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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각성자의 딸이랍니다 (457)화 (457/500)

457화. 안보국(5)

타앙―!

총성이 들렸다.

안보국 내의 모든 건물이 그림자로 단단히 보호되고 있건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불유쾌한 소리를 들었다.

‘착각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쿠구궁!

건물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 세상 군도 도깨비의 아드님들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나 보네요?”

이매가 웃음을 터트렸다.

“도와드리러 가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당신과 다르게 도깨비의 다른 자식들은.”

“강해.”

이매의 말을 끊고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입 닥쳐.”

내 말에 이매가 멍하니 나를 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무서워라.”

전혀 무섭지 않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 이가 갈렸다.

하지만 화를 내기도 전에 이매가 두 손을 들고서는 말을 걸었다.

“하지만 싸우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지요.”

“이야기?”

“뭐, 정확하게는 제안이겠지만요.”

제안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탈쟁이 새끼와 협상할 생각따위 없었다.

‘백시준의 안전이 걱정되기는 해도.’

그거야 천지해가 잘 막아 줄 터.

때문에 이매의 제안이란 것을 듣지 않고 곧장 거절하려고 했지만.

“먼저, 거기.”

이매가 내가 무엇이라 말하기도 전에 윤을 가리키면서 손을 내밀었다.

“돌아오지 않겠어요?”

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매가 다정한 목소리를 내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 백정 씨가 죽고, 여기에 초랭이 씨와 선비 씨가 이탈하고…….”

이매가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탈을 구하면 곧장 죽고 붙잡히니 이것 참 곤란하단 말이에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윤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이매가 그런 나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말 그대로에요. 다시 유랑단으로 돌아오세요, 부네.”

이매가 기어코 ‘부네’를 부르며 달콤하게 말했다.

“새로 부네 탈까지 구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윤은.

“거절합니다.”

나를 지나쳐 이매의 앞에 서서는 말했다.

“애초에 돌아갈거면 이렇게 배신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아.”

이매가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걸까요? 이것 참 슬프단 말이죠.”

그러면서 그가 검을 꺼내들었다.

“같은 탈을 죽이게 되다니.”

서글프다는 듯 시무룩한 얼굴을 보였지만 나는 알았다.

사실 그는 꽤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미친놈.’

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굳은 표정으로 내가 속삭였다.

“리사, 이매는 위험해요.”

“알고 있어요.”

그는 유랑단의 아홉탈 중 가장 오래된 자. 탈로 살아온 세월만큼 실력이 녹슨다면 몰라도.

‘아니야.’

이매는 윤사해를 웃도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검을 맞대 본 적은 적지만 알 수 있었다.

저 빌어먹을 탈쟁이가 무척이나 위험한 놈이란 것을 말이다.

그때였다.

“생각해 보니 부네를 죽이지 않고 좋게 넘어가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네요?”

이매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

“백시준 씨 아시죠?”

그의 입에서 들려온 이름에 한쪽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이매는 내가 보이는 표정에 즐겁다는 듯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 인간을 넘겨요. 그럼, 더는 아무도 죽이지 않을게요.”

실소가 절로 나오는 제안이었다.

나는 그림자를 이용해 만든 창을 세게 쥐며 입을 열었다.

“거절하지.”

“그래요?”

이매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도깨비의 따님께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대답한 거야.”

거절한다고.

뒷말을 삼키며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탈쟁이 새끼들이 백시준을 노리는 거야 잘 알고 있었다.

당장, 그들과 함께 하는 저세상이 백시준을 노린 적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백시준의 신병을 요구할 줄이야.’

그들이 백시준을 원하는 이유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특수 스킬.’

Delet.

그들은 백시준이 가진 힘을 위험하다고 판단한 거다.

유랑단은 이 사태가 가능한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족속들이니.

‘그러니까 안 돼.’

절대로 그들에게 백시준을 넘길 수 없었다.

‘도윤이와 약속한 것도 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백시준을 꼭 지키겠다고. 그렇게 이매망량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이다.

때문에 나는 이매를 향해 창을 치켜들었다.

“할 말 끝났으면 덤벼.”

“용맹하기도 하지.”

이매가 키득거렸다.

“정말이지, 많이 컸단 말이죠?”

대견하다는 듯, 나를 보며 웃던 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나타난 건 바로 내 앞.

“리사!”

윤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아니.’

아직 늦지 않았다.

한 번 그의 검에 위협을 당했기 때문일까?

‘읽힌다.’

이매의 검이 눈에 보였다.

나는 재빠르게 창을 들며 그의 검을 막아 냈다.

캉!

쇠붙이끼리 부딪치기 무섭게.

‘윽!’

손목이 떨렸다.

‘무슨 힘이!’

이렇게 장사인지 모르겠다.

윤이 사랑했다는 백정 새끼와 같이 몸이 근육질로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위험한데……?’

하지만 이매는 전혀 힘을 주지 않은 상태라는 듯, 여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망할!’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이매의 힘에 결국 서서히 밀려나는데.

‘어?’

잔뜩 떨리고 있던 손목에 힘이 돌았다.

당황도 잠시, 나는 곧장 힘겹게 막고 있던 이매의 검을 밀어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이매의 검을 밀어낼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매는 내 창에 그대로 멀찍이 뒤로 밀려났다.

“아, 이런. 부네.”

이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여기에서 윤을 부르는 건가 했지만.

“그러고 보니, 당신. 꽤 성가신 힘을 가지고 있었죠?”

내가 이매를 밀어낼 수 있었던 게 마치 윤의 덕분인 양 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보다 부네가 가진 힘이라니.

“윤?”

부르기 무섭게 그녀가 대답했다.

“저는 방어에 특화되어 있지만, 이렇게.”

윤의 손이 내 어깨에 닿자마자 온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전, 이매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떨리던 손에 힘이 돌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동시에.

【사용 중인 <[S, 숙력불가] 그림자 사냥꾼>의 효과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태창이 눈 앞에 나타났다.

윤이 놀란 나를 보며 말했다.

“버프 효과를 줄 수도 있답니다.”

이매 새끼가 성가신 힘이라면서 툴툴거릴만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좋지만 말이다.

나는 안보국 내부를 보호 중인 그림자가 더욱더 견고해진 것을 느끼며 윤에게 물었다.

“저 새끼 너프는 안 되죠?”

“슬프게도 그런 힘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요.”

“그것참 안타깝네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내가 가진 가장 강한 힘.

<[S, 숙력불가] 그림자 사냥꾼>의 힘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단다. 안 그래도 무적이나 다름없던 힘.

‘그런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버프 효과를 받았다니.’

난처하다는 듯 웃고 있는 망할 탈쟁이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슈욱―!

이매의 아래에서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와서는.

“큭!”

이매의 턱에 정말 아슬아슬하게 닿았다.

재빠르게 뒤로 물러난 이매의 턱에 작은 생채기가 난 것이 보였다.

“오.”

나는 입술을 오므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안보국 내의 모든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다니.

“언니,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게 칭찬해 주니 고맙네요.”

윤이 싱긋 웃던 그때.

“아하하!”

이매가 웃음을 터트렸다.

턱에 난 작은 생채기에 맺힌 피를 닦아 내고는 더욱더 크게 웃어 제꼈다.

‘미친놈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질겁하는데.

“오랜만에 즐겁게 싸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매가 광기에 찬 눈으로 나를 보고는.

“피해요!”

크게 검을 휘둘렀다.

허공을 벤 것이 순식간에 나와 윤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윤이 내 머리를 잡아 누르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 거다.

‘미친.’

저건 내 그림자로도 막지 못했을 거다.

‘아니, 힘들었을 거야.’

막아 낸다고 해도 내상을 입었을 위력이었다.

당장, 그의 검격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됐으니 말 다 했지.

“윤, 저 탈쟁이 새끼. 왜 저렇게 강한 거예요?”

“글쎄요.”

윤이 곤란하듯 웃고는 내 주위로 방어막을 펼쳤다.

“말했듯, 이매는 유랑단 내에서 가장 오래된 탈이라서 말이지요. 제가 유랑단에 직접 찾아오기 전에 이미 탈이었던 사내인지라.”

그의 정체는 유랑단에 속해 있던 탈 중 그 누구도 모르다여 윤이 말할 때.

“뭘 그렇게 속닥거려요?”

이매가 순식간에 우리 코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늦었다.’

창을 들기에도, 윤이 방어막을 다시 펼치기에도 늦어 버렸다.

“저 왕따 시키지 말고 대화에 끼게 해 주세요.”

이매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다행이라면, 하나.

“쿨럭!”

윤이 진작 내게 펼쳐준 방어막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

망할 탈쟁이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죽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다급하게 윤을 부르려는 찰나.

“리사, 저는 괜찮아요.”

그녀가 내 옆에서 몸을 일으키며 나를 안심시켰다.

우리를 순식간에 죽이려고 했던 이매는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당신들의 대화에 껴 줄 거죠?”

들려오는 목소리에 알았다.

이매, 저 자식은 진짜 미친놈이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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