이 키득거렸다.

“장천의 회장 덕분에 그놈들 발을 묶을 수 있었어.”

“네?”

“기억나지 않나 보구나?”

최설윤이 눈웃음을 지으며 재잘거렸다.

“이매망량을 피해 도망친 놈들이 잘못하면 유랑단 아래로 몸을 피할 뻔 했어.”

“그런데요?”

“장천의 회장이 그걸 막았지. 아주 필사적으로.”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장천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며 최설윤은 말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스킬을 발현한 것 같던데, 나중에 천천히 확인 좀 해 봐. 장천의 회장이 쓰레기들 발을 얼마나 꽁꽁 묶어 두고 있었는지 모르지?”

“네? 아, 네.”

장천의가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니.

‘어떻게?’

이미 성장을 끝마친 각성자에게 스킬이 새롭게 발혀되는 건 무척 드물었다.

‘그만큼 목숨이 위험했던 건가?’

장천의가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드물기는 해도 새로운 스킬을 얻을 때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을 때가 그랫다.

그 순간 장천의는 떠올렸다.

‘장천의!’

자신을 부르던 최설윤의 다급한 목소리를.

그래서 장천의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최설윤의 손목을 잡았다.

“장천의 회장?”

“아, 그게. 혹시,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저를 구해 주신 겁니까?”

“응?”

“마지막 기억이, 최설윤 길드장님인지라.”

최설윤이 그 말에 픽 웃었다.

“아니?”

“네?”

“장천의 회장을 구한 적 없다고.”

그 말에 장천의는 순간 바람빠진 소리를 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들었던 그 목소리는 환청이었던 모양이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했군요.”

장천의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리던 그때.

“장천의 회장.”

최설윤이 장천의의 손을 잡았다.

“최, 최설윤 길드장님?”

장천의가 놀라 손을 빼려고 했지마는.

“가만히 있어.”

최설윤은 요지부동이었다.

장천의는 맞잡은 손에서 전해져 오는 최설윤의 온기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심장이 터진 걸 수도 있다.

지금 이 모든 순간은 꿈이고.

장천의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고마워.”

최설윤이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네……?”

장천의는 멍하니 물었다.

그 질문에 최설윤은 웃는 낯으로 답해줬다.

“장천의 회장이 나를 구해 줬거든. 아무래도 장천의 회장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어…… 어어…….” 

장천의는 백치처럼 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설윤이 자신을 구한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니?

‘거짓말!’

장천의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최설윤은 결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여하튼 고마워.”

최설윤이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그, 그럼!”

“응?”

“보답해 주십시오!”

장천의는 급히 외쳤다.

“보답?”

“네!”

장천의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번에는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제게 밥 좀 사 주십시오!”

최설윤은 멍청한 표정으로 그를 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래, 좋아!”

장천의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함께 밥을 먹게 됐고, 지금보다 더 가까워졌다.

장천의와 최설윤 사이에 스캔들이 날 정도로 말이다.

누군가 정말 사귀는 사이인 것 아니냐고 물을 때마다 두 사람은 같은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아니야.”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의아해했다. 아니라고 대답하는 두 사람이 무척 즐거워 보여서.

***

“그래서 고백은 언제 할 건가?”

“쿨럭……!”

장천의가 기침을 터트렸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붉어진 얼굴로 외치는 목소리에 윤사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다과를 가지고 온 남자가 말했다.

“에이, 사해야! 너도, 참? 고백이 아니라 프로포즈지!”

“서차윤 부길드장님! 당신은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글쎄.”

서차윤이 윤사해와 똑같이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장천의는 부글부글 속이 탄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아빠! 차윤이 삼촌!”

“계세요? 들어가도 돼요?”

윤리타와 윤리오가 찾아왔다.

윤사해와 서차윤이 헤벌쭉 웃으면서 말했다.

“들어와도 된단다.”

“그래! 들어와!”

장천의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픽 웃었다.

“애들이 아직도 귀엽습니까? 이미 다 컸는데.”

“그래도 귀여워.”

서차윤이 대신 답해 줄 때, 문이 열렸다.

“천의 삼촌도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윤사해의 아들들이 장천의를 향해 씩씩하게 인사했다.

장천의가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며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신 것 같군요.”

“천의 삼촌도요!”

윤리타가 활짝 웃었다.

“최설윤 길드장님이랑 아주 깨가 쏟아지던데요?”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하지만 기사 떴던데요?”

윤리오가 장천의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

기사 속에 장천의와 최설윤이 활짝 웃으며 서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악!”

장천의가 윤리오의 휴대폰을 냅다 던졌다.

“이봐, 장천의 회장!”

윤사해가 그가 던진 아들의 휴대폰을 그림자로 잡고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렇지만 장천의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언제 찍혔지? 망할, 최설윤 길드장님께 피해가 가면 안 되는데! 이 망할 기레기들이!”

장천의가 공황에 빠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서차윤이 키득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프로포즈는 언제 해?”

“좀 닥치십시오!”

장천의가 버럭 소리를 지를 때.

“길드장님, 접니다.”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세상이다!”

알고 있는 목소리인지, 윤리타가 곧장 문을 열어 줬다.

장천의는 그대로 튀어 나갔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 채. 그렇게 이매망량을 벗어날 때, 장천의는 아주 잠깐이지만 봤다.

‘우중충하네.’

이제 막 성인이 된 앳된 얼굴을.

***

“죄송합니다, 최설윤 길드장님!”

장천의는 곧장 최설윤을 찾아가 빌었다.

“도대체 이런 사진이 언제 찍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망할 기레기를 찾아 다시는 손을 놀릴 수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흐음.”

최설윤이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는 남자를 쳐다봤다.

“장천의 회장.”

“네!”

“장천의.”

“네?”

장천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갑작스럽게 이름이 불린 탓이다. 그에 최설윤이 섭섭하다는 듯이 물었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 장천의 회장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한 모양이네?”

“아니, 그게.”

장천의가 더듬더듬 변명하려고 할 때.

“그 기사 내가 내라고 했어.”

최설윤이 말했다.

“네?!”

장천의가 깜짝 놀라 외쳤다.

“왜 내라고 한 겁니까?! 서로 많이 곤란해질 테니 저희 사이를 계속 숨기자고 하셨으면서!”

“이제 숨기는 게 곤란해졌거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장천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의 턱을 잡아 최설윤이 순간 길게 입을 맞췄다.

장천의는 잠시 놀랐다가, 곧 익숙한지 그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끌어 쥐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최설윤은 장천의의 손을 피해 뒤로 고개를 쭉 뺐다. 장천의가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것이 재미있는지, 최설윤이 작게 웃었다.

이내 그녀가 말했다.

“나 임신했어.”

“네?”

아주 청천벽력 같은 말을.

장천의는 멍하니 물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설윤은 친절하게 말해 줬다.

“장천의 씨, 내가 당신 애 임신했다고.”

장천의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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