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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74)화 (474/500)

474화. 지키기 위해(6)

“장천의 회장, 보기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네?”

최설윤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 좋아. 가자.”

“네?”

“나 밥 사 준다며? 그냥 한 말이었어?”

장천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곧, 그가 황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냥 한 말 아닙니다! 지금 당장 가시죠!”

장천의의 비서들이 깜짝 놀랐다.

“회장님! 저, 봐 주셔야하는 일이 있습니다만……!”

“나중에 확인하겠습니다. 급한 건 따로 메일 보내 놓으십시오.”

그렇게 장천의는 최설윤과 함께 자리를 떠나게 됐다.

“괜찮아?”

“네? 아, 네. 괜찮습니다.”

장천의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자신도 왜 이렇게 웃는지 모를 일이었다. 최설윤은 그런 그를 보며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장천의 회장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아, 그보다 전화 좀 빌릴 수 있을까? 조카 녀석이 나를 찾고 있을 것 같아서.”

“아아, 네. 알겠습니다.”

장천의가 곧장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줬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아.’

장천의는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란 것을.

‘지금에라도 돌려달라고 할까?’

자신의 휴대폰에는 각종 중요한 정보가 많이 저장되어 있었다.

최설윤이 그중 하나를 보기라도 한다면 곤란했다.

그래, 그랬지만.

“여보세요? 응, 화백아. 나야.”

들려오는 목소리에 최설윤한테서 다시 휴대폰을 받을 생각을 고이 접었다.

“걱정했어? 미안. 쓰레기 새끼들 처리할 때 휴대폰을 떨어뜨렸거든. 나는 걱정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

장천의는 조용히 최설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고모 지금 장천의 회장이랑 같이 있어. 응, 그러니까 먼저 들어가. 알겠지?”

최설윤의 입에서 들려온 자신의 이름 때문일까?

두근두근,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얼굴은 또 화끈거렸다.

‘내가 왜 이러지?’

장천의가 손부채질을 할 때였다.

“자, 여기. 휴대폰 빌려 줘서 정말 고마워, 장천의 회장.”

최설윤이 전화를 끝내고 그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아, 넵.”

장천의가 황급히 휴대폰을 건네받고는 넉살 좋게 물었다.

“조카님을 많이 아끼시는군요?”

“하나뿐인 가족이니까.”

최설윤이 싱긋 웃었다. 그 대답으로 대화가 끝냈다.

장천의는 두 눈을 데굴 굴렀다.

그가 최설윤에 대해 아는 정보는 극히 적었다.

아래아의 길드장이라는 것, 지하 길드를 처리하는 데 있어 그 누구보다도 더 앞장서고 있다는 것.

‘그래!’

장천의가 그 정보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최설윤 길드장님께서는 무섭지 않습니까?”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최설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천의가 그에 헤실거렸다.

“저는 무서워서 말입니다.”

“뭐가?”

“지하 길드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최설윤 길드장님께서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최설윤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장천의 회장,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사람이네?”

“그, 그렇습니까?”

“응.”

정말 웃기는 사람이라면서 최설윤은 키득거렸다. 그러고는 그에게 도로 물었다.

“세상에 쓰레기들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네?”

“나한테 지하 길드 녀석들은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이나 다를 바 없다는 소리야.”

“그렇다고 해도.”

장천의가 입술을 떼려고 할 때.

“도착했습니다.”

차가 멈춰 섰다.

“오, 저 식당이야? 비싼 음식들 많이 팔 것 같이 생겼네?”

최설윤이 차에서 먼저 내리고는 기지개를 쭉 켰다. 장천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최설윤의 옷이 더럽혀져 있는 게 뒤늦게 눈에 밟혔다. 고급스러운 한식당에 들어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으나.

“예쁘다.”

바보같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장천의가 황급히 입을 가리는 찰나, 최설윤이 그를 보면서 물었다.

“뭐라고 했어, 장천의 회장?”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천의가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가시죠!”

“나 비싼 거 잔뜩 시켜도 되지?”

“물론입니다!”

최설윤을 식당으로 안내하면서 장천의는 비서들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입으실만한 옷을 구해서 가지고 오십시오.]

장천의의 능력 좋은 비서들은 바로 옷을 구해 가지고 왔다. 식사 도중 옷을 선물 받게 된 최설윤은 꽤 당황해했지만.

“답례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결국, 그의 선물을 받았다.

“나중에 가서 돌려 달라고 하기 없기다?”

“물론입니다.”

그런 걱정은 절대 하지 말라며 장천의는 필요 없는 말을 덧붙였다.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다.

***

“안녕, 장천의 회장!”

“최설윤 길드장님!”

장천의과 활짝 웃으며 최설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함께 식사를 한 이후로 장천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최설윤을 찾아갔다.

오늘도 그랬다.

“장천의 회장?”

장천의가 얼굴을 찌푸렸다.

최설윤의 곁에 그다지 반갑지 않은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뭡니까, 고객님? 최설윤 길드장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 여기 계시는 겁니까?”

“그러는 장천의 회장이야말로 무슨 볼일이지?”

윤사해가 마뜩잖은 얼굴로 장천의에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장천의가 태연하게 대꾸했다.

“근처에 용무가 있었답니다.”

“CW가 기어코 아래아의 땅을 사들이기로 했군. 하긴, 금강산의 풍경이 아름답기는 하지.”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장천의가 펄쩍 뛰었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물론, 옛날에는 아래아가 있는 땅이 탐나기는 했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금강산을 개발하면 꽤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는 곳이었으니.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럼, 볼일이란 게 뭐지?”

“고객님께 알릴 의무 따위 없습니다만.”

“허어…….”

윤사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를 끌어당긴 건 서차윤이었다.

“자자, 우리는 이제 그만 가자.”

“뭐?”

“어차피 최설윤 길드장님이랑 나눌 이야기도 이제 없잖아? 그보다 리오랑 리타, 지금쯤 깨서 아빠 찾고 있을걸?”

윤사해가 그 말에 미련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럼, 최설윤 길드장.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알려 주도록 하지.”

“오케이, 알겠어. 두 사람 모두 조심히 들어가.”

최설윤이 윤사해와 서차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라지자마자 장천의가 최설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응?”

“윤사해!”

장천의가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가 급히 목소리를 낮추며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친애하는 고객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는지요?”

“궁금해?”

“네!”

장천의는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설마, 재혼합니까?”

“윤사해 길드장?”

“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다행이다.

윤사해가 재혼을 한다고 해도, 그 대상이 최설윤은 아닌 것 같았다.

장천의가 그렇게 남몰래 안도할 때였다.

“유랑단의 움직임이 최근 들어 활발해진 거 알고 있지?”

“네? 아, 네.”

“그것 때문에 이야기 좀 나눴어. 유랑단의 아래로 지하 길드들이 뭉치고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좀 흔들어 주자고 말이지.”

“그런…….”

장천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유랑단은 지하 길드 중 세력이 가장 큰 곳이었다. 그런 곳 아래로 모여드는 지하 길드들을.

‘흔들어 줄 거라고?’

말이 그렇지, 최설윤은 그들을 모두 무너뜨릴 생각일 거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겠지.”

최설윤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매망량뿐만이 아니라, 가호도 함께 움직일 생각이거든. 그만큼 규모가 큰 작전이야.”

그에 장천의는 물었다.

“CW는요?”

“응?”

“저희는 왜 뺍니까?”

장천의가 두 눈을 부릅떴다.

“저희도 돕게 해주십시오. 아니,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장천의 회장,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규모가 큰 작전이라니까? 위험할 거라고.”

“그 위험한 작전을 최설윤 길드장님은 왜 하려는 겁니까?”

“그야, 나한테는 그렇게 위험한 일이 아니니까.”

최설윤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 별명 몰라?”

“압니다.”

장천의가 곧장 대답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최설윤 길드장님은 제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돈귀신?”

돈귀신이라니!

장천의는 실소하고는 말했다.

“네, 뭐. 맞습니다.”

돈이 되지 않은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 그건, CW를 지금까지 키운 장천의 그 나름대로 중요한 철칙이었다.

그러니까.

“돕겠습니다. 돈이 되는 일인 것 같으니까요.”

아래아의 주인이 벙찐 표정으로 장천의를 쳐다봤다. 그것도 잠시, 곧 그녀가 헛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다쳐도 난 몰라?”

“괜찮습니다.”

장천의가 입꼬리를 올렸다.

“최설윤 길드장님께서 저를 지켜 주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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