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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75)화 (475/500)

475화. 지키기 위해(7)

최설윤은 웃었다.

자신의 앞가림은 스스로 하라며 장천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주기까지 했다.

장천의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언제부터일까?

최설윤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기대됐다.

그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 하나하나가 소중해졌고, 그녀의 손이 닿는 모든 곳은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이상하게도, 장천의는 최설윤과 닿은 곳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다.

“장천의 회장?”

지금도 그랬다.

장천의의 이마를 꾹꾹 눌러주고 있던 최설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네?”

“갑자기 멍청한 표정을 지어서.”

“머, 멍청한 표정이라니요! 말이 심하십니다!”

“아니면 말고.”

최설윤이 짓궂게 그를 놀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CW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게.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전달해 줄 테니 그렇게 알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안 돼.”

최설윤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하 길드 녀석들한테 우리가 힘을 합쳤다는 걸 홍보할 생각인 건 아니겠지?”

“아…….”

장천의가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괜찮아. CW는 이런 일이 처음이잖아?”

최설윤이 싱긋 웃고는 말했다.

“그럼, 그때 봐.”

최설윤이 말하는 ‘그때’라는 건, 지하 길드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는 날을 말하는 거겠지.

그때까지 만나지 못하는 걸까?

‘싫은데.’

하지만 참아야겠지.

‘아니면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화를 내실 테니까.’

그건 더 싫었다.

때문에 장천의는 말했다.

“네, 최설윤 길드장님.”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 지하 길드를 대대적으로 소탕하기로 한 날이 밝았다.

***

“안녕, 장천의 회장님!”

장천의는 아침부터 기분이 저조했다. 최설윤과 함께 움직이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장천의 회장님?”

도대체, 왜 이매망량과 함께 움직이게 된 건지 모르겠다. 장천의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해야, 우리 장천의 회장님께서 긴장이 많이 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거 아닙니다.”

장천의가 서차윤의 말을 매섭게 끊고는 말했다.

“제가 왜 이매망량과 함께 움직이게 된 거죠? 아래아는요?”

“아래아는 단독으로 움직인다만.”

윤사해가 담담하게 대답해줬다.

“아래아는 단독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누가 끼어드는 걸 싫어하니까.”

서차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윤사해가 장천의를 노려봤다.

“장천의 회장. 그대가 갑자기 왜 이런 일에 나선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발목 잡지 말라는 소리를 할 거라면 괜찮습니다.”

장천의가 윤사해의 말을 끊었다.

윤사해가 마뜩잖다는 얼굴로 CW의 주인을 쳐다봤다. 장천의가 그에 싱긋 웃었다.

“윤사해 길드장님을 비롯한 이매망량의 모든 분, 부디 우리 CW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날뛰어 주십시오.”

“말은 잘하는군.”

장천의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쿠궁!

땅이 크게 흔들렸다.

시가지 근처 사람들은 진작 대피했는지라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작됐군.”

“그러게.”

서차윤이 기지개를 쭉 켜고는 입을 열었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애들 보고 싶어.”

윤사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움직였다. 이매망량의 모두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 군세를 보며 장천의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회장님,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대기합니다.”

장천의가 입술을 삐죽였다.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그러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대기하다 이매망량의 분들께서 놓치는 녀석들을 잡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윤사해의 발목을 잡을 틈도 없는 작전이었다.

‘최설윤 길드장님도, 참.’

CW에게 왜 이런 일을 맡긴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걱정되는 거겠지.’

다른 길드들과는 다르게, CW는 지하 길드와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전투에 적합한 각성자들을 많이 데리고 있을걸.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분명, 최설윤의 곁에서 함께 싸울 수 있었을 거다.

장천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쿵, 쿠웅!

땅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울림이 얼마나 심한지, 주변의 건물이 모두 무너지려고 할 정도였다.

“회장님! 자리를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아, 괜찮습니다.”

장천의가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금이 쩍쩍 간 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작은 시계가 생겨나는 듯하더니, 금이 갔던 모든 건물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처음, 장천의에게 피할 것을 권유했던 그의 직원이 놀라 입술을 크게 벌렸다.

장천의는 심드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계속 이 자리에서 대기합니다.”

최설윤이 부탁한 일이다. 그 전에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할 수밖에.’

피할 생각 따위 절대 없었다.

그랬다가는 최설윤이 실망할 수도 있으니.

쿵, 쿠구궁!

땅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아무래도 지하 길드와 다른 길드들과의 격전이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양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장천의는 믿었다.

이매망량이 놓치는 녀석들 따위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건 멍청한 생각이었다.

“회장님, 저기!”

장천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지하 길드원들이 무더기로 자신들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

“수가 너무 적군.”

윤사해는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이상을 알아차렸다.

“뭐가?”

서차윤이 자신이 가진 시체들을 이용해 지하 길드원들을 처리하며 물었다.

윤사해는 서차윤의 힘 아래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지하 길드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설윤 길드장이 알려 준 것보다 숫자가 너무 적은 느낌이야.”

“우리가 너무 빨리 쓸어 버려서 그런 거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윤사해가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바닥에 가득 고인 핏물로 걸음을 옮겼다.

“앗, 사해야! 옷 더러워져!”

윤사해는 서차윤의 걱정을 무시하며 아직 숨이 붙어있는 지하 길드원 앞에 앉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무, 무엇을…….”

“숫자가 너무 적은 것을 말이다. 다른 잔당은 어디에 있지? 너희가 끝은 아닐 텐데?”

그 말에 윤사해의 손에 잡힌 지하 길드원이 킬킬거렸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웃음에 윤사해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서차윤, 뭔가 잘못됐어.”

“장천의 회장한테 바로 연락을 취해볼게.”

그때였다.

“이미 늦었다! 다른 동료들이 그 자식을 벌써 죽였을 거다!”

윤사해의 손에 머리가 잡힌 지하 길드원이 악을 내질렀다.

“우리는 다시 일어설 거다! 유랑단의 아래에 다시 모여, 너희 모두 죽여 버릴 거다!”

서차윤이 픽 웃었다.

“곧 죽을 놈이 너무 시끄러운 것 같은데? 사해야, 걔한테서 손 놔. 지지야, 지지.”

윤사해는 순순히 지하 길드원을 놓아줬다.

아니, 버렸다.

“장천의 회장과의 연락은?”

“닿지 않아.”

“쯧.”

윤사해가 짧게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장천의 회장한테 먼저 가지.”

“응, 뒤처리는 내가 할게. 먼저 가 있어.”

서차윤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뒤로 그들을 비웃었던 지하 길드원의 비명이 이어졌다.

윤사해는 그 비명을 뒤로하며 CW가 대기하고 있던 장소로 급히 움직였다.

처음 장천의와 함께 있던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피 내음이 짙게 느껴졌다.

‘벌써 당한 건 아니겠지.’

윤사해가 입술 안쪽을 잘근 깨물었다. 장천의는 지하 길드를 상대하는 것에 있어 귀중한 ‘전력’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생각하면 그의 존재는 꽤 소중했다.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를 박은 CW는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게끔 만들었다. CW가 무너지면 한국도 무너질 거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그가 지하 길드의 손에 그만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면.

‘안 돼.’

분명, 큰 파란이 일어나고 말 터.

윤사해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아예, 자신의 그림자를 그가 있는 곳으로 먼저 보냈다.

곧, 그와 함께 있던 곳이 보였다.

전투의 흔적이 선명하게 자리한 곳을 향해 윤사해는 크게 외쳤다.

“장천의 회장!”

장천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기랄!”

살아 있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늦은 건가…….”

윤사해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어머, 윤사해 길드장? 여기에는 무슨 일이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사해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설윤 길드장.”

그녀가 고운 얼굴 곳곳에 피를 묻힌 채 웃고 있었다.

“하.”

윤사해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야, 최설윤의 품에…….

“용케 구했군.”

장천의가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탓이다. 윤사해의 말에 최설윤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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